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머니
이시다 이라 지음, 오유리 옮김 / 토파즈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일본소설의 폭발적 인기가 '소재의 다양성'에 근거한다면, <빅 머니>는 그에 정확히 부합한다. 주식투자와 경제지식이 버무려진 이런 작품을 과연 국내작가에게 기대할 수 있을까? 일본소설에 대한 사대주의 운운하지 마라. 그들의 작품이 독창적인 소재와 색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걸 발견하는 건 개인 나름이겠지만.

작가 이시다 이라. 난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빅 머니> 이 작품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독특한 소재? 물론 그것도 하나의 요인이나, 내가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근본이유는, <빅 머니>가 사회파 추리소설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빅 머니>는 개인적인 성공기 내지 복수기가 아니라, '융자부 변액보험'이란 괴물을 앞서워 서민을 농락한 거대금융과 일본 거품경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식을 깔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

한 젊음이 있다. 시라토 노리미치. 별 볼일 없는 대학을 나와 빠징코로 연명하는 이류인생. 그의 모습은 청년실업 100만에 육박하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모습이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나타난다. 아름다운 여인? 아니다. 이상한 노인. 그 노인은 노리미치에게 자기 비서직과 괜찮은 조건을 제의하고, 노리미치는 노인을 따르기로 한다. 노인이 요구한 일은 '신문의 경제면 정독, 마쓰바 은행의 종가를 노트에 정리할 것'이었다. 과연 노인의 정체는 무었이며? 노리마치를 선택한 이유는?

여기서 잠깐, 둘의 만남을 주목해 보자. 노리마치와 노인(고즈카 다이죠)의 만남은 상당히 극적이다. 빠징코로 연명하던 이류인생에 갑자기 나타난 구원자.(뭐 그가 구원자인지 아닌지는 조금 의아한 면이 있지만, 아무튼) 조금 재미있게 이야기 한다면, 이들의 관계는 부모의 복수를 꿈꾸는 청년앞에 나타나, 무림비급을 전수하는 전설의 고수의 모습이다. 하하 상당히 비슷하지 않는가?

노인이 노리마치를 선택한 이유를 살펴보자. 노리마치는 노인에게 대놓고 묻는다. "왜, 저를 뽑으셨습니까?" "러시아의 소설가가 이런 말을 했네. '진정 가난한 사람이란, 모든 사람과 똑같이 가난한 사람을 말한다. 혼자서 고독하게 가난한 사람은 아직 돈을 벌어들이지 않는 부자에 불과하다.' 많은 구경꾼들 속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자네는 딱 그런 느낌이더군."(p.36-37) 이제부터 이어지는 스토리는 노인과 노리마치 콤비가 주식시장과 관련지식을 전수하고 받고 하는 과정.

<빅 머니>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주식시장과 경제 전반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절대 쓸 수없는 것이다. 새삼스레 저자의 프로필을 보니, 그는 경제학과 출신이다. 고개가 끄덕여 진다. 아무튼, 그가 펼쳐보이는 주식시장과 경제이야기는 <빅 머니>의 소설적 깊이를 심화시키고, 위에서 언급했던 사회적 비판의식까지 표출시킨다.

이들 콤비는 마쓰바 은행을 상대로 '가을의 빅딜'을 꿈꾸지만, 결국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어 구속된다. 이들의 구속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거대금융의 횡포라는 악에, 또다른 작은 악을 행하던 이들. 악에는 정도 차가 없다는 걸까? 저자가 결국 이야기 하고자 한 것은 일본 거품경제와 빛나간 자본주의 폐해(거대 금융문제를 포함한)는 아닐런지. 저자의 문제의식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난 이런 점에서 <빅 머니>를 평가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