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괜찮다, 다 괜찮다>는 지승호씨가 공지영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오가는 대화에 편안하게 귀 기울이면 되는지라, 부담없이 읽었고 무척 즐거웠다. 괴상하게도 남의 대화를 엿듣는 듯한 쾌감(-_-)까지 느꼈다. 돌아보면 항상 '작가의 말'에 굶주려 있었다. 책에 실리는 그런 '작가의 말'이 아닌, 함께 밥먹으며 주고 받을 수 있는 편안한 말 말이다. 일반 독자는 거의 접할 수 없지 않은가? 아무튼 이 책으로 '작가의 말'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풀었다. 공지영 작가님에서 끝내지 말고 다른 작가들도 인터뷰 했으면 좋겠다.

목차는 작가의 작품으로 되어 있으며, 인터뷰에 앞서 해당 작품에 대한 지승호씨의 코멘트가 있다. 1장은 <즐거운 나의 집>이다.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지라 민감한 이혼 문제가 시작부터 튀어 나온다. 세 번 이혼했다는 걸 밝힌 것에 대해, "극복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거죠. 그것을 그냥 받아들인 거예요. 내가 그렇다는 것을. (중략) 결혼에는 무능하고 실패한 여자라는 것을 받아들였고, 결혼에 실패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p.31)라고 한다. 여성지의 왜곡, 대중의 시선에 힘들어 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공지영 작가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선생이) 찍어 가지고 미워하고 그런다"라며 분해하는 아이를 다독이는 모습. 길지만 작가의 말을 인용하겠다. "엄마가 그 선생님이 너 잘되라고 그런다는 거짓말은 안 할게. 솔직히 그건 거짓말이야. 선생님도 화가 나서 너한테 감정적으로 대했을 수 있어." "이상한 선생님들이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세상에도 많아. 앞으로도 평생 한 2000명은 만날 거야. 그럴 때마다 계속 끝까지 대들래? 그리고 선생님들은 1년 지나면 바뀌잖아. 네가 알아서 편한 대로 처신해."(p.64) 정말 멋진 엄마다. 나 역시도 학창시절, 이상한 선생들 때문에 힘들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괜히 걱정하실까 봐 혼자 참았는데, 공지영 작가의 저 한마디를 들었다면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말대꾸한다'는 말에 대한 이야기(p.64)가 오간다. "'말대꾸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조건 내 말을 들으라는 것 아닙니까?"라는 지승호씨의 말에, 작가는 "그런데 왜 일단 '알겠습니다.'하라는  거예요? 전 어릴 때부터 그게 너무 싫었어요."라고 한다. 여러모로 공지영 작가는 나랑 통하는 면이 있다. 나 역시 그랬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데, 어떻게 '알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군대'란 특수조직에선 무조건 '알겠습니다' 해야 한다. 저긴 이성과 논리가 통하는 곳이 아니다-_- '알겠습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군대에서 힘들다. 휴)

3장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사형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간다. 작가가 사형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자. "그 사람들을 죽여서 아이들이 살아올 수 있다면 저도 사형제에 찬성할 거예요. 그건데 또 하나의 살인이 무참히 저질러지는 것 외에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중략) 생명은 인간의 소관이 아닌 것 같아요. 누구도 생명을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요. (중략) 오히려 정말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보상, 경찰들의 무능, 이런 것들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되는데, 그 사람 하나 죽인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p.112) 그렇구나. 솔직히 사형제에 대해선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작가의 입장을 접한 것으로 만족하자.

평론가들이 공지영 작가에 배타적이란 걸 알고 약간 놀랐다. 그리고 작가님이 주요 문학상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뛰어난 작품성, 대중적 호응을 고려하면 받아도 수십번은 더 받아야 하지 않나?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작가는 21세기문학상 심사위원 김윤식 선생님의 심사평을 말하는데, 다소나마 위안이 된 듯하다. "사실 공지영 씨가 이제 와서 첫 상을 받느냐고 사람들이 나한테 많이 물어보는데, 솔직히 평론가의 입장에서 상은 더 잘하라고 주는 거다. 그런데 공지영 작가가 너무 잘하고 있어서 줄 필요가 없었는데 요새 좀 뜸한 것 같았다. 그래서 격려차 주는 것이다."(p.146) 오죽하면 작가가 이름을 숨기고 신인 문학상에 응모하고 싶어 했을까?

다른 작가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김영하 작가에 대해선, "'이 사람 참 천재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내 얘기 같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거든요. 굉장히 기발하고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재미있기도 하고 벽이기도 한 것 같아요."(p.233)라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취향을 말하면서, 이야기들이 아주 재미있고, 구성이 짜임새 있게 흘러가지만 삶이 거기서 발견되지 않는 것 같은, 말하자면 아픔이 발견되지 않는 그런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p.369)고 한다. 그런 얘로 베르나르 베르베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드는데(정확히는 지승호씨의 질문에서 드러남), 약간 의외였다.

<괜찮다, 다 괜찮다> 멋진 책이다. 부지런한 인터뷰어 지승호, 최고 인기작가 공지영의 장점과 매력이 더해져 멋진 작품이 탄생했다. 지금까지 공지영 작가의 작품을 읽은 것보다, 작가님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되었다. 더 가까워진 느낌까지 든다. 평소 공지영 작가에게 궁금한 게 있었다면 더 큰 감동으로 다가 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