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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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규는 탐정이다. 비록 몇몇 탐정들과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이며 탐정사무소 이름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뉴욕 탐정사무소라는 정식 간판을 내 건 사무실을 갖춘 탐정이다. 물론, 실제 하는 일은 흥신소와 다를 바 없지만 말이다. 헌병수사관이었던 전력을 가진 강민규는 오랜만에 만난 외삼촌 원종대에게 사건을 의뢰받는다. 사업장에서 자꾸 원자재나 제품이 빠져나간다는 것. 그 물량이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무시하기엔 신경 쓰이는 제법 많은 물량이었기에 범인이 누구인지를 조사하도록 의뢰한 것. 그런데, 원종대 사장의 사업장은 국내가 아니었다. 아니 국내라면 국내이지만, 특별한 곳 바로 개성공단에 있는 사업장이었던 것. 이렇게 강민규의 개성공단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멀쩡하던 사람도 그곳에 들어가면 혈압이 높아지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개성 공단 증후군을 앓게 된다는 개성공단에서의 생활이 쉽지마는 않다. 무엇보다 회사의 직원이면서도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북측 직원들과의 관계가 미묘하다. 강민규는 그곳에서 의심 가는 몇몇 사람들을 골라내는데, 그 중 가장 유력한 후보가 자신의 숙소에서 살해당하고 만다. 사건이 일어나면 안 되는 공간인 개성공단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강민규가 지목되고 마는데.

 

다행스럽게 유력 용의자의 화살은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게 되지만, 이제 개성공단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놓인 강민규, 그는 개성공단을 통제하는 호위총국의 오재민 소좌에게 며칠을 말미를 얻어 사건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호위총국의 오재민 소좌와 파트너가 되어. 과연 강민규는 자신에게로 향한 의심을 완전히 지워낼 수 있을까? 그리고 사건의 배경에는 어떤 세력들이 도사리고 있는 걸까?

 

정명섭 작가의 미스터리소설 3도시는 무엇보다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개성공단이라는 점이야말로 소설 전반에 미묘한 긴장감을 실어준다. 마치 독자 역시 개성 공단 증후군을 느끼며 소설을 접하게 되는 것 마냥 말이다. 여기에 정해진 시간 안에 사건을 해결해야만 한다는 점 역시 긴박감을 더해준다.

 

서울에서 차로 불과 1시간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우리의 심적 거리는 측량키 어려울 만큼 먼 곳, 우리의 모든 일상과는 다른 도시, cctv도 없고 인터넷도 되지 않는 곳, 그곳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대하는 조금은 다르면서도 어찌 보면 다르지 않은 북측의 접근들, 3도시에서 펼쳐지는 범죄와 수사는 또 하나의 우리네 현실이다. 현실 같지 않은 현실. 남과 북이라는 우리에겐 오랜 현실이 되어버린 비현실적 상황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현실. 그 안에서 활약하는 강민규의 활약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소설이다. 마지막 부분의 반전을 위해 감춰둔 설정은 솔직히 조금은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소설은 작가의 작품들이 그렇듯 몰입되어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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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나이프 - 왼팔과 사랑에 빠진 남자
하야시 고지 지음, 김현화 옮김 / 오렌지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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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저물어가는 즈음에 좋은 소설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답니다. 톱 나이프: 왼팔과 사랑에 빠진 남자란 제목의 소설인데, 이 소설은 이미 일본에서 <톱 나이프: 천재 뇌외과의의 조건>이란 제목으로 방영된 드라마의 원작 소설입니다. 의학 드라마는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통설이 있듯 이 드라마 역시 10%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보였다고 하네요.

 

처음 이 소설의 부제인 왼팔과 사랑에 빠진 남자란 제목을 보며, 별 생각을 다 했답니다. 신경외과의가 왼손잡이여서 자신의 그 귀한 팔을 사랑하는 건가? 아님 오른손에 문제가 발생하여 신경외과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신에겐 아직 왼팔이 남아 있나이다.’ 하며 왼팔을 숙련하여 신경외과계의 고수로 다시 등극하나 하는 만화적 상상까지 말입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왼팔과 사랑에 빠진 남자란 부제는 소설 속에 실린 4개의 에피소드 가운데 마지막 이야기와 연관이 있답니다.

 

각 이야기에는 의사들 중에 최고라는 자긍심을 가진 신경외과 의사들이 한 명씩 등장합니다. 의사들 중에도 최고이자, 병원 자체도 최고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경외과의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하답니다. 바로 그런 의사의 자리에 여자는 가당치도 않다는 주변 시선에 대해 보란 듯 성공하기 위해 가정도 아이도 뒷전으로 한 채 매달리다 결국 이혼하게 되고 홀로 살아가는 40대 여의사 미야마. 의사들 중에 최고라 자부하는 신경외과의 가운데서도 최고 중의 최고에게만 부여하는 톱 나이프란 명예를 일본에서 유일하게 가지고 있지만, 바람둥이 중의 바람둥이인 구로이와 겐고. 그런 구로이와를 쌈 싸먹겠다는 각오와 자신감, 그리고 실력으로 무장된 이제 갓 30대 초반의 천재 의사 니시고오리. 다소 허당미가 넘치지만 사실 여태 그녀의 인생 가운데 2등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언제나 1등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자라 여기까지 온 신참 신경외과의 고즈쿠에 사치코. 이렇게 네 사람, 각각의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하나씩 진행됩니다. 그들 개인의 문제와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환자들의 사연이 함께 말입니다.

 

이들이 만나는 환자들도 참 다양합니다. 카프그라 증후군으로 인해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믿는, 아니 엄마로 보이지만 실상은 외계인이라고 확신하는 소년의 증상. 코타르 증후군이라는 고약한 증상으로 인해 나는 이미 죽었다.”, “나는 유령이다.”, “이미 죽어서 몸이 썩기 시작했다.”고 믿는 중년남성. 이 증상이 무서운 것은 자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믿기에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죽지 않는다고 믿는다는 것이랍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 다시 죽을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살아 있는 생명, 그러니 얼마나 아찔한 증상인가요?

 

갑자기 마음만 먹으면 명곡이 마구 써지는 축복을 받은 중년 여인, 그래서 실제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앞두고 있기까지 하지만, 정말 이 여인은 엄청난 재능을 가진 걸까요? 자신의 왼팔과 사랑에 빠진 남성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이야기가 바로 책의 부제이기도 한데, 이 사람은 진정 자신의 왼팔과 사랑에 빠졌답니다. 자신의 왼팔을 자신의 팔이 아닌 어느 젊은 여인의 팔이라 믿거든요. 그리고 언제나 그 여성이 자신 곁에 있다는 사실(그럴 수밖에 없다. 왼팔을 따로 잘라내지 않는 한.)이 더욱 이 사랑을 키워가기만 한답니다. 이처럼 노년의 남편의 말도 안 되는 사랑을 곁에서 봐야만 하는 아내의 심정은 어떨까요? 그런데, 이 사연엔 또 다른 애틋함이 담겨 있답니다. 그 사랑의 마지막 결말은 무엇일까요?

 

이처럼 다소 황당한 증상들인데, 이 모두 실제 뇌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벌어지는 상황들이라고 합니다. 그런 특수한 상황들을 야기하는 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의 머리를 열어야만 하는 신경외과의들, 그들의 이야기가 때론 박진감 넘치고, 때론 아찔하기만 합니다. 무엇보다 냉철한 의료 기계처럼 여겨지는 이들 안에 파고드는 인간미 넘치는 사연들이 한편으로는 가슴 뭉클하게 한답니다.

 

소설을 통해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다고. 최고의 선경외과 전문의, 그리고 이 분야에 몸담아서는 안 되는 전문의, 이렇게 두 종류의 신경외과 전문의가 말입니다. 과연 소설 속 의사들은 어디에 속하는 걸까요? 아니 소설 속 의사들뿐 아니라, 이 땅의 의사들은 어디에 속하는 걸까요? 이런 질문에 어쩐지 뒷맛이 씁쓸한 건 나의 괜한 느낌에 불과할까요?

 

소설은 재미나고 흥미롭습니다. 2020년 읽은 소설들 가운데 상위에 링크시켜도 전혀 이상이 없을 그런 마음이랍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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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키의 해체 원인 스토리콜렉터 31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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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이 단편소설집인지도 몰랐다.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책이라는 점 때문에 집어 들었다. 여태 읽은 작가의 책 가운데 단편집은 하나도 없었기에 당연히 장편소설인 줄 알았다. 물론 단편소설집이라고 해서 실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 선택한 책, 그래서일까? 확실히 작가의 소설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이 연작단편소설집은 <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연장이라는 느낌이다. 다카치가 등장하는 단편이 한 편 밖에 없으니, <닷쿠 & 다카치 시리즈>라고 말하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닷쿠, 즉 치아키가 등장하는 단편이 여럿(5)이고, 또한 <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또 다른 등장인물인 보안 선배라고 불리던 헨미 유스케가 등장하는 단편 역시 두 편 있다.

 

그런데, 소설을 모두 읽고 뒤의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 책이 작가의 데뷔작이란다. 그러니 나의 경우, 이미 그의 작품을 여러 권 읽고 이 작품을 읽어 다른 작품에서 느껴지는 작가만의 독특한 느낌이나 사건을 풀어나가는 그런 방식 등이 참 많이 닮은 작품이구나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이 작품 치아키의 해체 원인에서 느껴지는 느낌들이 그의 후속 작품들에서도 여전히 담겨 있는 셈이다. 닷쿠, 다카치, 그리고 보안 선배라는 캐릭터 역시 말이다. 이 작품에서는 닷쿠와 유스케가 대학을 졸업한 사회인으로 등장하고 있으니, 대학생으로 등장하는 <닷쿠 & 다카치 시리즈> 가 이 작품의 프리퀼인 셈이다. <닷쿠 & 다카치 시리즈>가 몸통이라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아무런 연관이 없는 별개의 사건들, 그것도 시체가 토막 난 사건들로 이루어진 단편 9편이 책에 실려 있다. 정확하게 시체가 토막 난 사건은 7편이고, 두 편은 곰 인형의 팔이 잘린 사건과 광고 포스터마다 얼굴이 잘려나간 사건이다. 이 가운데 한 편은 희극의 형태다. 이 작품 희극도 참 괴기스럽다. 첫 번째 사건은 머리가 사라진 여인의 시체로 발견되고. 다음날 발견된 또 다른 시체 역시 목이 절단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첫 번째 사건의 머리가 두 번째 머리 없는 시체 곁에 놓여 있다. 이렇게 두 사건은 연속성을 갖게 되는데, 이런 사건이 연달아 7번이나 일어나게 된다. 모두, 그 전 사건의 머리가 다음 시체의 몸 곁에서 발견된다(사실 바로 이 순서에 이 사건의 트릭이 감춰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7번째 희생자의 머리를 가지고 자살한 범인. 과연 이 사건의 핵심은 무엇일까?

 

책엔 다양한 토막살해사건들이 실려 있다. 아파트 8층에서 탄 여인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을 때엔 토막 난 여자의 시체로 발견되기도 한다. 분명 8층에서 여인이 탈 때 목격한 사람들과 1층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엘리베이터는 곧장 1층을 향해 내려왔는데, 16초가량의 시간 동안 어떻게 여인을 옷을 벗겨 죽이고 토막 낼 수 있을까? 그리고 범인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이처럼 토막살인이 밀실과 결합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토막살해사건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각 단편의 사건을 해결 아니 해석하는 자는 바로 닷쿠, 또는 보안 선배인 유스케다(보안 선배가 선생님이 되었다니 이런 설정 역시 느낌이 이상하다.). 이들이 사건을 해석하는 것은 어쩌면 사건의 해결과는 상관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들의 심심풀이 땅콩으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고 있는 것. 바로 안락의자 탐정의 모습으로 말이다(세 번째 이야기의 나카고시 쇼이치 형사의 경우 침대에 누워 사건을 해결하니 안락의자 탐정 정도가 아니라 무려 침대탐정이라 말해야겠다.). 이런 부분 역시 <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사실 이 소설집의 압권은 마지막 9번째 단편이다. 이 단편을 통해, 앞의 단편들이 서로 하나로 섞이게 된다. 그래서 이 마지막 단편은 정신 바짝 차리고 읽어야 한다. 솔직히 정신 바짝 차리는 정도로 되지 않고 메모하며 살펴야 각 사건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알게 된다. 이처럼 과하게 얽히고설킨 내용에 입을 쩍 벌리게 만든다. 물론, 또 한편으로는 너무 과하게 엮여 있어 재미를 반감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여러 사건들이 하나로 엮어가는 모습에 감탄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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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셋의 힘 3 : 추방 전사들 3부 셋의 힘 3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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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양한 판타지 동화들을 펴내고 있는 작가팀 에린 헌터의 대표작인 <전사들>, 3부의 세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제목은 추방인데, 과연 누가 추방당하는 걸까요? 혹시 3부의 주인공은 세 훈련병, 라이언포, 제이포, 홀리포, 이들이 추방당하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보게 됩니다. 그런데, 걱정 안 해도 된답니다. 이번 이야기가 추방이란 제목인 것은 이미 과거에 누군가 어느 공동체로부터 추방당하였던 사건과 연관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니 말입니다.

 

셋이 있을 것이다. 너의 혈육의 혈육이며, 그 셋의 발에 별의 힘이 깃들 것이다.”(31527)

 

이러한 예언의 주인공들인 세 훈련병 고양이들 앞에 새로운 모험이 열리게 됩니다. 이번엔 바로 산에 사는 부족 고양이인 물여울부족을 돕기 위해 먼 길을 떠나게 된답니다.

 

물여울부족에 침입자들이 찾아왔습니다. 어디에서 나타난 고양이들인지 모르는데, 이들이 물여울부족이 살던 산에 나타나 마음대로 사냥을 하는 바람에 물여울부족의 생활이 너무나도 힘겨워졌답니다. 이에 물여울부족에서 추방당했던 두 고양이 스톰퍼와 브룩을 찾아 부족고양이 둘이 종족고양이들의 영역으로 찾아왔답니다. 이에 2부에서 먼 여행을 함께 떠났던 네 종족의 고양이들이 다시 뭉치게 된답니다. 바람족의 크로페더, 그림자족의 토니펠트, 그리고 강족의 스톰퍼(스톰퍼는 현재 천둥족으로 살고 있지만, 먼 여행을 떠날 당시에는 강족이었으니 강족의 대표격으로 생각합니다.), 천둥족의 브램블클로와 스쿼럴플라이트, 이들 다섯 고양이가 다시 부족 고양이들을 돕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이 여정에 3부의 주인공들인 세 훈련병, 라이언포, 제이포, 홀리포가 함께 합니다. 여기에 바람족 크로페더의 아들이자 말썽쟁이 훈련병 브리즈포 역시 함께 하죠. 이렇게 물여울부족을 돕기 위해 산으로 향하는 전사들, 과연 그 여정의 끝엔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렇게 세 훈련병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됩니다. 종족간의 갈등과 반목이 아닌 이번에는 전혀 삶의 양태가 다른 부족 고양이들과 만들어가는 이야기이기에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소설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지, 전통적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고요. 자신들에게 익숙한 문화 내지 삶의 방식을 다른 생활권에서 살던 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마땅한가 하는 고민도 하게 됩니다. 이처럼 이번 이야기는 종족 고양이와 부족 고양이 간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갈등과 대립 등이 눈에 많이 띕니다.

 

눈이 보이진 않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다른 고양이들의 꿈속에도 들어갈 수 있는 훈련병 제이포, 이번에는 그의 능력이 한층 높아집니다. 이젠 꿈 속 뿐 아니라 타인의 기억 속으로도 들어갈 수 있답니다. 과연 그 능력이 축복인 걸까요? 그 능력으로 제이포는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될까요?

 

, 소설을 읽으며 자꾸 생각하게 되는 또 한 가지는 세 훈련병들은 이번 모험을 통해, 전설 속의 위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점입니다. 자신들과 함께 하는 엄마 아빠 고양이들, 그리고 선배 고양이 전사들이 바로 그 위대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깨닫게 됩니다. 자신들 역시 이미 또 다른 위대한 이야기 속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며, 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런 부분을 읽으며 우리 어린이 독자들이 앞으로 만들어 가게 될 삶의 여정 역시 위대한 이야기 속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가슴 뛰는 도전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예언의 주인공들이 세 훈련병들이 만들어가게 될 이야기 그 다음 이야기도 기대하며 기다려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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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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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실상은 일본 추리소설의 살아 있는 거장이라 불리는 우치다 야스오(111, 누적 판매부수 1억 부라니. 게다가 108회 드라마화 된 작가라니 입이 떡 벌어진다.), 그의 작품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을 읽었다. 검은숲에서 번역 출간된 3권의 작품 가운데 마지막으로 읽은 게다. 그런데, 다 읽고 난 후 작품해설을 읽어보니 이 책은 작가의 장편 소설 가운데 3번째 작품이란다. 그러니, 여태 읽었던 작품들보다는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인 것.

 

그래서 그럴까?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인 탐정 아사미 미쓰히코의 분위기가 아직은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언제나 사파리 점퍼에 테니스 모자를 눌러 쓴 주인공 아사미의 분위기가 이 책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본을 이끌어가는 관료가문의 작은 아들인 아사미, 일본 경찰의 최고 정점에 서 있는 최고 간부인 형과는 달리 반 백수처럼 살아가는 자유로운 모습은 그대로다. 게다가 진실에 접근하는 그 묘한 능력 역시 그대로고.

 

아사미가 사건에 접근할 때, 일선 현장의 경찰들이 갖게 되는 의문, “아사미라는 사람, 신원은 확실하겠지?”라는 의문은 이 책에서도 언급된다. 이런 의문에 어쩐지 빵빵한 배경을 가진 아사미를 생각하며 괜스레 우쭐한 마음을 갖고 통쾌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이 캐릭터가 주는 묘한 쾌감이다.

 

이번 사건은 고토바 법황의 유배 전설, 그 노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어느 날 한 여인이 시골 기차역 구름다리 위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무더운 날씨 탓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다. 살인사건이다. 여인의 신분은 금세 밝혀지는 데, 쇼호지 미야코라는 여성이다. 홀로 고토바 법황의 유배 경로를 따라 여행했던 여인이 무슨 일로 살해 된 것일까? 게다가 소지품은 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과연 무슨 일로 살해 된 것일까?

 

이 사건을 접근하는 시골 경찰서의 노가미 경사는 이 사건의 책임자가 된 현경 수사1과 젊은 엘리트 경감과의 자존심 싸움까지 벌이며 홀로 이 사건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그런 가운데 피해 여인을 기차 안에서 목격했던 목격자 역시 살해당하게 되는데, 수사본부는 이 두 사건을 별개의 사건으로 보지만, 노가미는 두 사건은 연관된 사건임을 알고 사건을 추적한다. 그러는 가운데, 이 두 피해자와 접점이 있는 또 다른 사람, 신실한 시골 고교 역사 교사가 자살하기에 이르는데, 과연 이 사건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이 대략 절반 정도까지 진행돼서야 비로소 우리의 명탐정, 아사미가 등장한다. 그리고 아사미는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이 사건은 다름 아닌 첫 번째 피해자인 미야코가 8년 전 이곳에서 겪었던 산사태 사고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 것(, 여기 8년 전 사고로 숨진 피해자는 다름 아닌 아사미의 친동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니 어쩌면 이 사건은 오빠의 복수일수도. 그럼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모습은 역시 명탐정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사건의 핵심을 금세 파악하고 추리해 나가는 아사미의 능력은 역시 뛰어나다. 여기에 조금은 우직하게 사건을 추격해 나가는 형사 노가미, 이 둘의 궁합이 상당히 잘 맞는다. 물론, 나중에 크게 한 번 삐걱거리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사건 배후에 있는 주범의 존재가 엄청난 반전을 가져온다. 완전히 오리무중에 감춰져 있던 사건의 주범이자 제3의 인물, 그의 존재가 밝혀질 때 충격을 준다. 전설과 연관하여 사건이 일어나고 추리해 나가는 부분에서 묘하게 예스러운 느낌이 나지만, 그럼에도 몰입하여 읽게 되는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우치다 야스오의 작품이 좀 더 많이 번역 출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 이 작품은 열차의 경로가 계속 언급되는 부분이 솔직히 따분하긴 하지만, 이것은 작가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듯. 여기에 그렇다고 해서 열차 경로를 이용한 시간차 알리바이 트릭이라든가 하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뭔가 트릭이 없을까 하고 끝내 의심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건 추리소설 애독자의 병일까?

 

암튼,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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