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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 러브스 유 - 도쿄 밴드 왜건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7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쉬 러브스 유 - 도쿄밴드왜건>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도쿄밴드왜건>의 후속작이다. 전작을 읽고 이 작품을 접한다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등장인물의 관계를 파악하는게 조금 힘들지만, 친절하게도 '등장인물소개', '인물관계도'가 앞부분에 실려있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훈훈하고 따뜻한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증조부에서 증손자까지 4대가 모여사는 훗타일가의 다양한 에피소드, 오랜만에 포근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쇼지 유키야는 '일상의 미스터리'기법으로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이 점은 특기할 만하다. (자세한건 후술)
훗타가家를 지탱하던 현모양처, '훗타 사치'가 사근사근 이야기를 건낸다. 마치 극의 막을 여는 '변사'처럼 그렇게. 사치의 '~했어요', '~에요'식 문체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든다. <쉬 러브스 유>의 훈훈한 분위기가 단지 인물설정때문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부분. 그런데, 저자는 초반부터 읽는이를 놀래킨다. 훗타 사치는 유령이었던 것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죽은뒤에도 식구들 곁에 남아(p.18) 가족들을 지켜보는 그녀. 이후 이야기는 그녀의 시점으로 바라본 훗타가의 에피소드다.
겨울을 시작으로 봄, 여름, 가을을 목차로 구성하고 있다. 겨울엔 새해맞이, 크리스마스, 봄은 신학기 시작, 여름은 여름방학, 가을은 아미, 스즈미의 출산등 계절에 걸맞는 큼직큼직한 사건을 기본으로 훗타 4대가 펼쳐내는 폭소에피소드를 그려간다. 이쯤에서 '일상의 미스터리'이야기를 하자. 쇼지 유키야는 훗타 4대의 에피소드를 기본재료로 삼고, '일상의 미스터리'기법을 요리법 삼아, 이 작품을 요리한다.
예를 들어보자. 목차 '겨울'의 에피소드, 고서적 '고사원류'를 팔러온 대학생(p.42), 고사원류에 나 있는 사각형 구멍(p.59), 여자아기를 버리고 간 젊은 여자(p.52)등. 저자는 여기서 의문을 던진다. 대학생은 할아버지의 유품인 고사원류를 왜 팔게 된 것일까? 고사원류에 나 있는 사각형 구멍의 정체는? 대학생이 저 사실을 속이고 책을 판 걸까? 또한 여자아기를 버리고 간 젊은 여자에겐 어떤 사정이 있을까? 칸이치 영감은 마치 형사 콜롬보처럼 숨겨진 진실의 이면을 들춰낸다. 그 과정에서 대학생과 젊은 여자의 관계, 사각형으로 난 구멍의 비밀등 모든 의문이 속시원하게 밝혀진다. 잔혹한 살인사건이 아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처럼, <쉬 러브스 유>엔 숨겨진 일상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재미가 있다.
조금 심각한 사건도 발생한다. 살인미수현장에서 헌책방 도쿄밴드왜건의 검인이 찍힌 종이조각이 발견된 것.(p.310) 경찰은 사건과 도쿄밴드왜건과의 연관을 조사하고, 아미와 스즈미의 출간, 아이코의 영국출국준비로 분주했던 훗타가는 일순간 얼어붙는데…왜 살인미수 현장에서 도쿄밴드왜건의 검인이 찍힌 종이가 밝견된 걸까?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 읽어보시길.
<쉬 러브스 유>는 훈훈하고 따뜻한 훗타가家 이야기와 흥미진진한 일상미스터리가 절묘하게 녹아든 소설이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읽었다. 출판사에서 <도쿄밴드왜건>의 3편, 번외편 출간까지 요청받았다는 게 이해된다. 방대한 등장인물처럼 '도쿄밴드왜건 시리즈'가 펼쳐낼 이야기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