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 에비앙
요시카와 도리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2월
절판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해둘 말이 있어. 우리 집에서는 보통 세상의 룰은 안 통한다. 다른 애들 집하고는 사는 방법이 달라. 다른 애하고 똑같이 해달라고 떼를 썼다가는 얻어터질 줄 알아. 명심해. 우리 집에는 우리 집만의 룰이 있는 거야."
어린 나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엄마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의 룰은 단 한 가지야. '재미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 자, 따라 해봐."
"재미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
나는 조그만 소리로 웃기는 우리 집만의 룰을 따라 했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긴 했지만 역시 우리 엄마는 뇌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다.-13쪽

"해피짱이다-48쪽

이 아이는 절대 해피짱이다-163,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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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08-2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알라딘 오류로 입력했던게 저 지경-_-
정말 어이없네.
힘들여 입력했던거 전부 원상복구 하세요

쥬베이 2007-08-21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짱이다 -_- 이 아이는 절대 해피짱이다 -_- 정말 이럴겁니까???

쥬베이 2007-08-31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구불가능 하단다-_- 결국, 알라딘에서 타이핑해서 메일로 보내줬음.
근데, 또 입력하니 같은 오류-_- 환장하겠네 정말.
 
단테의 신곡 살인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권수연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도서관에 앉아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점심도 먹지 않았다. 계속 읽었다. 책을 읽고 있단 사실, 그 사실 하나에 행복해질 정도로 <단테의 신곡 살인>은 대단했다. 

처음 이 책을 보고는 약간 당황했다. 그건 이름은 '단테시리즈'이지만, '줄리오 레오니의 단테시리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목만 유사할 뿐, '줄리오 레오니의 작품'과 '아르노 들랄랑드의 작품'은 전혀 다르다. 같은 것은 단테가 이야기에 언급된다는 것 밖에 없다. 가장 큰 차이는 '단테'라고 불리는 인물이 등장하느냐 아니냐인데, 이 작품엔 단테란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단테의 신곡'에 영감을 받은 살인사건만이 존재할 뿐이다.

두 작품의 우열을 정해볼까. <단테의 빛의 살인> 그리고 <단테의 신곡 살인>. 후자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시무시한 '일 디아블로'를 추격하고,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피에트로'와 '란드레토'의 대 활약상, 아르노 들랄랑드의 현란한 묘사력,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특히 '단테의 신곡'을 바탕으로 하나둘 자행되는 끔직한 살인사건은 이 작품이 단순히 흥미만 추구하는 소설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나중에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을 읽으면, 세 작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겠다. 조금 잔인하지만^^

'아르노 들랄랑드' 그의 묘사력은 정말 이야기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특히 베네치아의 떠들석한 모습의 묘사(p.15-16)나, 살인사건과 시체묘사(p.77-82 /164-165), 비카리오 도서관에서 단테의 신곡-지옥편을 접한 '피에트로'의 반응묘사(p.202-204)등은 압권이다.

베네치아의 모습과 그들의 영화, 쇄락등 그들의 역사적 사실과 깊은 관련을 가지는 내용은, 문화적 합일점이 없는 독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욕스러운 부분이다. 지루해지기 딱 좋은 내용인 것이다. 나 역시 이 부분은 최대 위기였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저자의 놀라운 묘사력과 충격적 사건과 어울리면서, 색다른 묘미를 선사했다. 어느덧 '이야기에 몰입해 버린 나'를 발견한 것이다.

산 루카 극장에서 아주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마르첼로 토레토네'. 베네치아 권력 핵심부는 이 사건을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고위인사들에 대한 정치적 범죄로 간주하고 사건해결의 혈안이 된다. 그런 권력핵심부의 하나인 10인 위원회의 '에밀리오 빈디카티'는 베네치아 총독 '프란테스코 로레단'에게 사건해결을 맡길 한 인물을 소개한다. 그가 바로 우리의 호프, '피에트로 루이지 비라볼타 데 살란트'(이하, 피에트로)

피에트로는 현재 감옥에 갖혀 있는 죄수신분. 이 때문에 총독은 그를 탐탁치 않게 여기지만, 빈디카티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그는 결국 자유를 대가로, 사건해결이란 중책을 맡게 된다. 그럼 그는 왜 감옥에 갖혀 있던 것일까? 그는 험란한 젊은 날은 보냈다. (그의 인생역정은 p.39-43참조) 그러다 암호명 '흑란'으로 불리는 비밀첩보요원으로 성장하지만 자기의 후견인의 아내, 안나 산타마리아와의 불륜이 들통나 온갖 혐의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갖혔던 것이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피에트로'가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이다. 일단 그는 사건현장인 산 루카 극장을 찿아가 아직 보존중이던 사체를 살펴보고,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피해자 마르첼로 토레토네가 10인 위원회, 40인 위원회의 첩보원이었다는 사실, 동성애 같은 이상성욕자 였다는 사실등-을 알게 된다. 이어지는 고급창녀 '루치나 살리에스트리'와 유리장인 '패데리코 스파데티' 조사과정. 특히 루치나는 사건현장에 떨어져 있던 브롯치의 주인으로, 사건과의 관련성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여기서 비중있게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그건 바로 '카펠리 신부'이다. 그는 피에트로가 감옥에 갖힐 때, 앞장 섰던 인물로 그에게는 원수나 다름없다. 하지만 피에트로는 사건해결을 위해 그를 찿고, 그에게서 '일 디아블로'와 '스트리게'라는 중요한 단서를 얻는데...그리고 이어지는 어린 소년을 범하는 카펠리 신부의 모습과 정체불명의 쪽지.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살인사건은 끝이 아니었다. 문란한 동성애를 즐기던 타락한 신부 '카펠리'가 살해 당한 것. 그는 성당 꼭대기에 매달린 채, 벼락을 맞아 죽는데,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거세를 당한채 죽었다는 사실. 하지만 살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계속되는 살인. 죽음.

자, 줄리오 레오니의 단테시리즈엔 단테가 행정위원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역이지만, <단테의 신곡 살인>엔 단테란 인물은 없다. 지금까지 언급되던 '흑란 피에트로'가 바로 주인공이다. 그럼 왜 제목에 단테가 언급되는 걸까? 그건 바로 악의 무리 '일 디아블로' '불새'의 무리가 단테의 신곡에서 살인의 영감과 소재를 차용해 왔기 때문이다. 바카리오 도서관에서 처음 이 사실을 알아챈 '피에트로'는 그야 말로 경악(p.202)하는데, 이 부분의 묘사가 훌륭하단 건 위에서 밝힌 바 있다. (인용은 하지 않겠다, 직접 느껴 보시길)

'피에트로'란 인물은 참 매력적인 캐릭터다.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외모는 둘째치고, 사랑을 위해서(그것이 불륜일지라도)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모습. 그리고 뛰어난 검술. 어설픈 단테보다  그가 훨신 매력적이다. 그와 '안나 산타마리아'와의 금지된 사랑, 루치나와 그와의 짧은 만남. 인상적이었다.

<단테의 신곡 살인> 긴 말이 필요없다. 이 말 한마디만 하겠다. 정말 재밌다.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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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함께한 그해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박광자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그냥 편한 기분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큰 기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정말 놀랐다. 이 책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을 책이 아니다. 곳곳에 녹아있는 깊이 있는 작가정신, 통쾌한 유머, 고전의 품격까지 느꼈다. 지구 반대편 그를, 그의 작품을, 이렇게 읽고 있다는 사실에 난 행복해 졌다.

함께 자동차를 타고 이동중이던 기자와 카메라맨. 그들은 모두 무시당하며 살아가는 절망한 남자들이다. 그들 앞에 나타난 갑작스런 사건, 토끼를 차로 친 것이다. 그냥 떠나자는 카메라맨을 뒤로 하고, 기자 '카를로 바타넨'은 부상당한 토끼를 보살피며 숲으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토끼와 함께한 카를로 바타넨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

사라진 바타넨을 두고, 아내도, 회사 부장도, 대수롭지 않게 반응을 보인다. 그들의 이런 모습은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제 자리를 찿지 못하는 중년 남성의 고독을 반증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특히 아내와의 갈등은 직접적으로 부각되는데,  그의 아내를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갖고 낙태까지 시킨 인물이다. 왜 바타넨이 토끼와 함께 떠나기로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가?

바타넨은 자신을 억압하는 현실속에서 탈출의지를 강하게 표출하는 인물이다. 불륜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아내, 지겨운 직장, 답답한 일상, 그는 이 모든 것으로 부터 탈출한다. 다리를 다친 토끼와 함께...이후는 그와 토끼와 핀란드 일대를 함께하는 여정이다. 그는 가장 먼저 수렵보호원으로 가서, 야생동물 보관에 대한 증서를 받고, 토끼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얻는다.

괴팍한 노인의 신고로 경찰서까지 가게 된 바타넨. 노인은 그를 정신이상자로 몰아 세우지만, 내가 보기엔 정신이상자는 그 노인이다. 아무튼 경감의 도움으로 경찰서를 나온 경감일행과 함께하고, 갑작스러운 산불로 그는 산불현장으로 가게 된다. 아마 핀란드에는 산불 발생시, 일정 연령 이상의 남성이 의무적으로 산불진화에 투입되는 모양이다.

토끼와 함께한 바타넨의 색다른 여정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아르토 파실린나' 이름조차 생소한 이런 멋진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그의 작품은 두고두고 읽어야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그의 다른 작품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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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베이님 읽으셨군요. 괜찮지요? 저도 이 책을 통해 아르토 파실린나의 기존 책들을 읽어볼까 해요. 괜찮은 작가를 알게 되서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쥬베이 2007-08-20 15:03   좋아요 0 | URL
네. 기대하지 않다 좋은 작가를 알게 되서 더욱 좋았어요^^
저도 다른 책들 살까 생각중입니다 ㅋㅋ

Apple 2007-08-20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토 파실린나 좋죠..^^ 기발한 자살여행 읽고 반했다는...
저도 다른 책들을 읽어봐야하는데, 도무지 시간이 안나네요.ㅠ ㅠ흐흑....

쥬베이 2007-08-20 15:04   좋아요 0 | URL
와~ 시즈님^^ 저 시즈님 서재에서 기발한 자살여행 리뷰 읽었지요ㅋㅋㅋ
추천한방과 더불어, 조만간 살때 땡스투까지 할께요^^
 
빅 머니
이시다 이라 지음, 오유리 옮김 / 토파즈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일본소설의 폭발적 인기가 '소재의 다양성'에 근거한다면, <빅 머니>는 그에 정확히 부합한다. 주식투자와 경제지식이 버무려진 이런 작품을 과연 국내작가에게 기대할 수 있을까? 일본소설에 대한 사대주의 운운하지 마라. 그들의 작품이 독창적인 소재와 색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걸 발견하는 건 개인 나름이겠지만.

작가 이시다 이라. 난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빅 머니> 이 작품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독특한 소재? 물론 그것도 하나의 요인이나, 내가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근본이유는, <빅 머니>가 사회파 추리소설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빅 머니>는 개인적인 성공기 내지 복수기가 아니라, '융자부 변액보험'이란 괴물을 앞서워 서민을 농락한 거대금융과 일본 거품경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식을 깔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

한 젊음이 있다. 시라토 노리미치. 별 볼일 없는 대학을 나와 빠징코로 연명하는 이류인생. 그의 모습은 청년실업 100만에 육박하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모습이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나타난다. 아름다운 여인? 아니다. 이상한 노인. 그 노인은 노리미치에게 자기 비서직과 괜찮은 조건을 제의하고, 노리미치는 노인을 따르기로 한다. 노인이 요구한 일은 '신문의 경제면 정독, 마쓰바 은행의 종가를 노트에 정리할 것'이었다. 과연 노인의 정체는 무었이며? 노리마치를 선택한 이유는?

여기서 잠깐, 둘의 만남을 주목해 보자. 노리마치와 노인(고즈카 다이죠)의 만남은 상당히 극적이다. 빠징코로 연명하던 이류인생에 갑자기 나타난 구원자.(뭐 그가 구원자인지 아닌지는 조금 의아한 면이 있지만, 아무튼) 조금 재미있게 이야기 한다면, 이들의 관계는 부모의 복수를 꿈꾸는 청년앞에 나타나, 무림비급을 전수하는 전설의 고수의 모습이다. 하하 상당히 비슷하지 않는가?

노인이 노리마치를 선택한 이유를 살펴보자. 노리마치는 노인에게 대놓고 묻는다. "왜, 저를 뽑으셨습니까?" "러시아의 소설가가 이런 말을 했네. '진정 가난한 사람이란, 모든 사람과 똑같이 가난한 사람을 말한다. 혼자서 고독하게 가난한 사람은 아직 돈을 벌어들이지 않는 부자에 불과하다.' 많은 구경꾼들 속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자네는 딱 그런 느낌이더군."(p.36-37) 이제부터 이어지는 스토리는 노인과 노리마치 콤비가 주식시장과 관련지식을 전수하고 받고 하는 과정.

<빅 머니>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주식시장과 경제 전반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절대 쓸 수없는 것이다. 새삼스레 저자의 프로필을 보니, 그는 경제학과 출신이다. 고개가 끄덕여 진다. 아무튼, 그가 펼쳐보이는 주식시장과 경제이야기는 <빅 머니>의 소설적 깊이를 심화시키고, 위에서 언급했던 사회적 비판의식까지 표출시킨다.

이들 콤비는 마쓰바 은행을 상대로 '가을의 빅딜'을 꿈꾸지만, 결국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어 구속된다. 이들의 구속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거대금융의 횡포라는 악에, 또다른 작은 악을 행하던 이들. 악에는 정도 차가 없다는 걸까? 저자가 결국 이야기 하고자 한 것은 일본 거품경제와 빛나간 자본주의 폐해(거대 금융문제를 포함한)는 아닐런지. 저자의 문제의식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난 이런 점에서 <빅 머니>를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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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영혼 1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제 3세계 문학은, 항상 내 호기심을 자극해 왔다. 하지만 막상 접하고 나면, 그 난해함에 고개를 떨구곤 했다. 번역의 문제라 생각되는 작품도 꽤 있었고, 문화적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아 그런 작품도 있었다. '악의 영혼'은 프랑스 작품이다. 하지만 다른 제 3세계문학과는 달랐다. 특유의 난해함과 지루함을 이 작품에선 찿아 볼 수 없다. 가장 놀란 점은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이다. 일단 이 부분 먼저 살피고 가자.

처음 살해당한 시체가 발견된 것은 p.42이하이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손목까지 절단당하고, 산을 이용해 이마에 문양을 세겨진 끔찍한 시체. 이에 동분서주하는 수사팀. 다른 한편에선 이야기의 또 한 축인 줄리에트가 납치 감금되는 사건이 진행되는데, 줄리에트 납치사건은 오랜기간 줄리에트와 채팅을 하던 '오베른'(인터넷 대화명)이란 인물이 자행한 것. 난 처음 손목절단 연쇄살인사건과 줄리에트 납치감금사건이 별개의 사건인 줄 알았다. 일단, 이런 범죄스릴러에서 용의자는 최대한 극적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등장해 왔기에,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이 이렇게 빨리 등장할 리는 없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p.79이하에서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오베른'이 사살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 된다. 위에서 언급된 두사건은 모두 동일인물에 의한 것이고, 줄리에트는 또 하나의 희생자가 되기 직전 극적으로 구출된 것이다. 당황했다. '이미 사건이 해결되고, 용의자가 살해된 마당에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하려고 하는 걸까'하는 소박한 의문과 더불어.../하지만 이미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했던 연쇄살인 사건이 또다시 발생(p.122-123이하)하고...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저자의 놀라운 능력은 이제부터 발휘된다.

보았는가? 다른 소설이 등장인물 소개와 배경소개에 주력하는 초반부에, '악의 영혼'은 스피디한 전개로 연쇄살인사건과 용의자 1차사살, 또다시 연쇄살인사건 발생. (정확히 이야기하면, '오베른'에 의해 자행되었던 수법과 동일한 수법의 살해사건) 저자는 아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몰아친다. 저자소개에 '미국스타일로 글을 쓰는 작가'라는 언급이 있는데, 이 부분은 공감이 간다. 읽으며 그 장면 하나하나의 생생함에 자연스레 헐리웃 스릴러 영화를 떠올렸던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악의 영혼'을 미국 스타일의 작품이라 하는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엔 '미국 스타일'작품이란 용어엔 약간의 가볍다라는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비아냥 거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가벼워 지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법의학 지식이 화려하게 부각된 p.168-180이다. 이 부분은 정말 놀라웠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공부없이는 도저히 쓸 수 없는 내용인 것이다. 저자가 2년간 이 작품을 준비하며, 법의학과 범죄정신의학을 공부했다는 것이 저런 놀라운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리라.

음. 글 서두에 '악의 영혼'이 가지는 색다른 특징을 언급하느라, 등장인물 소개도 못했다. 주인공인 '조슈아 브롤린'은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앞으로 이어질 악의 3부작에도 전부 그가 주인공이라 하는데, 그는 분명 눈여겨 볼만한 인물이다. 그는 31살로 미식축구스타처럼 생겼다고하여 '쿼터백'이라고 불린다. 그는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를 꿈꾸다 어찌어찌하여 형사가 되었다. 보장된 출세가도를 마다하고 형사가 된 브롤린.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뭔가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아니 뭔가 슬픈비밀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초반 플롤로그에 등장하는, 한 어린이의 미스터리한 행방불명 사건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조시'라고 불린다. 조슈아, 조시, 비슷하다. 거기다 그 아이가 행방불명된 것이 80년이다. 이야기를 추론해 볼 때, 그 당시 아이는 6~8살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31살인 조슈아의 나이와 거의 들어 맞는다. 조슈아는 과연 어떤 비밀을 간직 한 것일까?

미모의 '줄리에트 라파에트' 역시 주요인물이다. 오베른에게 납치되어 죽음직전까지 갔다, 브롤린에게 구출된 그녀는 심리학 전공의 대학생이다.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을 찿아가던 그녀는 또다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으로 충격에 빠지고, 브롤린에게 연락을 취하는데, 피어나는 줄리에트와 브롤린의 사랑? 과연 어떻게 될런지.

오랜만에 속도감 있는 범죄스릴러를 만났다. 법의학과 범죄정신의학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지식도 볼만하다. 이어지는 악의 3부작 기대한다.

* 엄청난 속도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역자의 깔끔한 번역덕이라 생각한다.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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