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안텀 블루
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절판


그녀의 입술의 움직임이 내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그녀의 얼굴은 나를 괴롭히는 모든 것들을 가로 막아 주는, 내 스스로가 만든 공상의 여성상과 너무나도 흡사했다.-37쪽

전차의 좌석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형사에게 몰래 다가간다. 눈치 채기 전에 칼을 주머니에서 꺼내, 단숨에 덤벼든다. 주저 없이, 가슴을 노리고 온몸으로 돌진한다. 그놈을 우주의 팽창 저편에 묻어 버리기 위해.-53쪽

온몸이 코발트블루로 빛나며, 직경 15센티 정도 하는 원반처럼 둥근 물고기의 몸이 둥실, 우아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물속에 있다기보다는 우주를 떠다니는 듯한, 중력을 느낄 수 없는 느릿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보석을 박아 놓은 듯한 인상적인 새빨간 눈, 그 물고기들은 수조의 바닥에 있는 먹이로 여유 있게 접근하여 그것을 입에 넣었다가는 뱉어 내곤 하는 동작을 천천히 반복하고 있었다. 너무나 기품이 있었고, 그리고 예민할 것 같았다.-68쪽

나는 조심스럽게 빨려들 듯한 기분으로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것은 숲속에서 홀연히 나타난 한밤중의 호수처럼 침울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라이터의 불을 켰다. 그 빛이 어두운 호수를 비추는 달빛처럼,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 불꽃을 보며 그녀가 가진 고뇌의 편린을 처음으로 살짝 엿본 것 같았다.-80,81쪽

"아디안텀 블루를 극복하는 줄기만이 겨울을 나고, 왕성히 살아가죠. 그렇게 되면 비로소 내 것이 되고, 그 뒤로는 두 번 다시 아디안텀 블루는 찿아오지 않아요."-205쪽

"내가 죽고, 언제가 나를 잊어도 좋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하지만 둘이서 본 이 바다 색깔만은 기억해 줘"-311쪽

"우울 속에서 다시 일어선 아디안텀만이 살아남는다."-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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