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내 손에 들어 왔을 때는 급하게 읽어야 할 책이 많았었다. 어떤 책일까 궁금하여 살짝 펼쳐봤을 때 택시 뒷자리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에반이 휴대폰을 찾는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가 자주 잃어버리는 물건 중에 휴대폰도 하나일 것이다. 어떤 물건이든 ‘잃어버림’ 자체는 속상하다. 속은 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포기하지 일반적으로 ‘에바의 휴대폰 분실 사건’ 처럼 인터넷을 달구진 않는다는 사실에 한껏 흥미가 동했었다. 급한 발등의 불은 한 호흡에 책을 집중해서 보지 못하게 했고 생각의 조각들을 모으는 일을 쉽지 않게 했다.

이 책을 잃으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의 기술, 도구가 사회에 등장한다고 그 사회가 금방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어떤  도구와 기술을 사람들이 대부분 사용하는 단계에 이를 때 사회의 변화는 일어난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일상화 되고 보편화 되면 그 것이 없던 세상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171쪽)’

고 했다. 우리에게 인터넷과 휴대폰은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이다. 과연 인터넷과 휴대폰이 없던 때가 있었나 싶게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폰의 일상화는 소통 구조에 변화를 가져왔고 조직 없이 조직된 대중의 탄생을 가져왔다.

인터넷은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데 비용 절감 측면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있었다. 고비용 시대에는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독점적 위치를 점하면서 사회에 군림(?)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는 비용이 현격히 줄어들면서 누구나 정보를 만들 수 있었다. 메일을 받을 수 있는 자는 누구나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 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휴대폰, 인터넷 카페, 블로그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정보 공유, 협력, 집단행동의 능력을 크게 향상 시키고 이들을 연결해 주는 가장 중요한 커넥터들이다. 커넥터들에 의하여 소규모의 네트워크가 거대한 하나의 네트워크로 탄생한다.

하나의 정보가 태그의 발달로 유저들을 연결되면서 정보를 공유하면서 개인의 정보는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된다. 작은 조직들이지만 이들의 ‘행동’은 실제 조직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개인의 소통 구조가 변하면 새로운 형태의 사회구조를 만들어 낸다. 전통적 조직에서는 층층으로 쌓인 위계구조의 어느 층위까지만 정보를 전달한다. 그래야 조직을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과 인터넷에 기초한 새로운 조직은 오히려 ‘정보의 공유’를 통해 조직을 확장시킨다. 이 때문에 “어느 때보다 더 거대하고 더 널리 흩어져 있는 공동 작업 그룹이 탄생하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집단행동이 가능”해졌다.
사람들이 인터넷과 휴대폰을 사용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사전 조율을 하곤 했다.  그러나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사람들은 이제 사전 조율 시대에서 실시간 조율하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이 말은 더 이상 시나리오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며 리얼 상황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주어지면 즉각적으로 조율에 들어가야 하고 결과를 도출하여 다음 행동을 결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다.

현대 사회는 그럴듯한 약속과 적절한 도구, 수용 가능한 합의만 있다면 위력적인 집단행동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도구, 기술이 사회를 어느 정도까지는 변화 시키고 있지만 그 도구를 이용하여 힘을 응집시키고 폭발시키는 것은 사람들에 있다. 아무리 도구와 기술이 발달 한다고 해도 그 것은 인간들을 위해 발달시킨 것이고 정보를 만들고 그 정보를 이용하는 것 또한 인간들이다.

-------------  이책은 리더스 가이드의 이벤트 도서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라면 교양 2
하승우 지음 / 뜨인돌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싸움은 나쁘다고 가르치고 있다. 싸우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말을 하고 있다. 싸움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린 아이는 전쟁 역시 나쁜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싸우고 나면 화해해야 하는 줄 아이들은 알고 있고 싸우지 않기 위해서는 사이좋게 지내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이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물어 본다면 아이들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한 전제 조건들을 참으로 많이도 내 놓을 것이다. 싸움이 나쁘다는 것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아왔고 싸우지 않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다툼이 종종 있는 것을 볼 때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전쟁에 대해서도 비슷한 것 같다. 누구나 싸움만큼이나 분명하게 전쟁이 나쁘다는 것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아왔고 전쟁이 없는 사회를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을 해 왔다. 그러나 전쟁도 싸움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대다수가 찬성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전쟁을 바라보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들의 집단 ‘군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아니,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총을 들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이른바 병역을 거부했다고 범법자가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 종교에 따라,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들의 존재는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들이 자신의 양심, 신념에 따라 한 행동으로 인하여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으면 어떤 불이익을 받고 있는지 단 한 번도 생각 해 본적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마크 트웨인의 소설 <전쟁을 위한 기도>에 실렸던 기도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내게는, 우리 편에게는 너무도 당연했던 것들의 이면을 보게 되었을 때 당황스러웠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기도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니 단순히 이기적인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는 악담을 퍼부으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를 한번 돌아보게 하고 주어진 현실을  다시 보게 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마트 트웨인, 헬렌 켈러가 반전을 주장했던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라는 사실도 전혀 몰랐었다. 짧게 주어지는 정보를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크 트웨인의 <전쟁을 위한 기도>라는 작품이 궁금해졌고, 장애인 헬렌 켈러가 아닌 자유인 헬렌 켈러에 대하여 궁금해졌다. 이라크 전쟁 때 인간 방패를 자처하며 전쟁을 막기 위하여 노력하던 많은 사람들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전쟁은 나쁘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전쟁은 소수의 이익을 위한 다수의 출혈이며 전쟁 뒤에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상처뿐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나쁜 줄 알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줄 역사로부터 배웠으면서도 인간들은 행태는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어리석고 어리석다. 인간이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지은이는 두 가지에서 이유를 찾고 있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전쟁이 계속 된다고 말을 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배타적인 사랑’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나는 무장해제를 했는데 상대가 무장해제를 하지 않았다면? 내가 무장 해제를 한 틈을 이용하여 상대가 나의 뒤통수를 친다면?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한은 평화를 원하기는 하지만 절대로 자기 손에서 무기를 내려놓을 수 없다. 아니 어쩌면 무장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라고 확신을 할 수도 있다. 결국 상대를 믿지 못하는 한 자신의 손에서 절대로 무기를 내려놓고 평화의 길로 갈수 없다는 말이 공감이 갔다. 그런 의미에서 양심에 따라, 신념에 따라 먼저 전쟁을 수행하는 어떤 것도 거부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앞에서 마크 트웨인의 <전쟁을 위한 기도>에 대하여 충격을 받은 이유도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랑 사랑만을 서로 갈구함에서 오는 기도였기 때문이었다. 내게 좋은 것이 남에게도 좋은 것만 생각을 했지 내게 좋은 것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것인가는 전혀 생각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를 생각하면서 반대편도 한번 쯤 생각 해 볼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지은이는 주문하고 있다.

내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내 이익을 조금 포기하고 양보 할 때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 질수 있다고 하면서도 나눔의 방식에 있어서 나만을 중심에 두지 말고 다른 사람도 생각해 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전적으로 동의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가 원하는 것을 상대의 방식으로 나눌 수 있어야만 받은 상대에게 내 뜻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아니,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군대가 없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평화를 위한 무장해제를 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자기 양심과 신념이 강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기 확신마저 강하다면 그것자체가 다른 무엇에 비할 바 없는 강한 힘이므로 물리적 힘에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은 가장 유하면서 가장 강한 것처럼 말이다.

----------------- 이 책은 리더스 가이드의 이벤트 도서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 1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
밀드레드 테일러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밀드레드 테일러는 <천둥아 내 외침을 들어라>로 처음 만났다.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 표지를 가지고 있는 책인데도 인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차별’이란 단어보다는 ‘인간’이란 단어를 더 먼저 떠올리게 하는 책으로 기억한다. 인종을 떠나 인간으로서 가져야 될 품성을 이야기 하는 책으로 내게는 비춰졌었고 독특한 작가로 기억 속에 있었다.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는 1880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주인공 폴은 백인 아버지와 인디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남자 아이다.

“당시 미국은 수많은 백인 남성들이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자식을 두었지만 법적으로 백인은 유색인의 아버지가 될 수 없었으며 혹시 된다고 하더라도 피부색이 다른 자녀는 백인 아버지로부터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했다.(29~30쪽)”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가 해방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백인만을 위한 백인들의 사회였다. 유색인은 인간으로서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었다.

“때로는 피부색이 다른 자녀를 거두는 백인이 있었지만 드물었다.”(30쪽) 고 했는데 폴의 아버지 에드워드가 바로 그랬다. 백인 아버지가 쳐주는 보호막 속에서 폴은 다른 유색인들과 달리 비교적 깨끗한 옷을 입었으며 백인아이들과 같은 식탁에서 밥 먹고, 교육을 받았으며 백인자식들과 차별 없는 아버지의 사랑과 형제들의 사랑을 받았다. 에드먼드의 이런 행동은 백인, 유색인을 떠나 아버지로서의 책임과 의무에 해당되는 지극히 가정 내적인 범주 내에서의 행동이지 당시의 관습과 법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는 아니었다.

어린 날의 폴은 자신이 누리는 것들이 일반적이고 당연한줄 알았다. 때문에 다른 유색인 아이들의 괴롭힘의 원인을 알지 못했다. 폴의 엄마는 폴이 보통의 백인 아이와는 다른 ‘유색인’이라는 사실을 주지 시키려했지만 어린 폴은 엄마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린 날의 폴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무심했었지만 자라고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이제까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백인 형제들의 외할머니의 증오, 사교적 모임이 있는 경우 백인자식은 식탁에 남아있어도 되지만 폴과 친누나 제키는 식탁에서 밀려나야하는 것,.....)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폴은 사회에 눈 떠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럽다. 마찬가지로 폴의 배다른 형제들 역시 폴과 같은 유색인을 자식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 사회적 관습과 법을 무시하는 아버지의 별난 행동으로 인하여 고통을 겪고 있었다.

 집을 한발자국만 벗어나면, 아버지가 처 주는 보호막에서 한발자국만 벗어나면 가해지는 편견과 차별은 고스란히 유색인인 폴의 몫이었다. 언제까지나 집에만 있을 수도 없고, 언제까지나 아버지의 품안에 있을 수도 없는 폴 스스로 져야하는 짐이었다.

결국, 폴은 언제나 함께 할 줄 알았던 동갑내기 백인 형제 로버트 로건이 다른 백인 친구들 앞에서 백인친구들을 위하여 주먹을 휘두름에 맞대응한 사건으로 로버트의 백인 친구들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정말 죽을 만큼 아버지 에드먼드로부터 채찍을 맞아야 했다.

“잘 들으렴. 폴! 너와 네 누나를 네 형제들과 다르게 키워야했다. 설령 내가 아무리 네 형제들과 똑같이 키운다고 해도 너희를 네 형제들처럼 대우를 해 줄 수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야. 사람들이 네 피부색을 아는 순간, 그들의 눈에 너는 그저 유색인 일뿐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활터전을 마련 해 주고 장사를 가르쳐주는 것뿐이야. 그 밖에 살아남는 일은 네 스스로 머리를 써야한단다. 애야! 너는 심지가 단단하단다. 똑똑하고, 어찌 보면 지나치게 똑똑하지 섣부른 생각이 너를 올가미 씌우듯 유색인이 그렇게 살면 곤경에 빠지게 된단다. 너는 내 아들이야. 네가 아무리 희게 보여도 이 근방의 백인들이 너와 유색인들에게 ‘깜둥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쩌지 못해. 그들에게는 네가 그렇게 보여. 아무리 백인처럼 보여도 네가 백인을 구타하고 비아냥거리면 사람들이 널 죽일 거야.“(130~131쪽)

 

그러나 자식의 목숨을 구할 길이 채찍밖에 없음을 알고 있던 아버지의 애절한 마음은 폴에게 닿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폴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말을 다루는데 소질이 있었던 폴을 데리고 아버지가 동부 텍사스로 말을 사러 갔을 때 폴은 아버지가 타지 말라는 말을 아버지에게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하여 말을 탔다. 그러나 아버지의 명을 어기고 탄 말은 우승을 했지만 백인이 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을 계기로 친구 미첼이 백인의 돈을 강탈했고 이것은 영원히  품을 벗어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폴의 어머니는 폴에게 ‘폴만의 것을 가지라’고  했었다. 폴은 땅 좋아했고 말을 좋아했었다. 그런 폴이 살았던 당시 사회상으로 볼 때 유색인이 백인 아버지에게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폴이 자신만의 것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의 것은 절대로 폴의 것이 될 수 없는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 에드먼드는 폴에게 기술 교육을 시키고자 했었다.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살아갈 방도를 마련 해 주고자 목공일을 가르쳤었다. 목공일은 폴이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폴은 알고 있었다. 땅이 자기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버지의 곁을 떠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지불식중에 아버지의 땅을 넘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텍사스로 아버지와 말 구입을 하러 갔을 때 아버지의 명을 어기면서까지 폴이 다른 사람의 말을 타려고 했던 것은 아버지에게 당신이 아니라도 홀로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명을 어기면서 탔던 경주는 결국 미첼과 함께 폴을 도망자의 신분으로 전락시켜 인생의 새 출발을 하도록 했다. 미첼과 폴은 형제처럼 서로를 의지했고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해서 천신만고 끝에  자신의 땅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만의 것을 가지게 된 폴이 잠시 한숨을 돌릴 때 쯤 날아온 소식은 아버지의 위독. 고향의 아버지는 꺼질듯 한 생명으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가슴에 가장 많이 남아있던 것은 로버트와 그의 백인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폴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장면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엄마와 배다른 형제들의 모습이었다. 씩씩대는 폴의 모습이었다. 가슴이 뻐근해졌었다. 어른들 말 중에  가장 심한 말이 ‘너도 너도 똑같은 자식 낳아 키워봐라.’라는 말이라고 한다. 아직은 모를 것이다. 부모가 되어 보지 않으면 부모를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자식을 키우면서 세상에 모든 부모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자식을 키우는 일이 어렵다. 정말 난 우리 부모님만큼 내 자식을 키울 수 있을까?

---------------- 이 책은 리더스 가이드의 이벤트 서평도서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이시클 다이어리 - 누구에게나 심장이 터지도록 페달을 밟고 싶은 순간이 온다
정태일 지음 / 지식노마드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바이시클 다이어리>를 읽다가 갑자기 자전거가 타고 싶어 장마로 깊숙이 넣어 두었던 자전거를 꺼냈고 불광천을 달려 한강 둔치로 나왔다.

간밤, 무섭게 쏟아진 비로 인하여 난지 지구에서 성산지구로 넘어가는 다리는 통제가 되고 있었다. 서쪽으로 한참을 달려 보았다.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을 즐기다 편안한 자리를 잡고 책을 펼친다. 나는 그렇게 <바이시클 다이어리>를 다 읽었다.

내가 여행을 꿈꾸는 시기는 변화가 필요한 때였던 것 같다. 죽어라고 일을 하던 때는 한 템포 쉬어가면서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해서였고 일이 잘 안 풀렸을 때는 스스로를 격려하기 위함이었고, 일이 잘 풀린 경우에는 스스로에게 포상의 의미로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었다. 때로는 여럿이, 때로는 한 둘이 함께 하는 여행도 있었지만 혼자만의 사색을 겸한 여행도 있었다. <바이시클 다이어리>의 작가 정태일씨의 여행은 계획한 일이 잘 안 풀릴 때 출발한 여행이었다.

힘들었던 일상을 떠난 여행을 하면서 정태일씨가 얻을 것은 이미 예상 되었었다. 작자가 이미 떠나고자 했을 때 작자 안에서 변화는 진행 되고 있었다.

다만 너무 두루뭉술해서 그 형태를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지. 가볍게 가방 하나 둘러매고 떠난 여행이 아니라 자전거 여행. 보통의 여행에서도 많은 것을 얻을 것인데 온몸으로 부딪히는 여행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 여행 중에 작가가 얼마나 많이 자신을 돌아보고 얼마나 단단해져 올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뻔히 다 알면서도 내가 이 책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여행을 통하여 여행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 사물에 접근하는 방법, 사유하는 방법을 보기 위함이었다. 책으로 보여주는 풍경들, 사람들을 통하여 나의 사유를 보길 원했고 나 또한 간접 성장하길 바랐다.

일에 대한 성패에 대한 부담을 전혀 안 가질 수는 없지만‘주사위는 굴려봐야  결과를 알게 된다.’실패가 두려워 망설인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여행자는

“예행 계획이 상황에 맞춰 수정되어 가듯, 인생의 모든 계획도 수정하기 위하여 존재한다. 누구라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시작할 수 없는데도 초보자들은 항상 모든 준비를 한 번에 끝내려고만 한다.”- 49쪽 - 고 말을 한다.

한국을 떠나 파리에 도착하고 자전거를 조립하고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여행자가 느낀 첫 번의 것은 유럽에서 자전거는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신기한 한편 부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유럽이 자전거가 교통의 수단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하더라도 자전거 여행은 위험하고 주변의 걱정을 살만하다. 다른 어떤 여행 수단보다 10배쯤은 더 불편할 것이다. 그래도 여행자는 자전거 여행을 택했다. 걱정만큼, 불편한 만큼 여행자는 더 많이 생각하고 성장할 것이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여행자는 자전거 여행이 아름다운 낭만이 아니라 헤쳐 나가야 할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길을 잃고, 자전거가 고장 나고 사람을 만나면서 여행자는 변하기 시작했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따라 없던 길도 나타나기도 하고 새로운 힘도 생긴다는 것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다.

성공의 비결? 그것은 간단하다. 스스로를 믿으면 되는 것이다. 믿음이 없으면 일에 힘이 붙지 않는 것도 알게 되었다. 뒷심이 없이 진행되는 일은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기 어렵는것, 성공은 좋은 일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으며 좋은 일, 나쁜 일이 거미줄처럼 엉켜있어야 단단하게 힘을 받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여행객이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방향이 틀리지 않고, 페달링만 멈추지 않는다면 원하는 장소에 자신이 다다를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패하고 좌절할 때 성공은 오히려 가까이에 있다. 한계가 있으면 도전이 있고 고단함이 있으면 벅차오르는 감동이 있다는 사실의 깨달음은 인생의 철학을 깨달음과 같다.

여행을 시작했을 때의 사람과 여행을 끝마친 후의 사람은 서류상으로는 분명 동일일인이다. 그러나 사물을 보는 눈, 사유하는 방법이 달라진 이상 예전의 그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여행을 통하여 그는 변화했고 성장을 했다. 인생에서 맞게 되는 작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충분히 배웠다.

여행 경비로 거의 600만원에 육박하는 돈을 썼다. 남은 인생에 이 투자금은 얼마만한 이익을 남길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책장을 덮으며 지금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가 생각났다. 중학교까지 자기 좋아하는 일만 하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전까지 다른 과목은 그런대로 기초가 다져졌는데 수학이 다른 과목에 비하여 뒤쳐졌다.  가고자 하는 곳을 가기 위하여 반드시 넘어야한다고 쉼 없이 페달링을 하고 있다. 페달링을 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나는 아이에게 나의 가슴을 내어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주는 일밖에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페달링은 스스로 하는 것이고 페달링을 하면서 얻은 그것은 그대로 아이의 몫이 될 것이다. 아이야 힘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은 지식의 보고’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여 많은 정보를 키보드 몇 번 두드리는 수고로 많은 원하는 정보를 얻는 시대에 살고 있다. 때문에 책을 읽는 수고로움보다는 웹 서핑을 통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에 정보는 많다. 그러나 인터넷에 있는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가 책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책보다는 먼저 인터넷에 의존하여 정보를 얻으려 한다. 인터넷이 가지는 많은 장점을 인정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현실도 인정을 한다. 그렇지만 많은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인터넷 상에 축척되듯 누군가에 의하여 오늘도 윤전기는 돌고 있다. 책은 책으로서의 장점이 있고, 인터넷은 인터넷만이 가지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핏 보면 책이 인터넷에 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변에서 작은 서점들은 사라지고 있고 설혹 있다고 하다라도 일반인들을 위한 서점이라기보다는 학생만을 위한 학습서의 중간 집합소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행복하다.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젤 먼저 느꼈던 것은 ‘책 마을을 여행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동유럽국가의 책 마을을 찾아가기까지가 쉽고 편안하지만은 않았다고 저자는 말을 하고 있다. 축제는 분명 연다고 하면서 외부에서 오는 사람은 고려되지 않은 교통편을 보면서 그네들이 생각하는 문화 축제와 우리가 생각하는 문화 축제의 개념이 다른 것 같았다. 그들은 누구에게 보이는 축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한 그들의 축제, 그들 자신이 주인인 동시에 손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축제는 삶의 일부분이었다. 그들의 삶속에는 여유와 향기가 느껴졌다. 그 사람의 태도는 문화적인 자부심으로 저자에게 다가왔음을 볼 수 있었다. 우연히 나와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비록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면 몇 시간일지라도 지루하지가 않다. 저자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그들과의 만남은 행복이었다.

물론 여행을 하는 동안 저자는 행복했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다른 나라 문화 속에서 그들의 전통문화와 아름다움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우리의 현실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낯선 책 마을에서 우리나라를 만나고 나를 만났을 때의  짜릿함. 반가움......  모르던 우리의 역사를 만났을 때는 흥분이 되었다. 오욕의 우리 역사를 마주 할 때는 부끄럽고 당혹스러웠다. 왜곡 된 역사를 만났을 때는 이게 아니라고 설명을 해 주고 싶었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말을 하면서도 그것이 온전히 지켜지지 못한 현실은 수치심을 넘어선 아픔이었다.
<유럽의 책 마을을 간다>를 읽기 전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의 책 여행기라고 생각했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자세를 바투 앉아야만 했다. 책은 단순한 여행기라기보다 문화 전반에 대한 성찰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 앉아서 우리 문화를 논하고 우리의 현실을 한탄하는 책이 아니라 저들의 문화와 삶을 통하여 나갈 바를 모색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있는 책이었다. 후에 정진국이라는 사람이 만들어 내는 향기는 어떤 것일까 기대를 해 본다.

-------------------------- 리더스 가이드 이벤트 도서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