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키의 해체 원인 스토리콜렉터 31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단편소설집인지도 몰랐다.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책이라는 점 때문에 집어 들었다. 여태 읽은 작가의 책 가운데 단편집은 하나도 없었기에 당연히 장편소설인 줄 알았다. 물론 단편소설집이라고 해서 실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 선택한 책, 그래서일까? 확실히 작가의 소설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이 연작단편소설집은 <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연장이라는 느낌이다. 다카치가 등장하는 단편이 한 편 밖에 없으니, <닷쿠 & 다카치 시리즈>라고 말하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닷쿠, 즉 치아키가 등장하는 단편이 여럿(5)이고, 또한 <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또 다른 등장인물인 보안 선배라고 불리던 헨미 유스케가 등장하는 단편 역시 두 편 있다.

 

그런데, 소설을 모두 읽고 뒤의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 책이 작가의 데뷔작이란다. 그러니 나의 경우, 이미 그의 작품을 여러 권 읽고 이 작품을 읽어 다른 작품에서 느껴지는 작가만의 독특한 느낌이나 사건을 풀어나가는 그런 방식 등이 참 많이 닮은 작품이구나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이 작품 치아키의 해체 원인에서 느껴지는 느낌들이 그의 후속 작품들에서도 여전히 담겨 있는 셈이다. 닷쿠, 다카치, 그리고 보안 선배라는 캐릭터 역시 말이다. 이 작품에서는 닷쿠와 유스케가 대학을 졸업한 사회인으로 등장하고 있으니, 대학생으로 등장하는 <닷쿠 & 다카치 시리즈> 가 이 작품의 프리퀼인 셈이다. <닷쿠 & 다카치 시리즈>가 몸통이라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아무런 연관이 없는 별개의 사건들, 그것도 시체가 토막 난 사건들로 이루어진 단편 9편이 책에 실려 있다. 정확하게 시체가 토막 난 사건은 7편이고, 두 편은 곰 인형의 팔이 잘린 사건과 광고 포스터마다 얼굴이 잘려나간 사건이다. 이 가운데 한 편은 희극의 형태다. 이 작품 희극도 참 괴기스럽다. 첫 번째 사건은 머리가 사라진 여인의 시체로 발견되고. 다음날 발견된 또 다른 시체 역시 목이 절단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첫 번째 사건의 머리가 두 번째 머리 없는 시체 곁에 놓여 있다. 이렇게 두 사건은 연속성을 갖게 되는데, 이런 사건이 연달아 7번이나 일어나게 된다. 모두, 그 전 사건의 머리가 다음 시체의 몸 곁에서 발견된다(사실 바로 이 순서에 이 사건의 트릭이 감춰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7번째 희생자의 머리를 가지고 자살한 범인. 과연 이 사건의 핵심은 무엇일까?

 

책엔 다양한 토막살해사건들이 실려 있다. 아파트 8층에서 탄 여인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을 때엔 토막 난 여자의 시체로 발견되기도 한다. 분명 8층에서 여인이 탈 때 목격한 사람들과 1층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엘리베이터는 곧장 1층을 향해 내려왔는데, 16초가량의 시간 동안 어떻게 여인을 옷을 벗겨 죽이고 토막 낼 수 있을까? 그리고 범인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이처럼 토막살인이 밀실과 결합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토막살해사건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각 단편의 사건을 해결 아니 해석하는 자는 바로 닷쿠, 또는 보안 선배인 유스케다(보안 선배가 선생님이 되었다니 이런 설정 역시 느낌이 이상하다.). 이들이 사건을 해석하는 것은 어쩌면 사건의 해결과는 상관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들의 심심풀이 땅콩으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고 있는 것. 바로 안락의자 탐정의 모습으로 말이다(세 번째 이야기의 나카고시 쇼이치 형사의 경우 침대에 누워 사건을 해결하니 안락의자 탐정 정도가 아니라 무려 침대탐정이라 말해야겠다.). 이런 부분 역시 <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사실 이 소설집의 압권은 마지막 9번째 단편이다. 이 단편을 통해, 앞의 단편들이 서로 하나로 섞이게 된다. 그래서 이 마지막 단편은 정신 바짝 차리고 읽어야 한다. 솔직히 정신 바짝 차리는 정도로 되지 않고 메모하며 살펴야 각 사건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알게 된다. 이처럼 과하게 얽히고설킨 내용에 입을 쩍 벌리게 만든다. 물론, 또 한편으로는 너무 과하게 엮여 있어 재미를 반감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여러 사건들이 하나로 엮어가는 모습에 감탄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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