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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 에릭 드루커의 다른만화 시리즈 4
에릭 드루커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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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이 없는 만화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글이 없다는 게 대수인가..... 그림책 중에서도 글이 없는 것이 종종 있는데 읽기에 별 무리 없이 읽지 않았는가 싶어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처음 본 순간 ‘어, 이게 뭐지?’ 싶으면서도 어렵다는 느낌이 확 왔다. 명확하게 의미가 와 닿지 않는 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일단은 책을 재빨리 덮어두었다. 그리고 짬짬이 책을 펼쳐보면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메시지를 읽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

대 홍수에는 ‘집’, 'L', '대홍수‘ 세편의 단편만화가 실려 있다.
첫 작품인 ‘집’에서 주인공이 밖으로 나가는 첫 장면을 보면 주변을 살피고 있다.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밖으로 나가고 있다. 그러나 딱히 갈 곳은 없다. 술을 마시고 텔레비전을 보는 일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다. 어렵게 얻은 직장으로 가는 길은 멀고멀다. 마치 그의 고단한 삶을 암시하듯 말이다. 겨우 도착한 곳에서 그를 맞이하는 것은 어이없게도 공장폐쇄라는 딱지다. 일을 찾아 갈 때는 잰 거름으로 뛰어가는 듯한 풍이더니 돌아오는 길은 고개가 푹 꺾여 휘청대는 모습이다. 거리의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세상은 나와 전혀 상관없이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세상과 유리된 나는 몸도 지쳐있고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몸을 던져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미소며 짙은 외로움이다. 지친 몸을 뉠 곳을 찾아 집에 돌아오니 집에는 주먹만 한 자물쇠와 집을 비우라는 쪽지가 붙어있다. 작은 프레임 속에 많은 사람들도 한 순간 거리의 걸인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인 ‘L’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인공이 지하철을 타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러나 표정은 하나로 통일되어있다. 마치 한 판에 넣고 찍어 놓은 듯한 표정, 바로 무표정이다. 터널을 통과하면서 주변의 사람은 사라지고 주인공은 환상의 공간으로 접어든다. 그곳은 원시성이 살아있는 공간이며 우리의 욕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무서운 개가 으르렁대고 몽둥이를 든 경찰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세 번째 작품은 표제작인 ‘대홍수’다. 지하계단을 올라가니 비가 가득하다. 가득한 비 사이로 보이는 거리의 간판들은 향락이 가득하다. 비를 맞고 가는 남자에게 누군가 우산을 건넨다. 그 많던 사람들, 불야성을 이루던 향락적인 것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목발을 짚은 걸인에게 동전을 건네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을 뒤로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천정에서는 비가 새고 그릇으로 빗물을 받아내며 그는 푸른 색 잉크를 잔뜩 묻혀 에스키모 사냥꾼이 떠다니는 얼음덩어리 위에서 표류하다 구조되었을 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그린다. 그 그림은 이전의 흑백톤이 아니라 푸른색이다. 주인공의 방에는 여전히 비가 새고 그 비는 그의 정강이까지 찬다. 그는 사내가 우산을 쓰고 외출을 하는 그림을 그린다. 거센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히고 사내는 하늘로 떠오른다. 그리고 그가 도착하는 곳은 거대한 놀이동산에 도착한다. 가면을 페스티벌을 따라 갔던 쇼 장에서 온몸 가득 문신을 새긴 남자를 보게 된다. 그 남자의 몸에 새겨진 문신의 그림은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래 그 땅에 자행되었던 약탈의 역사, 범죄의 역사를 담고 있다. 쇼 장 밖 현실 공간에서는 여전히 공포는 조성 되고 있음을 작가의 펜은 그리고 있다. 세 작품을 통하여 일관되게 주장하는 점은 인간의 욕망이 머무는 곳에 나타나는 우울한 현상이다. 만화라고 우습게보았다가 허를 찔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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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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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주위의 경치로 인하여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엘비키 사람들 대부분은 고기잡이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던 작은 마을이었을 뿐이다. 에일레드와 에리카에 의하여 알렉스가 자신의 집 욕실에 죽어 있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마을은 술렁인다. 에리카는 피엘비카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자랐다.

지금은 피엘비카를 떠나 전기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고 언젠가는 진짜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 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집을 정리하기 위하여 돌아와 있었다. 알렉스와 에리카는 어린 시절 단짝으로 지냈지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알렉스와 소원해졌고  알렉스와 그 가족은 어느 날 피엘바키를 떠났었다. 그리고 알렉스는 에리카 앞에 주검으로 만난 것이다. 알렉스의 부모님은 에리카가 알렉스의 친구로서 알렉스의 추도문을 써 주기를 바랐다.  

검시결과 자살처럼 보였지만 알렉스의 죽음은 자실을 위장한 타살이었다. 알렉스는 임신 3개월이었고 이미 출산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알렉스의 남편의 말에 의하면 알렉스는 남편의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알렉스와 갤러리를 함께하는 친구는 알렉스에게 애인이 있었고 알렉스는 자신의 임신을 무척 행복해 했었다고 한다. 알렉스가 낳았다는 아이는 어디에 있으며 누구일까? 알렉스가 임신하고 있는 아이의 아빠는 누구인가? 알렉스는 누구에 의하여 왜 죽은 것일까? 에리카와 경찰인 파트리크는 그런 의문들을 쫓는다.  

책을 읽으면서 무수히 많이 나오는 등장인물에 힘이 들었다. 한 사람의 인물이 등장 할 때마다 이들이 서로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또 작가는 이 많은 사람들에게 각각의 역할을 다 줄 수 있다면 대단한 작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어수선함만 가중 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렉스의 주검이 발견된 후 에리카는 알렉스의 집을 몰래 다시 찾았다가 서랍을 살펴보던 중 누군가의 기척에 급하게 옷장에 숨게 되었다. 옷장에 숨을 때 우연히 집어든 쪽지는 닐스 로렌트의 실종에 관한 기사였다. 알렉스는 아주 오랜 된 이 신문기사를 왜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알렉스의 장례식에 나타난 뢸레 로렌스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상식적으로 알렉스네 집안과 로렌트가는 어울릴 수 있는 사회적 위치가 아니었다. 그런데 나타났다난 것은 뭔가 있구나. 알렉스 장례식에 나타난 뢸레는 의례적인 인사를 마친 후 많은 시간을 알렉스의 나이 많은 동생인 율리아와 보냈다. 뭐지? 혹시....... 알렉스- 닐스 - 율리아? 그렇게 에리카와 파트리크가 찾아낸 단서들을 보고 나 역시 또 한명의 탐정이 되어 서로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었다.

증인들이 제시하는 증거와 증언은 알골중독자 안드레스 닐손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드레와 알렉스의 조합은 영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게 에리카나 파트리크의 생각이다. 안드레스 닐손이 내세우는 아르바이가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된 파트리크가 안드레스 닐손을 찾아가지만 공교롭게도 안드레스 닐손 역시 죽어있었다. 정황은 살인. 조용한 마을의 두건의 살인사건.....

나는 작가인 에리카와 경찰인 파트리크는 자신들이 발견한 단서들을 공유하고 함께 단서를 찾는 과정이 익숙지 않았다. 왜냐하면 에리카가 알렉스의 살인사건에 관심을 갖은 이유는 충분하다. 파트리크와 에리카의 관계(연인)를 인정한다고 해도 파트리크는 업무상의 진행 사항을 에리카에게 이야기 하는 장면은 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쪽 경찰들은 그런 식으로 수사를 하는가? 아무튼 둘의 공조로 사건은 하나하나 베일을 벗는다.

에리카와 알렉스가 소원해졌을 즈음 알렉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렉스네 가족들이 왜 그렇게 급히 피엘비카를 떠나야 했는지,

알렉스가 임신한 아이의 아빠가 누구며 그녀가 출산했다는 아이가 누구며 어디에서 어떻게 컸는지.

안드레 닐손과 알렉스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닐스 로렌트의 실종의 이면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로렌트가를 둘러싼 미스터리들......
알렉스가 왜 누구에 의하여 죽어야했는지 하는 것들이 차근차근 베일을 벗는다.

책을 덮으면서 알렉스가 많이 불쌍했다. 어린 날 소아성애욕자에게 당한 성폭행을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멋대로 처리 한 결과 알렉스가 죽는 날까지 고통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려라는 말이 생각났다. 진실은 언젠가는 어둠 속에서 밝은 곳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절감했다. 책을 다 읽고 뒷 표지를 보면서 이런 것을 마을 미스터리라고 하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재미있고 장 쓰였다고는 생각하지만 등장인물이 지나치게 많아서 읽는 동안 힘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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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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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좋은 책, 나쁜 책을 굳이 가리지를 않는다. 다만 내 마음에 드는 책, 안 드는 책을 가릴 뿐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봐야 될 책, 보지 않아야 될 책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금 아동들이 즐겨 읽는 많은 책들이 처음 출간이 될 때는 성인들을 독자 대상으로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같이 보거나 아예 어린이용 도서로 구분되는 것이 한둘인가 뭐. ‘볼 수 있으면 보는 것이고 볼 수 없으면 마는 거지 뭐.’ 그게 내가 책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때문에 내가 읽으려고 가져다 놓은 책을 아이들이 먼저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이 먼저 책을 보는 경우 아이들에게 “재미있니?” 혹은 “책, 어땠어?” 그 정도에서 나는 아이들의 반응을 살핀다. 웬만해서는 우리 집 두 아이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데 오랜만에 <악몽의 관람차>는 두 아이 모두 재미있다는 평이다. 심지어 큰 녀석은 “엄마도 빨리 보세요.”라는 말까지 한다. 그러나 내게도 사정이라는 것이 있으니......   

 

맘먹고 <악몽의 관람차>를 펼친다. 일단은 아이들에게서 평은 좋게 나왔고...... 관람차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란 말이지. 어떤 판을 짜 놓고 작가는 우리를 자신의 판 속으로 끌어들일까 기대를 하면서 책을 펼친다. 처음에 든 생각은 ‘와~ 이거 TV에서 영화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아. 내가 리뷰를 쓸 때는 그런 형식으로 써봐?’였다. 그런데 능력이 없다.  

 

오사카 미나토구의 덴포산 관람차는 높이 112.5 미터, 직경 100미터, 캐빈수 60개를 가지고 있다. 60개의 캐빈 중 17호, 18호, 19호, 20호 탑승객이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요 인물이다. 17호에는 어리숙해 보이는 가장 겐지와 백치미가 뚝뚝 흐르는 그의 아내 아사코와 딸 유카, 아들 고타가 아사코의 생일을 맞아 가족나들이를 나와 관람차에 탔다.  

18호에는 건달기가 있는 복장의 다이지로가 니나에게 어렵게 테이트 승낙을 얻어 관람차에 탑승 중이다. 19호는 전설의 소매치기 노인과 그 노인에게 기술을 전수 받고 싶어 하는 중년의 남자가 타고 있다. 20호에는 이별 해결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젊은 여자가 타고 있다. 여기가지 보면 객 캐빈과 캐빈 사이에는 어떤 관련도 없어 보인다. 그저 단순이 각자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뿐이다. 관람차는 오래지 않아 멈추게 되고 숨 가쁘게 사건은 전개 된다.  

 

관람차 18호 다이지로는 동승한 니나에게 자신은 지금 폭탄을 가지고 관람차를 탔노라고 말을 한다. 당연히 니나는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 그녀에게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원격조정으로 폭파시킴으로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몰려든 구경꾼과 취재차량과 경찰들. 관람차 17호에서는 아이들이 엄마의 생일 선물을 주고 있다. 남편도 아내에게 생일 선물을 주기위하여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아까까지 분명 있던 생일 선물이 없어져 곤란한 때 아내 아사코에게  걸려온 발신제한 전화 한통. “ 뉴스, 보고 있어요. 단란한 가족의 시간을 방해해서 미안하네요. ........ 위시지마씨..... 얼마를 지불할 수 있습니까?...... ” 아내의 전화로 정확하게 이름까지 불러가며 걸려온 전화. 혹시 아내의????????? 대체 누구냐, 넌?  

관람차 19호, 하쓰히고는 긴지에게 전설을 보여 달라고 한다. 긴지는 상자에 든 목걸이를 꺼내든다. 목걸이는 17호차의 남자가 그의 아내에게 주려던 바로 그것이었다. 아직까지도 사건이 어떻게 연결이 될지 전혀 모른다. 겨우 17호 캐빈과 19호가 연결이 되고 있다. 폭탄을 든 가방은 18호에 있고, 17호의 아사코에게 걸려 온 전화는 또 뭐란 말인가. 

 20호의 가와가즈 시미즈는 전화를 끊으며 우시지마 부부를 헤어지게 하는 일은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사코사 일하는 편의점 점장인 나카니시는 저 혼자 아사코에게 반하여 우시지마 부부를 헤어지게 해 달라고 의뢰를 했던 것이다. 시미즈는 폭탄 소동에 편승하여 사기 송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18호 다이지로는 니나가 니시나 클리닉 원장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접근을 했고 유인하여 관람차에서 많은 인질들을 잡고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17호, 18호, 19호 20호 사건이 아직까지 한 코에 꿰이지 않는다.  아니, 어쩜 개별 사건처럼 보인다.  제 1장이 끝나는 시점까지도 대관람차  17, 18, 19,20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다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2장 ‘각자의 회상’ 편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7호의 아사코, 18호의 다이지로, 19호의 긴지, 20호의 시미즈와 그의 의뢰인 나카니시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너무나도 디테일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사건의 리더격인 다이지로가 사건을 일으키는 이유, 각 사람들이 다이지로의 일을 돕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각자의 회상을  통하여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다이지로가 사건을 일으키기까지 그가 삼켰던 눈물, 오랜 시간의 준비 등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제 3장 ‘남은 시간 45분’을 읽으면서  폭탄 소동의 리더라고 주장하는 다이지로가 관람차에 타고 일을 지시하고 있는데 도대체 작가는 어떤 방법으로 범인을 탈출 시키려고 저러나 걱정이 되었다. 더구나 다이지로의 우군이랄 수 있는 사람들 모두가 관람차에 타고 있는데 말이다. 다이지로가 왜 덴포의 관람차를 사건의 장소로 선택을 했는지 하는 이야기 하는 장소에서는 눈물이 왈칵 났다. 작가가 짜 놓은 판의 정교함에 혀를 내두른다.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냥 이유 없이 나온 적이 없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마치 잘 맞는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그렇게 부드럽게 이야기는 대 단원의 막을 내린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사람의 일이란 건 정말 알 수 없는 일이구나. 지금 일어나는 모든 것은 과거 어느 시점에서 내가 만들어 낸 결과로구나. 지금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날지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 일에 신중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다 읽은 느낌을 한마디로 한다면 “맛있는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게  먹고 정말 기꺼이, 행복하게 돈을 지불하는 기분‘이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2009.8.9.문학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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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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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추리 소설은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쫒는 형식으로 구성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소설 서두에서 후시미가 대학 동창 니이야마를 욕실에서 살해하는 장면이 그대로 묘사되고 있다. 처음부터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작품을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 걱정도 되었다.

후시미를 비롯한 여섯 명은 대학 경음악부 서클 동창생이다. 펜션을 가지고 있던 안도의 형님이 요양을 떠나고 안도가 형님이 없는 동안 펜션의 관리를 맡게 되자 안도는 경음악부 서클 부원 중에 평소 술을 좋아하고 자주 어울렸던 사람들(자칭 알콜중독분과회 회원들)을 모아 동창회를 펜션에서 열기로 한다. 고급 주택에 위치한 펜션에는 동창생 알콜중독분과회 사람들과 이미 안면이 있는 회원 레이코의 동생 유카가 포함이 되어 있다. 서로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일상적인 수다. 그리고 가볍게 펜션 청소를 했었고 저녁을 먹기까지 각자 배정 받은 방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시미가 니이야마를 살해하는 장면.

저녁을 먹기로 한 시간에 다른 사람은 다 모였지만 니이야마는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나타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니이야마가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사실을 두고 사람들은 이런 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중에는 살인을 한 후시미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니이야마의 상태를 알지 못하니 뭔 소리를 하든지 상관이 없지만 동창을 죽이고 대화의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있는 후시미를 보는 것은 놀라움이었다.

니이야마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동창들은 나타나지 않는 그를 두고 수면 부족 상태에서 약을 먹고 잠이 들어 약속 된 시간에 나타나지 못한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니이야마의 수면 시간이 길어지고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동창들은 걱정 반 수다 반 이야기를 풀고 있었다. 니이야마의 잠이 지나치다는 생각에 니이야마를 깨우기로 한 동창생들. 여기서부터 유카와 후시미의 두뇌 전쟁은 시작 된다.

작가가 소설의 첫머리에서 이미 후시미에 의한 니이야마의 살인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누가 범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럼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후시미는 왜 동창인 니이야마를 죽였는지 살인의 동기가 궁금해졌다.

어쩌면 니이야마가 자신의 의지로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한 동창들은 니이야마의 상태를 확인하여야만 했다. 니이야마의 상태를 확인하기 제일 좋은 방법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인데 열쇠는 잠긴 문 안에 있고 보조 열쇠를 사용하기까지는 복잡한 단계를 거치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문손잡이를 돌려 밀어보면서 열쇠가 있어도 무용지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안에서 도어 스토퍼까지 끼워둔 상태에서 문은 열리지 않는다.

후시미가 다른 사람들과 태연히 앉아서 방으로 진입하는 방법을 논의 하는 것을 보면서 데 이 남자는 도망칠 길 없는 이 자리에서 살인을 저질렀으며 살인현장에서 이렇게 악착같이 다른 사람들이 니이야마 방에 들어가는 것을 가급적 늦추려하는지 궁금해졌다. 유카와 후시미의 팽팽한 두뇌 대결을 보는 재미도 물론 있지만 후시미가 보여주는 행동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보는 궁금증이 이 작품을 보는 관전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후시미가 니이야마를 죽이게 된 배경에는 장기기증카드를 발급 받은 자는 언제라도 자신이 도너가 될 수도 있고 장기 수요자는 그들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있으므로 도너가 될 자가 자기 몸을 좀도 소중히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이해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후시미가 니이야마를 죽여도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누구도 어떤 이유로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물리적인 힘으로 걷어 갈 권리는 없는데 후시미가 무슨 권리로 니이야마를 죽인단 말인가, 책장을 덮으면서 유카의 추리력에 다시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동창을 두고 그들이 벌이는 토론도 볼만했다. 살인 사건을 다루면서도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작품을 끝까지 끌고 가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고 행복한 책 읽기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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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
타리에이 베소스 지음, 정윤희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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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는 서른일곱 살 남자다. 몸은 성인이지만 지적 장애로 인하여 그의 내면은 어린아이다. 그런 그를 돌보아야하는 것은 마흔 살의 누나 헤게다.

누나 헤게는 마티스에게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으라고 종용을 한다. 마티스의 상태를 알고 있는 헤게가 마티스를 밖으로 내몰고 마티스를 무엇인가 하라고 자꾸 압박하는 것은 마티스에게 돈을 벌길 바란다는 것보다 인간으로서 놀고만 살수는 없으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라는 말일 것이다.

누나에게 내몰려 밖으로 나와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그에게 일자리를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설혹 일자리를 주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마티스에게 주어진 일을 보통의 사람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에 주인도 마티스도 실망을 한다. 마티스에게 ‘한 번의 도전은 한 번의 실패’를 의미한다. 장애를 가지고 있으므로 실패에 무심할 수 있으면 차라리 좋으련만 불행히도 마티스는 자신이 남들보다 뒤쳐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들과 똑같이 하고 싶은데 안 된다는 것, 결과를 보고 사람들은 자신에게 손가락질을 한다는 것을 마티스는 안다. 그래서 기가 죽고 누나에게도 면목이 없다. 

어떤 일에 대한 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일이 거듭되자 마티스는 무언가 시도하는 게 겁이 난다. 틀릴까봐, 제대로 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면서 누나에 대한 미안하다. 마티스의 심정이 어떻든 헤게는 그 나름대로 입장에 의거 마티스가 세상에 나가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티스는 익숙한 사람, 익숙한 세상을 향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서워 자신에 대하여 자신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만 찾고 세상을 향하여 나가는 게 겁이 나 죽을 것만 같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마티스는 상대적으로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는데 그 의미부여가 평범한 사람들의 사고 같지 않고 철저하게 자기중심적 사고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불필요한 일에 대한 집착처럼 보인다. 멧도요새에 대한 일이나 벼락 맞은 포플러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그 증거다.

마티스와 헤게 나무로 불렸던 포플러 나무 중 한그루가 벼락에 맞자 마티스는 전전 긍긍한다. 혹시 벼락 맞은 나무가 마티스라고 불리는 나무가 아닐까 불안하다. 불안함에 근거로 없이 벼락 맞은 나무가 헤게의 나무로 치부하면서도 누나가 자기만 두고 죽지 않을까 겁도 난다. 마티스가 정규 호수의 정규 뱃사공으로 일을 나갔다가 자신의 첫 손님이자 마지막 손님인 벌목꾼을 데리고 집에 왔는데 그 벌목꾼이 자신의 집에 머물면서 누나는 늦은 나이지만 이성에 눈을 뜨게 된다. 누나의 변화에 불안을 느낀 마티스는 누나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벌목꾼이 누나를 빼앗아 갈지도 모르겠다. 누나로부터 버림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마티스에게 누나와 벌목꾼이 가족으로서 함께 살아가고자 보여주는 작은 시도들이 먹힐 리가 없다. 벌목꾼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든 그는 이미 누나를 자기로부터 빼앗아 갈 사람일뿐이다. 벌목꾼으로부터 누나를 되찾아 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티스는 결국 헤게의 인생에서 자신이 빠져주는 것만이 자기가 할 일이라는 것을 알고 호수로 낡은 배를 몰고 나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렸다. 또 독버섯 사건 이후의 그의 행동과 사고를 볼 때 조금만 더 노력하면 평범한 사람들과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이전과는 다른 사람을 셋이 함께 영위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마티스의 선택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3인칭 시점으로 쓰여 진 이 작품은 사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보다는 섬세한 내면 묘사로 작품을 끌고 가고 있어 묘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일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 머릿속에 마티스는 착하고 여리고 고뇌하는 모습이다. 마티스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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