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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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빗소리를 들으며, 어린시절을 추억한다. 어머니께서 비오늘 날 해주셨던 간식, 그 시절 읽던 책과 TV프로, 그리고 함께 놀던 친구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고, 사소한 문제들이 그 시절 친구관계에선 너무나 큰 문제였단 사실에 작게 미소짓는다. 한가지 생각한다. 만약 내가 절친한 친구를 죽이게 된다면? 아니, 내가 죽임을 당하게 된다면? 사소해 보이지만, 내겐 절실한 문제 때문에 벌어지는 살인은 의외로 의식 가까이 있다.

오츠 이치의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는 <ZOO>에 이어 두번째로 접하는 그의 소설이다. <ZOO>가 뭐낙 충격적이고 강렬했기에, 후속작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컸고, 불안하기까지 했다. '지나친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 아닌가? 하지만,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를 읽고 난 지금, 행복하고 뿌듯하다. 왜? 오츠 이치란 작가를 제대로 봤다는 자부심, 역시 그는 '시대의 천재'라는 재확인, 등등. 오츠 이치는 내 지나친 기대를 최고의 소설로 부응했다. 오츠 이치, 그는 최고다.

아이들이 행방불명되는 사건때문에 흉흉한 마을. 세 명의 아이가 있다. 절친한 친구사이인 야요이와 사쓰키. 그리고 야요이의 오빠 켄. 누가 과연 이후에 벌어질 충격적 사건을 예상이나 했을까? 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야요이는 사쓰키를 떠밀어 살해하고, 야요이와 켄은 사쓰키의 사체를 유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이들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를 읽으며 다음 세가지에 주목했다. 첫째, 야요이가 사쓰키를 죽인 이유, 그리고 살해당시 심리. 둘째, '과연 켄은 사쓰키의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 들인 것일까' 하는 점. 셋째, 원한을 품을 만한데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사쓰키(오츠 이치)의 서술태도. 그리고 마지막, 충격적 결말. 하나씩 살펴보자.

야요이는 왜 절친한 친구인 사쓰키를 살해한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눈높이를 야요이나 사쓰키 또래로 맞추어야 한다. 야요이와 사쓰키는 모두 켄을 좋아하고 있다. 특히 야요이는 '결혼하지 못하니까 다른 집에 태어나고 싶다고 한 거야?'(p.22)라고 묻는 사쓰키의 물음에 침묵으로 사실상 긍정하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야요이는 친오빠동생 관계를 넘는 감정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사쓰키는 말한다. "나도, 나도 켄 오빠를 좋아해."(p.23) 저 말 한마디는 곧 '죽음의 말'이었다.

야요이는 위에서 말한대로 켄에 대한 극단적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켄은 자기만이 독점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그런 그를 사쓰키가 좋아한다는 것은 그녀의 독점욕에 대한 도전이다. 즉, 사쓰키는 자기만이 사랑해야 할 '오빠를 넘 본 천하의 죽일 년'이었던 것이다. 이런 감정은 그 또래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원시적 독점욕. 야요이가 비정상적인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과연 켄은 사쓰키의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을까? 처음 켄은 사쓰키의 사체를 발견하고 침착하게 야요이에게 전후사정을 묻는다. 그리곤 어머니에게 말하자고 한다.(p.26) 여기까지는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런데, 그는 머믓거리는 야요이의 반응에 사체를 은닉하기로 결정한다. 아주 이상하다. 사쓰키가 야요이의 말대로 사고사한 것이라면, 어른에게 사건을 말하도록 설득해 문제를 해결하는게 자연스럽다. 그러면 왜 그는 사체은닉에 앞장선 것일까?

두가지를 생각했다. 켄은 야요이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통해, 사쓰키의 죽음에 야요이가 깊게 관계되어 있음을 알아챈 것이다. 남매간의 직감을 통해...또 다른 해석은 이미 켄이 사쓰키의 살해장면을 목격했으리란 것이다. 그랬기에, 살인자가 되버릴 동생을 위해, 살인자의 오빠가 되버릴 자신을 위해, 그토록 적극적으로 사체은닉에 나선 것은 아닐까?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해석이다. 소설속 어디에도 이런 해석론을 뒷받침할 단서는 나오지 않는다.)

죽임을 당한 사쓰키의 서술태도를 좀 살펴보자. 한창 꽃피울 나이에, 그것도 절친한 친구에게 살해된 사쓰키. 누가 보더라도 그녀의 죽음은 처절하고, 한스럽다. 하지만, 사쓰키는 시종일관 담담한 태도를 유지한다. 자기를 죽인 야요이나, 시체은닉을 주도하는 켄에게 극한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다. 이미 죽어버렸기에, 체념한 것일까? 이유가 어떠하던간에 사쓰키의 저런 서술태도는 소설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그녀가 자기 감정에 충실했다면, 독자는 소설에 절대 몰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결말을 이야기해 볼까. 정말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그 어떤 추리소설과 비교해도 못하지 않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 난 결말을 보고, '앞부분 그 장면이 그런 의미였구나, 그 소재는 저런 의미로 사용됐구나'하고 감탄했다. (스포일러 때문에 아주 조금만 언급하겠다. 떠돌이 개, 66과 한짝만 사라진 샌들, 이것이 결말의 힌트다. 숨겨져 있다.) 오츠 이치는 이미 모든 걸 치밀하게 계산했던 것이다. 온 몸을 휘감는 공포. 이런 식으로 공포에 떨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여름, 오츠 이치의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는 당신에게 극한 충격과 전율을 선사할 것이다. '시대의 천재' 오츠 이치, 그는 절대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도 최고지만, 같이 수록되어 있는 <요코>는 더욱 훌륭했다. 개인적으로 더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리뷰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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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7-08-14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쥬베이님이닷!!!저 누구게요?^^흐흐....저도 이책 빨리 읽고싶습니다.ㅠ ㅠ
오늘 서점갔다가 사올까 하다가 말았습니다. 안읽은 책들이 너무 많이 쌓여있어서 지르기 자제중...^^

쥬베이 2007-08-14 19:53   좋아요 0 | URL
혹시..혹시..시즈님?? 맞죠??^^
알라딘에서도 뵙고...너무 반가워요~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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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균형을 잃고 그대로 가지에서 떨어졌다. 마치 슬로모션처럼 주위 경치가 천천히 위로 흘러갔다. 방금 올라온 몇 개의 가지를 우두둑 부러트리면서 나는 멈추지 않고 떨어졌다. 가지 하나에 세게 부딪쳐 내 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몸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리며 소리 없는 비명과 함께 계속 떨어졌다. 허공에서 좋아하는 샌들이 한쪽 벗겨진 것이 한없이 안타까웠다.-24쪽

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나를 벽장에 숨겼다. 켄 오빠는 보물을 숨기는 것처럼, 장난을 꾸미는 악동과도 같이 나를 깊이깊이 쑤셔 넣었다. 야요이는 공포와 불안의 덩어리를 감추듯, 신의 눈으로부터 자신의 죄악을 멀리 치우듯 깊이깊이 쑤셔 넣었다. 그리고 조용히 벽장문이 닫혔다.-61쪽

야요이는 눈동자를 빛내며 "정말? 정말? 하고 몇 번이나 물었다. 상상한 것이다. 일제히 반짝이는 화려한 빛의 꽃잎이 날려 폭포 같은 빛의 홍수가 하늘을 장식하는 모습을, 박력 있고 환상적이지만 불과 십 몇 초밖에 피지 못하는 짧고 덧없는 여름의 꽃을.-104쪽

다시 그 아래쪽은 썩은 종이 종류가 많았다. 뭐라고 붓글씨가 적힌 것이며 변색되어 누렇게 된 종이 같은 것이 빗물에 원형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섬유가 풀어져 굳어져 있었다. 흡사 아이들이 버린 생각으로 꽉 들어차, 어른이 되어 죽어갈 때까지 긴 시간을 들여 하나로 응축된 것처럼.-140쪽

돌담과 함께 잠자고 있었을 각 시대 아이들의 추억은 가을 바람에 휩싸여, 마치 여름날의 덧없는 꿈 이야기였던 것처럼 사라져 갔다. 그런 광경을, 아직까지 내 샌들이 숨겨져 있는 나무 계단 위, 사당에 모셔진 신의 앞에 앉아 바라보면서, 세 명의 죄인은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찿아올 미래를 향해, 자신들로부터 멀어져 간 유년의 날들을 향해......-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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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영어 Sense English - 영어울렁증 완전극복처방전
조영민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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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10년만 일찍 나왔더라면...

'영어울렁증 완전 극복처방전'을 읽는 내내 했던 생각이다. 난 학창시절부터 영어를 아주 싫어했다. 잘하고 못하고 문제가 아니다. 영어 자체가 싫었다. 처음 발음기호를 보고는 기겁했던 기억, 혀 꼬부라진 발음에 민망해 하던 기억, 왠지 웃음이 난다^^ 만약 이 책이 10년만 일찍 나왔더라면, 그래서 학창시절 나와 함께했다면,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물론 난 영어를 아주 좋아하게 됐겠지.

이 책은 어려운 영문법을 아주 흥미롭고, 쉽게 풀어간다. 영어책이지만, 영어책 같지 않은, 독특한 책.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책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귀여운 캐릭터이다. 아무리 쉽게 썼다고 해도 과목이 과목인 만큼 딱딱해질 수 있는데, 귀가 쫑끗 선 귀여운 캐릭터(토끼? 여우? 뭐야?^^)가 핵심을 잡아 한마디씩 던지는게,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고 읽는 재미를 배가 시켜주었다. 또한 각 챕터 마지막에 '한 걸음더'라는 섹션이 있는데, 이것도 괜찮았다. 저자의 설명을 최종정리하고 다양한 예문을 통해 약간 심화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 책의 최고 미덕은 쉽고 재밌다는데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쉽지만 꼭 알아야 하는 영문법의 기초를 재대로 잡아준다. 나 역시, 그간 헷갈리던 영문법의 기초를 덕분에 확실히 할 수 있었다. '그가 멈춰선 이유'(p.54)는 읽다 갑자기 헷갈렸던 건데, 학창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새롭게 머리에 넣었다. 한번 보라. 학교에서 이렇게 설명해주면 어떤 학생이 영어를 싫어 하겠는가? 분명히 우리의 영어교육은 문제가 있다.

저자는 have를 설명하면서, have는 욕심쟁이라 한다. 어떤 것이든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p.59) This room has three windows 소유에 관점에서 방이 창문을 가진 것. February has 28 days. 2월이 28일을 가진 것등등. 또한 wear는 종이인형놀이(p.121)로, for는 인형뽑기(p.163)등으로 설명하는데 참 재밌다.

한가지 궁금증이 있다. 과연 이 책은 어떤 계층을 타켓으로 하고 있는지? 기초적인 영문법을 소개하고 있기에, 직장인내지 대학생한테는 어울리지 않는다. 고등학생도 조금. 내가 보기엔 초등학생내지 중학생을 타켓으로 해야 할텐데, 애당초 그들이 타켓이라면, 흥미요소를 더욱 추가해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각 챕터 마지막 부분에 캐릭터도 조금 더 넣고, 간단한 영문 만화내지 우화도 넣어보고, 영어 퀴즈도 내보는 것이다. 두리뭉실하게 타켓층을 설정하는 것보다는 확실한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해 보길. 아니면, 센스영어-미취학아동용, 센스영어-초등학생용, 중학생용등으로 나눠보는 것도 방법이리라. (방금 저건 조금 인기를 끌어야 가능하겠지만^^)

외국어 학습에 있어 가장 좋은건, 외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언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평범한 사람은 일단 흥미로워야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울렁증 완전 극복처방전, 센스영어'의 도전은 긍정적이다. 영문법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여. 여기 완벽 처방전이 있다. 시중에 쓴 약이 아닌, 재미있는 처방이니 한번 치료 받아 보는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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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지의 표본
오가와 요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4월
절판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손가락에서 솟구친 피가 탱크속에 흘러들어 사이다를 복숭앗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 맑디맑은 색깔이 거품과 함께 톡톡 터지고 있었다.-13쪽

"집에 불이나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남동생은 죽고 나만 살아났어요. 그 다음날, 다 타 버린 집터의 땅바닥에서 이 버섯을 발견했습니다. 세 개가 서로 나란히 붙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따 버렸어요. 이래저래 생각해봤는데, 여기 가져와 표본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는게 가장 좋을 거 같았어요. 불에 타서 없어져 버린 것들을 모두 이 버섯과 함께 봉인하고 싶어요."-26쪽

고스란히 드러난 내 발은 그의 손 안에 있었다. 그가 너무도 종아리를 세게 잡았기 때문에 나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타일 이음새에 발가락 끝을 건 채 그저 가만히 바닥에 떨어진 헌 구두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한 짝은 거꾸로 뒤집히고 다른 한 짝은 옆으로 쓰러져서, 날개를 쥐어뜯긴 두 마리 작은 새의 시체처럼 보였다.-41쪽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페이스를 무너뜨리지 않고, 타인에게 폐가 된다는 것에 둔감하기만 한 이런 타입의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입으로는 미안해요, 미안해요를 거듭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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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방학만 되면 책을 쌓아놓고 밤새 읽었다. 난 이야기속 주인공이 되어 책 속 세상을 누볐다.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그 환상적인 체험…여전히 설렌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고, 사회란 곳에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면서 저건 추억 속 이야기로 남았다. 아련한 어린시절 추억과 함께 봉인된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는 것은, 오랜만에 책 속 세상을 누비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스타더스트>를 읽는 내내 난 '월 마을'을 누비며, 트리스트란과 별 아가씨의 여정을 지켜보았다. 이토록 환상적이고 짜임새 있는 소설은 오랜만에 본다. 한 가지만 확실히 하겠다. <스타더스트>는 절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최고의 소설이다. 만약 이 작품을 끝까지 읽고 '이거 뭐야. 재미없어' 하실 분이 계신다면, 그 분은 우울증 환자거나 책 자체를 혐오하는 분일거다. 장담한다.

일단, 줄거리를 살펴보자. 뒤에 이야기 하겠지만, 저자의 치밀한 구성은 대단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윌 마을'. 여긴 9년에 한번 오월제 맞이 장이 열린다. 1년내내 '윌 마을' 성문을 지키는 보초 역시 장이 열릴 때만은 보초를 서지 않는다. 던스턴 쏜. 그는 장에서 한 이국적인 여성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데, 그녀는 마녀에게 붙잡혀 있는 신세. 시간은 흘러 성문 밖에서 아기가 담긴 바구니가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거기엔 '트리스트란 쏜'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그렇다. 바로 던스턴과 요정여인 사이에서의 사랑의 결실.

이 당시 던스턴은 마을처녀인 데이지와 결혼한 상태였다. 이 부분을 읽으며 과연 데이지가 이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점이 궁금했다. 한마디로 남편이 외도해서 낳아온 아이인데, 받아 들이기 쉽지 않을 것 아닌가? 데이지의 반응을 추측해 볼 수 있는 서술은 많지 않다. 한번 살펴보자. '그녀(데이지)는 평소에도 트리스트란과 별로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이따금 트리스트란이 자기를 쳐다볼 때에도 그녀는 어떤 비밀이라도 캐내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p.52) 여기서 '어떤 비밀'이 뭘 말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그의 생모에 관련된 비밀을 말하는 것이리라. 데이지는 자기 자식이 아닌, 그를 껄끄럽게 생각했지만, 노골적으로 차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트리스트란은 윌 마을 최고 미녀인 빅토리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녀에게 청혼한다. 하지만 그녀는 냉담하기만 하고...끈질긴 그의 구애에, 반 장난식으로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가져온다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준다는 약속을 한다. 이에 별을 찿아 나서는 트리스트란. 이로서 그의 힘겨운 여정은 시작된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치밀한 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난 <스타더스트>를 두번 읽었다. 두번째 읽으며, 처음 읽을땐 미쳐 간파하지 못했던 수많은 복선과 치밀한 구성을 이해했고, 저자의 치밀한 구성에 감탄해 버렸다. 한번 살펴보자.

p.61에서 물건을 주문하러 온 빅토리아에게 트리스트란은 용기를 내어 말을 붙이는데, 그 전후 이런 서술이 있다. '아주 강한 바람이 한 차례 불어왔다. 바람이 얼마나 센지 마을의 모든 창문들이 덜컥거렸고 닭 모양의 풍향계가 아무렇게나 뱅글뱅글 돌아가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 없었다. (중략) 동쪽 요정 나라에서 불어온 바람이었다.' 난 처음 이 부분을 읽으며 '왜 갑자기 바람이 불었고, 바람이 분 후에 왜 트리스트란이 용기를 가졌을까'하고 의아했다. 뭐 소설 전체적으로 보면, 큰 비중은 없는 부분이지만...

두번째 읽으며 난 이렇게 생각했다. 트리스트란에서 용기를 불어 넣어준 동쪽에서 분 바람은, 트리스트란의 생모인 요정이 불게 해준 것이라고. 사실 모든 힘겨운 여정의 시작은 바로 이 장면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기에, 늙은 마녀의 마법에서 벗어나려는 어머니가 바람을 불게 한 것이라고. 또한 초반 트리스트란의 아버지 던스턴은 '검은모자 사내'에게 숙박료의 일부로 사랑의 묘약을 받게 되는데, 이 묘약은 자손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이 묘약의 효력이 트리스트란에게 미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뭐 이에 대한 확실한 서술은 뒤에가도 찿을 수 없으니 독자나름대로 판단할 수 밖에.

그리고 이야기 초반 트리스트란의 아버지 던스턴에게, 하룻밤 신세를 지게된 '털이 많은 남자'(참드)가 등장한다. 잠깐 스쳐지나간 그는 나중에 트리스트란의 여정을 함께 하게 되는 인연으로 엮여지고, 또한 왕위계승 다툼으로 얼룩진 스톰홀드 왕가는 나중에 트리스트란의 생모와의 인연이 밝혀지는 치밀한 구성이 계속된다.

자, 이제 별을 찿아 나선 우리의 트리스트란. 그가 찿는 별은 의외로 모습을 빨리 드러내는데, 그건 놀랍게도 귀여운 여인이었다.(p.135) '별 아가씨'(나중에 '이베인'으로 불림)는 떨어지다 다리를 다쳐 걸을 수 없는 상태. 트리스트란은 '참드'에게 받은 은사슬로 별 아가씨를 묶고 그녀를 끌고 간다. 이에 반발하는 별 아가씨. 여기서 유니콘이 등장한다. 유니콘은 사자에게 쫒기다 상처를 입지만, 별 아가씨의 정성어린 치료에 회복되고 그녀를 태우고 다닌다. (잠깐, 표지에 유니콘과 위에 타고 있는 아가씨,남자 이제 누군지 알겠죠?^^)

하지만, 별 아가씨를 찿는건 트리스트란뿐이 아니었다. 젊어지는데 특효약이 별 아가씨의 심장을 얻기 위해 마녀가, 왕위계승을 위한 토파즈를 얻기 위해 스톰홀드 왕자들이...그녀를 쫒고 있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별 아가씨. 그 와중에 유니콘은 마녀에게 눈을 찔려 살해되는데...(p.212) 난 이 부분에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트리스트란과 별 아가씨를 돕던 유니콘이 이토록 허망하게 죽다니...아무튼 이런 험란한 여정속에서 별 아가씨와 트리스트란의 사랑을 싹트고, 결국 이들은 무사히 윌 마을로 향한다.

그 이후 트리스트란과 빅토리아의 재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트리스트란, 드디어 계승자를 찿은 스톰홀드왕가등 흥미진진한 부분이 많지만, 아직 안 읽으신 분을 위해 남겨두겠다. <스타더스트>는 정말 환상적이다. 이 작품이 수상한 '올해 최고의 책' '베스트셀러 1위' '신화환상문학상'등등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성인에서 청소년까지 반드시 읽어야 할 최고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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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8-10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갑니다. 멋진 리뷰군요.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네요. 조만간 읽어보겠습니다^^/

쥬베이 2007-08-12 21:27   좋아요 0 | URL
과찬이십니다^^ 꼭 읽어보세요. 참 재밌답니다.

책향기 2007-08-1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영화보고 왔답니다. 쥬베이님 리뷰 보고 나니 책도 막 읽고 싶어져서 방금 주문했답니다. 추천 꾹~*^^*

쥬베이 2007-08-16 23:51   좋아요 0 | URL
와~영화보고 오셨군요^^ 저도 보고 싶어요~ㅋㅋ
책 읽으시면 정말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완전 최고!!^^

2007-08-16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