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편화된정치적 시각으로 세상을 읽었다. 가장 중요한 단어는 ≪해방≫이었다.

단체, 사회적 신분, 불공정함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지식인이든 아니든 누구나 말하고 들을 수 있었다. 여자, 동성연애자, 계급을 벗어난 사람, 억류된 사람, 농부, 미성년자로서무언가를 경험한 것만으로도 나를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공동의 언어로 스스로 사고하는 것에 흥분했다. 매춘부들, 파업 중인 근로자들의 대변인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립"의 노동자였던 샤를르 피아제는 철학 시간에 귀가닳도록 들었던 심리학자 보다 더 유명했다 - P133

우리는 여성들의 역사를 돌아봤다. 성적인 자유, 창조의 자유, 남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충분히 갖지 못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브리엘 뤼시에르의 자살은 몰랐던 자매의 죽음처럼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엘뤼아르의 시를 인용하며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고 했던 퐁피두의 교활함에 분노했다.

 여성해방운동의 들썩임은 지방에서부터 시작됐다. 신문 가판대에서불타는 행주를 볼 수 있었고, 저메인 그리어의 여성 거세당하다. 케이트 밀레트의 성의 정치학, 수잔 호러와 잔소케트의 숨 막히는 창조를 읽으며 고양된 감정과 책 속에서 자신을 위한 진리를 발견하는 무력함을 느꼈다. 부부관계의 무기력함에서 깨어났고, 남자 없는 여자는 자전거 없는 물고기다라고 적힌 포스터를 깔고 앉았으며, 우리들의 인생을다시 돌아봤고, 남편과 아이들을 떠날 수 있음을,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음을 그리고 잔인한 것들을 쓸 수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면 결의는 식어 버렸고 죄책감이 올라왔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우리는 자신의 남자가 남성우월주의자도, 마초도 아니라고 확신했다.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권하는 이들의 입장과 ≪아버지의 법≫을 공격하는 이들, 월경과 모유 수유, 여성적인 모든 것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과 파 수프 요리법 사이에서 망설였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자유를 위한 걸음으로 표현했고, 그것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여성으로 느끼는 감정, 열등하다는 느낌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있었다. - P137

그녀에게 학창시절은 그리운 욕망의 대상일뿐이다. 그녀는 그 시절을 지적 부르주아 계급화가 이루어지는 시간,자신의 태생으로부터 단절되는 시간으로 여긴다.

 로맨틱한 추억들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어린 시절의 모습과 어머니가 너는 나중에 우리 얼굴에 침을 뱉을 년이야!라고 소리쳤던 말을 자주 떠올린다. 예배가 끝나고 베스파를 타고 돌던 남자애들, 기숙사 마당에서 찍은 사진 속 파마를 했던 그녀, 아버지가 ≪군입정질≫ - 잊었던 언어처럼 단어들이다.
시 생각났다 - 을 하시던, 미끄러운 방수포 식탁보를 깐 식탁에서 하던 숙제들, 독서, 비밀과 델리, 마리아노의 노래들,
우수한 성적과 낮은 사회적 계급의 추억들 -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들 - 지성의 빛으로 펼쳐진 그녀가 부끄럽게 여겨 묻어뒀던, 되찾아야 마땅한 모든 것들. 그녀의 기억은 조금씩 수모를 벗고, 미래는 다시 활동의 장이 된다. 여성의 낙태 권리를 위해 싸우는 일과 사회적인 불공정함에 맞서 싸우는 일, 어떻게 자신이 지금의 여성이 됐는지를 이해하는 일, 그녀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연결된다. - P1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나 우리는 어른은 아니었다. 숨어서 성생활을 해야했고 미숙했으며,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다. 혼전 임신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자애들은 추잡한 농담으로 그들의 에로틱한 과학을 보여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사정하기 직전에 여자의 몸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곳에 싸는 것밖에 몰랐다.

 처녀성은 불확실했고 성생활은 제대로 결심하지 못한 문제였기에, 여자애들은 남자애들이 들어올 수 없는 대학 기숙사에서 몇 시간이고 떠들어댔다. 그녀들은 책에서 정보를 얻었다. 쾌락의 정당성을 위해킨제이 보고서를 읽었다. 여자애들은 어머니들처럼 섹스에대한 수치심을 간직했다. 남성들을 위한 단어와 여성들을위한 단어가 항상 따로 존재했다. 여자들은 ≪사정하다>나<자지≫ 같은 말을 쓰지 않았다. 아무 단어도 쓰지 않았고성기를 말하는 것에 혐오감을 가졌다. 다만 소곤소곤, 특이한 목소리로 ≪질≫, ≪페니스≫를 말했을 뿐이다. 대담한아이들은 곧장 가족계획 상담의 집을 은밀하게 방문하기도 했는데, 그 곳은 음지에 있는 기관으로 고무로 된 페서리를 처방해줬고 그녀들은 그것을 삽입하느라 애를 먹었다. - P99

그녀는 이제 다른 세계로 넘어왔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말할 수 없다. 그녀의 지나 온 인생은 관련성 없는 장면들로 이뤄져 있다. 그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 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단지 지식과 문학 속에만 있을 뿐.

이 순간 이 여자애의 추상적인 지식을 열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가 읽은 책들, 그녀가 마침내 획득한 현대문학 석사 학위도 학력 수준을 나타내는 수단일 뿐이다. 그녀는실존주의와 초현실주의에 빠져들었고 도스토옙스키, 카프카, 플로베르의 모든 책을 읽었으며, 최근에 나온 책들만이이 세상과 현재를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해줄 것처럼 신간과 르 클레지오, 누보로망에 미친 듯이 빠져들었다.

그녀에게 학업이란 가난에서 벗어나는 수단만이 아닌,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여성성의 답보와 한 남자에게 빠지는유혹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특별한 무기다. 결혼할 마음도,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고 모성애적인 행동과 지성의 삶은 양립할 수 없다고 여긴다. 그녀는 어차피 자신이 나쁜 엄마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녀의 이상향은 앙드레 브르통의 시에 나오는 자유로운 결합이다. - P107

가장 지지했던, 절대 가능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피임약이 법적으로 허용됐다. 우리는 그것을 권하지 않는 의사에게, 특히 미혼이라면, 쉽게 요구하지 못했다. 그것은 정숙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우리는 피임약으로 인생이바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육체로부터 그토록 자유로워진다는 것, 남자만큼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 P112

그녀는 내면의 목표를 빗겨나가 그저 어머니로서만 전진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조용하고 편안한 이 삶에 정착하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이 삶을 살아 버리는 것이 두렵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순간에도, 그녀는 일기장에 절대 적혀 있지 않은 모든 것들, 함께 하는 삶, 같은 공간을 나누는 친밀함, 그녀가 수업이 끝나면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하는 집, 둘이서 자는 잠, 아침의 전기면도기 소리, 저녁의 돼지삼형제 이야기, 이러한 것들이 반복되는 일상, 잠시 떨어지면 삼 일을 넘기지 못하고 그리워지는, 그녀가 증오하고아낀다고 믿는 것들을 - 사고로 잃는다는 상상만 해도 그녀의 가슴을 옥죄는 모든 것들 -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P122

모두가 격동의 내일을 믿기 시작했다. 그것은 몇 달, 기껏해야 일 년이면 일어날 일이었다. 가을은 뜨거울 것이고 그리고 나면 봄이 온다(더는 생각하지 않을 때까지, 훗날 낡은청바지를 발견하고 ≪68년 5월에 입은 것이다"라고 말할때까지). ≪또다시 5월≫은 혁명의 회귀와 다른 사회의 도래를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는 기대였고, 가브리엘 뤼시에르를감옥에 넣고 머리가 긴 젊은이들 모두를 ≪극좌파≫로 간주하며 시위와 모든 것을 막는 법에 환호하면서 혁명이 돌아오는 것을 막으려고 하던 이들에게는 강박이었다. 사람들은일터에서 두 부류로 갈라졌다. 5월의 투쟁자들과 투쟁자가아니었던 사람들, 그들은 같은 반감으로 나뉘었다. 5월은 개인을 분류하는 방식이 됐다.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 시국에 어느 쪽에 있었는지를 물었다. 양쪽 모두 똑같이 폭력적이었으며 서로 그 어느 것도 용서하지 않았다. - P1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의 서사와 사회의 서사는 모두 하나다. 손님들의 목소리가 젊음의 공간의 범위를 정했다. 말하자면 시골과 농장, 그곳에서 잃어버린 기억, 남자들이 점원이었고 여자들은 하녀였으며 모두가 만나고 교제하고 결혼했던 공장, 가장 야망 있는 이들이 드나들었던 작은 상점들. 그들의 목소리는 출산과 결혼, 애도, 연대 밖, 군부대가 있는 다른 먼 도시로는 여행을 떠나 본 적 없다는 것과 일에 매달린 삶, 그것의 냉혹함과 쇠퇴, 술의 위험을 말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개인적인 사건 없이 이야기를 그려나갔다.
- P32

삶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발전이었다. 그것은 잘사는 삶과 아이들의 건강, 빛이 잘 들어오는 집 그리고 밝은 거리,지식, 시골의 어두운 것들과 전쟁에 반대되는 모든 것들을의미했다. 발전은 플라스틱과 포마이카, 항생제, 사회보장수당, 수도와 하수구에 흐르는 물, 여름 캠프, 학업의 지속원자력에 있었다. 우리는 지적능력과 열린 정신을 증명하듯시대를 따라야 한다라고 서로 앞다투어 말했다. 4학년 작문시험의 주제로 ≪전기의 효용≫에 대해 쓰거나 혹은 ≪당신앞에서 누군가 근대화된 세상을 비방한다면≫이라는 물음에 답을 해야 했다. 부모들은 젊은 아이들은 우리보다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현실에서는 집이 좁아서 아이들과 부모들, 형제들과 자매들이 한방에서 자야만 했고, 계속해서 대야에 몸을 씻었으며, 화장실은 밖에 있었고, 스펀지 천으로 된 생리대는 양동이의 찬물에 적셔 두었다가 피를 빼야 했다. - P51

이렇게 까닭 없이 남은 기억 중에 생각할 수도 없고 말하기에도 수치스러운 혹은 터무니없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그녀의 어머니가 3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물려받은침대 시트의 갈색 얼룩, 마치 살아 있는 물체처럼 그녀를 사로잡으며 지독한 혐오감을 준 지워지지 않는 얼룩

6학년 입학시험을 앞둔 어느 일요일, 아버지가 어머니를 지하실의 낫도끼가 박힌 통나무 근처로 끌고 가서 죽이려고했던 부모님의 부부싸움

매일 학교 가는 길, 경사지를 지날 때마다 떠오르는 2년 전 1월의 어느 일요일, 그곳에서 짧은 코트를 입은 여자아이가물을 머금은 진흙에 발을 넣고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본 기억.
발자국은 다음 날에도 거기 그대로 있었고, 몇 달이 지나도지워지지 않았다 - P68

16살이 행동하고 존재하는 데 필요로 하는 기억의 가난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일종의 컬러가 있는 무성영화로 본다. 거기에는 탱크와 잔해, 사라진 옛날 사람들,어머니의 날을 위한 장식과 감사 편지, 베카신 만화책, 성체배령 행렬과 벽에 공 던지기 놀이가 등장하며 서로 섞여 있다. 최근 몇 해 역시 기억하고 싶지 않다. 뮤직홀 무도회 변강과 파마, 짧은 양말, 모두 어리숙하고 부끄러운 것들뿐이다. - P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 괄호 안의 불의와 싸우는 법
위근우 지음 / 시대의창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디스패치》를 비롯한 한국의 수많은 연예 매체는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아닌, 독자가 원하고 욕망하는 정보를 제공하면서 독자의 알권리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이것은개념의 혼용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팩트주의의 당위적 기반이되는 언론의 자유와 독자의 알권리는 그 자체로 정당화될 수 없고, 실천적 맥락에서 공적 함의를 가질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론에는 자유 이상으로 자기 제한의 책임이 따릅니다. 《디스패치>는 이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리고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팩트주의를 내세워 자신들이 매우 공익적이고 양심적인 언론인 척 한다는 것입니다. - P152

만약 상대가 나의 불편함을 무시한다면 프로불편러의 외침은나만의 불편함으로 혹은 같은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끼리의 공명에 그칠 것이다. 하지만 신발 안의 작은 돌멩이처럼 별것 아니지만신경 쓰이는 프로불편러의 존재를 통해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끼고결국 말을 내뱉으며 그 말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갖게 된다.  - P140

 전문가에게 코멘트를 받는 대신 코멘트를 주는 사람을전문가로 둔갑시키는 언론의 비양심이다. 어떤 이슈에 대해 제대로된 논거를 기반으로 관점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해서 무작위로 코멘트를 수집한 뒤 그것으로 기사 분량을채우고 마치 의미 있는 기사인 것처럼 내보낸다면 언론의 존재 이유자체가 사라진다. 언론으로 존재하기 위해 기사를 빠르게 많이 생산해야 하지만, 그 때문에 언론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배신하는 것에대해 과연 언론은 어느 정도로 자성하고 있을까. - P129

지식 소매상으로서의 역할이든 여러 첨예한 이슈에 통찰을 제공하는 것이든 그 자체로만 보면 ‘지식 셀럽‘은 순기능을 한다고 볼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방송에서 종종 만능 키처럼 활용된다는 것이다. 생전에 TV 권력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날을 세웠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렇게 질문했다. "어제는 보스니아 문제를이야기하고 오늘은 이민 법안 토론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내일은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알제리 문제를 다루는 학자에게서 어떤 깊은 성찰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순기능은 자기 제한의 미덕을갖추지 않는 순간 그대로 역기능이 되어버린다. - P112


"과거의 절차에 의해서라면 입학했을 지원자들이 새로운 절차가그들의 입학할 권리를 침해했다거나 그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덜 존중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들은 옛날 정책의 운 좋은 수혜자였을뿐이다. 이제는 정책이 그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유리하도록바뀌었다. 그것이 정당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것은 우리가옛날 정책에 익숙해 있는 까닭일 뿐이다." ㅡ피터 싱어(대학 교수. 철학자)ㅡ - P106

어느 순간 인문학이 분과 학문으로서의 구체성과 전문성을 잃고 21세기를 지배할 통찰력의 원천이나 삶의 비밀을 밝혀줄 열쇠처럼 신비화될 때, 이미 그것은 지식으로서의 학문 영역을 벗어나게 된다. 인문학의 신비화는 그래서 인문학에 대한 경시와 연결되어 있다. 두 방식 모두 인문학의 경험적이고 논증적인 지식으로서의 가치를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위 글에서 예를 들었듯, 인문학의 신비화가 합리성과 상식에 대한 거부의 형태로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사변적 말장난을 벌이기 위해선 합리적 논증 대화의 토대를 치워버려야 한다. 그 현란한 말의 쇼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 뒤 만병통치약을 파는 모습은 그래서 과거 어떤 직업을 떠올리게 한다. 예전엔 그런 이들을 약장수라고 했다. - P1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시스템 - 거의 모든 일에 실패하던 자가 결국 큰 성공을 이루어낸 방법
스콧 애덤스 지음, 김인수 옮김 / 베리북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스콧 애덤스의 《더 시스템》을 읽었다. 스콧 애덤스는 회사원을 주인공으로 하는 유명한 <딜버트>를 그린 만화가다. 스콧 애덤스는 말 한다.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그러나, 만화 <딜버트>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만화가와 강연자로 성공할 수 있었다.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삶에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뭔가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지 말고 시스템을 구축하라. 그러면 의지가 무너질 때도 뭔가를 하게 된다. ˝

이를테면, 체중 감량을 위해 언제까지 몇킬로그램을 빼겠다고 하는 것은 목표 설정이고, 그냥 매일 운동하기라고 하는 것은 시스템이다.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패의 경험을 쌓게 된다. 그러나, 매일 운동하기는 얼만큼을 했던 운동을 하기만 해도 된다. 정말 운동이 하기 싫을 때는 운동화를 신는 거만 하라고 한다. 이것이 시스템이다. 운동화를 신는 것만으로도 할 바를 다 했지만, 신으면 몸은 집 밖으로 나가게 된다. 슬슬 걸어서 체육관까지 간다. 도저히 의욕이 없으면 체육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된다. 운동을 안 했어도 좋다. 매일 운동하기는 진행 중이고 최소한 실패했다는 좌절감은 맛 보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습관을 만들라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습관을 만드는 게 안 되서 실패하는 거다. 너무 지치고 의욕도 없어서 운동화를 신는 거 조차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일 때는 어쩌지? 책을 읽어보면 스콧 애덤스는 의욕이 넘치고 부지런한 사람이다. 대단히 밝고 긍정적이며 열정이 넘친다. 삶을 긍정하고 끊임없이 ˝나는 잘 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우울에 잠기게 하는 뉴스는 되도록 보지 않으며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들을 익히기 위해 시간을 쓴다. 성공하기 위해 그가 익혔다는 기술들 가운데는 회계, 디자인, 화술, 골프도 있다. 설득력있게 말 하는 법, 발성법, 유머 감각, 심지어 최면술도 배웠단다. 한 마디로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사람이다. 배울 건 이 사람의 타오르는 열정과 에너지일 거 같다.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엄청나게 신선하진 않다. 자기 계발서들을 많이 읽어 본 사람이라면 뻔하게 느껴질만한 내용들일수도 있다. 그래도 내 입장에서 참고 할 만한 몇 가지를 남겨 본다.

●삶의 에너지를 높이기 위해
1. 억지로라도 웃어라. 억지로 웃어도 웃는 표정은 상대에게 좋은 느낌을 준다. 그게 아니더라도 웃으면 나의 에너지가 올라가고 행복해진다. 웃는 사람은 매력있고 똑똑해 보인다.
2. 긍정 선언을 하라. 구체적인 문장으로 ˝나는 10년 안에 부자가 될 것이다˝ 한번이 아니라 매일, 생각 날 때 마다 하는 거다. 긍정 에너지가 발생하고 실천 의지가 단단해진다.
3. 목표가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어라. 체중 10킬로그램 감량은 목표다.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은 시스템이다. 목표에는 실패가 있지만 시스템에는 실패가 없다. 운동을 하기 싫은 날 일단 운동화를 신는다. 신을 신은 김에 체육관까지 다녀온다. 실제로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상관없다.나는 시스템안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다.
4. 유머 감각을 개발하라. 코미디 영화를 보고 유머를 담은 재미있는 책을 읽어라. 겪은 일들 가운데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 짧은 이야기를 엮어라. 머릿 속에서 연습하고 필요한 때에 적절하게 활용하라. 유머는 여유를 만들어 처한 상황을 한 발 멀리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5. 대화의 기술. 질문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내라. 누구나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적절히 비밀을 공유하고 이야기 소재를 계발하고 공감대를 만들어라.

나는 서구 사회의 성인 건강 문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사회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 우리는 이타적인 삶이 고귀하고 선한 삶이라 배우며 자랐다.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두 배는 강했을 것이다. 우리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게더 훌륭하다는 말을 내내 들어왔다. 사회와 부모님 그리고 어느 정도는 유전자에 의해서, 우리는 이타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설계되었다. 문제는 덜 이기적인 삶에 대한 강박이 우리를 근시안적으로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유 시간에 집안일을 돕느라 운동을 빼먹는다. 동료에게 생긴 문제를 도우려고 패스트푸드를 사 먹으며 시간을 절약한다. 우리는 매일, 덜 이기적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미래를 속인다.

웃음은 설사 진실한 웃음이 아니어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이는 우리의 생각이나 동작이 뇌에 영향을 준다는 명확한 증거다. 기분이 나쁠 때 억지 미소라도 지으면 뇌에서는 기분을 좋게 해주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Fake it until you make it."이라는 말이 있다. 현실이 될 때까지이미 현실인 척 행동하란 뜻인데, 억지로 지은 미소가 행복을 느끼게하는 현상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현상은 인간의 다양한 활동에서 관찰할 수 있다. 자신감 있게 ‘행동‘하면 더욱 자신감이 붙는 ‘느낌‘이들고, 운동복을 입으면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활기가 넘치면 운동을 하고 싶어지는데, 역으로 운동을 하면 활기가 넘치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섹스하고 싶어지고, 섹스를 하면 사랑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솟아난다. 테스토스테론이 높으면 경쟁에서 이기는 데 도움이 되지만 경쟁에서 이기는 것 또한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킬 수 있다. 피곤하면 눕고 싶어지고, 누운 자세로 쉬다 보면 낮잠을 자고 싶어진다. 배가 고프면 군것질거리가 당기고 군것질거리를먹으면 배가 고파진다.

이런 양방향 인과관계를 이해하면 개인적 에너지를 끌어올리는데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분이 우울할 때, 길을 가다가 마주친낯선 사람에게 미소를 지어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반사적으로 미소를 되돌려주는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 P126

당신이 자주 미소를 지으면, 그 행동이 당신 뇌의 행복감을 자극하여 기분 좋은 화학물질이 분비될 것이다.

웃음에는 보너스도 따라온다. 사람들은 미소 짓는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여긴다. 당신이 매력을 발산하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존중과배려, 미소와 심지어 욕망까지 내비치며 화답할 것이다. 이 정도면 힘을 내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혹시 억지로 미소 짓기가 불편하다면 천성적으로 재미있는 친구들과 어울려라 달리 말하자면, 늘 우울하고 처진 사람들과의 만남은피해야 한다. 물론 친구 사이라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어야겠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항상 우울증 상담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에너지 뱀파이어들에게서 멀어져라. 당신에게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뿐만 아니라 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되도록 빨리, 멀리 도망갈 권리도 있다. - P127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곡 2022-11-04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표 대신 시스템 구축 밑줄 쫙! 잘 읽고 갑니다 ~

호우 2022-11-04 13:37   좋아요 1 | URL
네. 서곡님. 감사합니다.

별족 2022-11-04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열정은 쓰레기다‘라는 제목으로 읽었어요!!!

호우 2022-11-04 14:06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2015년에 그런 제목으로 나왔었네요. 개정판이 이 책인가 봅니다. 근데 저자는 너무나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던데. ^^

바람돌이 2022-11-04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걸 몰라서 안하는게 아니라는게 함정이죠. ㅎㅎ

호우 2022-11-04 15:17   좋아요 2 | URL
바로 그렇죠. 저도 의욕이 바닥일 때가 많아서. 때로는 이런 글들이 새롭게 의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서니데이 2022-11-06 2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좋고, 습관을 형성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지속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호우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호우 2022-11-08 08:51   좋아요 2 | URL
맞는 말씀이네요. 지속. 그게 가장 힘든거죠

희선 2022-11-08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스템 만들기, 라고 해서 뭘까 했습니다 좋은 버릇 만들기로 기억해도 괜찮겠지요 사람이 그냥 날마다 하는 것도 있잖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그런 걸로 만들면 가장 좋을 듯합니다 책읽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거 따로 만들지 않아도 늘 하는 것처럼... 긍정스럽게 생각하고 웃을 일이 없어도 웃어야 할 텐데, 잘 안 되네요


희선

호우 2022-11-08 08:55   좋아요 0 | URL
웃을 일이 없어도 웃는 건 참 어렵죠. 요즘은 우울한 소식들이 많아서. 대체로 피곤하고 스트레스도 많고 그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