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나리와 아기별 - 단편집 마해송 전집 1
마해송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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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작품들이 아니었지만 오랫만에 다시 읽으며 행복했다. 마해송의 작품들이 서정적, 회화적인 것도 많지만 풍자와 해학이 뛰어나다. 읽으며 새삼스레 텍스트로서의 문학작품보다 `듣는 문학`으로서 즐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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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드립니다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2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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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모녀>는 개그우먼이 꿈인 민지가 엄마가 자신을 대할 때와 다른 사람을 대할 때가 다르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독자 대상은 조등 저학년인데 행간에서 읽어내야 할 것은 참으로 많아 조금은 아이들에게 느린 독서를 권해야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조주의보>의 건우는 공부 잘 하는 누나 중심으로 돌아가는 집안에서 심하게 외로움을 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신은 돌아 난듯한 느낌으로 건우는 살아간다.  가족이기 위해서는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하다 못해 가족들이 겪는 질병마저도 자신을 빗겨간듯 해 서운해 하는 건우를 보면서 그의 외로움이 가슴에 시리다. 윤서의 집에 놀러갔을 때, 윤서는 자기 맘을 알아주지 못하자 건우에게 마음이 건조하다는 말을 하자 좋아라하는 건우를 보면서 다른 가족들과 더불어 유대감을 갖고 싶어하는 건우의 마음이 크게 느껴졌다.

 

<몰래카메라>는 용돈이 부족한 유나가 착한 일을 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통해 타인을 의식하고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보상을 바라는 심리를 유나의 내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상한 숙제>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수행과제를 두고 아름답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는 혜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충분히 알겠지만 <몰래카메라>나 <이상한 숙제>는 지나치게 빤히 교훈성이 보이는 작품이다.

 

표제작인 <사료를 드립니다>는 많은 생각을 해야하는 작품으로 보인다.

개를 기르다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 보내면서의 마음등이 따뜻하게 와 닿는 작품이다. 장우가 장군이를 찾아 안성으로 갔을 때 거기서 맞닥뜨린 현실. 장우가 상상하는 것을 나 또한 상상하게 되었다. 아빠와 다시 장군을 찾아 갔을 때 이웃으로부터 장군의 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때 아무 말없이 밖으로 나가는 아버지의 속내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아니 장군을 데리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장우의 마음에 더 공감이 갔다. 우연히 읽게 된 장군의 어린 새주인의 일기장을 보면서 장우의 생각의 변화를 보면서 작가가 결말을 서두르고 있다는 생각이들었다.

다섯작품 모두 중학년 아이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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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 에릭 드루커의 다른만화 시리즈 4
에릭 드루커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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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없는 만화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글이 없다는 게 대수인가..... 그림책 중에서도 글이 없는 것이 종종 있는데 읽기에 별 무리 없이 읽지 않았는가 싶어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처음 본 순간 ‘어, 이게 뭐지?’ 싶으면서도 어렵다는 느낌이 확 왔다. 명확하게 의미가 와 닿지 않는 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일단은 책을 재빨리 덮어두었다. 그리고 짬짬이 책을 펼쳐보면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메시지를 읽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

대 홍수에는 ‘집’, 'L', '대홍수‘ 세편의 단편만화가 실려 있다.
첫 작품인 ‘집’에서 주인공이 밖으로 나가는 첫 장면을 보면 주변을 살피고 있다.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밖으로 나가고 있다. 그러나 딱히 갈 곳은 없다. 술을 마시고 텔레비전을 보는 일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다. 어렵게 얻은 직장으로 가는 길은 멀고멀다. 마치 그의 고단한 삶을 암시하듯 말이다. 겨우 도착한 곳에서 그를 맞이하는 것은 어이없게도 공장폐쇄라는 딱지다. 일을 찾아 갈 때는 잰 거름으로 뛰어가는 듯한 풍이더니 돌아오는 길은 고개가 푹 꺾여 휘청대는 모습이다. 거리의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세상은 나와 전혀 상관없이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세상과 유리된 나는 몸도 지쳐있고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몸을 던져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미소며 짙은 외로움이다. 지친 몸을 뉠 곳을 찾아 집에 돌아오니 집에는 주먹만 한 자물쇠와 집을 비우라는 쪽지가 붙어있다. 작은 프레임 속에 많은 사람들도 한 순간 거리의 걸인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인 ‘L’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인공이 지하철을 타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러나 표정은 하나로 통일되어있다. 마치 한 판에 넣고 찍어 놓은 듯한 표정, 바로 무표정이다. 터널을 통과하면서 주변의 사람은 사라지고 주인공은 환상의 공간으로 접어든다. 그곳은 원시성이 살아있는 공간이며 우리의 욕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무서운 개가 으르렁대고 몽둥이를 든 경찰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세 번째 작품은 표제작인 ‘대홍수’다. 지하계단을 올라가니 비가 가득하다. 가득한 비 사이로 보이는 거리의 간판들은 향락이 가득하다. 비를 맞고 가는 남자에게 누군가 우산을 건넨다. 그 많던 사람들, 불야성을 이루던 향락적인 것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목발을 짚은 걸인에게 동전을 건네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을 뒤로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천정에서는 비가 새고 그릇으로 빗물을 받아내며 그는 푸른 색 잉크를 잔뜩 묻혀 에스키모 사냥꾼이 떠다니는 얼음덩어리 위에서 표류하다 구조되었을 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그린다. 그 그림은 이전의 흑백톤이 아니라 푸른색이다. 주인공의 방에는 여전히 비가 새고 그 비는 그의 정강이까지 찬다. 그는 사내가 우산을 쓰고 외출을 하는 그림을 그린다. 거센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히고 사내는 하늘로 떠오른다. 그리고 그가 도착하는 곳은 거대한 놀이동산에 도착한다. 가면을 페스티벌을 따라 갔던 쇼 장에서 온몸 가득 문신을 새긴 남자를 보게 된다. 그 남자의 몸에 새겨진 문신의 그림은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래 그 땅에 자행되었던 약탈의 역사, 범죄의 역사를 담고 있다. 쇼 장 밖 현실 공간에서는 여전히 공포는 조성 되고 있음을 작가의 펜은 그리고 있다. 세 작품을 통하여 일관되게 주장하는 점은 인간의 욕망이 머무는 곳에 나타나는 우울한 현상이다. 만화라고 우습게보았다가 허를 찔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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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미래의 고전 15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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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부쇠는 자신의 대장간에서는 농기만을 만든다는 원칙을 가지고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부쇠의 솜씨가 좋았기 때문에 대장간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어느 날 부쇠는 외출에서 돌아오던 중에 길에 쓰러져 있는 장이를 발견하고 집으로 들여 함께 살게 되었다. 장이는 자신이 사는 마을을 허가 없이 벗어나서는 안 되는 부곡 민이었지만 살기가 어려워 부곡을 떠나 개성으로 가 부잣집의 노비살이라도 할 요량으로 부곡을 도망치던 중 아버지는 다시 추쇄꾼들에게 잡혀가고 엄마는 추위와 배고픔으로 죽고 장이만 부쇠에게 구출이 되어 부쇠의 보살핌으로 살게 된 것이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고려 말 외구의 침입이 잦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외구의 침입이 많았던 시기니 만큼 부자들은 무기를 가지길 원했고 무기를 만들면 장사가 지금보다 더 잘 된다는 것을 부쇠도 모르지는 않지만 부쇠는 사람을 상하게 하는 물건을 자신의 대장간에서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농기구만을 만들고 있었다. 무기를 만들지 않는 부쇠의 대장간이 큰돈을 벌지는 못해도 그런대로 명맥을 이어가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 부쇠의 성실함이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무기를 만들어 달라는 양부자의 부탁을 거절 한 것이 빌미가 되어 부쇠는 곤경에 처하고 양부자의 계략으로 인해 종당에는 부쇠와 장이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부쇠에게는 연두라는 딸이 있었다. 부쇠 친구의 아들인 검배는 대장간 일을 배우며 언젠가는 연두와 결혼을 하고 대장간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 왔다. 그런데 장이를 부쇠 아저씨가 거두면서 장이도 자연스레 대장간 일을 배우게 되고 검배는 장이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더욱이 연두는 검배보다 장이를 더 좋아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장이를 질투하게 되고 양부자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주인 잃은 대장간을 운영 할 사람은 이제 검배뿐이다. 그렇지만 검배는 당장 무기를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을 사람들은 양부자와 검배의 관계에 의심스런 눈초리를 드리우고 있고 부쇠와 장이의 죽음을 의혹에 찬 시선으로 보고 있는데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아버지와 장이를 잃고 죽을 결심을 하던 연두 앞에 장이가 놀던 불가사리 인형이 작은 동물로 화하고 연두는 장이의 환생일 것이라며 몰래 키운다. 그때 소문으로만 들리던 왜구침입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고 연두와 검배는 의병을 조직하여 불가사리를 이용하여 왜구를 물리친다. 왜구를 물리치고 나라가 안정을 찾아 갈 무렵 조정에서는 불가시리의 존재가 두려워 조정의 명을 받고 불가사리를 죽이려던 검배의 칼에 찔리게 되고 불가사리 또한 검배의 칼에 죽으면서 다시 원형의 인형으로 뱐하게 되고 연두 또한 인형을 끌어안고 죽는다.

이 이야기는 소재는 분명 불가시리지만 이야기의 기본 골자는 사랑 이야기다.
연두를 사랑했던 검배의 입장에서는 연두가 훗날에 자기의 각시가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끼어든 장이로 인하여 연두의 눈길을 받지 못하고 부쇠 아저씨조차도 자신보다 떠돌이인 장이를 더 귀애하는데 살짝 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순간을 잘 포착한 것이 양부자고 검배는 질투에 눈이 멀어 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부쇠와 장이를 죽게 했고 그 마음의 부담은 평생 져야한다. 또 출세에 눈이 멀어 연두와 불가사리 둘 다 잃게 된다. 검배를 보면서 질투와 출세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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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정의 기판이 푸른도서관 34
강정님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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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작가 강정님이 전작인 <이삐 언니>를 세상에 내놓은 지 9년 만에 내 놓은 책으로 기판이 조부로부터 기판이 아버지인 남섭이 형제의 이야기, 기판이 엄마인 안골댁 이야기 그리고 작품의 주인공 기판이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다.


기판이 몇 대 위만해도 사는데 그다지 부족함이 없었다. 기판이 조부가 어렸을 때 뱀에 물린 후유증에 다리를 절고 그것을 치료하기 위하여 애쓰다 가세가 기울기 시작 했고 조부가 사기를 당하고 거칠어질 때로 거칠어진 기판의 조부가 사기꾼을 찾아 나섰다가 기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 이후 기판의 조모 정자동댁은 아들 셋을 데리고 남의 집 헛간으로 거처를 옮겨야만했다. 정섭, 남섭, 평섭 세 형제는 정자동댁을 중심으로 열심히 일을 했고 세 형제들도 각기 성가를 했다.


기판의 엄마인 안골댁은 결혼 해 신행에서 돌아 올 때 심한 눈보라로 남편과 헤어져 길을 잃고 헤매다가 혼자 시가로 들어왔다. 안골댁은 자기 몫으로 떨진 것을 절대로 남이 가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남의 것일지라도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은 반드시 가져야하는 사람이었다. 안골댁의 끝없는 욕심은 정자동댁을 병들게 했고, 우애 좋던 장섭, 남섭, 평섭 삼형제의 관계를 껄끄럽게 했고 남편과의 관계도 소원하게 했다. 안골댁이 행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허, 저 악업을 어찌 할고.....'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안골댁이 첫 딸을 낳고 치성 끝에 낳은 둘째딸이 홍역으로 죽고 난 후 기판이가 태어났다. 안골댁에게 있어 기판이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기판에 대한 최상의 찬사를 아이 엄마에게 바치기를 강요하고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끝없는 노력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기 때문에 안골댁은 마침내 마을 사람들의 기피대상이 되었다.


안골댁은 기판이가 원하는 것이든 원하지 않는 것이든 기판이를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했다. 안골댁의 과보호 속에 기판이는 유약했다. 안골댁은 기판이 노는 것에도 참견을 했고 그런 기판이를 친구들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그들과 어울렸다. 친구들은 기판과 어울리기는 하되 자기들 기분대로 기판을 대했다. 안골댁은 기판이의 판단 이전에 판단을 내렸고 기판은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아이로 자랐다. 기판의 새 자전거를 두복이가 망가뜨린 일을 빌미로 두복이와 맞서면서 기판은 예전의 유약하고 순종적인 아이에서 벗어났다. 기판은 거칠어졌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사람이 되어갔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아이가 되었다. 결국 이웃 마을 여자들을 희롱하다 동네 청년들에게 잡혀 고초를 겪으면서 정신병이 들었다. 치료를 위하여 굿당으로 거소를 옮겼다가 광주로 흘러들어가면서 폭력조직과 관련을 맺었다. 패거리가 잡아온 송마담을 풀어 주게 되었는데 패거리들은 밤나무정까지 기판이를 쫓아왔고 기판이는 열여덟의 짧은 삶을 마쳤다.


기판의 조부, 기판이 아버지 형제들 이야기, 기판이 이야기 속에 시대상이 무리 없이 작품 속에 잘 녹아 있다. 기판이 엄마인 안골댁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작품이 기판이 이야기인지 안골댁의 이야기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다. 안골댁의 끝없는 욕심을 보면서, 안골댁의 넘치는 자식 사랑을 보면서 뭐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사람이 해야 할 사랑과 받아야 될 사랑은 한정이 되어 있고 그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평생을 나눠 해야 하는데 기판이 평생 받아야 할 사랑을 안골댁이 짧은 기간에 집중해 주어 더 이상 받을 사랑이 없기에 결국 기판이 짧은 삶을 살게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한다. 안골댁의 넘치는 사랑, 일그러진 모성이 기판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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