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화색 과육이 얇은 유리 조각처럼 겹겹이 쌓여 있고,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 비파 셔벗. 비파 셔벗이 먹고 싶다구." "비파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비파의 부드럽고 얇은 껍질과, 금빛으로 빛나는 솜털, 옅은 향을 바라고 있는 거라구. 게다가 그걸 바라는 것은 내가 아니야. 내 안에 있는 임신이 바라는거지. 임신이. 그러니까 나도 어쩔 수가 없어"-50쪽
"이 안에서 제멋대로 쑥쑥 자라고 있는 생물이 내 아이라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안 가. 추상적이고 막연하고, 그런데도 절대적이어서 도망칠 수 없어. 아침에 눈을 뜨기 전, 깊은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도중에, 입덧과 M병원과 이 남산 같은 배, 그런 것 모두가 마치 환영인 것만 같은 순간이 있어. (중략) 내 안에서 나오면, 싫든 좋든 내 아이잖아. 선택할 자유가 없다구. 얼굴 반쪽이 뻘겋게 멍들어 있든 손가락이 죄 들러붙어 있든 뇌가 없든 샴쌍둥이든..." -64,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