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모임에서 엄마들을 만나면 심란하고 재미없다.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랑 고학년에 진입하는 엄마들이랑 나누는 이야기가 온통 "어느학원으로 아이들을 보낼 것인가" "어느 학원 상담을 하고 왔는데 뭐라 어덯고 어떻더라..."
아직까지는 학원을 안 보내고도 아이들이 크게 성적이 부진하다는 생각을 못해봤다. 아니, 집에서 학원과 학습지를 시키지 않은 것 생각하면 오히려 아이들이 대견하고 고마울 정도로 아이들은 학교 생활을 무난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잘 해왔다. 그런데 너,나 없이 학원 학원....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학교에 가면 학습의 판도가 달라진다는데.... "초등학교에서 공부 잘 한것 소용 없어. 새로 판을 짜는것이고 학원 다니는 애들과 아닌 아이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 정말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하는가 고민이다.
집에 와서 엄마들이 갑자기 다 이상해졌다고, 누구는 무슨 학원 등록했고 누구는 어디 등록했다더라면서 나 역시 애들에게 은근히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왜 우리 부모 형제는 나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지?그게 참 이상해. 난 단 한번도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 들어 봤는데 애들에게는 도대체 왜 공부 안하느냐고 공부해야한다고 말을 해야만 하는가. 자존심 상한다. 우리 부모님, 우리 형제는 날 믿고 기다려 주었는데 난 아이들을 닥달하는듯이 느껴져서....'
내가 겨울 방학을 앞두고 아이들과 계획한 일은 같이 독서실 다니면서 함께 책을 보자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집에서는 방학이라고 늘어질 것이 뻔하니까 하루 몇시간은 좀 긴장된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독서나 하자며 책 목록을 뽑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학우으로 아이들을 밀어 넣을 궁리들을하고 있으니 그 갭이 너무 크다는 느낌이고 새삼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수학 한개, 영어 단어한개가 성적과는 직접적인 연관이있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그만큼의 어디벤터지를 얻고 있음도 분명하기는 하지만 그게 전체적인 아이들의 인생에 얼마만큼의 행복을 가져다 줄까 고민스럽다.
만일, 내가 지금 아이들과 계획하는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면 아이들 앞에서 난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지? 남들 고생할때 너희들은 너희들 삶이 풍요로웠고 자유로웠지 않니? 잃은 것만도 얻은것만도 아니니까 인생은 공평하다고 말해야하나? 너희들은 너희들이 추구해 왔던 방식대로 삶을 꾸리면 되지 왜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인생을 평가하고 저울질 하려하니? 성공과 실패는 가치관의 차이일뿐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고 소위 말하는 성공한자가 꼭 행복한자라고는 말할 수 없지 않니? 너희는 성공을 위하여 노력하지 않고 행복을 위하여 노력했으니까 나름대로 잘 살은거야! 이렇게 말해야 할까? 참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