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군인이 되어 전투를 벌이거나 시리아 콩고 같은 나라의 난민 수용소를눈으로 봐야만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경험하는 건 아니다. 트라우마는 자신과 친구, 가족, 이웃으로 인해 생길 수도 있다. 미국질병통제 센터의 조사에따르면 미국인 5명 중 1명은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고, 4명 중1명은 부모에게 몸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맞은 적이 있으며, 커플 3쌍 중 1쌍은 상대의 신체 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체 인구의 4분의1은 알코올에 중독된 친인척의 손에서 크고, 8명 중 1명은 엄마가 맞거나 타격받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다!

인간은 회복 능력이 굉장히 우수한 생물이다. 아득한 옛날부터, 인류는무자비한 전쟁과 무수한 재앙(자연재해와 인간이 만든 재앙 모두)을 겪고 삶에서 폭력과 배신을 경험한 후에도 매번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정신적 외상 경험은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범위가 아주 방대할 수도 있고(인류 역사와 문화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가족에게 밀접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며, 어두운 비밀로 존속해 여러 세대를 거쳐 알게 모르게 전해지기도 한다. 그러한 경험들은 마음과 감정에도 흔적을 남기고, 즐거움과 친밀감을 느끼는 능력에도영향을 주며, 심지어 생물학적인 특성과 면역 체계에도 자국을 남긴다 - P23

나는 이 책을 지침이자 일종의 초대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다.
이 책을 계기로 여러분이 트라우마의 실상과 마주하고, 최고의 치료법을 탐구하며, 사회의 일원인 우리 모두가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트라우마예방에 충실히 임했으면 한다. - P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읽게 된 이유
지천명을 넘긴 후로는 일단, 제목에 나이가 들어가는 책은 한 번 더 보게 된다. 50, 60, 또는 더 많은 나이. 60에 외국어를 배우러 직접 외국을 간다고 하니 읽어야지, 했다. 치매 예방에 관한 이런저런 조언들 중에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라는 것도 있었다.

📚 저자 아오야마 미나미씨는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현대 문학을 일본에 소개 해 온 번역가이자 수필가로 현재 와세다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미국 문학을 번역하던 어느 날, 영어에 스페인어가 많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마침, 61세 환갑을 맞아 안식년을 얻어 멕시코로 어학 연수 겸 여행을 떠났다.

미나미씨는 멕시코의 ‘과할라하라‘라는 도시에서 머물며 10개월간 학원에 다녔다고 한다. 그 곳에 있는 동안 홈스테이를 했는데 홈스테이의 운영자는 70세와 75세의 자매였다. 자국어 외에는 전혀 못 하는 자매와 숙소에서의 첫 만남은 손짓발짓으로 오해가득한 대화였다. 글을 늘 써 온 작가이고 유머 감각도 있어서인지문장도 짧고 술술 읽히고 재밌었다. 양지연 번역가의 번역의 힘인지도.

단순히 학원 다니며 스페인어 배우는 내용만을 담고있는 건 아니다. 멕시코를 포함한 남미 인디오들의 수탈의 역사를 알려주기도 하고, 멕시코의 버스가 쌩쌩 달리는 얘기와 함께 프리다 칼로의 얘기도 나온다. 멕시코는 제대로 된 정류장도 없고 차가 사람보다 우선이라 모든 차들이 그렇듯이 버스들도 손님이 있거말건 질주하는데 프리다 칼로도 그런 버스를 탔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단락마다 스페인어에 대해 흥미를 가질만한 어휘나 문법적인 내용들이 짧게나마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 사실 나는 스페인어는 커녕 영어도 잘 못 한다. 미나미씨도 책 속에서 그 말을 하는데 ‘언어는 습관‘이라 쓸 일이 있어야 늘텐데 쓸 일이 없으니 잘 늘지를 않더라. 주변에 영어쓰는 사람도 없고 하는 일도 영어랑은 관련이 없어서. 그래도 포기는 안 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니까. 책 뒷편에 보면 미나미씨가 일본에 돌아왔다가 이듬 해, 멕시코에 가서 과달라하라의 홈스테이를 다시 찾는다. 자기가 나이가 많은 축에 든다고 생각했는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그 곳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러 온 75세의 미국인을 만났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80세된 노부부도 있었다고. 그럼, 나는 아직 젊은거지. ㅎㅎ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2-10-11 17: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국어 공부가 뇌 활성에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머리에 자극이 되기도 하구요^^;
다만 완벽하게 하겠다 이런 생각으로 하면 쉽게 지칠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언어도 즐거워야 지속할 수 있는 듯하여ㅎㅎㅎ

호우 2022-10-12 05:38   좋아요 1 | URL
그런가봐요. 뇌 활성^^ 욕심은 내지 않으려고 해요. 꾸준히 지속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익히자, 그런 느낌으로. ㅎㅎ

바람돌이 2022-10-12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외국어공부는 치매 예방에 좋을지는 모르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암유발에도 좋을듯하여 패스합니다. ㅎㅎ 학교 다닐때도 영어가 제일 싫었어요. ㅠ.ㅠ

호우 2022-10-13 16:32   좋아요 1 | URL
ㅋㅋㅋ 암 유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 우리 나라 사람들은 모두 영어 스트레스가 있는 거 같아요. 우리 말과 체계가 다른 언어라서.^^

서니데이 2022-10-1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이나 자격증 생각하지 않고 배우는 외국어 공부는 좋긴 한데, 배우는 시간이 적어서 진도가 많이 늦었어요. 그래도 괜찮은 취미 같긴 해요.
잘읽었습니다. 호우님, 좋은 하루 되세요.^^
 
나무에게서 온 편지 - 제22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작
하명희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오랫동안 있었던 책이다. 1990년에서 1991년의 소란했던 정국을 배경으로 한다. 전교조가 생길 무렵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해직 교사들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시작한 고등학생들의 운동이 자신들이 속한 세상에 대한 깨우침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작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며 전태일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90년대 운동에 대한 70년대생의 후일담인 셈이다. 스스로 고난을 선택하며 열정에 덜 뜨는 20대의 기억들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이가 들면 그 기억들을 회고하고 정리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인지상정인 거 같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22-10-05 1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전교조 출신 은사님이 생각나네요?
지금은 은퇴하셨는데...^^

호우 2022-10-05 17:22   좋아요 2 | URL
좋은 선생님들이 많이 해직되고 고초를 겪으신 걸로 알아요. 모든 일이 다 시간을 필요로 하는 거 같아요.
요즘은 전교조라고 특이하게 보진 않으니까요..🙂

mini74 2022-10-05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니던 중학교의 젊은 선생님들이 학교에 못 오시고 ㅠㅠ 저희 학교애들 비오는 날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다들 무릎꿇고 있었어요. 선생님 돌려달라고. 지역신문에도 나고 어른들은 선생님들한테 세뇌당했다며 욕하고 ㅠㅠ 파란만장했던 시절입니다. 다시 돌아온 선생님들 우시던거 생각나네요 호우님덕에 추억에 젖어봅니다 *^^*

호우 2022-10-05 21:54   좋아요 1 | URL
딱 그 세대로군요. 힘드셨겠네요. 시간이 지나고보니 이렇게 또 얘기 할 꺼리가 되네요^^

서니데이 2022-10-06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990년이면, 그 해에 태어난 사람들도 이제 30대가 되는 시기네요.
얼마전 같아도 시간은 참 빨리 갑니다.
호우님, 편안한 하루 되세요.^^

호우 2022-10-07 05:18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 참, 세월이... ^^;;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네요. 서니데이님 좋은 하루 되세요~~^^
 

중학교 때 미술 시간에 어디 식물원으로 사생 실기를 하러 갔다. 나는 요즘 말로 ‘ X손‘이라 그 때나 지금이나 미술에 대단히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닌데 좀 엉뚱하기는 했다. 5월인지 6월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햇살이 아주 좋은 그런 날이었던 거 같다. 무성한 활엽수 가지들 사이로 내려쬐는 햇발이 너무나 아름다와 보였다. 능력도 안 되는데 그걸 그려보겠다고, 참. 4절지 가득, 나뭇 가지와 잎사귀들을 그린 것 까지는 그러저럭 괜찮았는데, 그 위에 기하학적으로 빛의 무늬를 그려넣기 시작하자 그림은 폭망했다. ㅠㅠ

사실, 그런 건, 모네나 마네같은 천재들이나 시도 해 볼 수 있는 거였다.

언제부터인가, 비가 좋다. 비 내리는 날이 좋고 비와 관련 된 노래들이 좋다. 비가 지나가고나면 공기가 좀 맑아진 느낌이 들고 뭔가 고인 것들이 씻겨내려간 듯 개운한 기분도 든다. 습도가 높으면 대개 활동성이 줄어들고 감정적으로 좀 차분해지고 생각도 많아진다.

비가 거세게 내리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녹음 버튼을 켜고 녹음을 해 보기도 한다. 나중에 들어보면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하는 빗소리, 자동차가 빗길을 긋고 가는 소리들을 들어 볼 수 있다. 어느 밤의 녹음분에는 천둥 소리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사진을 찍는 것이다. 비는 투명한데 그걸 담아 보겠다고, 참. 방충망을 찍어 보거나 유리창에 흐르는 비를 찍어 보거나 한다. 우산을 쓰고 내 발밑의 동그라미를 찍어 볼 때도 있다. 그리고, 오늘처럼 처마, 30년도 넘은 우리 빌라의 처마. 퇴근하면서 보니 처마 끝에 비가 흐르고 있어 찍어 본다. 이틀 전에 빌라 외벽 페인트를 다시 칠했는데 그래도 파이고 할퀸 세월의 흔적은 그대로다.

위층 어르신은 빗물도 아깝다고 들통을 놔뒀다.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중학교 때 빛을 그리겠다고 덤볐던 엉뚱이가 떠 올랐다. 사람 쉽게 안 변한다더니... 이렇게 잡을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허무한 거에 또 맘을 뺏긴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서곡 2022-10-04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빛을 그리려는 시도, 외광파 인상파시네요~ 글 참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호우 2022-10-04 17:49   좋아요 1 | URL
빛을 그려보고 싶은 시도만~~ ㅎㅎ.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10-04 17: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닉네임을 정하신 게 비를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사실 비도 싫어하고 비내리는 건 더욱 싫어합니다. 무언가 젖는게 너무 싫어서요^^;;; 눈도 예전만큼 좋아하진 않지만 그나마 비보단 눈이 나은 듯요~ㅎㅎㅎ
그래도 음악을 듣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날씨임엔 분명합니다^^
저도 그림을 그리면 사람 얼굴도 항상 동그랗고 팔다리 일자에(마치 졸라맨?) 잘 그리면 좋겠지만 늘 똑같습니다ㅠㅠ 호우님은 그림에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해보신듯하네요!

호우 2022-10-04 17:47   좋아요 1 | URL
젖으면 불편하죠. 건조기가 없는 관계로 빨래가 잘 안 마르면 주부의 고통도 느껴요. ㅜ 그림은... 어릴 때 말이죠. 지금은 낙서만 😂 눈이 귀한 동네에 살아서 눈 오는 날도 좋아요.^^

얄라알라 2022-10-04 17: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호우님 녹음하신 비와 바람 소리는
아침 잠깨자 마자 들으면 좋을까, 졸릴 때 좋을까? 책읽을 때 좋을까?
혹시 그것도 실험해보신 건 아닐까?ㅎㅎ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손˝이라 하실 때 저 움찔 했어요 ㅎㅎㅎ저도 거리의화가님처럼 ㅈㄹ맨그림만 ㅋ

호우 2022-10-04 17:32   좋아요 1 | URL
ㅎㅎ 쉬는 날 캔 맥주 하나 손에 들고 들으면 슬슬 졸리고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ㅋ

책읽는나무 2022-10-04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가 오면 화분 가꾸시는 어르신들은 엄청나게 좋아하시잖아요. 식물들은 비를 맞으면 성큼 자라있더라구요.
양동이에 빗물 받으시는 어르신 생각하니 화분에 물 주려고 그러시나? 상상했습니다ㅋㅋ
비 사진 보니까 빗소리가 들리는 듯~ 시원하고 경쾌하게 느껴집니다. 저만 그런가요?^^

호우 2022-10-04 20:56   좋아요 1 | URL
대략 그런 이유일 수도 있겠네요. 경쾌하고 시원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10-04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제가 사는 곳도 비가 왔어요. 낮에 비오는거 보면서 좋다 그러고 말았는데 호우님은 역시 감각이 다르셔요. 저는 사생대회 하면 가서 막 놀려고 그 전날 집에서 그림 미리 그려가고 그랬는데.... 풍경이 다 거기서 거기지 하면서 말이죠. 그러고는 사생대회 간곳에서는 친구들과 막 온 산 뛰어다니면서 놀고 다니는..... 그래서 호우님은 비를 찍으려고 하시고, 저는 비 잘오네 하고 그러네요. ^^

호우 2022-10-04 21:10   좋아요 1 | URL
엉뚱한거죠~~ㅎㅎ 나이를 어디로 먹는지 아직도 궁금한 게 많아서 그런 가 봐요 ㅋ

희선 2022-10-05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를 좋아하셔서 호우라 하셨을까 했는데, 아주 틀린 건 아니군요 아주 심하지 않게 기분 좋게 오는 비는 괜찮지만... 비 오는 날도 나름 괜찮죠 예전에 저도 빗방울 떨어지는 동그라미를 찍어볼까 한 적 있군요 나무와 빛을 그려보려고 하신 것만으로도 멋지네요


희선

호우 2022-10-05 09:2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느 새 수요일이네요.오늘은 기온이 좀 떨어졌어요.감기 조심 하세요

라로 2022-10-08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구름도 좋아하지만 비도 좋아하고 노란색도 좋아해요,,ㅎㅎㅎ 반갑습니다.^^

호우 2022-10-08 17: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라로님! 저도 구름, 비, 노란색 다 좋아합니다^^ 하루에 한 번은 하늘을 보자, 라고 하면서 산답니다. ^^
 

아침 햇살이 창을 뚫고 들어오는 것 보니 아주 맑음이다. 네이버 날씨에는 햇님이 가득하고 현재 기온은 21.7°

아침에 눈 떠서 남편 커피 타 주고 바람이나 쐬고 정신 좀 차리자, 하고 베란다에 나갔다. 나간 김에 화분들을 살펴 봤다. 딸래미가 주고 간 녀석도 많이 컸네. 흙이 좀 손실 된 느낌이라 조금 더 돋우어 주고 물 조금 뿌려줬다. 장마도 갔고 가을이 왔으니 리돕스에도 물을 좀 주었다. 그리고 염좌 새끼를 숟가락으로 파 내서 놀고 있는 화분에 다시 심었다. 아직 개체가 작아서인지 뿌리가 그리 크진 않았다. 염좌는 순이 계속 벌어지다가 곁으로 작게 줄기가 쪼개지면서 자란다. 옮겨 심은 개체도 크기에 비해 순이 많이 났는데 생명력이 좋으니까 잘 클 거라고 기대하자.

<어른의 일기> 김애리 작가 말 마따나 하루가 허무하지 않게 오늘 할 일, 오늘 한 일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나도 가끔 체크 박스를 활용해서 할 일을 적고 지우고 할 때도 있는데. 평일에는 잘 안 하는 거 같다. 근데, 날마다 하는 일들을 적으면 루틴을 알 수 있다고. 매일 할 일들을 적고, 매일 한 일도 적고. 사실 매일 하는 일들은 일일이 쓰게 되지 않는다. 좀 치사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근데, 누구에게? 일기는 내 기록이니 내가 한 일들을 일일이 적어보는 건 내가 보낸 하루를 귀히 여기는 거 아닌가? 김애리 작가는 계속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라고 한다. 일기는 의식의 흐름대로 쓰기 마련이라 이런 생각은 못 해 봤다. 그 때 넌 기분이 어땠어? 왜 넌 그렇게 생각했어? 니가 정말 원하는 건 뭐야?

조경국 작가의 <일기 쓰는 법> 읽고 나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언젠가 내가 쓴 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작년 여름 휴가 때 오래 된 영수증들, 수첩과 노트들을 정리했다. 어른들이 연로해지는 걸 보면서 나이가 더 들고 몸이 아프게 되면 스스로 뭔가를 정리하는 게 버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내 소유라고 할 것도 없지만, 내가 남긴 종이 뭉치들이 남은 사람들에게 번거로운 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끼던 주인이 사라지고 물려받을 사람이 없으면 대개 책이나 종이류는 재활용 쓰레기장행‘은 나도 종종 상상해 보는 일이다.오래 된 종이 뭉치들을 정리하는 건 내 손으로 해 봐도 번거로운 일이고 남은 사람들은 그런 번거로움을 감당하고 싶어할 거 같지 않다. 내가 없는 세상에 나의 유령이 갈 곳을 잃고 울고있을 걸 상상하면 끔찍하다. 그럼에도 일기는 계속 쓰고 있다. 휴대폰 메모앱에. 그런데 디지털에 쓰는 일기도 양이 많아지니까 나중에 이걸 다 어떻게 없앨까? 없앨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정신이 멀쩡하니 없앤다고 생각하면 아까운 마음도 든다. 모순이다. 내가 바라는 가장 좋은 것은 가까운 미래에, 더 늙기 전에 잘 정리되고 정제 된 하나의 기록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서전>이라고 하면 좀 부끄럽겠지만 뭔가 하나의 정리 된 기록으로 만들고 나면 디지털이든 종이로든 자료가 되었던 일기들은 다 없애도 될 거 같다.

또 한 가지 생각한 건, 속 상해서 막 쏟아 낸 남들에 대한 감정들을 적은 기록들은 지워야겠다는 거다. 물론 아무도 모르고 나 혼자 쓰고 나 혼자 읽지만 역사학자 김성칠 선생은 일기에서도 ‘자기 주견‘에 따라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사실을 왜곡 할 것을 저어했다고 한다. 내가 마음 공부가 부족해서 내 위주로 생각 한 것이 있다면 반성 할 일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2-10-01 04: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네이버 날씨를 참고해서 페이퍼를 씁니다.
요즘엔 아침기온이 낮아서 2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자주 있었어요.
호우님, 오늘부터 10월 시작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호우 2022-10-01 07:23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 반가워요. 이른 시간에 다녀 가셨네요. ^^ 요즘 일교차가 크지요. 다음 주는 기온이 더 떨어진다고 하네요. 10월의 시작이네요. 서니데이님도 건강하시고 설레는 날들 되시기 바래요.☺️

mini74 2022-10-02 15: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초딩때 부터 쓰던 일기들을 다 정리했습니다. 아쉽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버리기전에 보니 초중고 온통 불만투성이 ㅎㅎㅎ 엄마미워 아빠 미워 세상 싫어 나는 억울해 더군요 ㅠㅠ 흑역사 ㅋㅋ 였습니다. 김성칠 선생님의 말씀이 저도 와닿습니다. 사적인 글로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호우 2022-10-03 09:48   좋아요 2 | URL
흑역사 공감~~ㅎㅎ 나이가 들어보니 참 철이 없었단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쓴 게 있으니 돌아 볼 추억도 있는 거 같아요~~

희선 2022-10-02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기가 거의 비슷한 말이에요 요새는 자주 쓰지도 않았네요 공책에 안 쓰고 다른 데 일기 같은 걸 썼군요 그것도 비슷한 말인 듯합니다 쓴 걸 다시 보는 일 별로 없는데, 잘 쓰든 못 쓰든 썼다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상한 성격...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텐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희선

호우 2022-10-03 09:50   좋아요 2 | URL
그렇죠. 저도 뭐든 쓰는 걸 좋아해요. 늘 쓰는 사람은 안 쓰면 허전한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에 독후감도 쓰고 있는 거 같네요.

서곡 2022-10-03 16: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간헐적 일기쓰기를 합니다 ㅎ 오늘 비가와서 호우님 닉넴이랑 프사가 더욱 눈길이 가요 일욜 마저 잘 보내세요 ~

호우 2022-10-03 16:30   좋아요 2 | URL
제가 사는 동네도 하루 종 일 흐리더니 비가 뿌리기 시작했어요. 비 온 뒤에는 추워진다는데 감기 조심하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