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시클 다이어리 - 누구에게나 심장이 터지도록 페달을 밟고 싶은 순간이 온다
정태일 지음 / 지식노마드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바이시클 다이어리>를 읽다가 갑자기 자전거가 타고 싶어 장마로 깊숙이 넣어 두었던 자전거를 꺼냈고 불광천을 달려 한강 둔치로 나왔다.

간밤, 무섭게 쏟아진 비로 인하여 난지 지구에서 성산지구로 넘어가는 다리는 통제가 되고 있었다. 서쪽으로 한참을 달려 보았다.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을 즐기다 편안한 자리를 잡고 책을 펼친다. 나는 그렇게 <바이시클 다이어리>를 다 읽었다.

내가 여행을 꿈꾸는 시기는 변화가 필요한 때였던 것 같다. 죽어라고 일을 하던 때는 한 템포 쉬어가면서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해서였고 일이 잘 안 풀렸을 때는 스스로를 격려하기 위함이었고, 일이 잘 풀린 경우에는 스스로에게 포상의 의미로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었다. 때로는 여럿이, 때로는 한 둘이 함께 하는 여행도 있었지만 혼자만의 사색을 겸한 여행도 있었다. <바이시클 다이어리>의 작가 정태일씨의 여행은 계획한 일이 잘 안 풀릴 때 출발한 여행이었다.

힘들었던 일상을 떠난 여행을 하면서 정태일씨가 얻을 것은 이미 예상 되었었다. 작자가 이미 떠나고자 했을 때 작자 안에서 변화는 진행 되고 있었다.

다만 너무 두루뭉술해서 그 형태를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지. 가볍게 가방 하나 둘러매고 떠난 여행이 아니라 자전거 여행. 보통의 여행에서도 많은 것을 얻을 것인데 온몸으로 부딪히는 여행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 여행 중에 작가가 얼마나 많이 자신을 돌아보고 얼마나 단단해져 올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뻔히 다 알면서도 내가 이 책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여행을 통하여 여행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 사물에 접근하는 방법, 사유하는 방법을 보기 위함이었다. 책으로 보여주는 풍경들, 사람들을 통하여 나의 사유를 보길 원했고 나 또한 간접 성장하길 바랐다.

일에 대한 성패에 대한 부담을 전혀 안 가질 수는 없지만‘주사위는 굴려봐야  결과를 알게 된다.’실패가 두려워 망설인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여행자는

“예행 계획이 상황에 맞춰 수정되어 가듯, 인생의 모든 계획도 수정하기 위하여 존재한다. 누구라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시작할 수 없는데도 초보자들은 항상 모든 준비를 한 번에 끝내려고만 한다.”- 49쪽 - 고 말을 한다.

한국을 떠나 파리에 도착하고 자전거를 조립하고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여행자가 느낀 첫 번의 것은 유럽에서 자전거는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신기한 한편 부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유럽이 자전거가 교통의 수단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하더라도 자전거 여행은 위험하고 주변의 걱정을 살만하다. 다른 어떤 여행 수단보다 10배쯤은 더 불편할 것이다. 그래도 여행자는 자전거 여행을 택했다. 걱정만큼, 불편한 만큼 여행자는 더 많이 생각하고 성장할 것이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여행자는 자전거 여행이 아름다운 낭만이 아니라 헤쳐 나가야 할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길을 잃고, 자전거가 고장 나고 사람을 만나면서 여행자는 변하기 시작했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따라 없던 길도 나타나기도 하고 새로운 힘도 생긴다는 것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다.

성공의 비결? 그것은 간단하다. 스스로를 믿으면 되는 것이다. 믿음이 없으면 일에 힘이 붙지 않는 것도 알게 되었다. 뒷심이 없이 진행되는 일은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기 어렵는것, 성공은 좋은 일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으며 좋은 일, 나쁜 일이 거미줄처럼 엉켜있어야 단단하게 힘을 받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여행객이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방향이 틀리지 않고, 페달링만 멈추지 않는다면 원하는 장소에 자신이 다다를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패하고 좌절할 때 성공은 오히려 가까이에 있다. 한계가 있으면 도전이 있고 고단함이 있으면 벅차오르는 감동이 있다는 사실의 깨달음은 인생의 철학을 깨달음과 같다.

여행을 시작했을 때의 사람과 여행을 끝마친 후의 사람은 서류상으로는 분명 동일일인이다. 그러나 사물을 보는 눈, 사유하는 방법이 달라진 이상 예전의 그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여행을 통하여 그는 변화했고 성장을 했다. 인생에서 맞게 되는 작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충분히 배웠다.

여행 경비로 거의 600만원에 육박하는 돈을 썼다. 남은 인생에 이 투자금은 얼마만한 이익을 남길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책장을 덮으며 지금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가 생각났다. 중학교까지 자기 좋아하는 일만 하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전까지 다른 과목은 그런대로 기초가 다져졌는데 수학이 다른 과목에 비하여 뒤쳐졌다.  가고자 하는 곳을 가기 위하여 반드시 넘어야한다고 쉼 없이 페달링을 하고 있다. 페달링을 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나는 아이에게 나의 가슴을 내어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주는 일밖에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페달링은 스스로 하는 것이고 페달링을 하면서 얻은 그것은 그대로 아이의 몫이 될 것이다. 아이야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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