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좀 바빴다.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면서 숙제도 해야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 친정에 다녀오면서 아버지가 텃밭 농사로 지은 이런저런 수확물들을 얻어왔다. 그 가운데 말린 토란대가 있었다. 토란대 볶음을 해 보기는 했다. 일상에서 해 먹은 건 아니고 제사 때 이미 준비 된 재료를 볶기만 했다. 말린 토란대를 삶는 거부터 모든 과정을 다 해 보진 않았다. 그래도 뭐, 해 보기로 했다. 아,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말린 토란대는 물에 불리면서 특유의 아린 맛을 빼야한다. 인터넷을 뒤졌다. 삼십분 불린 이부터 세시간 불린 이까지 다양했다. 그 글을 쓴 이들은 모두 한번 먹을 양만큼 구입해서 한 거라 양이 적었다. 나는 과감하게 아예 하루를 불리기로 했다. 큰 대야에 토란대를 담고 물을 부었다. 물을 갈아주면서 하루를 꼬박 불렸다. 고무 장갑을 끼고 치대가면서 빨고 쌀뜨물에 넣어 삶기 시작했다. 주걱으로 저어가면서 삶는데 솥이 작았나보다. 토란대가 자꾸 부풀어오른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비슷한 솥 하나를 더 해서 두 솥에 나누어서 삶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10분 삶았다는 이도 있었지만 삼십분을 삶았다. 먹어보니 질기진 않은데 목구멍으로 넘어 갈 때 살짝 아린 맛이 남았다. 삶은 토란대를 건져내어 찬물에 여러 번 헹구고 다시 하루를 담가 두었다.

사흘째 되는 날, 드디어 건져내어 물기를 꼭 짜고 4센티 길이로 썰고 금방 먹을만큼만 덜어내고 봉지봉지 담아서 냉동실에 넣었다. 드디어 토란대 나물 볶음을 한다. 우선, 들기름을 둘러 볶다가 물을 붓고 뚜껑을 덮고 잠시 끓인다. 이 때 다시마 육수를 넣기도 한다지만 나는 새우살을 넣을거라 그냥 물을 부었다. 보글보글 익어 갈 때 새우살을 넣고 국간장과 액젓으로 간을 맞춘 다음 불을 끄고 잠시 두었다. 들깨와 잘 어울리는데 들깨가루가 없어서 생략.

다 쓰고 다시 읽어보니 장황하다. 나로서는 이게 어쩌다 한 번 겪는 일이지만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이런 일들이 일상이었다. 결혼 초에 시댁에 가면 마당에 굴이 가득 쌓여있었다. 며느리들이 둘러 앉아서 굴을 깠다. 금방 깐 굴은 싱싱하고 맛 있었다. 밭에서 시금치를 캐다가 다듬어서 나물을 하고, 여름에는 상추를 뜯어다가 밥상을 차렸다.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는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번에 토란대 삶고 불리고 볶으면서 어머니들, 그 윗대 윗대의 어머니들을 생각했다. 부엌을 벗어나지 못 하는 가운데 책 한 줄 읽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겠지. 어느 작가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데. 지금 핵가족 살림도 각종 기계의 도움을 받아도 힘든데 절차복잡한 살림을 살면서 지적 성취를 이룬다는 건 얼마나 엄청난 일이었을까?

귀한 기록을 남긴 선배들도 감사하고 역사에 기록을 남기지 못 한 숱한 어머니들께도 감사하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10-21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우 2022-10-21 11:05   좋아요 2 | URL
맛은 있습니다. 하느라 들인 시간덕분에 더 맛있는 거 같아요^^;;

프레이야 2022-10-21 1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머니들 참 손 많이 가는 일들 하시면서 가족 먹는 모습에 흐뭇해 하고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토란대를 시어머니가 쇠고기국에 넣어 끓이는 거 보고 처음 알았어요. 나물도 맛나겠어요. 건강밥상입니다. 레시피 잘 읽고 가요. 해먹어봐야겠어요. ^^

호우 2022-10-21 15:12   좋아요 2 | URL
그런 거 같아요. 예전에는 식구들도 많았는데 어떻게 다 해 내셨나 모르겠어요. 이 나이 되어보니 어머니들 노고를 알겠어요. 쇠고기국에 토란대 들어가면 맛나지요. 프레이야님, 건강한 주말 되세요~~^^

mini74 2022-10-21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토란국 좋아했어요. 감자처럼 생겼었는데. 저희 엄마도 토란대 듬뿍 넣어 소고기국 끓여주셨어요 ~ 그죠 예전 음식들은 품이 많이 가죠 ~군침돕니다 호우님 *^^*

호우 2022-10-21 15:22   좋아요 1 | URL
토란국 구수하고 맛있지요. 그러게요. 예전 음식들이 참 품이 많이 가지요. 해 놓고 보면 뿌듯하고 좋은데 ㅎㅎ 미니님, 행복한 주말 되세요~~^^

바람돌이 2022-10-21 1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토란나물을 하려면 저렇게 엄청난 과정을 거처야 하는거군요.
우리나라 음식들 진짜 손 많이 가요. 심지어 다양하기는 엄청 다양해. 덕분에 설겆이도 너무 많아.
호우님 맛난 토란나물을 보면서 왜 저는 울컥하는건가요. ㅠ.ㅠ

호우 2022-10-21 20:39   좋아요 1 | URL
그렇죠. 저도 전 단계가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ㅠㅠ 우리 나라 음식이 좀 그런 면이 있죠. 제대로 차려먹을려면 너무 힘들고. 설거지 진짜. 요리하는 건 또 괜찮은데 설거지는 참 귀찮죠. 도를 닦으러 산으로 갈 필요가 없어요. 살림살이가 다 수행이라. -_-;; 바람돌이님, 편안한 주말되세요~~토닥토닥.

희선 2022-10-22 0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걸으면서 연잎처럼 보이는 거 보고 저게 토란이던가 했네요 토란대도 먹는군요 토란도 별로 안 먹어봤지만, 토란대는 한번도 안 먹어봤습니다 그런 거 먹으려면 여러 가지 해야 하는군요 그렇게 해서 나물하면 맛있겠습니다 몸에 좋은 반찬일 것 같네요


희선

호우 2022-10-22 07:41   좋아요 1 | URL
반가워요, 희선님^^ 토란대 나물 맛있어요. 기회가 되면 꼭 드셔보세요. 편안한 주말 되세요~~^^

서니데이 2022-10-22 1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른 토란대도 아린 맛이 있어서 한참 물에 우려내야 한다고 들었는데, 손이 많이 가서 저희집은 자주 먹지 못하는 음식이예요. 그렇지만 토란대 나물이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호우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낮에는 날씨가 좋은 편이었는데, 밤이 되니 차가워지네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호우 2022-10-22 20:29   좋아요 2 | URL
그러네요. 추워지는군요. 내일은 화창했으면 좋겠어요^^ 서니데이님, 따뜻한 밤 보내세요~~
 

마흔 살 이전에는 ‘왜‘ 나는 책을 읽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책 외에 지식의 원천은 없었고 더 재미있는 것도 없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결계를 친 듯 전혀 다른 세계에 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나에게 더 중요한 건 그런 느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책 읽기는 취미라기 보다 집착에 가깝다. 나이가 드니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라고 할 게 없고 언젠가는 모두 놔야 할 때가 온다는 것도 알겠다. 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쉽지 않다. 나의 변명은 나를 둘러 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거다. 급하게 변화하는 세계는 때로 낯설고 이해 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니편내편 나뉘어 싸우는 이들을 보면 이해가 잘 안 가지만 내편의 주장도 반드시 딱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그럴 때 책을 읽는다. 읽었다고 해서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에 나설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옳고 그름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고 다른 사람의 주장에 휩쓸려들지 않을 만큼의 줏대는 세울 수 있다.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를 읽었다. 책을 쓴 박균호 선생은 교사이자 북 칼럼니스트로 고전을 널리 알리는 일에 몰두하면서 책도 여러 권 썼다.

오십이라는 나이는 급하게 삼켰던 청춘의 독서를 되새김질하기에 좋은 시절이다. 새로운 책을 만나는 것도 즐겁지만 빛바래고 홑이불처럼 사각거리는 옛 소설을 꺼내놓고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설렘과 감동을 추억하는 것은 더욱 행복한 일이다....... 소설은 이야기를 누리는 즐거움과 함께 역사, 사회, 법, 종교, 그리고 한 시대를 관통한 문화를 읽는 즐거움도 누리게 해 준다. 좋은 소설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뛰어 난 인문학 서적 여러 권을 읽는 것과 같다. 나는 이런 경험을 ‘소설 인문학‘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ㅡ저자 서문에서ㅡ

과연 그런 이유로 책은 소설 한 권과 그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문 서적 한 권을 짝 지어 함께 해설 해 놓았다. 수록 해 놓은 소설 가운데는 내가 이미 읽은 책도 있고 못 읽어 본 책도 있다. 아무렇거나 실린 글들 한 편 한 편이 모두 흥미롭다. 도스토옙스키의 도박 중독과 그의 슬기로운 아내 이야기, 보봐리 부인 시대의 요리 이야기는 요리에 진심인 내 맘을 흔들었다. 다른 이의 독후감을 읽는 것은 여행기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가 보지 못 한 곳을 좋은 여행기를 읽으면서 간접체험을 하듯, 다른 이가 읽은 책에 대해 남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아직 읽어보지 못 한 책의 세계를 슬쩍 엿볼 수 있다.

박균호 선생은 훌륭한 독서가이면서 재밌는 이야깃꾼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글들 속에 저자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 넣어 재미를 더 한다. 반드시 책과 관련이 있을 법한 짧은 얘기들이 자연스럽게 섞여드는데 과하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가운데 풋, 하고 웃게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 이런 유머는 여유에서 나온다. 같은 얘기라도 쉽고 재밌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균호 선생도 그런 사람인 거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소설을 더 읽고 싶어졌다. 그 동안 마음만 있고 읽지는 못 했던 고전들을 많이 찾아 읽어야겠다. 박균호 선생처럼 느긋하고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을 배우고 싶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균호 2022-10-21 11: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호우님 따뜻하고 다정한 서평 정말 감사합니다. 호우님이 써주신 서평으로 제 글쓰기를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따뜻하고 평온한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

호우 2022-10-21 12:01   좋아요 3 | URL
읽어 주시고 댓글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촘촘하게 쓰고 싶었는데 그만한 능력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의 책 읽기에 큰 보탬이 될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바람돌이 2022-10-21 16: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면 보고싶은 책이 또 한가득 쌓이는 문제가.... ㅎㅎ

호우 2022-10-21 20:29   좋아요 0 | URL
아닌 게 아니라 그런 문제가 있더군요. ㅎㅎ
 
몸은 기억한다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제효영 옮김, 김현수 감수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미 일어 난 일은 되돌 릴 수 없다. 하지만, 몸과 마음, 영혼에 남은 트라우마의 흔적들을 해결 할 수는 있다. 불안감이나 우울증이라고 치부한 가슴을 조이는 느낌이나 통제력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 위험과 마주하거나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경계심, 자기혐오, 악몽, 되살아나는 과거, 일에 전념하지 못 하고 하고있는 일에 완전히 몰입하지도 못 하게 막는 머릿 속의 뿌연 안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활짝 열지 못 하는 상태가 바로 그런 흔적이다. 트라우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감을 앗아가고 ‘자기 리더십‘도 앗아간다.

#회복하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되찾아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편안히 받아들이고 그 일에 압도되거나 분노하거나 수치스러워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찾으려면 트라우마와 다시 만나야 한다. 머지않아 자신에게 벌어진 일과 직면하는 단계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충분히 안전하고 또 다시 정신적 외상을 입지 않는 상태가 된 후에야 가능하다. 트라우마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이성적인 뇌와 정서적인 뇌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정서적인 뇌를 돌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트라우마 치료#
●전문적인 방법
1. 안구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 의사가 움직이는 손가락을 따라 가면서 빠르게 안구 운동을 하면서 기억을 떠올리고 편안해지며 회복한다는데. 최면 비슷한건가? 잘 모르겠음.
2.뉴로피드백.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뇌파와 전극을 활용하는 치료. 뉴로피드백 훈련은 창의력과 운동 시 제어 능력, 내적 인식을 향상 시킬 수 있다.
3. 연극 치료. 연극은 트라우마 피해자들에게 인간성이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다른 사람과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기회를 제공한다. 반드시, 전문가가 지켜보는 통제 된 상황에서 진행해야 한다.
4. 약물로는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없지만, 트라우마로 인한 다양한 신체적 증상들과 불안, 우울, 충동을 조절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도 시도 해 볼 수 있는 것들
1.과도한 흥분을 잠재워라. 요가. 호흡
(이건 분명히 도움이 된다. 공황 발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과호흡을 하게 될 때, 아주 빠르게 훅훅훅, 그 다음에 깊고 느리게 숨을 쉬면 호흡만으로도 긴장이 해소되는 걸 느낄 수 있다. )
2. 마음챙김. 명상. (감각에 집중해서 스스로를 지켜 봄. 이건 좀 어렵던데)
3.글쓰기(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내 삶의 주도권을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근데, 너무 힘들지.) 그림으로 그리기(말문이 막힐만큼 고통스러우면 그림으로 그려볼수도)
4. 리듬. 음악 치료. (어떤 음악인가도 중요함. 진짜 힘들면 음악이 소음으로 들릴 때도 있음)
5.몸과 몸 닿기. 마사지. 부드럽게 몸을 만지며 긴장 풀기
(팔짱을 끼는 게 스스로를 안아주는 행동이라고 어디서 들은 거 같은데)
6. 행동하기. 호신술 배우기. 감각 운동 치료. 춤.
(걷기. 걷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정리되는 기분이 들지.)

#책 내용은 극심하고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다룬다. 우리와는 무관한 이야기인 거 같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충분히 사회 안전망이 갖춰지고 트라우마 유발로부터 안전한지는 의문이다. 산재 공화국, 자살율 1위, 스토킹 범죄. 널 뛰는 부동산. 상대적 박탈감. 아무 일 없기를 바라지만 그게 쉽잖다. 예전 어머니들의 마음으로 매일 비손이라도 해야겠지만, 그 보다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할 거 같다. 트라우마 유발 상황을 맞딱뜨리더라도 스스로를 아주 잃어버리지는 않게. 억눌리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상황에서도 오늘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매일매일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10-14 15: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디 이 책을 찾지 않아도 되도록 삶이 평온하기를 기원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요.
아직은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안들지만 그래도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호우 2022-10-14 19:44   좋아요 0 | URL
사는 게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이 별 일 없이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바람돌이님, 편안한 주말 되세요~~ ()

얄라알라 2022-10-14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우울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힘드셨던 심리치료사 분이 쓰신 글을 읽었는데

우울 이전 삶에서 중요했던 춤을 추다 보니 조금씩 나아졌다 하셨어요


트라우마 치료에 안구운동 요법이 있는 점이 확 들어왔습니다.

호우 2022-10-14 19:50   좋아요 1 | URL
음악을 듣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마음을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가 보네요. 안구운동 요법은 처음 들었어요. 좀 신기했어요. 얄라알라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2-10-15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마티스군요 춤추는 것 같은 모습이네요 마티스 잘 모르는데, 다른 데서 저런 걸 봤습니다 저는 책이나 글쓰기만 하는군요 그렇다고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건 아니고 그냥... 그런 것도 괜찮은 듯해요 책읽기나 걷기도...


희선

호우 2022-10-15 08:25   좋아요 1 | URL
마티스 그림이군요. 몰랐어요. 오, 이렇게 또 하나 배웁니다. 희선님, 편안한 주말 되세요.^^

서니데이 2022-10-1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전한 사회에 사는 것 같아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일어나거나,사고가 아니어도 각자의 인생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 충격이나 상처같은 일들은 있을 수 있을거예요. 안구를 움직이는 방식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전에 들었던 것 같은데, 작은 점과 같은 빛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본 것 같아요. 오래되어서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잘읽었습니다. 호우님,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트라우마의 기억으로부터) 회복하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되찾아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편안히 받아들이고 그 일에 압도되거나 분노하거나 수치스러워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책 속에서)#

저자 베셀 반 데어 콜크 박사는 지금은 우리에게 꽤 익숙해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명을 만든 사람이다. 2009년에는 아직 바로잡을 가능성이 있는 어린이들의 트라우마에 관해 연구하고 ‘트라우마성 발달장애‘ 라는 진단명을 만들었다. 1978년 보훈 병원에서 베트남 참전 군인들을 만난 것을 계기로 정신적 외상 혹은 충격적인 경험이 사람들의 현재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하고 치료의 길을 찾았다. 항상 그 당시의 최신의 자료들과 기술들을 습득하고 연구했는데, 약리학 연구소에 일 할 때는 약물 치료의 효능과 한계를 체험했고,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의료 기기의 발달로 뇌를 직접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후로는 트라우마가 몸에 남긴 흔적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과학적으로 증명해냈다.

1장에서 4장까지는 트라우마의 발견, 진단, 사례들이 담겨있다. 5장 회복으로 가는 길은 실제 치료법들과 성과를 담고 있다. 흥미를 끈 내용들을 잠깐 정리해 본다.

●인간은 몸의 미주 신경이란 게 가동하여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반응한다. 처음에는 ‘사회적 개입 유도‘라고 해서 주변에 도움과 지원을 구하는 단계다.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거나 위험이 갑작스럽게 닥쳐 그대로 맞딱뜨리면 ‘싸움ㅡ 도주 반응‘이 나타닌다. 싸우거나 달아나는 것이다. 이도저도 안 되면 에너지 소모를 줄여 스스로를 지키려고 한다. ‘얼어붙은 상태‘ 또는 ‘붕괴 상태‘가 된다.

한 마디로 멘붕이 온다. 근친에게 성적 학대(근데 미국에는 딸을 추행하는 아버지가 왜 이렇게 많은가?) 를 지속적으로 당한 아이들은 머리를 숨긴다. 어떤 아이가 그린 그림에는 구름 속에 머리가 숨어있다. 구름 속에서 내려다보면서 지금 그 일을 당하는 건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분리하는 것을 ‘해리‘라고 하는데, 이게 심해지면 ‘해리성 장애‘라고 해서 일명 다중인격이 된다. 어떤 아이들은 나를 완전히 잃어버려 거울을 보면서도 스스로를 알아보지 못 하고, (갑자기 드라마 킬미힐미가 떠 올랐다) 손 바닥 위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촉감이나 무게감, 온도를 전혀 느끼지 못 한다고 한다.

●거울 뉴런. 뇌와 뇌를 잇는 연결 고리. 공감 능력을 부여한다. 상대방의 표정과 신체 반응에 대해 뇌 속에서 똑 같은 반응을 보인다. 상대가 웃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울면 내 얼굴도 찌푸려지고 상대가 맛있게 먹으면 내 머릿 속에서는 음식을 먹고 느끼는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것이 양육 과정에서 모방 행동으로 이어져 언어를 습득하고 사회 속에서 적응 행동을 하도록 돕는다.

안전한 양육 환경이 제공되고 양육자와의 애착관계가 잘 형성 된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자기 인식, 공감, 충동 조절이 발달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포괄적 문제와 무능한 부모들을 만나면 사람들은 원인을 나쁜 유전자 탓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유전자 검사가 가능해지자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정신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찾는 일에 착수했다. 특히, 조현병에 유전적 원인(집안 내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30년이 흐르고 수백만 달러의 돈이 연구비로 사용되었지만 조현병의 공통된 유전적 패턴을 찾지 못 했다. 다른 정신의학적 질환들도 마찬가지다. 트라우마 스트레스를 예측 할 수 있는 유전적 요인은 없다.

인간과 원숭이는 어떤 세로토닌 유전자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이 유전자의 대립 형질이 짧으면 충동성, 공격성,자극을 찾는 성향, 자살 시도, 심각한 우울증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양육자와의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고 안전하고 보호 받는다고 느끼면 유전학적으로 연관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고 한다.

그런데, 이런 불안정한 유전자(어쩌면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나는 많은 아이들이 실은 불안정한 양육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노르웨이는 인구 10만명당 수감자ㅡ 비율이 71명, 네덜라드는 81명인데, 미국은 781명이다. 왜? 미국은 매년 840억 달러를 사람을 수감시키는 일에 쓰고 있다. 수감자 한 사람당 약 4만 5천달러에 해당한다. 북유럽 국가들이 같은 일에 쓰는 돈은 그 금액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부모가 자기 아이를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 더 많이 투자한다. 이 투자의 결과는 아이들의 학업 성적과 범죄율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한국은 수감자율은 모르겠으나, 형법 범죄율이 인구 10만명당 2015명이다.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왜 취약 가정을 돕고, 보호 종료 청소년을 지원하고, 미성년 부모들이 사회 속으로 들어 와 무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오늘의 복지는 미래에 들어 갈 엄청난 비용을 줄여준다.


(너무 길어질까 봐 한 번 더 쓰겠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2-10-15 0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정이 괜찮으면 범죄가 덜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한 적 있어요 아주 안 좋은 가정에서 자란다고 해서 다 범죄자가 되지는 않기도 하네요 부모한테 학대 받으면 안 좋게 자랄 확률은 높겠습니다


희선

호우 2022-10-15 08:23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안정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공감 능력도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취약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돕는 시스템이 잘 운영되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몸은 기억한다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제효영 옮김, 김현수 감수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날개의 저자 소개. 이러한 저자의 경험을 정리 한 것이 이 책으로 어떤 추천사에서는 ˝트라우마에 관한 바이블˝ 이라고 써 놓았다.

저자 :: 베셀 반 데어 콜크BESSEL VAN DER KOLK

의학 박사로, 1970년대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연구해 온 권위자이자 세계적인 학자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정신의학을 공부하고 매사추세츠 정신건강 센터에서 정신과 전문의 교육을 받았다. 보스턴 주립병원에서 근무하다가 보훈병원에서 일하며 참전 군인들에 관해 연구한 것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의 시작이 됐다.

 1982년 매사추세츠정신건강 센터에서 정신약리학을 가르쳤고, 1980년대 중반에트라우마 센터를 설립했다. PTSD가 뇌에 일으킨 변화를 뇌신경 영상으로 조사한 최초의 연구에 참여했는데, 이 연구에서 밝혀진 결과는 트라우마 스트레스의 새로운 치료법이 탄생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신경 생물학, 뇌 과학 등 다양한분야와 다각도로 연계해 여러 가지 성과를 이루어 내며 트라우마가 마음과 뇌, 몸의 발달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왔고, 특히 정신적 해리와 경계성 인격 장애,
자해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와 트라우마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그리고 트라우마가 발달 과정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요가나 뉴로피드백, EMDR, 연극 치료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해 그런 치료법들이 뇌에 변화를일으켜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국제 트라우마 스트레스 연구회의 대표직을 역임했고, 현재 보스턴 의과대학에 정신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매사추세츠 주 브룩클린의 정의자원연구소 내 트라우마 센터에서 의학 책임자, 국립아동 트라우마 스트레스 센터 소속 복합 트라우마 네트워크의총책임자를 맡고 있다. 

미국 전역의 대학교와 병원에서 강의를해 왔고 유럽, 아프리카,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이스라엘, 중국, 브라질,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강연했다. 또한 알코올과 약물 중독에 시달리는 트라우마 환자 치료 시설(The Meadows)의선임연구원으로 치료사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150여 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심리학적 트라우마 트라우마와 몸 감각 운동을 활용한 심리 치료, 알렉산더 맥팔레인, 라스 뷔새스와 함께 낸 트라우마 스트레스: 감당하기 힘든 경험이 몸과 마음,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이 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몸은 기억한다》는 2014년에 출간한 그의 최신작으로, 트라우마에 의한 뇌 영역의 변화를 설명함으로써 트라우마 스트레스에 관한 통념을 바꾸어 놓았다. 또한 혁신적인 치료를 통해 기능이 떨어진 뇌를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