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많은 수가 잉크를 찍어쓰는 펜을 사용했었다. 물론, 볼펜도 사용을하기는 했지만 펜을 사용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 당시에는 펜글씨 자격증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펜글시 교본도 있었다. 숫하게 펜촉을 갈아대던 기억, 걸핏하면 깨트리는 잉크병...... 그것이 아스라한 추억이 됐다.
유독 펜글씨 쓰기를 고집했던 우리의 국사 선생님. 펜으로 공책에 필기를 하지 않으면 평소점수를 형편 없게 주시곤 했었다. 선생님 말씀은 펜으로 글씨를 써야 좀 더 정성껏 쓸 수 있고 예쁘게 쓸 수 있다는 것. 잘 쓴 글씨를 원하는게 아니라 정성껏 쓴 노트 필기를 원한다는 말씀.
일전 나는 딸 아이에게 잉크와 펜을 선물했다. 딸 아이는 그 용도를 만화가들이 만화를 그릴 때 세밓란 펜터치를 하고 싶을 때 사용한다고 했다. (잉,우리때와는 용도가 다르네....) 딸 아이 앞에서 오랫만에 펜에 잉크를 듬뿍 찍어 펜으로 글씨를 썼다. 그리고 오랜 추억들을 꺼내들었다. 엤날의 실력은 안 나오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딸아이가 매일 A4 한쪽의 분량의 글을 옮겨 적는다. 연필로, 샤프로, 볼펜으로 쓸 때와는 느김이 많이 다르단다. 전에는 필적 감정이란걸 별반 믿지 않았는데 이젠 믿을 수 있다고 한다. 펜으로 쓰다가 보니 글씨를 쓸 때의 습관들을 볼수 있다고 한다. 힘의 강약에 따라 너무도 분명하게 글씨의 선의 굵기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사각사각 펜촉이 종이를 긁는 소리도 즐겁다고 한다. 아주 작은 즐거움을 느낄 줄 아는 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