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폴리스 2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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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음.

<네크로 폴리스>를 즐기려면 'V파, 히간, 갓치'같은 설정을 이해해야 한다. 죽은 자가 돌아오고, 함께 할 수 있는 V파, 범인을 갈기갈기 찟어버리는 갓치. 이미 여러번 히간에 참여했던 사람들과는 달리, '준'은 독자와 가장 가까운 입장이다. 그렇기에 '준'에게 질문하는 역할을 맡기고, 나머지 사람들이 답을 해주는 식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준의 질문의 계속 이어진다. 1권p.44를 비롯한 초반부내내, 2권p.287,313등) 하지만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애당초 모든 걸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 몰라도, 뭔가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작품 전체의 환상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온다 리쿠답지만, 특이한 점이 있다. 먼저 시점. <네크로 폴리스>는 3인칭 시점으로 우직하게 이어진다. 지미, 테리와 흑부인 메리, 라인맨등의 시점을 번갈아 제시할 수도 있고, 그게 차라리 입체적인 구성엔 나아 보인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등에서 완벽한 구성을 선보였던 작가이기에 의외라면 의외다. 다른 하나는, 인물들의 다양한 가설이 제시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경의혹과 경사면에서 도망간 누군가의 정체 때문에, 지미에게 의혹이 집중되는 상황(2권p.28이하)에서 등장인물은 각자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준의 착각이었거나 테리가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마리코, 지미가 거짓말을 한다는 하나, 테리가 살아있거나 지미와 테리의 공모라는 교수, 정신충격으로 인한 지미의 1인2역이라는 린네. 독자는 이들의 논쟁을 지켜보며 어느 한가지 입장에 동조하거나 다른 가설을 세워 볼 수도 있다.

의혹은 크게 4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오래전 증발하듯 사라진 켄트의 행방. 둘째, 연쇄 살인범 '피투성이 잭'의 정체. 셋째, 쌍둥이 테리와 지미와 관련된 의문점들. 넷째, 흑부인 메리를 둘러싼 의혹과 증발사건. ('하나'는 보다 자세하게 의혹을 정리한다. 참조하시길 2권p.239) 하나하나 자세하게 살필 생각은 없고, 인상적인 핵심사건 하나만 이야기하겠다. 두번째와 관련, 피투성이 잭에게 살해당한 다섯 피해자가 등장하는 장면(2권p.107)이 있다. 살인마의 정체가 밝혀질지 모른다고 기대하게 되지만, 피해자는 가해자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밝혀진 건 범행수법뿐, 이들의 등장이 도리어 의혹만 증폭하게 된다.

이야기가 중후반으로 치닫고, 슬슬 걱정 되기 시작했다.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제대로 마무리할 수는 있을까?' 온다 리쿠가 깔아 둔 이야기는 번잡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양했고, 의혹은 의혹대로 부풀려 졌기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 것이다. 결말은 역시 실망이었다. 황당하게 밝혀지는 진실은 '도대체 왜 의혹을 부풀렸을까?'란 배신감까지 느끼게 한다.

첫 번째 의혹은, '서맨서'란 여자아이의 말을 통해 해결된다. 서맨서의 말을 듣고 준이 비밀을 간파한다는 설정인데, 인물트릭을 이용한 진부한 반전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의혹이 해결되는 부분은 '황당하다'는 말로도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이다. 어이없다. 잠자던 준을 습격(2권p.288이하)하는 테리와 지미가 자기 입으로 실컷 떠들면서 의혹이 해소된다. 시작부터 계속된 의혹이 저렇게 갑자기 밝혀지는 것이다. (밝혀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흐지부지.) 저런 갑작스럽고 거친 전개를 선택하다니. 또한 테리와 지미의 행동도 괴상하다. 습격했으면서 목까지 그어놓고 죽이지 않는 건 뭔가? 피만 살짝나게 목을 그었다는 것도 웃기고, 변덕때문에 죽이지 않고 돌아가는 것도 웃긴다. 자신들의 정체를 준이 알게 된 상황 아닌가? 그런데 살려둔다고? (마지막 의문은 최대한 호의적으로 해석한다면, 'V파의 변화양상을 고려한 테리와 지미의 자신만만함 때문이 아닐까'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이없기는 마찬가지)

이제 남은 건, 흑부인 메리를 둘러싼 의혹과 사건이다. 온다 리쿠는 나머지 의혹은 재빨리 처리해 버리고, 저것으로 결말을 시도한다. 여기서 언급해야 하는 게, 라인맨의 누나 '아스나'이다. 아스나는 역시 라인맨이었고 켄트와 사랑에 빠져 외국으로 사랑의 도피를 했다. 하지만 최근 V파를 찾았다 딸과 행방불명되었다. 이와 관련 아쉬운 건, 라인맨의 존재의의다. 라인맨은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하고 뭔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걸로 짐작된다. 하지만 결말을 돌이켜 보면, 아스나를 등장시키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소모되었을 뿐이다.

아무튼, 준과 켄트, 라인맨은 아스나, 서맨서, 메리를 구출하러 나선다.(2권p.302) 최후의 클라이막스에 다다른 것. 여기서도 지적할 게 있다. 이 장면은 최후의 대결을 위한 절정으로 긴장감이 넘쳐야 한다. (정말 긴장감이 넘친다는 것과는 별개) 그런데 준과 켄트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대화를 나눈다.(2권p.313이하)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정말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왜 말이 되지 않는지 이해할 것이다.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준, 켄트, 라인맨은 딱히 할 일도 없었다. 악의 무리따위도 없었고, 구하려 했던 이들은 어리둥절 할 정도로 잘 있었다. (이 부분은 너무 흐릿해 이해불가능.) 마지막 배커가 밝히는 V파의 변화내지 비밀 역시 큰 감흥은 없다.

한가지 더 말할 게 있다. 제임스의 <언덕의 품에서>(1권p.367)와 이를 영화화한 새뮤얼 가네다의 영화. 이는 미스터리함을 강화하고, 구성을 풍성하게 한다. 책의 내용도 언급되고, 가네다의 시점으로 보이는 프롤로그도 존재한다. 이 자체는 괜찮은 시도다. 하지만 역시 의혹해소 방식이 엉성하다. 아니, 의혹만 있고 나머지는 흐릿하다. (일본상영판 필름과 해외상영판 필름에 차이가 있다는 점, 필름에 손님이 찍혔고 이를 삭제했다는 의혹이다.) 전체를 조망하면 왜 이것이 등장해야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시작은 멋졌지만, 중후반 이후 플롯을 통제하지 못했고 결말은 최악이다. 정치적 결말로 밋밋하게 끝낸 <메이즈>와 유사한 상황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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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8-09-1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정말이지 줄기차게, 신들린 듯 쓰는 것 같습니다. 다작이 나쁜 건 아니지만 양질의 과작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재능을 낭비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그래도 쥬베이님 리뷰를 보니 호기심이 생기네요~~^^

쥬베이 2008-09-12 16:40   좋아요 0 | URL
온다 리쿠 좋아하는 작가에요.
그런데 요즘 접한 작품은 하나같이 기대이하였답니다ㅋㅋㅋ
많이 쓰는 만큼, 실망이 큰 작품도 있나 봐요
 
윌리를 찾아라! 판타지 여행
마틴 핸드포드 지음, 조원희 옮김 / 예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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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어릴 때 재미있게 했던 [윌리를 찾아라]가 책으로 나오다니. 당시에는 잡지 부록으로 브로마이드처럼 들어 있던 걸 했었는데, 멋진 책으로 나온 '윌리'를 만나니 더욱 반갑다. 잊고 있던 옛 친구를 만난 기분^^

<월리를 찾아라! - 판타지 여행>엔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것 같은 환상적인 그림이 가득하다. [바이킹의 대단한 뷔페], [빨간 난쟁이들의 습격], [날아다니는 양탄자]등 무려 12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당연히 올컬러에 최고급 종이로 말이다.

월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노파심에 설명하면, 빨간 줄무늬 T셔츠를 입고 안경을 쓴 푸근한 인상의 소유자가 윌리이다. 말보다 직접 보는게 좋을 듯^^ 한가지 놀란 건, 찾아야 할 대상이 월리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윌리에겐 여자친구 '웬다'도 있고, 강아지 '우프'도 있었다. 또 흰수염 마법사, 오드로도 있고 월리의 열쇠, 웬다의 카메라, 마법사가 숨긴 두루마리도 찾아야 한다. 헉헉. 어릴 적에는 윌리만 찾았는데, 이럴 수가.

열심히 윌리를 찾으며, 이 책의 가치를 생각해 봤다. 일단, 재미있다. 다양한 인물, 사물, 옷차림을 보며 그림 자체를 즐길 수 있고, 숨은 윌리를 찾는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둘째,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근래 책을 읽으며 이렇게 뚫어져라 본 적은 없었다. 완전 몰입, 무아지경ㅋㅋㅋ그렇다. 월리와 함께하면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셋째, 인지력과 색감을 키울 수 있고, 책과 친해질 수도 있다.

<월리를 찾아라! - 판타지 여행>,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도 있었고, 오랜만에 보는 윌리 역시 반가웠다. (예쁜 책으로 만나는 윌리라 더욱 반가웠다는^^) 시작할 때는 자신만만했는데, 오랜만에 찾으려니 만만치 않았다. (12개 에피소드 중에 겨우 5개에서만 윌리를 찾았음-_-) 다행히 '윌리 추격대를 찾기 위한 목록'이란 도움말이 뒤에 실려 있다. 참조하면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미스터리 퍼즐을 푸는 듯한 기분도 들고.

많은 말을 했지만, <월리를 찾아라! - 판타지 여행>은 말이 필요 없는 책이다. 세계 28개국 3천만명 이상이 찾는 윌리다. 더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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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금기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1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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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금기>엔 정통 쇼트-쇼트보다 길이가 긴 16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흰 옷의 남자>, <안전카드>처럼 역시나 재미있었다. '플롯의 무한폭주'라 할만큼 과감하게 이야기가 흘러가, 충격과 통쾌함을 동시에 느꼈다. 약간 과하다고 생각되는 설정도 있었지만, 그건 일본과 우리의 문화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작품수준이 고르기 때문에 특징적인 작품위주로 살펴 보겠다.

[해결책](p.7) 한 남자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남자는 아내를 죽였다. 내연녀는 사체를 유기하도록 하고, 성형수술을 받아 아내행세를 한다. 이웃 주민이 "실례인 줄은 알지만 요즘 조금 변하신 듯하네"하면 "어머 알아보셨어요? 저 성형수술을 좀 했어요."라고 웃어 넘긴다. 남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살인은 발각되지 않고, 즐거운 나날이 흘렀다.' 이들의 행복은 계속될 수 있을지. 시작부터 강렬했던 작품.

[도망가는 방](p.39)과 [죽도록](p.110)은 위에서 말한 '플롯의 무한폭주'에 가장 걸맞는 작품이다. [도망가는 방] 정사情死 하기 위해 호텔방을 찾은 남녀, 하지만 죽음조차 쉽지 않았다. 지배인이 찾아오고, 정체불명의 남자와 외국인까지 이들을 방해한다.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 두 사람, 생각을 바꾸어 세상과 맞서기로 한다.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마지막에 의외의 반전이 있다. [죽도록]은 자유자재로 영혼이동이 가능한 사내가 주인공인 초현실적 이야기다. 자신을 죽인 불량배와 경찰의 몸을 넘나드는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인계받은 일](p.82)은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작품이다. (돌아보면 위에 두 작품도 그렇고 살인과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이 꽤 있다.) 단죄 받지 않고 활개치는 악인을 처단하는 남자 이야기. [등에 업힌 노인](p.167)는 미스터리하다. 악귀인지 수호령인지 모르는 노인이 사람들 등에 업히는데, 노인을 업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승객](p.73)은 유명한 괴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택시를 탄 여자가 돈을 가져 오겠다며 집에 가지만 나오지 않고, 기다리다 못한 택시기사가 집에 가보니 여자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이야기. 우리만 아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니…아무튼 신선했다.

<수많은 금기>는 호시 신이치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재미있는 작품이다. 정통 쇼트-쇼트보단 약간 길지만 도리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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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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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다 괜찮다>는 지승호씨가 공지영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오가는 대화에 편안하게 귀 기울이면 되는지라, 부담없이 읽었고 무척 즐거웠다. 괴상하게도 남의 대화를 엿듣는 듯한 쾌감(-_-)까지 느꼈다. 돌아보면 항상 '작가의 말'에 굶주려 있었다. 책에 실리는 그런 '작가의 말'이 아닌, 함께 밥먹으며 주고 받을 수 있는 편안한 말 말이다. 일반 독자는 거의 접할 수 없지 않은가? 아무튼 이 책으로 '작가의 말'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풀었다. 공지영 작가님에서 끝내지 말고 다른 작가들도 인터뷰 했으면 좋겠다.

목차는 작가의 작품으로 되어 있으며, 인터뷰에 앞서 해당 작품에 대한 지승호씨의 코멘트가 있다. 1장은 <즐거운 나의 집>이다.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지라 민감한 이혼 문제가 시작부터 튀어 나온다. 세 번 이혼했다는 걸 밝힌 것에 대해, "극복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거죠. 그것을 그냥 받아들인 거예요. 내가 그렇다는 것을. (중략) 결혼에는 무능하고 실패한 여자라는 것을 받아들였고, 결혼에 실패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p.31)라고 한다. 여성지의 왜곡, 대중의 시선에 힘들어 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공지영 작가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선생이) 찍어 가지고 미워하고 그런다"라며 분해하는 아이를 다독이는 모습. 길지만 작가의 말을 인용하겠다. "엄마가 그 선생님이 너 잘되라고 그런다는 거짓말은 안 할게. 솔직히 그건 거짓말이야. 선생님도 화가 나서 너한테 감정적으로 대했을 수 있어." "이상한 선생님들이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세상에도 많아. 앞으로도 평생 한 2000명은 만날 거야. 그럴 때마다 계속 끝까지 대들래? 그리고 선생님들은 1년 지나면 바뀌잖아. 네가 알아서 편한 대로 처신해."(p.64) 정말 멋진 엄마다. 나 역시도 학창시절, 이상한 선생들 때문에 힘들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괜히 걱정하실까 봐 혼자 참았는데, 공지영 작가의 저 한마디를 들었다면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말대꾸한다'는 말에 대한 이야기(p.64)가 오간다. "'말대꾸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조건 내 말을 들으라는 것 아닙니까?"라는 지승호씨의 말에, 작가는 "그런데 왜 일단 '알겠습니다.'하라는  거예요? 전 어릴 때부터 그게 너무 싫었어요."라고 한다. 여러모로 공지영 작가는 나랑 통하는 면이 있다. 나 역시 그랬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데, 어떻게 '알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군대'란 특수조직에선 무조건 '알겠습니다' 해야 한다. 저긴 이성과 논리가 통하는 곳이 아니다-_- '알겠습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군대에서 힘들다. 휴)

3장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사형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간다. 작가가 사형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자. "그 사람들을 죽여서 아이들이 살아올 수 있다면 저도 사형제에 찬성할 거예요. 그건데 또 하나의 살인이 무참히 저질러지는 것 외에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중략) 생명은 인간의 소관이 아닌 것 같아요. 누구도 생명을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요. (중략) 오히려 정말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보상, 경찰들의 무능, 이런 것들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되는데, 그 사람 하나 죽인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p.112) 그렇구나. 솔직히 사형제에 대해선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작가의 입장을 접한 것으로 만족하자.

평론가들이 공지영 작가에 배타적이란 걸 알고 약간 놀랐다. 그리고 작가님이 주요 문학상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뛰어난 작품성, 대중적 호응을 고려하면 받아도 수십번은 더 받아야 하지 않나?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작가는 21세기문학상 심사위원 김윤식 선생님의 심사평을 말하는데, 다소나마 위안이 된 듯하다. "사실 공지영 씨가 이제 와서 첫 상을 받느냐고 사람들이 나한테 많이 물어보는데, 솔직히 평론가의 입장에서 상은 더 잘하라고 주는 거다. 그런데 공지영 작가가 너무 잘하고 있어서 줄 필요가 없었는데 요새 좀 뜸한 것 같았다. 그래서 격려차 주는 것이다."(p.146) 오죽하면 작가가 이름을 숨기고 신인 문학상에 응모하고 싶어 했을까?

다른 작가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김영하 작가에 대해선, "'이 사람 참 천재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내 얘기 같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거든요. 굉장히 기발하고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재미있기도 하고 벽이기도 한 것 같아요."(p.233)라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취향을 말하면서, 이야기들이 아주 재미있고, 구성이 짜임새 있게 흘러가지만 삶이 거기서 발견되지 않는 것 같은, 말하자면 아픔이 발견되지 않는 그런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p.369)고 한다. 그런 얘로 베르나르 베르베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드는데(정확히는 지승호씨의 질문에서 드러남), 약간 의외였다.

<괜찮다, 다 괜찮다> 멋진 책이다. 부지런한 인터뷰어 지승호, 최고 인기작가 공지영의 장점과 매력이 더해져 멋진 작품이 탄생했다. 지금까지 공지영 작가의 작품을 읽은 것보다, 작가님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되었다. 더 가까워진 느낌까지 든다. 평소 공지영 작가에게 궁금한 게 있었다면 더 큰 감동으로 다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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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코짱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0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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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봇코짱>은 말이 필요없는 호시 신이치의 대표작이다. 호시 신이치하면 먼저 '봇코짱!'하고 튀어 나올 정도로 유명한 작품. 저자가 직접 선별했다는 39편의 이야기는 역시 대단했다. 호시 신이치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런 말을 한다. "이 한 권은 나, 호시 신이치라는 괴상한 작가 그 자체를 쇼트 쇼트 스토리로 완성한 형태이다."라고. 호시 신이치의 완성이 곧 <봇코짱>이라니, 보통 애정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 아닌가?

[봇코짱](p.7) 바(bar)의 주인은 미녀로봇을 만든다. 정성을 다해 만들었기에 외관은 사람과 구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두뇌는 어쩔 도리가 없었고 간단한 대답만이 가능했다. 바의 손님은 미녀로봇을 보고 '새로운 여자 종업원이구나'하고 말을 건다. "이름은?" / "봇코짱" / "나이는?" / "아직 젊어요"…(p.8) 새침데기 같은 미녀에다 도도함까지, 사람들은 봇코짱에 반해 버린다. 봇코짱에 반해 엄청난 술값을 지출한 청년,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바를 찾는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봐, 나와](p.13)는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 영어로 번역되어 실렸다는 작품이다. 태풍때문에 직경 1미터 정도되는 구멍이 생긴 마을, 사람들은 구멍 안을 들여다보고 소리도 질러보고 돌도 던져보지만 구멍 안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신문기자와 학자도 오지만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멍. 이때 브로커가 나타나 구멍을 달라고 하는데…과연 정체불명의 구멍으로 무엇을 하려는 건지.

중,후반에 인상적인 작품은 주로 외계인이 등장하거나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 [표적이 된 행성](p.93) 비늘로 뒤덮인 우주 생물이 지구를 공격하려고 음모를 꾸민다. 먼저 지구로 내려가 한 명 잡아 가죽을 벗겨 온다. 피부를 이용해서 바이러스를 만드는 연구팀, 이들은 지구를 정복할 수 있을까? 코믹한 반전이 인상적. [친선키스](p.124)는 이전에 읽었던 작품과 유사한 느낌이다. 지구의 친선 사절단 일행은 지구와 유사한 치르행성을 방문한다. 반갑게 맞아주는 행성사람들. 사절단은 치르행성의 미녀와 키스하기 위해, 키스가 친밀함을 나타내는 지구의 인사라고 한다. 그러자 꺼리던 행성사람들도 기쁘게 키스하는데…역시 코믹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약속](p.61)과 [선물](p.180)은 외계인을 등장시켜 지구를 풍자한다. [약속] 지구를 착륙한 외계인이 식물을 채집하려 하자,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꽃이 따다 준다. 고마웠던지 원하는 걸 말해 보라고 하니,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짓을 다 고쳐 주세요. 어른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까요?"라고 말한다. 외계인은 급한 일이 있어 돌아가는 길에 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시간이 흐르고, 돌아 온 외계인.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아이들을 찾는데 그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 있다.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선물] 핵폭발이 계속되자 라르 행성 주민들은 지구에 괴물을 보낸다. 그러자 대립하던 세계 각국은 괴물을 없애기 위해 초국가적으로 협력한다. 이에 라르 행성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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