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스토리 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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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름다운 여인 '가츠'와의 대화로 4권은 시작된다. 와타루는 사람기둥 문제에 거의 초연한 모습을 보인다. 북쪽대륙으로 떠난 미쓰루를 쫒지도 않고, 그에게 길을 양보하는게 좋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처음 '비전'에 오도록 도와준 것을 잊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가츠'는 강하게 주장한다. '현세에서 걱정하고 있을 어머니 생각을 할 것, 소식없는 자식을 마냥 기다릴 어머니는 쓸쓸한 여생을 보낼 것'(p.20참조)이라고. 나아가 '비전'은 생각지도 않고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전진하는 미쓰루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갈등하는 와타루.

가츠는 구체적인 계획을 전한다. '하이랜더 선발대가 북쪽통일제국에 잠입하여 황제 가마 아그리아스 7세를 암살한다는 것'(p.45). 와타루의 용의 피리를 이용해 드래곤 죠조를 불러내려고, 가츠는 저리도 끈질기게 와타루를 설득한 것이다. 와타루는 가츠와 함께 북쪽통일제국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계획이 새어 나간듯 롬멜대장의 슈팅겔 기사단이 습격(p.69이하)해오고 죠조를 불러 겨우 탈출하는 와타루 일행.

한편, 미쓰루는 북쪽통일제국에 도착한다. 험란한 여정을 거쳐 도착한 점을 높이 평가한 황제는 그를 귀빈으로 대접을 한다.(p.104이하) 미쓰루는 직접적으로 말한다. 자신이 북쪽통일제국에 온 이유를. '황제 일족이 가지고 있는 왕관에 장식된 보석이 자신이 찾고 있는 마지막 보석이란 것을. 그것만 얻을 수 있다면 운명의 탑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p.106) 하지만, 황제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미쓰루가 말한게 '봉인의 관'임을 설명하고, 그것에 얽힌 비밀-보관 장소에서 옮길 경우 비전전체에 재앙이 내린다-까지 이야기한다. 미쓰루는 마냥 기다려만 하는걸까? 과연 그럴까?

죠조의 고향 '드래곤의 섬'에 잠시 들른(p.161이하) 이들은 많은 정보를 얻고 다시 길을 나선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충격적인 장면, 바로 미쓰루가 거인 골렘을 소환해 북쪽통일대륙의 황도 소레브리아를 파괴하고 있던 것이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와타루와 미쓰루는 만난다.(p.188) 왠지 어색한 분위기. 이후 이야기는 소레브리아를 초토화 시키려는 미쓰루와 이를 막으려는 와타루일행의 대격전이다. 게임을 능가하는 엄청난 흥미진진함. 이 부분이야 말로 <브레이브 스토리> 4권의 백미다.

미쓰루와 와타루의 관계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이제껏 와타루는 미쓰루를 친구로 여기고 되도록 그를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목표를 위해 황도를 파괴하는 모습, 리우도사의 등장(p.267이하)를 계기로 새로운 결심을 한다. 마지막 보석 '어둠의 보석'을 손에 넣기 위해 미쓰루와 대결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인간기둥이 되는 비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미쓰루와 와타루의 마지막 우정, 최후는 다른분을 위해 남겨두겠다. 역시 미야베 미유키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에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

와타루와 함께 비전을 누비던 지난 몆주간 참 행복했다. 상상속에서나 꿈꿔왔던 게임속 세계를 누비는 환상적 경험, <브레이브 스토리>가 아니었다면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게임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지만, 결코 유치하지 않다. 최고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명성에 걸맞는 장대한 작품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초대형 판타지'라고 칭할 수 있으리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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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 러브스 유 - 도쿄 밴드 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7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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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쉬 러브스 유 - 도쿄밴드왜건>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도쿄밴드왜건>의 후속작이다. 전작을 읽고 이 작품을 접한다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등장인물의 관계를 파악하는게 조금 힘들지만, 친절하게도 '등장인물소개', '인물관계도'가 앞부분에 실려있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훈훈하고 따뜻한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증조부에서 증손자까지 4대가 모여사는 훗타일가의 다양한 에피소드, 오랜만에 포근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쇼지 유키야는 '일상의 미스터리'기법으로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이 점은 특기할 만하다. (자세한건 후술)

훗타가家를 지탱하던 현모양처, '훗타 사치'가 사근사근 이야기를 건낸다. 마치 극의 막을 여는 '변사'처럼 그렇게. 사치의 '~했어요', '~에요'식 문체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든다. <쉬 러브스 유>의 훈훈한 분위기가 단지 인물설정때문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부분. 그런데, 저자는 초반부터 읽는이를 놀래킨다. 훗타 사치는 유령이었던 것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죽은뒤에도 식구들 곁에 남아(p.18) 가족들을 지켜보는 그녀. 이후 이야기는 그녀의 시점으로 바라본 훗타가의 에피소드다.

겨울을 시작으로 봄, 여름, 가을을 목차로 구성하고 있다. 겨울엔 새해맞이, 크리스마스, 봄은 신학기 시작, 여름은 여름방학, 가을은 아미, 스즈미의 출산등 계절에 걸맞는 큼직큼직한 사건을 기본으로 훗타 4대가 펼쳐내는 폭소에피소드를 그려간다. 이쯤에서 '일상의 미스터리'이야기를 하자. 쇼지 유키야는 훗타 4대의 에피소드를 기본재료로 삼고, '일상의 미스터리'기법을 요리법 삼아, 이 작품을 요리한다.

예를 들어보자. 목차 '겨울'의 에피소드, 고서적 '고사원류'를 팔러온 대학생(p.42), 고사원류에 나 있는 사각형 구멍(p.59), 여자아기를 버리고 간 젊은 여자(p.52)등. 저자는 여기서 의문을 던진다. 대학생은 할아버지의 유품인 고사원류를 왜 팔게 된 것일까? 고사원류에 나 있는 사각형 구멍의 정체는? 대학생이 저 사실을 속이고 책을 판 걸까? 또한 여자아기를 버리고 간 젊은 여자에겐 어떤 사정이 있을까? 칸이치 영감은 마치 형사 콜롬보처럼 숨겨진 진실의 이면을 들춰낸다. 그 과정에서 대학생과 젊은 여자의 관계, 사각형으로 난 구멍의 비밀등 모든 의문이 속시원하게 밝혀진다. 잔혹한 살인사건이 아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처럼, <쉬 러브스 유>엔 숨겨진 일상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재미가 있다.

조금 심각한 사건도 발생한다. 살인미수현장에서 헌책방 도쿄밴드왜건의 검인이 찍힌 종이조각이 발견된 것.(p.310) 경찰은 사건과 도쿄밴드왜건과의 연관을 조사하고, 아미와 스즈미의 출간, 아이코의 영국출국준비로 분주했던 훗타가는 일순간 얼어붙는데…왜 살인미수 현장에서 도쿄밴드왜건의 검인이 찍힌 종이가 밝견된 걸까?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 읽어보시길.

<쉬 러브스 유>는 훈훈하고 따뜻한 훗타가家 이야기와 흥미진진한 일상미스터리가 절묘하게 녹아든 소설이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읽었다. 출판사에서 <도쿄밴드왜건>의 3편, 번외편 출간까지 요청받았다는 게 이해된다. 방대한 등장인물처럼 '도쿄밴드왜건 시리즈'가 펼쳐낼 이야기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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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2008-02-2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파크로 이사 준비중! 이시라니요...? 리뷰와는 상관없는 댓글이 되버려서 죄송하지만요...

쥬베이 2008-02-21 18:34   좋아요 0 | URL
아^^ 인터파크가 여러가지로 서비스가 좋아서 옮길까 생각중입니다^^

Apple 2008-02-2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도쿄밴드웨건 리뷰라고 생각했는데...반전이..^^
그나저나 이사준비시라니요!!! 쥬베이님은 제 서재를 들러주시는 거의 유일한 분인데..ㅠ_ㅠ흐흑...아쉽사와요..

쥬베이 2008-02-22 09:15   좋아요 0 | URL
ㅋㅋ 이책도 반전이 많아요^^
옮기는건 아직 생각중이라, 그냥 남아있을지도 몰라요ㅋㅋㅋ
알라딘에 하도 정이 들어서^^
 
누가 뭐래도 아프리카 - 갈 데까지 갑니다! 아프리카 폭소 탐험기
아오야마 준 지음, 고주영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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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담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 마음에 쏙 든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헌책방에서 구하기 힘든 절판본을 발견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누가 뭐래도, 아프리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읽기 시작했다. 장르정체성이 불분명하지 않은가? '탐험기면 탐험기지, 어떻게 재미하고 연결될 수 있지?'했다. 하지만 이 책은 숨겨진 진주다. 뱀장어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를 누비는 탐험대의 여정은, 단순한 탐험기 이상이었다.

일단 장르정체성 문제, 과연 이 책은 어떤 장르인가? 외견상 본다면 뱀장어연구를 위해 아프리카를 탐험한 '탐험기'라 하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이런 '정답'은 뭔가 부족하다. 이 책은 어려운 학술용어, 전문적인 지식이 난무하는 책이 아니다. 도쿄대 해양연구소 교수 '쓰카모토 가쓰미'가 리더인 탐험대의 아프리카 탐험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 책이다. 모든 사전지식을 잊고 '이 책은 소설이야, 아프리카 탐험여정을 생생하게 풀어간 소설이란 말이지.'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그렇게 믿을 수 있다. 소설 같은 재미, 유쾌한 문장, 탐험기에선 보기 힘든 요소를 이 책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폭소 탐험기'란 수식이 이제야 이해된다.

주인공격인 탐험대에 대해 알아보자. 이들은 도쿄 대학 해양연구소에서 뱀장어의 산란장조사와 생태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다. 이 연구를 이끄는 쓰카모토 가쓰미교수는 뱀장어의 산란장을 최초로 발견한 세계적인 연구자다.(p.14참조) 이 책의 화자이자, 저자인 아오야마 준, 성실한 연구자 와타나베 슌, 두 명이 쓰카모토 교수의 연구를 이어가는 제자다. 놀랍다. 도대체 왜 뱀장어를 연구하는 걸까? 왜 하필 뱀장어지? 자주 듣는 질문이라 한다. 저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쓰카모토 교수는 "뭔가 재미있지 않아? 광활한 바다 속을 수천 킬로미터나 회유한다고."(p.14)라고 한단다. 탐험대의 모습에서 일본인의 장인정신, 열정을 느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뱀장어일지라도 그들은 모든 것을 걸고 연구한다. 수백 년간 묵묵히 가업을 잇는 그들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자, 본격적으로 그들의 아프리카 탐험기속으로 빠져보자. 여기서 확인해야 할 한가지. '도대체 왜 그들은 아프리카를 탐험하는 걸까?'에 대한 답. 그들이 뱀장어 연구자임을 알고 있기에 뭔가 뱀장어와 관련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정확히 살펴보자. 뱀장어는 전 세계에 총 18종이 있다고 한다. 그 중 17종의 뱀장어는 모으는데 성공했지만 마지막 한 종,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라비아타'만은 모으지 못한 것이다. 이들의 아프리카 탐험은 바로, 수집하지 못한 마지막 한 종 '라비아타'를 찾기 위한 것이다.

라비아타를 찾기위한 이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뱀장어를 비싼 값에 산다고 한바탕 소문을 퍼트리기도 하고(p.42), 비싼 값에 살테니 뱀장어를 잡아 달라고 어부들에게 직접 부탁하기도 한다.(p.101) 특히 뱀장어의 흔적을 찾기 위해 잡아먹고 버렸다는 뼈를 파헤치는 장면(p.57이하)은 감탄했다. 다소 무모하고 바보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뱀장어를 향한 이들의 열정은 이토록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멋지다.

'라비아타', 18종의 뱀장어중 아직까지 수집하지 못한 마지막 한 종. 역시 쉽게 찾을 수 있는거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뱀장어라며 잡아 오는 것은 진짜 뱀장어가 아닌 스파이닐, 가시뱀장어였다. 그 허무함이란. 더군다나 아프리카는 이들에게 결코 만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입맛에 안 맞는 음식, 부족한 물, 비위생적인 화장실, 모든 것이 힘들기만 하다. 점점 지쳐가는 그들. 과연 그들은 마지막 종 '라비아타'를 찾을 수 있을까? 뱀장어를 향한 그들의 열정을 따라가 보자. 한가지에 열정을 바치는 가장 순수한 인간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아프리카>,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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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화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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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말부터 하고 싶다. 정말 흥미진진했고, 감동적이었다. 별 생각없이 읽다 그만 놀라버렸다. <유이화>, 정말 멋진 작품이다. 처음 작가 조두진님이 연륜이 꽤 되는 분으로 알았다. (솔직히 말하겠다. 박두진 시인과 헷갈렸다-_-) 하지만 <도모유키>로 한겨례문학상을 받은 젊은 작가란 것을 알고 또한번 놀라버렸다. 왜 아직까지 몰랐던가.

<유이화>의 특징을 몆가지 항목으로 나눠 살펴보겠다. 첫째, <유이화>는 긴장감이 넘치고 재미있다. 조선과 일본을 넘나드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전개는 특히 인상적이다. '임진왜란 발발, 진주성 대전 - 포로가 된 철영과 이화 - 일본으로 끌려간 이화 - 다이묘의 스승이 되어 일본으로 가는 철영 - 이화의 힘겨운 일본생활 - 도모유키와 이화의 만남 - 재회 - 선택'. 한순간도 눈을 돌릴 수 없는 대단한 몰입력을 보여준다.

둘째, 포로가 된 조선인들의 고난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코와 귀가 베이고, 갖은 노역에 시달리는 포로들, 일본군의 노리개가 되어버린 여인들의 신산스런 삶, 일본으로 농노로 팔려가 갖은 고생을 하는 조선인들, 저자의 엄청난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철영'과 '도모유키' '동구'의 모습이 대조되는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철영은 가족보단 국가와 임금을 중시한다. 초반 도망가던 동구를 닥달해서 성안으로 끌고 온 것과 사경을 헤매는 아이와 부인을 뒤로하고 성으로 향하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반면 동구는 가족이 우선이다. 동구가 아내에게 주기위해 주먹밥과 옷가지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 그의 가족사랑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도모유키 역시 아시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헌신적인 인물이다. 이런 대립적인 인물 사이에서 유이화는 갈등하는 것이다.

넷째, '유이화의 갈등'은 이 소설의 핵심. 고향을 등지고 머나먼 일본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  죽은 아들 편윤과 사라진 남편, 힘겨운 농노생활, 양반가에서 곱게 자란 그녀에겐 얼마나 힘겨웠을까? 유이화는 '전남편 철영, 죽은 아이 편윤'과 '일본인 남편 도모유키, 아들 시로즈' 사이에게 큰 갈등을 하는데, 그녀의 고통과 내면적 슬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선조임금과 대신에 대한 풍자, 조소. 이 부분은 <유이화>의 또다른 묘미다. 저자는 선조, 신하들을 신랄하게 풍자, 조소하고 있다. 전란에서 공을 세운 의병장들과 이순신을 잡아들이고, 한창 전쟁중임에도 종이를 만들고, 물고기를 잡아서 보내라고 채근하는 임금. 그것이 조선의 현실이었다. 조금 노골적이지만, 어느 하나 허구인게 없다. 전부 사실이다. 임진왜란 당시 공을 세운 의병장들은 나중에 핍박을 받았다. 난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 하지만 사실은 도망만 다니던 자기들의 위엄과 권위에 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선조가 종이를 만들어 보내라고 했던 것, 물고기 잡아 올리라고 했던 것, 전부 역사적 사실이다. 그가 명나라로 도망치려 했던 것, 그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모두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유이화(아시타)'의 내면묘사나 심리적 갈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책 제목이 무었인가?? 바로 '유이화'이다. 하지만 그에 걸맞지 않게 그녀의 비중은 미미하다. 유이화는 전쟁으로 일본으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고, 새로운 남자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이런 과정에서 그녀가 보았던 것, 들었던 것, 느꼈던 것을 좀 더 강하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유이화>, 깊은 감동을 준 작품이다. 거창한 국가와 이데올로기에 회의하고 구체적인 인물들에 집중하는 시각이 정말 마음에 든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인 입장에서 서술했다는 <도모유키>부터, 다른 작품모두 하나씩 읽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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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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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듣게 될 이야기는 '한 소녀'에 관한 것이다. 짐작은 했겠지만 그 소녀는 책도둑이다. 책도둑, 책도둑이라…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표현이다. 이 소녀는 가족을 잃고 양부모 밑에서 지내야했던 가엾은 소녀다. 책을 통해 조금씩 삶의 의욕을 되새기는 이 사랑스런 소녀에게 책도둑이라니! '죽음의 신'에게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맞다. 소녀를 지켜보고 책도둑이라 부른 자는 죽음의 신이다. 죽음의 신은 말한다. "자, 여기 그것이 있다. 몇 손가락에 꼽을 만한 이야기. <책도둑>. 마음이 내키면 나와 함께 가보자. 내가 이야기를 해줄 테니까. 내가 뭔가 보여줄 테니까."(p.28)라고. 믿어보자.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동생을 잃고 어머니와도 떨어지게 된 리젤 메밍거, 전쟁은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 버렸다. 그러나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한스 후버만이란 양부모. 이제부터 리젤의 새로운 삶은 시작이다. 전쟁의 암울함이 이후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리젤이 책을 통해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양아버지 한스 후버만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들이고 함께 책을 읽으며, '루디 슈타이너'같은 친구도 사귄다. 소녀의 성장소설같은 새콤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책도둑이라 불리는 소녀, 바로 리젤이다. 리젤은 양부모 밑에서 생활하게 되는 혼란한 틈에 첫번째 절도(?)를 감행한다. 책제목은 '무덤을 파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 소녀가 읽기에는 전혀 어울릴만한 책이 아니지만, 변변한 책한권 없는 리젤에겐 소중한 책이다. 이후 목차는 소녀와 인연을 맺게된 책제목이다. 때론 훔치고, 때론 선물받은 리젤만의 책들.

마커스 주삭의 유머감각은 인상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성장소설같은 느낌'을 들게한 이유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리젤의 양어머니의 로자 후버만, 그녀는 한마디로 극악스런 여인이다. 저자는 그녀의 성격을 한마디로, 그것도 유머스럽게 표현한다. '로자 후버만이 한 말의 번역 "뭘 보는 거야, 이 똥구멍들아?"'(p.45) 한스 후버만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면서 그가 그린 그림을 '한스 후버만의 전형적인 작품'이라고 보여주는 부분(p.100)등등 이야기 곳곳에 녹아있는 유머감각은 읽는이를 즐겁게 해준다.

<책도둑>은 '죽음의 신'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야기 중간중간 개입해 간략한 코멘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위에서 저자의 유머감각이라고 인용한 부분은 전부 죽음의 신이 끼어들어 코멘트한 부분이다. 이러한 구성은 처음이다. 마커스 주삭만의 개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리젤은 '어깨 으쓱거리기', '마인 캄프', '굽어보는 사람' 같은 책과 함께 조금씩 성장한다. 소녀에게 책은 삶 그자체였다. '굽어보는 사람'에 대해서는 더 말을 해야겠다. 저 책은 리젤이 훔친 책이 아니다. 후버만네 지하실에 숨어있는 유대인 막스 판덴부르크가 직접 만들어 선물한 책이다. 고작 13페이지밖에 안되는 책이지만, 마인 캄프의 종이에 페인트를 칠해 만든 조잡한 책이지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책이다. p.332이하에 수록되어 있는 13페이지를 주목하라. <책도둑>안에 있는 또하나의 책이다.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책도둑>, 정말 괜찮은 책이다. 읽고 후회한다면, 그런 분이 만약 있다면 우리집 열쇠를 드리겠다. 내 서재에서 책들을 전부 훔쳐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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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2-1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그렇게 재밌나요?ㅇ.,ㅇ
전에 모 카페에 갔더니 책도둑이 비치되어있어서 살짝 봤었는데, 엄청 두껍더라고요.
그걸 두권짜리로 읽으려니 좀 곤욕일것같기도 하지만, 두꺼운데다가 재밌다면 그만큼 즐거운 독서도 없을듯..^^
추천~저도 다음에 사야겠어요!

쥬베이 2008-02-20 00:34   좋아요 0 | URL
재미도 있고, 제2차세계대전이란 분위기를 잘 살렸어요
거기다, 마커스 주삭 필력이 대단합니다. 유머감각도 좋고요^^
시즈님도 마음에 드실거에요~~

칼리 2008-02-2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쇠를 내주고 서재에서 책을 훔쳐가도 좋을만큼 재미있는 책이라니 구미가 확 당기네요. 책보다 추천하는 말에 꽂히다니...ㅋㅋㅋ 여하튼 제가 2차대전의 독일...유태인 그런데 한때 많이 심취했었는데 배경만으로도 일단 흥미가 생깁니다. 얼른 읽고 공감해봐야겠네요.

쥬베이 2008-02-20 15:40   좋아요 0 | URL
^^ 나중에 칼리님 찾아오시면 어쩌나~^^
그럼 책을 전부 꺼내 드려야 할텐데...ㅋㅋㅋ
<책도둑>, 정말 괜찮은 책이에요. 괜히 폼만 잡지 않고 자기 스타일을 잘 표현하고 있답니다~

긍정의여왕 2008-04-1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만 보고 주문을 했죠 하지만 아직 시작은 못하고 있는데 시험이 끝나는데로 읽어볼려구요 긍금증만 잔뜩안고 참고 있네요^^

쥬베이 2008-04-21 10:07   좋아요 0 | URL
대학생이신가봐요^^요즘 시험기간인데....
여유생기면 찬찬히 읽어 보세요~ 멋진 책입니다^^

신소현 2015-02-2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책 오만원어치를 질러버렸는데... 이런 리뷰를 보니 또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좋은 책에 좋은 리뷰. 저도 다음달쯤엔 구매해서 읽고있으면 좋겠네요:-)

쥬베이 2015-02-23 21:19   좋아요 0 | URL
은하수님 안녕하세요^^
정말 오래전 리뷰인데, 읽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기뻐요^^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