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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먹는 남자 ㅣ 올 에이지 클래식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데이비드 알몬드를 알게 된 것은 그의 다른 작품 <푸른 황무지>때문이었다.
누군가로부터 추천을 받아 <푸른 황무지>를 읽다가 그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책꽂이에서 그 책을 볼 때마다 책을 추천한 사람에게 미안했고 데이비드 알몬드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선뜻 그 책을 다시 잡지 못한 채 몇 년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불을 먹는 남자>로 데이비드 알몬드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역시, 어려워......’ 그런데....... 이번엔 다 읽었다. 그리고 책을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이젠 <푸른 황무지>를 꼭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맥널티라는 불 마술을 하는 사람과 보비가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 된다.
맥널티는 보비의 아빠가 버마 전에서 돌아 올 때 배안에서 만났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배안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부둣가에서 보비가 보았던 마술에서 맥널티가 쇠꼬챙이 마술을 할 때 조수역할을 한 후 보비는 그를 잊을 수가 없었다.
보비는 칼리 만의 바닷가에서 중학교 입학을 기다리는 소년이다.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평온한 일상 속에서 보비는 미래에 대한 찬란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의 병환과 쿠바에 소련이 핵미사일을 배치하게 되자 매스컴은 연일 전쟁에 관한 보도를 하게 된다. 텔레비전에서는 날마다 쿠바에 배치된 무기, 더 많은 무기를 싣고 가는 소련군함, 미사일, 폭탄, 폭발물의 사진들을 보여주었고 폭동 소식, 핵군축운동자들의 시위소식을 전해주었다. 아이들마저도 자주 전쟁에 대하여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보비는 멀리서 들려오는 전쟁 소식보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빠의 모습이 더 힘든 일이었다.
보비의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채찍을 휘둘렀다. 그 채찍은 언제, 어떤 아이들에게 가해질지 몰랐다. 선생님들의 채찍질은 일상화 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에 사진 한 장이 나붙었다. 운동장의 많은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의 토드 선생님도 처음의 사진에서는 그냥 군중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토드 선생님의 한 손은 학생의 이마를 잡고 있고 다른 한손은 채찍을 휘두르려는 찰나의 동작은 아이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동작 일뿐이었다.
다음 날에는 사진이 좀 더 클로즈업 되었는데 사진 속의 선생님과 학생의 얼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다음 날의 사진은 좀 더 확대가 되어 있었는데 사진 속에는 토드 선생과 학생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다음날 사진 주위에는 짧게 ‘악마’, ‘악질’, ‘냉혈한’, ‘죄인’ 같은 단어가 쓰여 있었다.
사진이 뿌려진 일 때문에 특별 조회가 있던 날 토드 선생님은 앞줄에 앉아 있었고 고개를 기울인 채 눈을 내리 깔고 있었다. 선생님이 한숨을 쉴 때 가슴이 부풀어 오르곤 했는데 꼭 어딘가 심하게 잘못되어 고통 받는 사람 같았다. 토드 선생님의 채찍은 어디에도 없었다. 교장 선생님은 생지옥 같은 사람을 선사하겠다고 우리를 위협했지만 아무도 자신이 사진을 뿌렸노라고 나서지 않았다.
‘아빠의 병이 낫게 해 주세요.’
‘아빠의 고통을 제게 대신 주세요. 전 견딜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니까요.’
‘아빠의 병이 낫는 다면 언제나 좋은 일만 하겠으며 악과 맞서 싸울 것을 약속했다.’ 보비의 기도는 날로 간절해 갔다. 그런 보비를 보면서 에일사는 기적은 있으며 그 증거로 자신의 아기 사슴을 보여주었다. 아기 사슴은 모두가 죽었다고 했지만 아침이 되자 까만 눈을 반짝였다고 말하며 에일사는 보비와 기도를 했다.
대니얼과 함께 한 사진 뿌리는 일은 그 결과가 뻔한 일이었다. 대니얼과 보비의 행동은 발각이 되었다. 서류를 뒤적이며 교장선생님이 뱉은 조롱과 멸시, 협박 그 곁에서 거드는 러빅 선생님...... 핵무기확산금지 배지를 떼어 내려는 교장 선생님에게 대니얼이 당하게 저항하자 폭력을 휘두르려고 하지만 데니얼은 에 다시 항거를 한다. 그러나 보비에게 했던 것처럼 고장 선생님과 러빅 선생님은 대니얼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화를 내고 나가려는 대니얼을 씩씩대며 바라보면서 잡지도 못한다. 대니얼이 교장실을 뛰쳐나가자 교장 선생님은 토드 선생님을 불러 체벌을 할 것을 명하지만 토드 선생님은 거절을 한다. 교장 선생님은 보비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라고 하지만 보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아픈 아빠를 생각 했을 뿐이었다. 학교에서 쫓겨나 집에 돌아 왔을 때 집에는 병원에 간다는 엄마의 급한 메모지만 있었다. 보비는 빠르게 기도를 했다.
바닷가에 나타날 시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나타난 보비를 보고 조지프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학교에서 쫓겨났다는 말에 조지프는 “대학은? 네 미래는?” 하고 물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조지프는 자신의 용 문신을 보여주었다. 그 용 문신은 조지프가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채워 넣던 것이었다. 용 문신은 완성이 되어 있었다. 그간의 사정을 들은 조지프는 넌 옳은 일을 했고 아바는 좋아 질 것이라고 위로를 하면서 잔뜩 위축 되어 있는 보비를 향하여 “기운 내, 보비! 적어도 넌 고함치고 소리 지르고 발을 구르고 모닥불을 하늘까지 높게 쌓을 수 있잖아. 그리고 넌 ‘안 돼, 절대 안 돼!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용납 못 해!’ 라며 소리치라 했다. 조지프를 따라 보비는 ‘안 돼, 절대 안 돼!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용납 못 해!’ 소리쳤다.
보비의 집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보비가 집에 갔을 때 엄마의 노랫소리와 음식냄새와 아바의 음식을 씹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어 부모님의 웃음과 아빠의 건강에 더 이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비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의 전후 사정을 듣게 된 부보님은 보비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날 밤 보비는 공책을 찢어 칼리 만의 모든 것과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 썼다. 지금 잘못하고 있는 일부를 구할 수만 있다면 자신을 제물로 써도 좋다. 제발 자신을 제물로 받아달라고 썼다.
불안이 극에 달했던 날 사람들은 바닷가에 모였다. 모든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맥널티는 공연을 했다. 평소에 그는 “돈을 내시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요.”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그 날 맥널티는 돈을 요구하지도 사람을 불러 모으지도 않았다. 최선을 다하여 공연을 했다. 보비는 환영을 보았고 아마도 에일사도 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보비는 믿었다. 보비는 에일사와 산책을 하면서 기도를 했다. 사람들은 함께 있으면서 서로에게 먹을 것을 권하고 서로를 사랑하려고 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기도를 했다. “핵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우리들을 지켜주세요.”
보비가 맥널티를 다시 보았을 때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맥널티에게 담요를 덮어주었고 그를 위해 기도를 했다. 맥널티가 죽은 지 이틀 뒤 보비와 대니얼은 학교에 다시 나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번엔 엘리사도 함께 학교에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 잃은 아기 사슴을 찾아 먼 들판에는 먼 들판에 수사슴과 암사슴 한 쌍이 와 있었다. 에일사와 보비는 기적의 아기 사슴은 이제 들판으로 몰았다.
책을 덮으면서 전쟁으로 맥널티의 공허한 눈빛과 혼이 존재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맥널티는 자신의 공포를 안으로 삼키면서 스스로의 영혼을 좀 먹으면서 살고 있는 존재로 보여 졌다. 별다른 말이 없음에도 그는 내 곁에서 인간이 가지는 공포에 대하여 쉼 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하다.
물론 극적인 장치일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이 학생들을 채찍으로 통제하려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채찍을 사람에게 휘두른다는 것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짐승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학교에 선생이라고 있는지 화가 났다. 운동장의 수많은 사람들을 찍은 사진 한 장, 그 속에 한 장면을 클로즈업하고 또 클로즈업 했을 때 만나게 된 진실. 아마도 토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면서 채찍을 휘두르는 자신의 모습이 어떨까 생각 해 본적이 없을 것이다. 누구를 행하여 채찍을 휘두르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들이 느꼈을 공포 같은 것은 감히 생각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클로즈업된 사진을 보면서 토드 선생님은 채찍을 휘두를 때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자신의 채찍이 누구를 향하고 있으며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간절한 기도를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