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아프리카 - 갈 데까지 갑니다! 아프리카 폭소 탐험기
아오야마 준 지음, 고주영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부담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 마음에 쏙 든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헌책방에서 구하기 힘든 절판본을 발견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누가 뭐래도, 아프리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읽기 시작했다. 장르정체성이 불분명하지 않은가? '탐험기면 탐험기지, 어떻게 재미하고 연결될 수 있지?'했다. 하지만 이 책은 숨겨진 진주다. 뱀장어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를 누비는 탐험대의 여정은, 단순한 탐험기 이상이었다.

일단 장르정체성 문제, 과연 이 책은 어떤 장르인가? 외견상 본다면 뱀장어연구를 위해 아프리카를 탐험한 '탐험기'라 하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이런 '정답'은 뭔가 부족하다. 이 책은 어려운 학술용어, 전문적인 지식이 난무하는 책이 아니다. 도쿄대 해양연구소 교수 '쓰카모토 가쓰미'가 리더인 탐험대의 아프리카 탐험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 책이다. 모든 사전지식을 잊고 '이 책은 소설이야, 아프리카 탐험여정을 생생하게 풀어간 소설이란 말이지.'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그렇게 믿을 수 있다. 소설 같은 재미, 유쾌한 문장, 탐험기에선 보기 힘든 요소를 이 책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폭소 탐험기'란 수식이 이제야 이해된다.

주인공격인 탐험대에 대해 알아보자. 이들은 도쿄 대학 해양연구소에서 뱀장어의 산란장조사와 생태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다. 이 연구를 이끄는 쓰카모토 가쓰미교수는 뱀장어의 산란장을 최초로 발견한 세계적인 연구자다.(p.14참조) 이 책의 화자이자, 저자인 아오야마 준, 성실한 연구자 와타나베 슌, 두 명이 쓰카모토 교수의 연구를 이어가는 제자다. 놀랍다. 도대체 왜 뱀장어를 연구하는 걸까? 왜 하필 뱀장어지? 자주 듣는 질문이라 한다. 저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쓰카모토 교수는 "뭔가 재미있지 않아? 광활한 바다 속을 수천 킬로미터나 회유한다고."(p.14)라고 한단다. 탐험대의 모습에서 일본인의 장인정신, 열정을 느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뱀장어일지라도 그들은 모든 것을 걸고 연구한다. 수백 년간 묵묵히 가업을 잇는 그들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자, 본격적으로 그들의 아프리카 탐험기속으로 빠져보자. 여기서 확인해야 할 한가지. '도대체 왜 그들은 아프리카를 탐험하는 걸까?'에 대한 답. 그들이 뱀장어 연구자임을 알고 있기에 뭔가 뱀장어와 관련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정확히 살펴보자. 뱀장어는 전 세계에 총 18종이 있다고 한다. 그 중 17종의 뱀장어는 모으는데 성공했지만 마지막 한 종,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라비아타'만은 모으지 못한 것이다. 이들의 아프리카 탐험은 바로, 수집하지 못한 마지막 한 종 '라비아타'를 찾기 위한 것이다.

라비아타를 찾기위한 이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뱀장어를 비싼 값에 산다고 한바탕 소문을 퍼트리기도 하고(p.42), 비싼 값에 살테니 뱀장어를 잡아 달라고 어부들에게 직접 부탁하기도 한다.(p.101) 특히 뱀장어의 흔적을 찾기 위해 잡아먹고 버렸다는 뼈를 파헤치는 장면(p.57이하)은 감탄했다. 다소 무모하고 바보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뱀장어를 향한 이들의 열정은 이토록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멋지다.

'라비아타', 18종의 뱀장어중 아직까지 수집하지 못한 마지막 한 종. 역시 쉽게 찾을 수 있는거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뱀장어라며 잡아 오는 것은 진짜 뱀장어가 아닌 스파이닐, 가시뱀장어였다. 그 허무함이란. 더군다나 아프리카는 이들에게 결코 만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입맛에 안 맞는 음식, 부족한 물, 비위생적인 화장실, 모든 것이 힘들기만 하다. 점점 지쳐가는 그들. 과연 그들은 마지막 종 '라비아타'를 찾을 수 있을까? 뱀장어를 향한 그들의 열정을 따라가 보자. 한가지에 열정을 바치는 가장 순수한 인간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아프리카>,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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