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밤나무정의 기판이 푸른도서관 34
강정님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이야기는 작가 강정님이 전작인 <이삐 언니>를 세상에 내놓은 지 9년 만에 내 놓은 책으로 기판이 조부로부터 기판이 아버지인 남섭이 형제의 이야기, 기판이 엄마인 안골댁 이야기 그리고 작품의 주인공 기판이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다.


기판이 몇 대 위만해도 사는데 그다지 부족함이 없었다. 기판이 조부가 어렸을 때 뱀에 물린 후유증에 다리를 절고 그것을 치료하기 위하여 애쓰다 가세가 기울기 시작 했고 조부가 사기를 당하고 거칠어질 때로 거칠어진 기판의 조부가 사기꾼을 찾아 나섰다가 기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 이후 기판의 조모 정자동댁은 아들 셋을 데리고 남의 집 헛간으로 거처를 옮겨야만했다. 정섭, 남섭, 평섭 세 형제는 정자동댁을 중심으로 열심히 일을 했고 세 형제들도 각기 성가를 했다.


기판의 엄마인 안골댁은 결혼 해 신행에서 돌아 올 때 심한 눈보라로 남편과 헤어져 길을 잃고 헤매다가 혼자 시가로 들어왔다. 안골댁은 자기 몫으로 떨진 것을 절대로 남이 가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남의 것일지라도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은 반드시 가져야하는 사람이었다. 안골댁의 끝없는 욕심은 정자동댁을 병들게 했고, 우애 좋던 장섭, 남섭, 평섭 삼형제의 관계를 껄끄럽게 했고 남편과의 관계도 소원하게 했다. 안골댁이 행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허, 저 악업을 어찌 할고.....'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안골댁이 첫 딸을 낳고 치성 끝에 낳은 둘째딸이 홍역으로 죽고 난 후 기판이가 태어났다. 안골댁에게 있어 기판이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기판에 대한 최상의 찬사를 아이 엄마에게 바치기를 강요하고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끝없는 노력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기 때문에 안골댁은 마침내 마을 사람들의 기피대상이 되었다.


안골댁은 기판이가 원하는 것이든 원하지 않는 것이든 기판이를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했다. 안골댁의 과보호 속에 기판이는 유약했다. 안골댁은 기판이 노는 것에도 참견을 했고 그런 기판이를 친구들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그들과 어울렸다. 친구들은 기판과 어울리기는 하되 자기들 기분대로 기판을 대했다. 안골댁은 기판이의 판단 이전에 판단을 내렸고 기판은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아이로 자랐다. 기판의 새 자전거를 두복이가 망가뜨린 일을 빌미로 두복이와 맞서면서 기판은 예전의 유약하고 순종적인 아이에서 벗어났다. 기판은 거칠어졌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사람이 되어갔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아이가 되었다. 결국 이웃 마을 여자들을 희롱하다 동네 청년들에게 잡혀 고초를 겪으면서 정신병이 들었다. 치료를 위하여 굿당으로 거소를 옮겼다가 광주로 흘러들어가면서 폭력조직과 관련을 맺었다. 패거리가 잡아온 송마담을 풀어 주게 되었는데 패거리들은 밤나무정까지 기판이를 쫓아왔고 기판이는 열여덟의 짧은 삶을 마쳤다.


기판의 조부, 기판이 아버지 형제들 이야기, 기판이 이야기 속에 시대상이 무리 없이 작품 속에 잘 녹아 있다. 기판이 엄마인 안골댁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작품이 기판이 이야기인지 안골댁의 이야기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다. 안골댁의 끝없는 욕심을 보면서, 안골댁의 넘치는 자식 사랑을 보면서 뭐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사람이 해야 할 사랑과 받아야 될 사랑은 한정이 되어 있고 그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평생을 나눠 해야 하는데 기판이 평생 받아야 할 사랑을 안골댁이 짧은 기간에 집중해 주어 더 이상 받을 사랑이 없기에 결국 기판이 짧은 삶을 살게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한다. 안골댁의 넘치는 사랑, 일그러진 모성이 기판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가 날아든다 푸른도서관 32
강정규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정규씨의 작품을 도서관에서 몇 번 빌린 적은 있지만 강정규씨의 작품을 읽은 것은 처음이다. 그의 작품을 처음 읽어 본 독자로의 첫 느낌은 ‘낯섦’이었다. 고향이야기, 분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독자 대상이 무척이나 궁금하게 한 책이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보니 작품은 청소년을 독자 대상으로 잡고 있었다. 청소년이라고 다 같은 독서의 폭과 깊이를 가진 것은 인정 할지라도 과연 이것이 청소년을 독자 대상으로 하는 작품일까 잠시 고민해 본다.  

<새가 날아든다.>는 3부로 구성이 되어 있고 총 7작품이 있다.  

‘구리반지’는 사회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분단으로 인하여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낡은 구리반지를 통하여 전하고 있다. 삼거리 ‘삼거리 국밥집’ 또한 열병으로 앓는 자식의 약을 구하러 왔다가 분단으로 인하여 고향집에 돌아가지 못해 자식과 생이별을 한 후 국밥집 식모살이를 거쳐 국밥집 주인이 되어 몸이 성치 못한 춘자씨를 양딸로 받아들이고 유기견을 거두면서 사는 양순씨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내가 몸이 성치 않은 춘자를 거두듯 누군가 자신의 몸이 성치 않는 자식을 거두어 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배어 있는 작품이다. ‘다배 이야기’를 보면서는 늙고 병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다니구치 지로의 <개를 기르다>를 잠시 떠올린다. 둘 다 늙고 병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있는데 두 작가가 풀어가는 방식과 전달하려는 것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가 날아든다’를 보면서는 모 TV 방송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의 해산관을 위해 집 떠난 후에 홀로 남을 남편을 위해 여러 가지 것을 준비하면서 두 노인이 주고받는 대화는 한 폭의 그림 같다. 빨래 줄에 널어놓은 조끼에 딱새가 알을 낳고 부화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눈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손주, 꿩알, 딱새가 새끼 까는 일을 통하여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자연스럽지 않다. ‘낮달’은 순덕이네가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이 작품에서는 화자는 병약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순덕이를 통하여 느껴지는 것은 강인함이다. 가진 것은 없어도 그는 마음은 따듯함으로 가득했고 자기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화자보다 두세 살 많고 사춘기에 화자보다 일찍 접어든 순덕과 화자의 의사 놀이, 순덕이가 보이는 성에 대한 관심이 우습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순수함에 미소 짓게 한다. 그러나 전쟁은 사람들의 인생을 비틀어놓는다. 고모나 순덕이의 죽음은 피어보지도 못한 꽃이고 아픔일 뿐이다.

‘뿔떼와 금테’라는 작품은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알 수 없었고 ‘소통’은 작가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분명하지만 사람들을 윽박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어휘도 조금은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작품 전제를 관통하는 것은 고향과 전쟁이다. 작가의 말에서 보면 작품 속의 ‘고향은 단순히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회복 되어야 할 우리네 인간의 본향을 의미’한다고 한다. 적가가 전쟁을 이야기하고 가족을 이야기하는 것은 겪어 본 자, 잃어 본 자의 절규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전쟁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굴절되는지 잘 알고 가족을 잃어 본 자가 가지는 슬픔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작가는 더 가족의 소중함에 집착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홍도, 조선을 그리다 푸른도서관 31
박지숙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펼쳐 처음 읽는데 어딘가 서 읽은 기억이 난다. 어디지?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에서 읽었구나. 그땐 동화집 속의 중편 형태로 봤던 것 같은데 이제 단행본으로 나오면서 ‘제목이 약간 바뀌었네!’ 생각하면서 작품의 앞뒤를 살펴보니 김홍도의 그림과 삶을 연작형태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의 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 작품을 읽었을 때의 상황(그때 큰아이가 일본어 자격검정 시험을 볼 때 아이를 기다리며 겨울의 어느 날 추운 운동장에서 걸으며 책을 읽었었다.) 과 작품이 썩 괜찮은 느낌만은 기억을 하고 있다.

<김홍도 조선을 그리다>는 총 다섯 작품 연작 형태로 하나의 작품집을 꾸미고 있다.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에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도 받고 있으며 자기 그림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김홍도에게 ‘헌 그림이나 그리고 있다, 껍데기다.’라는 광대 아이의 놀림을 받고 광대 주베에 함부로 입놀림을 한다고 책하면서도 그 아이가 왜 그런 말을 할까 곱씹어 생각하는 김홍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지개벽 서당에서’는 조선이라는 시대가 품고 있는 신분이라는 것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천지개벽 서당은 뜻있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 드물게 평민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었다. 양반과 평민이 한자리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경계는 존재했었다. 중인 신분인 홍도는 양반과 평민사이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어정쩡한 신분적 위치였고 잠시 머물다 갈 곳 정도로 여겼기에 생활태도 또한 어정쩡했다. 그러나 과거 노비였지만 속량되어 평민이 된 차돌이의 행동을 보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된다. 적당히 주변의 눈치나 보던 김홍도가 자기 판단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고 책임을 질줄 아는 모습으로 거듭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도깨비 놀음’에서는 경현당 수작도를 그리게 되었을 때 이야기다. 함께 그림을 그릴 사람을 도화서에서 추천을 했는데 김홍도는 그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화원들의 단점을 들어가면서 부족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과는 함께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내쳤다. 차라리 혼자 모든 것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믿지 못했기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줄 몰랐다. 때문에 혼자 바빴다. 내쳐진 동료들은 욱하는 마음에 홍도를 해코지 하려했다. 그러나 김홍도에게 그림을 구걸하다 거절과 업신여김을 당하던 노파는 필사적으로 홍도를 감싸며 보호하려했다. 노파에게 홍도는 큰일을 할 사람이었고, 자신의 손녀를 구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때문에 그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노파의 행동을 보면서 자기가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인간일까 고민하게 된다.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은 연풍현감으로 홍도가 가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오랜 가뭄으로 인하여 살림살이가 곤궁해져 일상적인 삶조차 영위하지 못하는 백성들을 빤히 보면서도 그들을 도울 수 없는 무기력한 자신을 내려다보아야만 하는 아픈 현실 앞에서 목민관으로서의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고 다른 사람의 곤란함을 이용하여 제 뱃속을 채우려는 양반들의 이기적인 술수를 뻔히 보면서도 어찌 할 수 없는 현실에 애만 끓이는 인간적인 고뇌를 볼 수 있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길’은 김홍도가 늙어 병마와 싸우면서도 아들의 월사금 마련을 하기위하여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아들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세 번이나 어진을 그렸고 천재화가라고 불렸던 화가가 모아 논 돈 한 푼 없이 늘그막에 병마와 싸우면서 아들의 월사금을 위하여 그림을 그려야한다는 현실이 슬펐다. 자신의 재능을 권력이나 부를 모으는데 쓰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의 예술관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덮으면서 작가가 구현하고 싶었던 김홍도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 김홍도’였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하면 우쭐하고 자신의 재능을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모습도 작품에서는 분명 보인다. 그는 분명 그림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지만 단점도 많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흐르는 것은 김홍도는 자기반성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인간이다. 스스로를 돌보고 같은 실수를 두 번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받은 달란트의 결과물이 누군가의 창고에서 누군가의 재산을 늘리는 수단이 아닌 모두에게 위안이 될 그런 것이 되길 바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김홍도의 그림을 통하여 그의 마음을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8학년 때 디에나는 토미와의 관계 현장에서 아빠에게 발각이 되었다.
토미는 사건에 대하여 웃으며 이야기를 하지만 디에나는 그럴 수 없었다. 사람들은 디에나를 ‘헤픈 여자’로 낙인을 찍었고 손가락질하며 함부로 대했다. 사건을 두고 새로운 버전으로 전해지는 소문은 디에나와 그 가족들을 힘들게 했다. 사건의 중심에는 디에나만 있는 게 아니라 토미도 있었다. 디에나는 죽을 만큼 힘든데 사건을 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당시의 이야기를 하는 토미의 태도를 보면서 디에나는 화가 났다. 사건 이후 디에나는 아빠에게 사과를 할 만큼 했다. 그러나 아빠는 디에나와 마주치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아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와 싸늘함은 디에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내가 디에나의 아빠였다면.......

솔직히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아이의 행동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크게 다가 올 것 같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기만 하다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것 같다. 속일 수 있으면 나 자신까지도 속이고 싶을 것 같다. 이렇게 아이를 키운 자신과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은 아이가 한 없이 미울 것 같다. 그럴 때 내 몸에서 뿜어지는 분노는 내 주위에 누구도 근접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 내 감정에 빠져있다가도 자식의 앞날을 생각하면 한숨만 푹푹 나올 것 같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내 이성은 이 일로 나도 상처를 받았지만 나보다 더 크게 상처를 입은 사람은 아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 아이를 보듬어 주고 아이가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진짜 부모라고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이라면 나는 아무것도 장담을 할 수 없다. 나 역시 디에나 아빠와 같지 않았을까?

내가 디에나였다면.....

일의 잘, 잘못을 떠나서 그런 상황에서 아빠를 마주치는 것은 당황스런 일이다.

아빠가 화를 내는 것을 볼 때 내가 뭔가를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화가 나있는 가족들은 무슨 이야기든 제대로 눈 맞추며 이야기하고 웃어줄 수 없다.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 내가 아무리 잘못을 했다 해도 싫다. 정말로! 이건 싫다.

사람들의 수군댐......  니들에게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왜? 니들이 더 난리야. 이건 내 일이라고! 당신들, 내게 있었던 일이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일이라면 토미에게는 손가락질 하지 않으면서 왜 내게만 손가락질 해?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고!!!!

‘가족들이 날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 내 행동이 가족들을 힘들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날 품어 주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무섭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겁이 난다. 잘 한 거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날 좀 봐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모두가 싸늘한 눈으로 디에나를 볼 때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 준 사람은 대런 오빠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제이슨이었다.

대런 오빠도 어린 나이에 아기 아빠가 된 일로 아빠에게 근심과 걱정을 이미 안겨 준 일이 있어 지금 디에나가 겪는 마음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 할 수 있었지만 대런이 디에나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웃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해 주는 것 밖에 없었다. 숨 막히는 집안에서 언젠가는 대런과 아기, 올캐와 탈출을 꿈꾸어왔다. 그러나 대런 오빠의 분가 계획에 디에나는 없었다.

친구 제이슨은 사건 이후에도 디에나의 곁에서 디에나를 바라봐주었다. 그러던 제이슨이 디에나의 친구 리와 사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디에나는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사건의 주연은 어디까지나 디에나였지 제이슨이 아니었다. 두 사람에게 자신이 ‘가장 친한 친구,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더 이상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디에나를 힘들게도 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디에나는 한층 성숙하게 된다.  

아르바이트 장소에서 다시 만난 토미.... 불편했다. 그렇지만 제이슨와 리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성장한 디에나는 토미와 이야기 할 필요성을 느낀다. 디에나에게 토미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했고 토미를 미워하면서 자신만 상처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할 만큼 디에나가 성장 한 것이다. 오빠 데런, 제이슨과 리, 토미와의 관계 속에서 디에나는 문제를 풀 당사자가 자기임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주변의 약간의 도움은 필요하겠지만 결국은 자신의 일은 자신이 풀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을 먹는 남자 올 에이지 클래식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데이비드 알몬드를 알게 된 것은 그의 다른 작품 <푸른 황무지>때문이었다.

누군가로부터 추천을 받아 <푸른 황무지>를 읽다가 그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책꽂이에서 그 책을 볼 때마다 책을 추천한 사람에게 미안했고 데이비드 알몬드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선뜻 그 책을 다시 잡지 못한 채  몇 년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불을 먹는 남자>로 데이비드 알몬드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역시, 어려워......’ 그런데....... 이번엔 다 읽었다. 그리고 책을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이젠 <푸른 황무지>를 꼭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맥널티라는 불 마술을 하는 사람과 보비가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 된다.

맥널티는 보비의 아빠가 버마 전에서 돌아 올 때 배안에서 만났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배안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부둣가에서 보비가 보았던 마술에서 맥널티가 쇠꼬챙이 마술을 할 때 조수역할을 한 후 보비는 그를 잊을 수가 없었다.

보비는 칼리 만의 바닷가에서 중학교 입학을 기다리는 소년이다.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평온한 일상 속에서 보비는 미래에 대한 찬란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의 병환과 쿠바에 소련이 핵미사일을 배치하게 되자 매스컴은 연일 전쟁에 관한 보도를 하게 된다. 텔레비전에서는 날마다 쿠바에 배치된 무기, 더 많은 무기를 싣고 가는 소련군함, 미사일, 폭탄, 폭발물의 사진들을 보여주었고 폭동 소식, 핵군축운동자들의 시위소식을 전해주었다. 아이들마저도 자주 전쟁에 대하여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보비는 멀리서 들려오는 전쟁 소식보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빠의 모습이 더 힘든 일이었다.

보비의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채찍을 휘둘렀다. 그 채찍은 언제, 어떤 아이들에게 가해질지 몰랐다. 선생님들의 채찍질은 일상화 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에 사진 한 장이 나붙었다. 운동장의 많은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의 토드 선생님도 처음의 사진에서는 그냥 군중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토드 선생님의 한 손은 학생의 이마를 잡고 있고 다른 한손은 채찍을 휘두르려는 찰나의 동작은 아이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동작 일뿐이었다.

다음 날에는 사진이 좀 더 클로즈업 되었는데 사진 속의 선생님과 학생의 얼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다음 날의 사진은 좀 더  확대가 되어 있었는데 사진 속에는 토드 선생과 학생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다음날 사진 주위에는 짧게 ‘악마’, ‘악질’, ‘냉혈한’, ‘죄인’ 같은 단어가 쓰여 있었다.

사진이 뿌려진 일 때문에 특별 조회가 있던 날 토드 선생님은 앞줄에 앉아 있었고 고개를 기울인 채 눈을 내리 깔고 있었다. 선생님이 한숨을 쉴 때 가슴이 부풀어 오르곤 했는데 꼭 어딘가 심하게 잘못되어 고통 받는 사람 같았다. 토드 선생님의 채찍은 어디에도 없었다. 교장 선생님은 생지옥 같은 사람을 선사하겠다고 우리를 위협했지만 아무도 자신이 사진을 뿌렸노라고 나서지 않았다.

‘아빠의 병이 낫게 해 주세요.’

‘아빠의 고통을 제게 대신 주세요. 전 견딜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니까요.’

‘아빠의 병이 낫는 다면 언제나 좋은 일만 하겠으며 악과 맞서 싸울 것을 약속했다.’ 보비의 기도는 날로 간절해 갔다. 그런 보비를 보면서 에일사는 기적은 있으며 그 증거로 자신의 아기 사슴을 보여주었다. 아기 사슴은 모두가 죽었다고 했지만 아침이 되자 까만 눈을 반짝였다고 말하며 에일사는 보비와 기도를 했다.

대니얼과 함께 한 사진 뿌리는 일은 그 결과가 뻔한 일이었다. 대니얼과 보비의 행동은 발각이 되었다. 서류를 뒤적이며 교장선생님이 뱉은 조롱과 멸시, 협박 그 곁에서 거드는 러빅 선생님...... 핵무기확산금지 배지를 떼어 내려는 교장 선생님에게 대니얼이 당하게 저항하자 폭력을 휘두르려고 하지만 데니얼은 에 다시 항거를 한다. 그러나 보비에게 했던 것처럼 고장 선생님과 러빅 선생님은 대니얼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화를 내고 나가려는 대니얼을 씩씩대며 바라보면서 잡지도 못한다. 대니얼이 교장실을 뛰쳐나가자 교장 선생님은 토드 선생님을 불러 체벌을 할 것을 명하지만 토드 선생님은 거절을 한다. 교장 선생님은 보비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라고 하지만 보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아픈 아빠를 생각 했을 뿐이었다. 학교에서 쫓겨나 집에 돌아 왔을 때 집에는 병원에 간다는 엄마의 급한 메모지만 있었다. 보비는 빠르게 기도를 했다.  

 

바닷가에 나타날 시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나타난 보비를 보고 조지프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학교에서 쫓겨났다는 말에 조지프는 “대학은? 네 미래는?” 하고 물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조지프는 자신의 용 문신을 보여주었다. 그 용 문신은 조지프가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채워 넣던 것이었다. 용 문신은 완성이 되어 있었다. 그간의 사정을 들은 조지프는 넌 옳은 일을 했고 아바는 좋아 질 것이라고 위로를 하면서 잔뜩 위축 되어 있는 보비를 향하여  “기운 내, 보비! 적어도 넌 고함치고 소리 지르고 발을 구르고 모닥불을 하늘까지 높게 쌓을 수 있잖아. 그리고 넌 ‘안 돼, 절대 안 돼!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용납 못 해!’ 라며 소리치라 했다. 조지프를 따라 보비는 ‘안 돼, 절대 안 돼!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용납 못 해!’ 소리쳤다.  

 

보비의 집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보비가 집에 갔을 때 엄마의 노랫소리와 음식냄새와 아바의 음식을 씹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어 부모님의 웃음과 아빠의 건강에 더 이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비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의 전후 사정을 듣게 된 부보님은 보비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날 밤 보비는 공책을 찢어 칼리 만의 모든 것과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 썼다. 지금 잘못하고 있는 일부를 구할 수만 있다면 자신을 제물로 써도 좋다. 제발 자신을 제물로 받아달라고 썼다.

불안이 극에 달했던 날 사람들은 바닷가에 모였다. 모든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맥널티는 공연을 했다. 평소에 그는 “돈을 내시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요.”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그 날 맥널티는 돈을 요구하지도 사람을 불러 모으지도 않았다. 최선을 다하여 공연을 했다. 보비는 환영을 보았고 아마도 에일사도 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보비는 믿었다. 보비는 에일사와 산책을 하면서 기도를 했다. 사람들은 함께 있으면서 서로에게 먹을 것을 권하고 서로를 사랑하려고 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기도를 했다. “핵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우리들을 지켜주세요.”

보비가 맥널티를 다시 보았을 때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맥널티에게 담요를 덮어주었고 그를 위해 기도를 했다. 맥널티가 죽은 지 이틀 뒤 보비와 대니얼은 학교에 다시 나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번엔 엘리사도 함께 학교에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 잃은 아기 사슴을 찾아 먼 들판에는 먼 들판에 수사슴과 암사슴 한 쌍이 와 있었다. 에일사와 보비는 기적의 아기 사슴은 이제 들판으로 몰았다.

책을 덮으면서 전쟁으로 맥널티의 공허한 눈빛과 혼이 존재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맥널티는 자신의 공포를 안으로 삼키면서 스스로의 영혼을 좀 먹으면서 살고 있는 존재로 보여 졌다. 별다른 말이 없음에도 그는 내 곁에서 인간이 가지는 공포에 대하여 쉼 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하다.

물론 극적인 장치일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이 학생들을 채찍으로 통제하려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채찍을 사람에게 휘두른다는 것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짐승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학교에 선생이라고 있는지 화가 났다.  운동장의 수많은 사람들을 찍은 사진 한 장, 그 속에 한 장면을 클로즈업하고 또 클로즈업 했을 때 만나게 된 진실. 아마도 토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면서 채찍을 휘두르는 자신의 모습이 어떨까 생각 해 본적이 없을 것이다. 누구를 행하여 채찍을 휘두르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들이 느꼈을 공포 같은 것은 감히 생각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클로즈업된 사진을 보면서 토드 선생님은 채찍을 휘두를 때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자신의 채찍이 누구를 향하고 있으며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간절한 기도를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 벅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