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6년 2월
구판절판


"냄새가 얼마나 끔찍한건지 너 아니? 피할 수가 없어. 가차없이 파고든잔 말야. 냄새가 없는 데로 가고 싶다. 병원의 무균실 같은 곳. 거기서 내장을 전부 꺼내서 깨끗해질 때까지 증류수로 씻었으면 좋겠다."-32쪽

"황매화색 과육이 얇은 유리 조각처럼 겹겹이 쌓여 있고,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 비파 셔벗. 비파 셔벗이 먹고 싶다구." "비파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비파의 부드럽고 얇은 껍질과, 금빛으로 빛나는 솜털, 옅은 향을 바라고 있는 거라구. 게다가 그걸 바라는 것은 내가 아니야. 내 안에 있는 임신이 바라는거지. 임신이. 그러니까 나도 어쩔 수가 없어"-50쪽

"이 안에서 제멋대로 쑥쑥 자라고 있는 생물이 내 아이라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안 가. 추상적이고 막연하고, 그런데도 절대적이어서 도망칠 수 없어. 아침에 눈을 뜨기 전, 깊은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도중에, 입덧과 M병원과 이 남산 같은 배, 그런 것 모두가 마치 환영인 것만 같은 순간이 있어. (중략) 내 안에서 나오면, 싫든 좋든 내 아이잖아. 선택할 자유가 없다구. 얼굴 반쪽이 뻘겋게 멍들어 있든 손가락이 죄 들러붙어 있든 뇌가 없든 샴쌍둥이든..." -64,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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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서 실시한 샘터 '거실을 서재로' 이벤트도 당첨!^^ 경품은 책장과 샘터도서 10권이랍니다.
이미 전부 수령완료 했답니다^^

* 도서 10권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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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gghhhcff 2007-07-27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아... 책장과 책10권! 축하드려요 ^_^
저도 그 이벤트 응모했는데 당당히! 떨어졌다는...ㅜ.ㅜ

쥬베이 2007-07-28 07:32   좋아요 0 | URL
우아한 인삼님 반가워요^^
그 이벤트 응모하셨었군요.저도 그냥 설마 되겠어? 하고 응모했는데...
되버렸어요 ㅋㅋㅋ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아디안텀 블루
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 스포일러 있을지도

지금 난 울고 있다. 책읽다 우는 청승만은 참아보려 했으나, 결국 울어버렸다. 내 감정을 공유하지 못한 이는, 비웃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른뒤 나 역시 부끄러워 할런지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가 느낀 감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테니…

야마자키 류지. 그가 서 있는 곳은 백화점 옥상이다. 지금은 죽은 요코와 함께 자주 왔던 장소. 백화점 1층부터 9층까지 구석구석 구경하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 요코를(p.10) 기다리는 것처럼, 떠나버린 그녀를 추억한다.

그는 '월간 발기'란 에로잡지의 편집자이다. <파일럿 피쉬>와 설정이 같은데, 반갑게도 월간 발기의 편집장인 '사와이', 모델 쓰러뜨리는 것이 목표인 편집자동료 '이가라시' 역시 등장한다. <파일럿 피쉬>, <아디안텀 블루>는 서로 비교해 가며 읽으면 더 빠져 들 수 있을 것이다. 유사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두 소설은 오묘한 차이가 있다.

56페이지 이하는 사와이가 야마자키를 찾아와서 격려하는 내용이다. 처음엔 몰랐지만, 이 부분은 이야기의 끝과 연결되어 있다. 처음 옥상 장면도 같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지금의 야마자키는 요코와 '리스'로 마지막 여행을 떠난 후 돌아 온 그이다. 시간적 배열을 뛰어 넘는, 이런 입체적 구성은 상당히 효과적으로 활용되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해준다.

야마자키 류지는 극심한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와 함께 했던 여인들은 전부 사라졌다. 자기에게 호감을 보이며, 아무도 없는 미술실에서 성기를 보여줬던 고등학교 선배 미쓰코, 연인(혹은 배우자)을 잃은 비슷한 아픔을 공유한 히로미, 그리고…그리고…애절한 사랑의 주인공 요코. 모두가 사라졌다.

<아디안텀 블루>는 한마디로 미쓰코, 히로미, 요코와 야마자키 사이의 사랑 이야기다. 여기서 한명을 추가한다면, 중학교때 친구 가사이의 꾐에 빠져 청바지를 훔치다 보게된 꿈꿔왔던 여성상의 그녀 정도. 좀 자세히 살펴보자. 청바지를 훔치다 경비원에게 잡힌 야마자키는 쏟아지는 노골적인 증오의 시선과 굴욕감에 몸서리 친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한 여성. 그녀는 확실히 다른 빛의 시선을 던진다.(p.36) "불쌍해" "아프지?" "참아야해, 기운내고" 야마자키에게 위로의 말까지 던지는 그녀. 야마자키는 그녀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녀의 입술의 움직임이 내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그녀의 얼굴은 나를 괴롭히는 모든 것을 가로 막아 주는 내 스스로가 만든 여성상과 너무나도 흡사했다.'(p.37)

시간의 순서대로 보면, '공상의 여성상인 그녀' -> "미술부 선배 미쓰코" -> "직장에서 만난 사진작가 요코" -> "요코 사후 만난 히로미" 순인데, 이런 일련의 만남과 상실을 통해 야마자키는 행복과 우울을 느낀다. 모두가 사라진 극한의 우울은 아디안텀을 통해 형상화된다. 천천히 죽어가는, 비참히 처져있는 아디안텀. 한번 오그라들기 시작한 아디안텀은 끝내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한다.(p.25) 스포이드 상태의 영양제는 시들었던 이파리에 생기를 주지만 이는 순간적인 효과일 뿐이다. 시들어 버린 아디안텀, 깊은 상실감에 빠진 야먀자키. 그는 끝내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아디안텀이 되지 않고자, 슬픔과 상실감을 떨쳐버리고 삶의 최선을 다한다. '우울 속에서 일어선 아디안텀 만이 살아 남는다'(p.365)

이제 야마자키와 요코의 사랑이야기만이 남았다. 이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요코는 물웅덩이 사진만을 찍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사진작가이다. 그녀는 모델인 유카의 소개로 야마자키와 만나게 되고, 결국 둘은 사귀게 된다. 야마자키의 말을 들어보자. "나와 요코가 사귀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중략) 굳이 말하자면, 우리에게는 서로의 둥지를 관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p.140)

행복한 이들 커플의 알콩달콩한 사랑. 하지만 '붉은 달 이야기'(p.172-173)는 그게 어떤 흐름에서 나왔건, 이들 사랑의 비극적 결말을 암시해 준다. 어쩜, 꼭 비극적이라고 할 순 없을지 모른다. 먼저 떠난 요코지만, 행복하게 사랑하는 이 앞에서 죽어간 그녀이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행복했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들 앞에 닥친 안타까운 현실. 하지만 이들은 사랑의 힘으로 이를 극복해 간다. 아름다운 리스에서 사랑하는 이와 죽어간 요코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를 과연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디안텀 블루>, 러브스토리 아님을 가장한, 최고의 러브스토리이다. 평화롭게 비추는 남프랑스 리스해안의 태양같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 요코가 새이름을 모르고 자꾸 틀리는 부분, 그런 그녀를 위해 조류도감을 사주는 야마자키, 죽어가는 병상에서 조류도감을 너덜너덜해 질때까지 읽는 요코. 서평엔 언급하지 못했으나, 너무나 아름답고, 애절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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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안텀 블루
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절판


그녀의 입술의 움직임이 내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그녀의 얼굴은 나를 괴롭히는 모든 것들을 가로 막아 주는, 내 스스로가 만든 공상의 여성상과 너무나도 흡사했다.-37쪽

전차의 좌석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형사에게 몰래 다가간다. 눈치 채기 전에 칼을 주머니에서 꺼내, 단숨에 덤벼든다. 주저 없이, 가슴을 노리고 온몸으로 돌진한다. 그놈을 우주의 팽창 저편에 묻어 버리기 위해.-53쪽

온몸이 코발트블루로 빛나며, 직경 15센티 정도 하는 원반처럼 둥근 물고기의 몸이 둥실, 우아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물속에 있다기보다는 우주를 떠다니는 듯한, 중력을 느낄 수 없는 느릿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보석을 박아 놓은 듯한 인상적인 새빨간 눈, 그 물고기들은 수조의 바닥에 있는 먹이로 여유 있게 접근하여 그것을 입에 넣었다가는 뱉어 내곤 하는 동작을 천천히 반복하고 있었다. 너무나 기품이 있었고, 그리고 예민할 것 같았다.-68쪽

나는 조심스럽게 빨려들 듯한 기분으로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것은 숲속에서 홀연히 나타난 한밤중의 호수처럼 침울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라이터의 불을 켰다. 그 빛이 어두운 호수를 비추는 달빛처럼,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 불꽃을 보며 그녀가 가진 고뇌의 편린을 처음으로 살짝 엿본 것 같았다.-80,81쪽

"아디안텀 블루를 극복하는 줄기만이 겨울을 나고, 왕성히 살아가죠. 그렇게 되면 비로소 내 것이 되고, 그 뒤로는 두 번 다시 아디안텀 블루는 찿아오지 않아요."-205쪽

"내가 죽고, 언제가 나를 잊어도 좋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하지만 둘이서 본 이 바다 색깔만은 기억해 줘"-311쪽

"우울 속에서 다시 일어선 아디안텀만이 살아남는다."-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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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부터 응모했었는데, 드디어 당첨이다!^^ 경품은 보급형 책장과 10만원이내 도서.

고를 수 있는 도서가 극히 제한적이라 아쉽지만, 고심끝에 선정완료! ㅋㅋㅋㅋ

 

1.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16800)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7년 1월

 

 

2. 신도 버린 사람들   (11000)

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3.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11000)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3월

 

 

4. 우주와 인간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13000)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정재승 기획, 김정욱 외 지음 / 해나무 / 2007년 6월

 

 

5.  세상의 모든 지식   (19500)

세상의 모든 지식
김흥식 지음 / 서해문집 / 2007년 6월

 

 

6. 니하오 미스터 빈   (9000)

니하오 미스터 빈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5월

 

 

7. 이방인   (7500)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7년 12월

 

 

8.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신화   (12000)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
서정오 지음 / 현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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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7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이런것 누가 당첨되나 했는데 신기하네요.

쥬베이 2007-07-27 21:30   좋아요 0 | URL
민서님 감사합니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와주시고...ㅋㅋㅋ

비로그인 2007-07-2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이런 행운이!
축하드립니다 :)

쥬베이 2007-07-27 21:31   좋아요 0 | URL
체셔고양이님 감사합니다^^
아 좋아라~ ㅋㅋㅋ

twinpix 2007-07-2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드립니다!^^/

쥬베이 2007-07-27 21:32   좋아요 0 | URL
twinpix님 감사합니다. 자주 뵈었음 좋겠어요^^

이매지 2007-07-2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축하드려요 :)
그나저나 요샌 여기저기서 쥬베이님의 닉넴을 자주 뵙네요 ㅎㅎ
부럽습니다 ㅎ

쥬베이 2007-07-27 21:33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고맙습니다^^
저 몰래몰래 이매지님 서재 숨어들어가서 글보곤 하는데-_-
앞으론 글 많이 남길께요 ㅋㅋㅋ

asdgghhhcff 2007-07-2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이것도 당첨 되셨군요~
쥬베이님 복이~ 팡팡~ 터지셨네요^_^
축하드려요!

쥬베이 2007-07-28 07:33   좋아요 0 | URL
어찌 운좋게 되버렸어요 ㅋㅋㅋ
우아한 인삼님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07-07-28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축하합니다!! 쥬베이님^^

쥬베이 2007-07-28 19:34   좋아요 0 | URL
혜경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비로그인 2007-07-2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엄청 부럽네요.^^

쥬베이 2007-07-28 19:34   좋아요 0 | URL
짱돌이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