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 시국 초기에 일부 극렬한 사람들이 계엄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항을 폐쇄하지 않아서 중국인들이 밀려들어 온다고, 당시의 문 정부를 비판했다. 일부 극렬 유튜버들은 중국인, 조선족들이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밀항을 해서 코로나를 퍼뜨리는데 정부가 중국과 북한의 하수인이라 알면서도 당한다고도 했다. <28>을 읽으면서 그 때 계엄을 선포했다면 이런 상황이 아니었을까? 상상했다.
초기에 아직 백신도 치료제도 없을 때, ‘인수 공통 전염병‘에 대한 소문도 돌았었다. 세계 보건 당국에서 그게 아니라고 해도 믿고 싶은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28>에서 정윤주 기자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그렇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기사를 썼다. 결과는 엄청 났다. 아무 것도 규명된 것이 없는데 개들에 대한 학살이 시작된다. 개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공격하고. 빠르게 퍼지는 질병과는 별개로 이것은 이 도시에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온다. 코로나19는 ‘인수공통 감염병‘일까?
‘인수공통 감염병‘은 엄밀하게 말하면 동물로 부터 사람에게로 옮겨 와 감염되는 모든 감염병을 일컬으며 현재까지 250종 정도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광견병‘ 처럼 직접 감염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동물이 숙주가 되고 간접적으로 감염이 된다. 소나 돼지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일본 뇌염‘도 인수공통 감염병‘의 한 종류이다. 급성으로 오는 대부분의 호흡기 질환은 가축이나 야생 동물이 매개체다. 우리가 아는 많은 감염병이 인수공통 감염병인 셈이다.
2) 코로나 초기에 정부는 환자가 발생하면 번호를 붙이고 이동 경로를 추적하여 모두가 알 수 있게 정보를 공개했다. 그것 때문에 역학 조사를 하거나 새로운 감염자를 추적하여 찾아내고 관리하기가 수월했고 환자가 급증하는 것을 막았다고 하여 칭찬도 듣고 당시 정부가 자찬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낙인이 되어 감염자를 사회에서 퇴출되게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Big brother!! 사방에 존재하는 cctv. sns. 개인화된 포털 앱. 내가 어디서 뭘 하고 뭘 먹은 걸 알려면 하나하나 알 수 있고 그걸 소수가 아니라 정보에 접속하는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단 걸 보여주었다.
대유행이 시작되어 일일이 추적이 버거워지자 초기에 깐깐하게 하던 조치들이 하나하나 해제되었다. 어느덧 코로나와 함께 4년차를 맞았다. 실내 마스크도 해제되고 세계 보건 기구는 ‘비상 사태 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한다. 뉴스를 보니 대부분의 나라들은 2년전에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사람들은 크게 신경 안 쓰는 거 같다. 익숙해지는 것에서 오는 느긋함. 나도 막상 걸려보니 독감 걸렸을 때나 똑 같았다. 독감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처음엔 몰라서 무서웠고 혼란스러웠고 소문에 의지했다.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또 다른 감염병이 와도 그만한 혼란을 또 겪지는 않을 거 같다. 당황하겠지만 또 적응할 거 같다. 코로나19는 앞으로 올 전염병들에 대한 연습이 아니었을까?
3) 정유정 작가는 2013년 구제역 발생 후, 돼지 살처분에 대한 기사를 읽고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가축인 돼지 말고 현대인들이 가족이라고 물고 빠는 개가 감염병의 원인이라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똑 같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소설을 썼다. 내 생각도 같다. 사실 강아지를 키우고 있지도 않고 짖어대는 개를 만나면 좀 무서운 나같은 사람은 개와 사람이 동시에 어떤 병에 걸린다고 하면 많이 무서울 거 같다. 그럴 때 필요한 게 이성이며 이성을 지지해 줄 지성의 힘이 필요하겠지. 끊임없이 사실을 확인하고 아무리 두려워도 옳지 않은 것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그런데, 가능할까? 마지막에는 결국 살고자 하는 본능만이 남아 모든 이성, 지성, 감정들을 대체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