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창을 뚫고 들어오는 것 보니 아주 맑음이다. 네이버 날씨에는 햇님이 가득하고 현재 기온은 21.7°
아침에 눈 떠서 남편 커피 타 주고 바람이나 쐬고 정신 좀 차리자, 하고 베란다에 나갔다. 나간 김에 화분들을 살펴 봤다. 딸래미가 주고 간 녀석도 많이 컸네. 흙이 좀 손실 된 느낌이라 조금 더 돋우어 주고 물 조금 뿌려줬다. 장마도 갔고 가을이 왔으니 리돕스에도 물을 좀 주었다. 그리고 염좌 새끼를 숟가락으로 파 내서 놀고 있는 화분에 다시 심었다. 아직 개체가 작아서인지 뿌리가 그리 크진 않았다. 염좌는 순이 계속 벌어지다가 곁으로 작게 줄기가 쪼개지면서 자란다. 옮겨 심은 개체도 크기에 비해 순이 많이 났는데 생명력이 좋으니까 잘 클 거라고 기대하자.
<어른의 일기> 김애리 작가 말 마따나 하루가 허무하지 않게 오늘 할 일, 오늘 한 일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나도 가끔 체크 박스를 활용해서 할 일을 적고 지우고 할 때도 있는데. 평일에는 잘 안 하는 거 같다. 근데, 날마다 하는 일들을 적으면 루틴을 알 수 있다고. 매일 할 일들을 적고, 매일 한 일도 적고. 사실 매일 하는 일들은 일일이 쓰게 되지 않는다. 좀 치사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근데, 누구에게? 일기는 내 기록이니 내가 한 일들을 일일이 적어보는 건 내가 보낸 하루를 귀히 여기는 거 아닌가? 김애리 작가는 계속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라고 한다. 일기는 의식의 흐름대로 쓰기 마련이라 이런 생각은 못 해 봤다. 그 때 넌 기분이 어땠어? 왜 넌 그렇게 생각했어? 니가 정말 원하는 건 뭐야?
조경국 작가의 <일기 쓰는 법> 읽고 나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언젠가 내가 쓴 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작년 여름 휴가 때 오래 된 영수증들, 수첩과 노트들을 정리했다. 어른들이 연로해지는 걸 보면서 나이가 더 들고 몸이 아프게 되면 스스로 뭔가를 정리하는 게 버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내 소유라고 할 것도 없지만, 내가 남긴 종이 뭉치들이 남은 사람들에게 번거로운 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끼던 주인이 사라지고 물려받을 사람이 없으면 대개 책이나 종이류는 재활용 쓰레기장행‘은 나도 종종 상상해 보는 일이다.오래 된 종이 뭉치들을 정리하는 건 내 손으로 해 봐도 번거로운 일이고 남은 사람들은 그런 번거로움을 감당하고 싶어할 거 같지 않다. 내가 없는 세상에 나의 유령이 갈 곳을 잃고 울고있을 걸 상상하면 끔찍하다. 그럼에도 일기는 계속 쓰고 있다. 휴대폰 메모앱에. 그런데 디지털에 쓰는 일기도 양이 많아지니까 나중에 이걸 다 어떻게 없앨까? 없앨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정신이 멀쩡하니 없앤다고 생각하면 아까운 마음도 든다. 모순이다. 내가 바라는 가장 좋은 것은 가까운 미래에, 더 늙기 전에 잘 정리되고 정제 된 하나의 기록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서전>이라고 하면 좀 부끄럽겠지만 뭔가 하나의 정리 된 기록으로 만들고 나면 디지털이든 종이로든 자료가 되었던 일기들은 다 없애도 될 거 같다.
또 한 가지 생각한 건, 속 상해서 막 쏟아 낸 남들에 대한 감정들을 적은 기록들은 지워야겠다는 거다. 물론 아무도 모르고 나 혼자 쓰고 나 혼자 읽지만 역사학자 김성칠 선생은 일기에서도 ‘자기 주견‘에 따라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사실을 왜곡 할 것을 저어했다고 한다. 내가 마음 공부가 부족해서 내 위주로 생각 한 것이 있다면 반성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