우리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세상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셀 로버츠와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싶은 인간의 욕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

 

 

 

 

 

 

 

 

 

 

 

 

 

 

 

 

 

 

 

 

....................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는 생각에 그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하다. 부유함으로 얻을 수 있는 다른 어떤 이익보다, 바로 그런 기분을 느끼어 싶어 그는 부자가 되려고 한다.

 

스미스는 왜 사람들이 유명해지길 원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 왜 관심을 갖는지 설명한다.

 

지위와 명성이 높은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의 재산으로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환희를 대리만족하고 싶어 한다. 결국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대중의 관심사가 된다.

 

- 러셀 로버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147쪽.
....................

 

 

 

 

 


2016년 3월 13일

 

 

그러니까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 첫 번째는 
부자가 되어 누릴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취미 활동이나 여행 등)을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호화로운 저택을 갖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명품을 사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 세상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싶기 때문이라는 거지?

 

 

“왜 돈을 버는가?”라는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어서.”라고.

 

 

남들이 주목하고 우러러보는 것까지 바라지 않는다.
그저 몸 아플 때 돈 걱정 없이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기 위해서,
두 애들 결혼시킬 때 결혼 비용이 모자라는 일이 없기 위해서,
돈 걱정 없이 노후를 편안히 보내기 위해서일 뿐이다. 

 

 

부자가 되어 남들이 주목하고 우러러보면 좋은 게 아니라 오히려 삶이 피곤해질 것 같다.
어느 좌석에 가나 “부자가 계산해라.”라고 할까 봐 싫은데...
티 나지 않는 부자이고 싶은데...
내가 부자의 맛을 알지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혹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도 세상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싶은 욕구 때문인가? 그런 욕구와 무관하다면 자기만족의 기쁨을 위해서려나?

 

 

며칠에 한 번씩 일기를 쓰곤 하는데 그 일기장을 식구들이 볼까 봐 꼭꼭 숨겨 둔다. 그런데도 일기를 쓰고 싶어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인정받기 위한 일기가 아님을 말해 준다. 일기를 쓰고 나면 뭔가 덜어내는 작업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며 마음속이 후련해진다. 이를테면 걱정, 불안, 불만, 쓸쓸함, 후회, 아쉬움 같은 것들을 덜어낸 듯한.

 

 

블로그에 올리는 글도 일기와 같은 효과가 있는 건 확실하다.

 

 

 

 

 

 

 

2016년 3월 12일

 

 

벌써 겨울이 간 것 같아 섭섭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이네. 봄엔 황사나 미세먼지가 있어 싫고 곧 더울 여름이 가까워져 싫다. 여름은 더워서 싫고, 가을은 여름에서 겨울로 가는 짧은 길목이라 불안정하여 겨울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겨울이 긴 것은 안정감을 준다. 추워서 창문을 열지 않아 실내에 먼지가 적어 청소를 하지 않는 날도 견딜 만한 것도 겨울의 장점이다.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는 점을 빼면 겨울은 흠잡을 데가 없는 것 같다. 한파로 고생한 적도 있지만 추운 날씨마저도 지금은 상쾌하게 생각된다. 책 읽기에도 글쓰기에도 겨울이 딱 좋다.

 

 

이 글을 쓰고 나니, 마치 지붕 새는 집에 살아서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생각 없는 사람’ 같다. 가난한 이들에겐 겨울이 지내기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므로.

 

 

 

 

 

 

 

2016년 3월 X일

 

 

친구가 승진을 했거나 친구가 바라던 대로 그의 자식이 어느 대학에 합격했거나 해서 기쁜 소식을 들을 때가 있다. 소식을 들었을 땐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으면서도 돌아서면 잊고 만다. 그 기쁜 일이 만약 나에게 일어난 일이었다면 잊기는커녕 몇 날 며칠을 기쁨에 찬 얼굴로 지냈으리라. 우리 대부분이 그렇지 않은가. 친구의 행복에 크게 기뻐하지 않는 건 시기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관심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제일의 관심의 대상은 자기 자신과 가족이 아니겠는가. 자기의 승진 문제로 고민하는 일은 있어도 친구의 승진 문제로 고민하진 않는다. 자기 자식의 진학 문제로 고민하는 일은 있어도 친구 자식의 진학 문제로 고민하진 않는다. 그러니 친구가 승진을 하거나 친구의 자식이 대학에 합격을 했다는 소식에도 크게 기쁘지 않은 건 당연하다. 타자의 행복에 전적으로 동참하지 못하는 건 시기심 같은 ‘악의’ 때문이 아니라 단지 ‘관심 없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체 카톡방’에서 누군가가 우리 큰애의 취직에 대해 물어서 대기업에 취직했다고 답장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그중 한 사람이 큰애 취직했냐고 또 묻는다. 내 답장이 기억이 나질 않는 모양이다. ‘관심 없음’이렷다.

 

 

그 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2016년 3월 X일

 

 

매일 아침 청소하던 때가 있었다. 창문을 열고 이불을 털고 청소기를 돌렸다. 하루라도 청소를 하지 않으면 찜찜해서 외출로 바쁜 날에는 저녁에라도 청소를 했다. 꼭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매일 청소하지 않게 되었다. 이틀에 한 번 청소를 할 때가 많고 어떤 땐 삼일이 지나 청소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하나도 찜찜하지 않았다. 오히려 며칠에 한 번 청소하고 나면 매일 청소하는 것보다 더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 습관을 바꾸니 새로운 습관에 적응되어 자연스러워졌다. 앞으로 쭉 이렇게 살아야겠다.

 

 

화장을 할 때 속눈썹에 마스카라를 칠하는데 이것도 습관이 되고 나니 마스카라를 사용하지 않으면 화장하다가 도중에 그만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장을 지우는 세수를 할 때 클렌징 폼을 사용하는데 이것도 습관이 되고 나니 그것이 없어 세숫비누로만 세수를 하고 나면 화장이 깔끔하게 지워지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예전엔 마스카라를 사용하지 않아도, 클렌징 폼을 사용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이젠 달라졌다.  
 


한 번 습관이 되고 나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가 힘들다. 습관이 나를 지배한다. 그래서 위대한 건 습관인가 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면 그것도 습관 때문이고 매일 독서를 한다면 그것도 습관 때문이리라. 어떤 습관을 버리고 어떤 습관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겠다. 습관이 삶의 질을 좌우하기에.

 

 

습관이 무서운 이유다.

 

 

(내가 가진 여러 습관 중에 좋은 습관은 무엇인지, 나쁜 습관은 무엇인지 점검해 봐야겠어.)

 

 

 

 

 

 

 

2016년 3월 X일

 

 

우리 식구들이 내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밥 줘.”이다.

 

 

“여보, 밥 줘.”

 

 

“엄마, 밥 줘.”

 

 

너희 세 사람은 좋겠다. 언제든지 밥 달라고 말할 사람이 있어서.

 

 

나도 그런 사람을 갖고 싶다. 언제든지 배고프면 “밥 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내 어머니는, 내가 “밥 줘.”라고 말할 수 없는 연세가 되셨다. 올해 79살이시다.

 

 

전화로 어머니와 통화할 때 아침이면 “아침 드셨어요?”라고, 저녁이면 “저녁 드셨어요?”라고 여쭙기부터 한다.

 

 

나도 한때 “엄마, 밥 줘.”라고 말할 때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낸다. 곧이어 생각해 낸다. 우리 딸들도 언젠가 나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는 것을.

 

 

남자들은 좋겠어. 결혼 전엔 어머니에게, 결혼 후엔 아내에게 “밥 줘.”라고 말할 수 있어서.

 

 

그 대신 남자들은 평생 돈을 벌어 와야 대접을 받을 수 있으니 그 신세도 아주 편한 것만은 아닌 듯.

 

 

그래서 기꺼이 밥 차려 주기로 했다. 남편에게도, 딸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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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3-1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겨울이 싫지 말입니다.
황사와 먼지만 빼면 봄과 가을이 좋고 여름은 그나마 추위 보단 더위가 나서
견딜만 하고. 이만하면 우리나라도 살만한데 말입니다.ㅠ

요즘은 부자가 더 결혼을 못하고, 불안에 떨며 산다더군요.
역시 돈이 나를 자켜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밥 차려 주는 사람이 제일 고마운 거죠.
저 어렸을 땐 엄마가 밥 차려 주셨는데 지금은 제가 차려 드립니다.
누군가 차려 주는 밥상 먹어 본지가 언젠지 모르겠습니다.
거 유료 양로원은 밥 차릴 신경 쓸 필요가 없는가 본데
빨리 늙어서 그런데라도 들어갈까 보아요.ㅋㅋ

페크pek0501 2016-03-16 15:41   좋아요 1 | URL
스텔라 님은 추위보단 더위가 낫군요?
저도 그랬는데 변하더라고요.

유료 양로원을 거론하시기엔 젊은 것 아닙니까? ㅋ

아무리 시설이 좋다고 해도 그런 곳엔 고독이 묻어 날 것 같아요.
고독을 잘 이겨 낼 수 있다면 괜찮겠지요.
늙어서도 책만 있다면 고독쯤은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때도 그럴 수 있을까요?
의문입니다.

서니데이 2016-03-15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겨울이 지나가는 것이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가는 것이 싫어서 그런 것 같아요.
pek0501님,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3-16 15:43   좋아요 1 | URL
저도 싫어요. 시간이 금방 가고 계절이 바뀌는 게 말이에요.

시간은 쉬질 않으니 망설임이 없으니 흐르기만 하니...
요즘은 시간을 꼭 잡아두고 싶어져요. 시간에 바퀴가 달린 것 같다니까요... ㅋ

서니데이 2016-03-1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날이 따뜻한데, 많이 흐려서 꼭 비가 올 것 같은 날이었어요.
pek0501님, 좋은 저녁 시간 되세요.
오늘도 제 서재에서 퀴즈 준비합니다.^^

페크pek0501 2016-03-18 11:51   좋아요 1 | URL

오늘은 비가 왔으면 하고 바라게 되네요. 미세먼지가 있는 것 같아서요.
겨울은 완전히 물러난 듯해요.

그래도 좋은 하루가 되어야겠지요...^^

순오기 2016-03-20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하는 일 중에도 다른 사람에게 주목받고 싶어서 하는 게 분명 있을 거에요.
그게 꼭 나쁘다고 생각은 안하지만...때때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때도 있더군요.ㅠ

`밥 줘`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라 생각돼요~ ^^

페크pek0501 2016-03-23 12:28   좋아요 1 | URL
순오기 님, 오랜만의 방문이십니다. 반갑습니다.

님의 댓글을 읽는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답니다. 님이 쓰신 마지막 한 줄.
밥 줘,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의 행복을 제가 놓쳤군요. 그 소중함을 몰랐군요.
님께 한 수 배웁니다. 그래서 제가 알라딘을 좋아합니다. 저를 공부시켜주거든요. ㅋ

사실,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우리에게 없다면 세상은 이렇게 발전하지도 않았고
사는 재미도 덜하겠지요. 님의 말씀처럼 꼭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가 꼭 부자가 되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여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애덤 스미스의 말이 정곡을 찌르는 통찰을 보여 준 것 같아 밑줄을 긋게 되더군요. 저는 이런 책을 좋아합니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 나를 관찰하게 만드는 책. 그래서 내가 몰랐던 점을 깨닫게 해 주는 책.
인간에 대한 통찰을 보여 주는 책은 다 흥미롭습니다.

고맙습니다. ^^

서니데이 2016-03-2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3-23 12:2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제 서재가 썰렁할 뻔했어요. 고맙습니다

님도 좋은 시간 많이 가지시기 바랍니다. ^^

서니데이 2016-03-23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춥지 않은 바람이 많이 부는 오후였어요.
pek0501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3-27 19:40   좋아요 1 | URL

내일부터 따뜻한 봄날이 시작될 듯해요.

굿 밤 되시길... ^^
 

 


좋은 책을 갖고 있으면 좋은 점 이런 거지. 누군가가 아끼는 책이라고 말한 책을 내가 갖고 있을 때 바로 들춰 볼 수 있어 그 책에 대한 궁금증을 빨리 해소할 수 있다는 거지. 이럴 때 기분이 좋다. 경향신문(2월 5일자)에서 어느 출판사 대표가 “지난해 내 인생 최고의 책이었다. 이번 설 연휴 때 또 읽으려고 한다. 이성복 시인의 인생과 시를 정리한 글로, 나에겐 ‘삶의 경전’과도 같았다.”라는 말로 <무한화서>를 꼽은 것을 보고 이 책을 바로 들춰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얘기다.

 

 

 

 

 

 

 

 

 

 

 

 

 

 

 

 

 

 

 

 

 

이성복 저, <무한화서>에서 내가 밑줄을 그어 놓은 글을 몇 개 옮기고 내 생각을 달아 봤다.

 

 

 

 

 

손님이 나가자마자 문을 쾅 닫아버리면 예禮가 아니지요. 친구 차에서 내리자마자 문 닫고 가버리면 예가 아니지요. 하지만 떠나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는 그 짧은 순간은 인간의 시간이에요. 우리는 본래 자기중심적이지만, 조금이라도 덜 박절迫切해지려고 입술을 깨무는 것, 아름다움은 그런 것 아닐까 해요.(155쪽)

손님이 나가자마자 문을 쾅 닫아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워야만 아는 건 아니다. 상대에 대해 각별한 마음이 있다면 또는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이 있다면 상대가 가자마자 곧바로 문을 쾅 닫지 않게 된다. 저절로 그렇게 된다.

 

 

 

 

 

삶과 글은 일치해요. 바르게 써야 바르게 살 수 있어요. 평생 할 일은 이 공부밖에 없어요. (...) 젠체 안 하고 남 무시 안 하려면 계속 공부해야 해요. 늘 문제되는 것은 재주와 능력이 아니라, 태도와 방향이에요.(167쪽)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작가 지망생들에게 중요한 게 재주와 능력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으리라. 언제나 중요한 것은 ‘올바름’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아는 것은 참 적어요. 뭘 좀 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아는 것 가지고 폼 잡지 말고, 모르는 걸 불편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모른다고 하면 더 밑으로 떨어질 데가 없잖아요. 몰라서 삼가면 나도 남도 덜 다쳐요. 한 편의 시는 ‘오직 모를 뿐!’이라는 경고예요.(168쪽)

글에서 끝맺음을 하려는데 결론을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를 때 가장 안전한 장치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것임을 언제부턴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말로 끝맺을 때가 많았다. ‘~인 게 아닐까’, ‘~인 것 같다’, ‘어쩌면 ~일지 모른다’ 등. 이런 말로 끝맺으면 확신하지 않음을 나타내어 안심이 되었다.

 

 

 

 

 

시로 인해 우리는 하나가 여럿이라는 것과, 하나가 여럿을 가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 또한 인생에는 선과 악이 아니라, 성숙과 미성숙이 있을 뿐이라는 것도 알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성숙’이에요.(171쪽)

못된 짓으로 자신을 화나게 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가 악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미성숙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화가 조금 풀린다. 아무리 악하게 여겨지는 친구라도 그 마음 안에는 선과 악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뛰어난 문학 작품일수록 선한 사람 속의 ‘악’을 그리고 악한 사람 속의 ‘선’을 그려서 인간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게 다 이유가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약점을 옮기고 다니면 내가 약하다는 증거예요. 그 사람의 비밀을 지켜줘야 그 사람을 싫어할 자격이 있어요.(178쪽)

앞으로 누군가가 싫어지면 그를 싫어할 자격을 얻기 위해서라도 그의 약점을 옮기고 다니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군. 치사한 짓을 하지 말아야겠군.

 

 

 

여기서 끝내자니 섭섭해서 쓰는 것..........................................................

 

 

 

 

 

잡담 1.

 

 

커피가 골다공증을 유발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커피를 끊어야 하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제 티브이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커피를 하루 한두 잔 마시는 건 오히려 뼈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골다공증 위험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다. 연구팀은 커피에 들어 있는 일부 성분이 뼈 건강을 유지해 줘 골밀도가 높게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내 추정은 이렇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마시는 사람이 골다공증 위험이 적은 것은 그 사람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 커피가 몸에 해롭다고 해도 대범하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스트레스에도 잘 견뎌서 건강하다는 것. 반대로 커피가 몸에 해롭다고 마시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소심한 성격은 스트레스에도 취약해 덜 건강하다는 것. 또 커피를 즐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 어디까지나 내 마음대로 해 본 추정이다.

 

 

어쨌든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선 반가운 소식이다. 몸의 건강을 위해 커피를 끊었다면 억울할 뻔했다. (그러나 커피를 하루 세 잔 이상 마시면 몸에 해롭다고 하니 하루 한두 잔만 마실 것.)    

 

 

 

 

 


잡담 2.

 

 

잠을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영화가 있나 보다. 어느 서재에서 그런 영화의 리뷰를 읽고 내가 댓글을 쓴 적이 있다. 댓글을 쓰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미래엔 그런 시대가 올지 모른다. 지금의 ‘보톡스 시술법’보다 더 간편하게 눈을 크게 만들었다가 작게 만들고, 코도 높게 만들었다가 낮게 만들고 하는 게 가능한 시대가 올지 모른다. 개인용 주사 하나로 말이다. 나는 미래에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어떤 시대라도 오는 게 가능하다고 보는 쪽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그런 시대를 대비해서 예측해 보는 영화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처음부터 비행기가 날아다닐 거라고 생각했겠는가. 누가 처음부터 먼 거리에서도 얼굴을 보고 통화를 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예측이나 했겠는가. 누가 처음부터 내비게이션이 길을 찾아 주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염색약도, 보톡스 시술법도 인간이 발명해 낸 것인바, 앞으로 어떤 발명이 탄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지금은 얼굴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시대가 ‘괴물 시대’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그런 시대가 되고 나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 없이 예전엔 어떻게 살았지, 하면서 의아해 할지 모른다. 지금 우리가 예전엔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살았지, 하면서 의아해 하는 것처럼. 그래서 조지 오웰의 <1984년>이 미래를 예언한 소설이 되었듯이, 이 영화가 미래를 예언한 영화로 평가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해 봤다.

 

 

 

 

 


잡담 3.

 

 

이것도 어느 서재에서 댓글을 쓰다가 생각한 것.

 

 

누구나 노력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책들이 많다. 노골적으로 글쓰기를 부추기는 책도 있다. 나는 독서는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글쓰기는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 국민이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가 글을 잘 써서 책을 내는 일에만 몰두한다면 오히려 큰일이라고 본다. 정치는 누가 하나? 기업은 누가 키우나? 국가 대표선수는 누가 하나? 가수는 누가 하나? 노래 잘 부르는 가수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기술이 뛰어난 운동선수나 발레리나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점, 그리고 각기 다른 재능을 타고나기 때문에 이 세상이 잘 굴러 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본다. 글쓰기가 유익한 일임엔 틀림없지만 모든 국민이 글을 잘 쓸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 국민이 글을 다 잘 써서 다른 능력을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글만 쓰려고 할까 봐 걱정이다. 이것이 과장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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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2-24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한화서 한 번 읽어 봐야겠네요.
왠만한 인생론 보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커피는 저도 굉장히 오래 전부터 마셨던 것 같아요.
지금도 좋아해서 하루에 2, 3잔은 마시죠.
그맘도 좀 줄었어요. 3잔 마시는 날은 얼마 안 되요.ㅎ

그 영화 한 번 보세요. 나름 괜찮았어요.^^

페크pek0501 2016-02-24 15:08   좋아요 0 | URL
잘 지내나요?

무한화서와 같은 아포리즘 형식의 책을 좋아해요. 니체의 아포리즘을 생각나게 해 줍니다. 깊은 고뇌와 사색을 해 본 자만이 쓸 수 있는 글인 듯해요.

커피가 수면을 방해하는 죄가 있는데도 못 끊는 이유가 너무 사랑해서죠.

영화, 님처럼 많이 봐야 할 텐데... 왜 저는 그럴 여유가 없는 건지...
노력해 보겠습니다.

첫 댓글에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16-02-24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조심하시고 편안한 오후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2-26 15:03   좋아요 0 | URL
후애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16-02-2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력해서 잘한다는 것도 다른 사람 또는 여러 기준이 있으니까 상대적인 것 같아요.
하지 않는 것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들어요.
pek0501님 좋은 저녁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2-26 15:05   좋아요 1 | URL
어떤 노력이든 결과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서니데이 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

cyrus 2016-02-24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날 때마다 또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버리기도, 팔 수가 없어요. ^^;;

커피는 애매한 식품이예요. 커피를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하던데, 너무 많이 마시면 뼈나 치아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리는 뉴스도 있어요. 일주일에 적당히 마실 수 있는 커피가 몇 잔인지 사람들마다 의견이 달라요.

페크pek0501 2016-02-26 15:07   좋아요 1 | URL
책이 많아서 이사할 적마다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불필요한 책은 없애면서 책을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요...

커피는 장단점이 있으니 그럴 거예요. 저는 한두 잔 마시는 걸로 정했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

서니데이 2016-03-0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오늘도 제 서재에서 퀴즈 준비합니다. ^^

페크pek0501 2016-03-07 18:43   좋아요 1 | URL
헤헤~~ 다녀왔지요...

서니데이 2016-03-08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도 퀴즈 준비합니다. ^^

페크pek0501 2016-03-11 10:04   좋아요 1 | URL
예, 감사합니다.
오늘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아요. 님 덕분에... ^^
님도 좋은 하루 되시길...

후애(厚愛) 2016-03-11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안하고 행복한 불금 되세요.^^
점심 맛있게 드시구요~

페크pek0501 2016-03-11 11:43   좋아요 1 | URL
호호~~~
후애 님 덕분에 오늘 점심은 맛있겠는걸요.
고맙습니다. ^^
님도 행복한 불금 되세요.
(저는 요일 중에 불금과 토욜이 제일 좋아요...)

yamoo 2016-03-1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갖고 있으면 언급하신 그런 장점이 있지요! 전, 누가 비트겐슈타인이나 베르그손 또는 스피노자에 대해 말하면 금방 들춰보기 위해 책을 갖추고 있습니다. 없는 책은 바로 사지요..ㅎ

커피는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위장에 좋지 않고, 밤에 잠을 설치게 하지요. 하지만 그 외에 심장과 당뇨병에 좋고 골다공증에도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하루 2-3잔은 건강에 좋다는 군요~ 전 위산과다로 위가 아프지만 않으면 매일 2잔 정도 마십니다~ 아메리카노로요..ㅎ

그 자기 책 내라는 사람....그거 교보에서 읽고 걍 던져버렸죠. 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얘기라고 판단했습니다. 누구나 글을 잘 쓸 필요 없다는 페크님의 의견에 격하게 동감합니다!

페크pek0501 2016-03-14 13: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동감하신다니 안심되네요.ㅋ

(저는 야무 님만큼 책을 많이 갖고 있지 않지만), 책이 많으니 그런 좋은 점이 있더라고요.

커피는 어차피 장단점이 있으니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마시며 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좋은 하루 보냅시다.

고맙습니다. ^^




서니데이 2016-03-1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오늘도 퀴즈 준비합니다.^^

페크pek0501 2016-03-14 13:48   좋아요 1 | URL
월요일입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즐겁게 한 주를 시작하시기를요...

고맙습니다. ^^

 


 


1.

 

 

 

 

 

어젯밤 방 안에 들어온 벌레를 살려주려고, 쓰레받기에 쓸어 담고 창을 열어 던져주었어요. 그 틈에 나방 한 마리가 들어와 휘젓고 다니기에, 빗자루로 때려잡아 바깥에 내버렸어요. 지금까지 제가 한 좋은 일은 늘 그런 식이었어요.
- 이성복, <무한화서>에서. 
   

 

 

 

 

 

 

 

 

 

 


            

2.

 

 

 

 

자동차나 기차로 이동 중에 통화를 하다가 중간에 끊기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전화가 잘 안 된다며 마구 짜증을 낸다. 왜 그런 일로 그렇게 짜증을 낼까? 어찌 보면 휴대폰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휴대폰이 작동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경이로울 수 있는 것 아닐까?
- 러셀 로버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에서.

 

 

 

 

 

 

 

 

 

 

 

3.

 

어느 날 소냐는 자신에게 천성적으로 없는 파토스를 가볍게 실어서 꿈꾸듯 말했다.
“우리가 이기고 전쟁이 끝나면 즐거운 삶이 시작되겠지?”
그러면 남편은 건조하고 따끔하게 말했다.
“그런 꿈을 왜 꿔? 우리는 이미 행복하게 살고 있잖아. 그리고 이기든 지든 문젠 말이지...... 사람 잡아먹는 놈들이 누굴 이기든 말든 그냥 우리는 항상 지기로 하자.” 그는 이상한 표현으로 어둡게 말을 끝냈다. “내가 우리 선생한테서 배운 건 말이야. 녹색이건 파란색이건, 파르물라리우스이건 스쿠타리우스이건 그 어느 편도 들지 말라는 거야.”
-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소네치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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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2-1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인간이 하는 좋은 일이란 그런 것 같아요.ㅋㅋ

페크pek0501 2016-02-14 20:59   좋아요 1 | URL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제가 한 일에 대해서 그렇게 느낄 때가 많았기에 공감이 갔답니다.

서니데이 2016-02-14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 전에 밖에 나갔다왔는데, 바람이 차갑게 부는 날이예요.
pek0501님, 따뜻하고 좋은 주말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2-14 21:00   좋아요 2 | URL
어젠 어찌나 덥던지 겉옷을 벗고 싶었는데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춥다고 하니 단단히 껴입고 나가야겠어요.

고맙습니다.

hnine 2016-02-14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하는 좋은 일이라는게 늘 그런 식이라는 걸 최소한 깨달았다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요. 보통은 그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걸요. 저도 눈이 번쩍 뜨이는 글귀이네요.
저에게도 모두 좋은 글을 읽고 갑니다 덕분에요.

페크pek0501 2016-02-14 21:01   좋아요 1 | URL
반갑습니다.

저도 눈이 번쩍 뜨이는 글귀였어요.
밑줄을 긋는 것만으로 부족해 이렇게 글을 올렸답니다. 확실하게 기억하게 될 듯해요.

고맙습니다.

[그장소] 2016-02-14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 님 좋은 밤 되세요 ㅡ (서니데이님 버전!^^)

페크pek0501 2016-02-14 21:01   좋아요 1 | URL
님도 굿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꾸우벅^^

아무개 2016-02-15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인간이 하는 일이라는게....

페크pek0501 2016-02-17 12: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오랜만이군요. 반갑습니다.

예. 인간이 하는 일이 그런 식이라고 봐요.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한 일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어리석은 일일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 인간은 똑똑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같은 일도 시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고 말이지요. 그러니 확신은 금물인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cyrus 2016-02-1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벌레를 발견하면, 가만히 놔둘겁니다. 그런데 요즘에 나오는 책에 책벌레를 만나는 것이 힘들어요. 인간 책벌레는 엄청 많기만 하고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6-02-17 12:04   좋아요 0 | URL
예전엔 말이에요. 제가 친정에 있는 오래된 전집(세로줄로 읽는) 중 하나를 빼와서
읽노라면 간혹 책벌레가 기어다니는 걸 발견할 수 있었죠. 벌레는 일단 오래된 책에
있을 것 같아요.

인간 책벌레는 으음... 행복한 존재죠.

반가웠어요. 또 봐요.

2016-02-16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7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6-02-18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 님 좋은 꿈 꾸세요~ - (서니데이 님 버전 2)

페크pek0501 2016-02-19 11:33   좋아요 0 | URL
ㅋㅋ
이 시간은 밤이 아니니 좋은 꿈 꾸시라고 할 수 없고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말씀드려요...

야무 님, 따뜻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서니데이 님 버전 3)

고맙습니다. ^^
 


 


1. 설날을 앞두고 : 조금 뒤,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해야 한다. 내일은 친정의 설 차례 음식 준비를 위해 장을 봐야 한다. 모레는 2박 3일로 시댁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타야 한다. 설날을 앞두고 바쁘다. 그래서 아무거나 막 던지는 글을 쓰게 되었다.

 

 

 

 

 

 

2. 책 한 권 소개 : 250년 전에 쓰여진 애덤 스미스 저, <도덕감정론>을 쉽고 새롭게 설명한 책이 러셀 로버츠 저,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다. 나처럼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책이다.

 

 

 

..........
250년 전 쓰여진 고전을 전 세계 현대인의 삶에 맞추어 새롭게 설명한 책.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더 나은 삶, 잘되는 나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지를 <도덕감정론>이라는 책에 담아냈다.
스탠포드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러셀 로버츠는 이 역작을 다시 끄집어내어 쉽게 풀어썼다. 원작의 중심 내용을 친절한 해설, 재미있는 사례와 함께 읽을 수 있다. 부, 행복, 이기심, 이타심, 정의, 관계 등 개인과 사회를 만드는 여러 요소들의 본질을 알려주고, 그것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애덤 스미스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

 

 

 

내가 이런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 책이 배달되던 날에 바로 읽기 시작하여 반 이상을 읽었다. 그 정도로 흡인력이 있다. 다음의 글에 밑줄을 그었다.

 

 

..........
누구나 마음속에 공정한 관찰자가 있다. 나의 행동이 옳은지 공정하게 알려주는 가상의 인물이다. 공정한 관찰자 덕분에 우리는 한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 러셀 로버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49쪽. 
..........

 

 

..........
스미스는 신이나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스스로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혼자 있어서 발각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해도, 내가 도둑질하는 걸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해도, 나 자신은 지금 내 행위를 지켜보고 있질 않은가. 그러므로 범죄 계획을 세우는 그 순간에도, 공정한 관찰자가 나의 도덕적 일탈에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에게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신의 행동을 바라보게 된다.
- 러셀 로버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50~51쪽.
..........

 

 

..........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 역시 그랬다. 장발장은 도망 다니는 탈주자 신세였다. 그런데 공교롭게 그와 꼭 닮은 사람이 체포되었고 그 사람이 장발장을 대신해 오랫동안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장발장 입장에서는 엄청난 행운이 찾아온 셈이다. 하지만 자유의 몸이 될 순간을 앞두고 장발장은 죄 없는 사람이 고통을 받아도 되는 건지 고뇌한다.
(...)
‘나는 누구지? 그래,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그렇다고 내가 나 자신만을 위해도 되는 것일까?’
(...)
그토록 이기적으로 행동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 앞에서 떳떳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자기 자신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진정한 장발장 자신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자수하는 방법밖에 없다. 결국 장발장은 자수를 선택한다.

- 러셀 로버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51~52쪽.
..........

 

 

우리 마음속에 있는 공정한 관찰자를 자주 떠올려야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겠다고 느꼈다.

 

 

내가 아는 한, 인간은 자신의 삶이 떳떳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는 존재이다. 공금 횡령이든 불륜이든 어떤 부정행위를 저지르며 한때 부끄러운 삶을 살 순 있지만 그 삶은 오래가지 못한다.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올바른 방향을 찾게 되기 마련이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말이다.

 

 

 

 

 

 

3. 3천 원의 행운 : 오늘 이메일을 확인할 게 있어 들어가 보니 요런 편지 한 통이 와 있었다.

 

 

..........
안녕하세요. 알라딘입니다.

2015년 12월 29일부터 2016년 2월 1일까지 진행된 한정 스탬프 발급 이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계정으로 알라딘 적립금 3천 원을 적립해드렸습니다.

앞으로도 북플을 통해 독서 활동을 공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뭔 얘기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벤트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참여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 건지 아니면 내가 뭘 잘못 누르다가 그렇게 됐는지 알 수 없다. 어쨌든 3천 원을 적립해 준다니까 나쁠 건 없다. 고마운 알라딘일세.

 

 

 

 

 

 

4. 닉네임 공개 :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의 명단이 북플에서 공개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니 그런 일이!

 

 

그래서였다. 그 뒤로 여기저기 서재를 다니며 ‘좋아요’를 열심히 눌러 줬다. 대부분 내가 아는 알라디너들의 서재였다. 댓글을 쓸 시간이 없을 때도 누르는 건 쉬우니까 눌러 줬다. 왕래가 없는 서재도 글이 좋으면 눌러 줬다. 그런데 빠바방... 그게 아니란다. 북플에 들어가서 ‘좋아요’를 눌러야 공개되는 거지, 나처럼 그냥 서재에서 누르면 내 닉네임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휴, 분해라. 나, 헛수고한 거야?

 

 

어떻게 알았냐고요? 제가 어느 서재에서 분명히 ‘좋아요’를 눌렀는데 북플에 들어가 보니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의 명단에 제 닉네임이 없는 거예요. 궁금해서 알라딘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 봤지요. 그랬더니 답장이 왔는데 그렇다고 합니다.

 

 

나, 그동안 뭐 한 건가?

 

 

여러분, 혹시 내가 다녀갈 만한데 댓글이 없어 섭섭해 하셨던 분들은 헤아려 주세요. 제가 ‘좋아요’만 누르고 갔답니다.

 

 

쓰고 보니 나의 얄팍한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느낌이 드네. 닉네임이 공개된다고 하니까 ‘좋아요’를 누르는 이 얄팍함. ㅋㅋ (그렇지만 뭐 괜찮다. 솔직했잖아. 솔직하게 쓴 글에 대해선 누구든 침을 뱉을 수 없을 걸...)

 

 

 

 

 

 

5. 내가 쓴 댓글 : 내가 이런 댓글을 썼구나.  

 

 

pek0501 2016-01-24 16:24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파하면서 느껴지는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합니다.
깊음은 밝음보다 어둠에, 행복보다 불행에, 기쁨보단 슬픔에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상기합니다.

잘 지내시죠? ^^

 

 

pek0501 2016-01-24 14:49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수필가 님께 어울리는 책 같습니다.
이런 시인 님이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저는 이제 앞으로 한 달에 한 권만 구입하려고요. 새해 계획이에요.
그러니까 3개월에 세 권씩만 구입할 수 있는 겁니다.
쌓인 책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책이 유혹하는데, 잘 될까요? 

 

 

pek0501 2016-01-24 14:44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걸을 때 개미를 안 밟으려고 노력한답니다. 무엇보다 그 가족이 슬퍼할 것 같아서요. 


 
pek0501 2016-01-24 14:38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페미니즘을 모르는 또는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의 반 쪽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휴머니스트라면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될 거라는 편견도 가지고 있어요.
제가 공부한 것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잘 지내시죠?

 

 

pek0501 2016-01-24 14:23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세먼지 있는 날보단 추운 날이 더 낫다고 한 적이 있는데 취소합니다.
이렇게 춥다가는 동사의 위험이 있을 것 같아요. 특히 가난한 이들이 추울 것을 생각하면 (제가 더운 걸 싫어하더라도) 차라리 여름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파가 끝나기를...

 

 

pek0501 2016-01-24 13:34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으음~~ 토요일 어제는 말이죠. 신문 신간 안내 지면을 보는 재미가 있었죠.
토요일에 실리거든요.
관심 가는 책이 생기면 인터넷 검색을 해서 더 찾아보죠. 꼭 구입하지 않더라도 어떤 책이 나왔나 보는 건 여전히 즐겁습니다.
옷 쇼핑보다 책 쇼핑이 더 재밌다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6. 드디어 큰딸 취직 : 드디어 큰딸이 취직되어 지난 1월부터 회사에 다니고 있다.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소원이라더니 그 소원을 풀었다. 서류 전형 → 필기시험 → 1차 면접시험 → 2차 면접시험 등을 거쳐 최종 합격을 해야 하니 참 어려운 일이다. 네 개의 회사에서 최종 면접시험을 보게 되었음을 알았을 때만 해도 네 개 중에 하나는 되겠지, 하고 여유롭게 생각했다. 그런데 세 군데에 다 떨어지고 마지막 한 군데가 남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 떨렸다. 그 마지막 회사에서도 안 된다면 6개월 동안 ‘취업 재수’를 해야 된다고 한다. 그때 가서 합격된다는 보장도 없이 ‘취업 재수’를 시킬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본인은 더 떨리고 더 아찔했을 것이다.

 

 

11월이었는지 12월이었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큰딸이 “엄마, 나 됐어.”라고 기쁨에 찬 표정과 목소리로 마지막 회사에 합격했음을 알릴 때 나 하마터면 울 뻔했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고 하는 취업 관문을 뚫고 회사에 합격한 게 아닌가!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스스로 공부해서 사교육비가 별로 들지 않았던 아이였는데, 대학에도 무난히 합격하더니 (여러 회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적이 많지만) 회사에도 무난히 합격하여 기쁨을 안겨 줬다. (‘무난히’ 합격되었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당연히 큰딸의 마음고생은 심했다.)

 

 

한때 꼬맹이라고 불렸던 그 아이가 어느새 직장인이 되어 돈을 벌어 오다니 감회가 새롭다. (그런데 자식의 취직 문제로 애태우고 있을 부모들을 생각하니 함부로 좋은 티를 내지 못하겠더라.)

 

 

 

 

 

 

7. 요즘 외워 버린 명언 : 내용은 쉽고 그 말에 담겨 있는 의미는 깊은 것.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인생은 앞을 향해 살아가야 하지만 이해하기 위해서는 되돌아봐야 한다.“ - 키르케고르

 

 

되돌아보았을 때 후회가 되지 않도록 이번 설날을 잘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내 성질 죽이고 ‘나 죽었소.’ 하는 마음으로 시댁에 충성을 다하고 와야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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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0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의 좋은 소식 축하드립니다.
pek0501님, 좋은하루되세요.^^

페크pek0501 2016-02-05 22:1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설날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stella.K 2016-02-04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연초부터 좋은 소식이네요. 축하해요.^^

그런데 저는 스탬프에서는 받은 것이 없네요.
북플지기 팔로우 이벤트 당첨은 되서 꼴랑 천원이 들어오긴 했지만...ㅠ

명절 잘 지내세요.^^

페크pek0501 2016-02-05 22:15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cyrus 2016-02-0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러셀 로버츠의 책을 다 읽었는데, 평가를 보류했어요. 진짜 《도덕감정론》 을 읽고나서 로버츠의 책의 진가를 알고 싶어졌어요. ^^

페크pek0501 2016-02-05 22:1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ㅋㅋ

저는 좋더라고요. 쉽게 쓰는 방법을 알고 문장력도 제법 있고 흥미롭게 전개해 나가는 기술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러셀의 책을 많이 읽고 싶어졌어요.
감사합니다.

yamoo 2016-02-04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 감축드립니다!

저도 파머를 해야 하는 데 말이지요. 이 때쯤 되면 머리가 말이 아니라서뤼..--;;

페크pek0501 2016-02-05 22:19   좋아요 0 | URL
하하~~ 파마를 하시는군요. 남자가 파마하면 더 멋있죠.
저는 꼬불하게 하기 위해 파마를 하는 게 아니라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면
생머리처럼 펴지면서 볼륨 있는 머리가 되는 게 좋아서 한답니다.
요즘 모자를 쓰고 다녀서 신경 안 썼는데 시댁 가서 실내에서도 모자 쓰면
웃기잖아요.

명절 잘 보내세요...

한수철 2016-02-0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 저도- 읽고 좋게 생각이 되는 글에는, 추천을 잊지 않고 눌렀는데,

pek0501 님의 페이퍼에 따르자면, 이런 제기랄, 헛수고였구먼요.ㅎㅎㅎ

흠흠 이제 뭔가 좀 알 것 같습니다.
추천을 했다는 걸 공개적으로 드러내려면 북플로 해라. 맞지요? 후후... 어렵네요...

아무려나, 명절 잘 보내시길요^^.....

페크pek0501 2016-02-11 11:56   좋아요 0 | URL
하하하~~~ 님도 그러셨군요. 동지를 만나 위안이 되는 걸요. ㅋ

맞습니다. 자신이 추천을 했다는 걸 공개하고 싶다면 북플에서 눌러야 하는 겁니다.

한 가지 정보를 더 드리자면, 서재에서 추천을 누른 사람들의 닉네임도 공개되는 날이 온다고 합니다.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명절, 잘 보냈습니다. 충성을 다했어요.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행복합니다. ^^

서니데이 2016-02-1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명절연휴가 길었는데, 금방 지나간 것 같아요.
오늘도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2-12 12:29   좋아요 0 | URL
오늘은 비가 와서 공기가 맑을 것 같아 (자신 있게) 창문 열고 환기했어요.
오랜만에 비가 오니 좋군요.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기 딱 좋은 이 시간에
님의 댓글에 반가운 마음으로 답글을 씁니다.

서니데이 님 덕분에 오늘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을 가집니다. 고맙습니다.

님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1. 나쁜 일의 장점 : 오늘은 일요일. 대청소를 하려고 했고 알라딘 서재에 로그인을 할 생각이 없었다. 글 써서 올릴 생각은 더욱더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랬다. 내일 일요일은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나 해야지, 그리고 월요일의 출근을 위해 쉬어야지, 라고 생각했으니 글을 쓸 생각이 당연히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빠바방~~. 창밖을 보니 뿌옇다. 네이버에서 알아보니 초미세먼지가 ‘나쁨’으로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청소하긴 틀린 거지. 창문을 열 수 없으니 말이다. 침대 이불의 먼지를 털지 않고 소파에 있는 먼지를 털지 않고 바닥만 청소하면 무슨 소용이랴 싶어 청소를 포기했다. 내일 하는 수밖에.

 

 

하지만 모든 나쁜 일에는 한 가지라도 장점이 있는 법. 청소를 하지 않아 시간을 벌었으니 무엇을 할까 하다가 이 글을 쓴다. 초미세먼지가 있다는 단점에 집중하지 말고 시간이 생겼다는 장점에 집중하기로 한다.

 

 

 

 

 

 

2. 안타까운 죽음 : ‘신영복 교수 별세.’ 신문을 받아들고 1면에 나와 있는 이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돌아가실 연세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에, 2면에 자세히 나와 있다는 글자를 보고도 2면으로 넘기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그 문구를 보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감옥에 너무 오래 있어서 몸을 망쳐서 그런 거야.’ 별세 소식에 든 생각이었다. 어제 아침의 일이다. 그리고 친정에 갔다 와서 밤에 알라딘에 들어오니 ‘신영복 교수의 별세 소식을 전하는 페이퍼를 쓴 분들이 있었다. 그중 어느 서재엔 공감을 눌렀고 어느 서재엔 이런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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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신문 보고 깜짝 놀랐고 안타까웠어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팬이 되어 <담론>을 구입한 독자로서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내시길 바라고 있었는데 타계 소식이라니...

 

타계 소식에 저도 페이퍼를 올릴까 했는데 많은 분들이 올려 주셔서
이렇게 댓글 쓰는 걸로 대신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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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 : 며칠 전, 내 스마트폰에 있는 ‘즐겨찾기’의 목록 중 ‘EBS 독자가 읽어 주는 한 권의 책’을 클릭하여 들어갔다. 누군가가 글을 읽어 주는 걸 듣기 위해서다. 예전에 라디오로 방송되었던 건데 반복해 들을 수 있어 요즘 애용한다. 어느 청취자가 이태준 저, <무서록>이란 수필집에서 하나 골라 읽겠다고 하면서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들어 보니 흥미롭고 유익한 글이라 나도 이 책을 구입해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니 내가 읽었는데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의 저작이라면 나도 읽은 축에 들기 때문.

 

 

그래서 오늘 알라딘 ‘나의 계정’에 들어가 ‘이태준’이란 이름으로 ‘주문 검색’을 해 보았다. 내가 구입한 그의 책 제목이 떴다. <이태준>이란 수필집을 내가 알라딘에서 2005년에 구입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책을 중복해서 구입하는 걸 막아 주는 무척 편리한 시스템이다.) 그 책에 왠지 그 글이 있을 것 같아 얼른 책장에서 이 책을 찾아봤다. 반갑게도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라는 글이 이 책에도 있었고 밑줄이 많이 쳐져 있는 걸로 보아 내가 읽었던 책이었다. 
 


2005년에 구입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 그해에 읽었겠다. 밑줄이 많이 쳐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내용을 읽은 적이 없는 걸로 생각하고 구입하겠다고 마음먹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책은 긴 시간의 간격을 두고 반복해 읽어야겠다고 나는 또 다짐한다. 읽었던 책을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다음의 글을 읽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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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의 시대에도 여론의 침해가 작가들에게 심했던 모양으로 모파상은 그의 어느 단편 서문에 이런 뜻의 말을 써놓았다.

 

...... 독자는 여러 가지 사람들이다. 따라서 가지가지로 요구한다.
나를 즐겁게 해달라
나를 슬프게 해달라
나를 감동시켜 달라
나에게 공상을 일으켜 달라
나를 포복절도케 하여 달라
나를 전율케 하여 달라
나를 사색하게 하여 달라
나를 위로해 달라
그리고 소수의 독자만이 당신 자신의 기질에 맞는 최선의 형식으로 무어든지 아름다운 것을 지어 달라 할 것이다.
우리 예술가는 최후의 요구, 이 독자의 요구를 들어 시험하기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비평가는 이 시험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사상적 경향에 관해서는 용훼容喙할 권리가 없다. 혹은 시적 작품을, 혹은 사실적 작품을, 이렇게 자기의 기질에 맞는 대로 씀에 간섭을 못할 것이다. 간섭을 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기질을 무리로 변조시키는 짓이요 그의 독창을 막는 짓이요 자연이 그에게만 준 그의 눈과 그의 재질의 사용을 금하는 짓이 된다.

 

모파상의 이 말은 오늘 우리에게도 그대로 독본적讀本的인 어구이다. 물론 소수의 그 독자, “당신 자신의 기질에 맞는 최선의 형식으로 무어든지 아름다운 것을 지어달라”는 그 독자를 향하여 우리는 붓을 들 것이다.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라는 글에서 뽑음.)

 

-이태준 저, <이태준>, 76~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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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기질에 맞는 글을, 페크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할 것이다.

 

 

괜히 흠모하는 작가들의 글을 흉내 내려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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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1-17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영복 교수의 별세 소식을 듣고 예전에 읽었던 <더불어 숲>을 다시
펼쳐들고 싶어졌습니다. 참 안타깝더라구요.ㅠ

어떤 사람의 글은 그저 좋다고 감탄하게도 되지만 어떤 사람의 글은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도 있더라구요. 그게 비록 착각일지라도.`
전 그런 사람의 글도 좋다고 생각해요. 글은 그저 보고 감탄만 하게 만들면
발전이 없는 것 같아요. 너도 써 보라고 부추기는(물론 그 저자는 한 번도
그럴 의도가 없겠지만) 글은 비록 미문은 아닐지라도 뭔가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죠. 그게 더 좋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저는 그런 것 같아요.ㅋ

참, 알라딘에서 선물은 도착했나요?

페크pek0501 2016-01-18 19:41   좋아요 0 | URL
글쎄말이에요.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나도 쓰고 싶게 만드는 글이 좋은 것, 공감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잘 쓴 글을 보면
나도 그렇게 쓰고 싶단 생각에 열심히 햐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알라딘 선물... 잘 받았어요. ㅋㅋ 선물은 역시 기분이 좋더라고요.

서니데이 2016-01-2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1-24 13:30   좋아요 1 | URL
반갑습니다.
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날씨가 많이 춥네요. 감기 조심 하세요.

yamoo 2016-01-2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저도 오래 전에 <무서록>을 읽었는데,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정말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우와~ 참....다시 한번 저도 확인차 펼처보아야 겠어요. 근데, 책이 어디 있는지 찾으려면 한나절은 글릴꺼 같다는..--;;

페크pek0501 2016-01-30 12:5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하하~~ 님도 그렇군요. 그러니까 읽었어도 읽은 게 아니랍니다.
학습은 반복 학습이 제일이듯이, 독서 또한 반복 독서가 제일이란 생각을 했어요.

책을 찾기 어려운 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작가 가나다 순으로 정리해 두면 찾을 때 편리할 텐데, 일을 벌리는 게 싫어서 말이죠.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