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금기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1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수많은 금기>엔 정통 쇼트-쇼트보다 길이가 긴 16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흰 옷의 남자>, <안전카드>처럼 역시나 재미있었다. '플롯의 무한폭주'라 할만큼 과감하게 이야기가 흘러가, 충격과 통쾌함을 동시에 느꼈다. 약간 과하다고 생각되는 설정도 있었지만, 그건 일본과 우리의 문화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작품수준이 고르기 때문에 특징적인 작품위주로 살펴 보겠다.

[해결책](p.7) 한 남자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남자는 아내를 죽였다. 내연녀는 사체를 유기하도록 하고, 성형수술을 받아 아내행세를 한다. 이웃 주민이 "실례인 줄은 알지만 요즘 조금 변하신 듯하네"하면 "어머 알아보셨어요? 저 성형수술을 좀 했어요."라고 웃어 넘긴다. 남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살인은 발각되지 않고, 즐거운 나날이 흘렀다.' 이들의 행복은 계속될 수 있을지. 시작부터 강렬했던 작품.

[도망가는 방](p.39)과 [죽도록](p.110)은 위에서 말한 '플롯의 무한폭주'에 가장 걸맞는 작품이다. [도망가는 방] 정사情死 하기 위해 호텔방을 찾은 남녀, 하지만 죽음조차 쉽지 않았다. 지배인이 찾아오고, 정체불명의 남자와 외국인까지 이들을 방해한다.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 두 사람, 생각을 바꾸어 세상과 맞서기로 한다.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마지막에 의외의 반전이 있다. [죽도록]은 자유자재로 영혼이동이 가능한 사내가 주인공인 초현실적 이야기다. 자신을 죽인 불량배와 경찰의 몸을 넘나드는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인계받은 일](p.82)은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작품이다. (돌아보면 위에 두 작품도 그렇고 살인과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이 꽤 있다.) 단죄 받지 않고 활개치는 악인을 처단하는 남자 이야기. [등에 업힌 노인](p.167)는 미스터리하다. 악귀인지 수호령인지 모르는 노인이 사람들 등에 업히는데, 노인을 업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승객](p.73)은 유명한 괴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택시를 탄 여자가 돈을 가져 오겠다며 집에 가지만 나오지 않고, 기다리다 못한 택시기사가 집에 가보니 여자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이야기. 우리만 아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니…아무튼 신선했다.

<수많은 금기>는 호시 신이치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재미있는 작품이다. 정통 쇼트-쇼트보단 약간 길지만 도리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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