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방학만 되면 책을 쌓아놓고 밤새 읽었다. 난 이야기속 주인공이 되어 책 속 세상을 누볐다.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그 환상적인 체험…여전히 설렌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고, 사회란 곳에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면서 저건 추억 속 이야기로 남았다. 아련한 어린시절 추억과 함께 봉인된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는 것은, 오랜만에 책 속 세상을 누비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스타더스트>를 읽는 내내 난 '월 마을'을 누비며, 트리스트란과 별 아가씨의 여정을 지켜보았다. 이토록 환상적이고 짜임새 있는 소설은 오랜만에 본다. 한 가지만 확실히 하겠다. <스타더스트>는 절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최고의 소설이다. 만약 이 작품을 끝까지 읽고 '이거 뭐야. 재미없어' 하실 분이 계신다면, 그 분은 우울증 환자거나 책 자체를 혐오하는 분일거다. 장담한다.

일단, 줄거리를 살펴보자. 뒤에 이야기 하겠지만, 저자의 치밀한 구성은 대단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윌 마을'. 여긴 9년에 한번 오월제 맞이 장이 열린다. 1년내내 '윌 마을' 성문을 지키는 보초 역시 장이 열릴 때만은 보초를 서지 않는다. 던스턴 쏜. 그는 장에서 한 이국적인 여성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데, 그녀는 마녀에게 붙잡혀 있는 신세. 시간은 흘러 성문 밖에서 아기가 담긴 바구니가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거기엔 '트리스트란 쏜'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그렇다. 바로 던스턴과 요정여인 사이에서의 사랑의 결실.

이 당시 던스턴은 마을처녀인 데이지와 결혼한 상태였다. 이 부분을 읽으며 과연 데이지가 이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점이 궁금했다. 한마디로 남편이 외도해서 낳아온 아이인데, 받아 들이기 쉽지 않을 것 아닌가? 데이지의 반응을 추측해 볼 수 있는 서술은 많지 않다. 한번 살펴보자. '그녀(데이지)는 평소에도 트리스트란과 별로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이따금 트리스트란이 자기를 쳐다볼 때에도 그녀는 어떤 비밀이라도 캐내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p.52) 여기서 '어떤 비밀'이 뭘 말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그의 생모에 관련된 비밀을 말하는 것이리라. 데이지는 자기 자식이 아닌, 그를 껄끄럽게 생각했지만, 노골적으로 차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트리스트란은 윌 마을 최고 미녀인 빅토리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녀에게 청혼한다. 하지만 그녀는 냉담하기만 하고...끈질긴 그의 구애에, 반 장난식으로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가져온다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준다는 약속을 한다. 이에 별을 찿아 나서는 트리스트란. 이로서 그의 힘겨운 여정은 시작된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치밀한 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난 <스타더스트>를 두번 읽었다. 두번째 읽으며, 처음 읽을땐 미쳐 간파하지 못했던 수많은 복선과 치밀한 구성을 이해했고, 저자의 치밀한 구성에 감탄해 버렸다. 한번 살펴보자.

p.61에서 물건을 주문하러 온 빅토리아에게 트리스트란은 용기를 내어 말을 붙이는데, 그 전후 이런 서술이 있다. '아주 강한 바람이 한 차례 불어왔다. 바람이 얼마나 센지 마을의 모든 창문들이 덜컥거렸고 닭 모양의 풍향계가 아무렇게나 뱅글뱅글 돌아가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 없었다. (중략) 동쪽 요정 나라에서 불어온 바람이었다.' 난 처음 이 부분을 읽으며 '왜 갑자기 바람이 불었고, 바람이 분 후에 왜 트리스트란이 용기를 가졌을까'하고 의아했다. 뭐 소설 전체적으로 보면, 큰 비중은 없는 부분이지만...

두번째 읽으며 난 이렇게 생각했다. 트리스트란에서 용기를 불어 넣어준 동쪽에서 분 바람은, 트리스트란의 생모인 요정이 불게 해준 것이라고. 사실 모든 힘겨운 여정의 시작은 바로 이 장면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기에, 늙은 마녀의 마법에서 벗어나려는 어머니가 바람을 불게 한 것이라고. 또한 초반 트리스트란의 아버지 던스턴은 '검은모자 사내'에게 숙박료의 일부로 사랑의 묘약을 받게 되는데, 이 묘약은 자손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이 묘약의 효력이 트리스트란에게 미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뭐 이에 대한 확실한 서술은 뒤에가도 찿을 수 없으니 독자나름대로 판단할 수 밖에.

그리고 이야기 초반 트리스트란의 아버지 던스턴에게, 하룻밤 신세를 지게된 '털이 많은 남자'(참드)가 등장한다. 잠깐 스쳐지나간 그는 나중에 트리스트란의 여정을 함께 하게 되는 인연으로 엮여지고, 또한 왕위계승 다툼으로 얼룩진 스톰홀드 왕가는 나중에 트리스트란의 생모와의 인연이 밝혀지는 치밀한 구성이 계속된다.

자, 이제 별을 찿아 나선 우리의 트리스트란. 그가 찿는 별은 의외로 모습을 빨리 드러내는데, 그건 놀랍게도 귀여운 여인이었다.(p.135) '별 아가씨'(나중에 '이베인'으로 불림)는 떨어지다 다리를 다쳐 걸을 수 없는 상태. 트리스트란은 '참드'에게 받은 은사슬로 별 아가씨를 묶고 그녀를 끌고 간다. 이에 반발하는 별 아가씨. 여기서 유니콘이 등장한다. 유니콘은 사자에게 쫒기다 상처를 입지만, 별 아가씨의 정성어린 치료에 회복되고 그녀를 태우고 다닌다. (잠깐, 표지에 유니콘과 위에 타고 있는 아가씨,남자 이제 누군지 알겠죠?^^)

하지만, 별 아가씨를 찿는건 트리스트란뿐이 아니었다. 젊어지는데 특효약이 별 아가씨의 심장을 얻기 위해 마녀가, 왕위계승을 위한 토파즈를 얻기 위해 스톰홀드 왕자들이...그녀를 쫒고 있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별 아가씨. 그 와중에 유니콘은 마녀에게 눈을 찔려 살해되는데...(p.212) 난 이 부분에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트리스트란과 별 아가씨를 돕던 유니콘이 이토록 허망하게 죽다니...아무튼 이런 험란한 여정속에서 별 아가씨와 트리스트란의 사랑을 싹트고, 결국 이들은 무사히 윌 마을로 향한다.

그 이후 트리스트란과 빅토리아의 재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트리스트란, 드디어 계승자를 찿은 스톰홀드왕가등 흥미진진한 부분이 많지만, 아직 안 읽으신 분을 위해 남겨두겠다. <스타더스트>는 정말 환상적이다. 이 작품이 수상한 '올해 최고의 책' '베스트셀러 1위' '신화환상문학상'등등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성인에서 청소년까지 반드시 읽어야 할 최고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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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8-10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갑니다. 멋진 리뷰군요.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네요. 조만간 읽어보겠습니다^^/

쥬베이 2007-08-12 21:27   좋아요 0 | URL
과찬이십니다^^ 꼭 읽어보세요. 참 재밌답니다.

책향기 2007-08-1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영화보고 왔답니다. 쥬베이님 리뷰 보고 나니 책도 막 읽고 싶어져서 방금 주문했답니다. 추천 꾹~*^^*

쥬베이 2007-08-16 23:51   좋아요 0 | URL
와~영화보고 오셨군요^^ 저도 보고 싶어요~ㅋㅋ
책 읽으시면 정말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완전 최고!!^^

2007-08-16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