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참 축구를 좋아한다. 발등을 감기며 튕겨나가는 슛맛, 발맛만 생각하기만 해도 아연해진다. 서로 느낌을 나누며 주고 받는 공맛, 만들어가는 과정의 재미~ 어느 하나 놓칠 수 없고, 그 긴장감도 역시 생각만해도 짜릿해진다.  그런 나는 사실 4년전과 달리, 지금은 거의 관심이 없다. 누구와 경기를 하는 것인지? 언제 하는지? 아무래도 지나친 과잉이 나를 질리게 만들어 놓은 지도 모르겠다.  몇달전부터 기획을 해온 언론자본과 결탁한 쥐어짜내기 광고의 역겨움을 일찍 냄새맡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경기 전후, 앞뒤를 온통 스포츠 중계를 하는 지겨움에 몸둘 바를 몰라서인지도 모르겠다.

스포츠의 기억은 아련하다. 아마 차범근이 버마와 경기전이었을 것 같다. 흑백텔레비젼 앞에 앉아 수많은 관중에 둘러쌓여 어른거리는 화면, 역전에 환호하는 환호성은 너무도 기억에 또렷하다. 정지한 듯한 그 분위기맛.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승리의 감격과 섞여있는 그 응원 맛일까?



우리에게 있어 스포츠 마케팅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3s로 대변되는 문화정책은 그래도 귀엽게 보아 줄만 하다. 아마추어리즘이 베여있는 자본에는 인간미가 조금이라도 드러나 있는 듯 싶다. 참여와 놀이가 섞여있어, 그 나마 자라는 청소년에게 아련한 추억을 살찌울 수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던 그이가 요즘은 무척이나 변한 듯 싶다. 그 은밀함은 우리 뇌를 훤하게 들여다보듯 무의식에 차곡차곡 욕망덩어리를 아무도 모르게 주사놓는다.  '나는 다 이길 수 있는 이성'이라구 주장이 가능한가?

2.



어린 아이들은 똑같은 광고, 회수의 반복에 그대로 노출된 실험아이이다. 마음에 들어온 광고는 기어코 엄마아빠의 호주머니를 비우게 만든다. 마음으로 들어간 광고는 소유와 함께, 맘먹던 재미와 달리, 현실의 소유감은 별로다. 그리 오래가지고 놀지도 못한다. 맘 먹던 재미와 현실의 괴리, 그 차연 - 겉재미에 농락당한 아이는 아닐까?

돈 냄새가 승천하는 시대이다. 간결 명료한 광고의 미학은 너무도 쉽게 주부들의 맘 속에 자리잡는다. 똑같이 제조되는 무의식과 구전효과는 가히 놀랄만 하지는 않는가? 어느집 어디를 가나 색깔까지 똑같은 소유물들. 김치냉장고 들--- 놀이가 끝나 방치된 김치독에 김치는 잘 담아져 있는가? 아이들 장난감같지는 않은가?

의식보다 무의식이 사람을 움직이는 힘, 어떤 연구자들은 95%까지 표현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면에서 네모난 화면을 가진 매체는 자본주의를 굴리는 쌍두마차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그토록 공부잘하길 바라는 부모들, 아이들은 매체를 끼고 산다.  그 속엔 '공부'란 재미는 원래부터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3.

화장 하나, 시선 하나, 장신구 하나하나  그 경기에 매혹되어 마음을 주자마자 그 로고와 소유욕이 우리의 무의식에 둥지를 튼다. 나는 자신있다구. 이것은 자신의 있구 없음의 문제가 아니다. 내면화되자마자 살아있는 지식은 나를 움직인다. 유사한 상황이 되면 더욱 명확하게 움직인다. 어디서 본 듯한, 친밀감이 손내민다.

그런 면에서 우리 언론매체는 저질이다. 돈 냄새 풀풀 풍겨가며 쥐어짜내는 꼴이란 차마 돈을 벌려고 질질 울며짜는 것 같아 안스러울 정도이다.

4.



우리는 어쩌면 재미를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겉재미와 속재미의 구분이 없어져, 겉재미만 재생산되는 시대에 살고 있어, 정말 그런 것이 있느냐는 반문을 받을 만하다. 보는 것만으로 축구의 참맛을 알 수 없다. 어릴 때 가진 감흥은 흑백화면에 중계되는 축구가 매개가 되었겠지만, 열정에 넘치는 아저씨 아주머니, 운집한 마을 사람들의 열띤 분위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열세임에도 호흡을 맞추고, 뛰고 땀흘리고 노력하는 모습들, 정오의 낮에 태양과 같이 떠있는 축구공의 기억과 재미는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축구 경기장보다 축구에 참여하는 내 재미가 현실적이고 아쉬움의 여운도 없다. 그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는 시간은 언제든지 있다.

5.



집단무의식이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똑같은 소유물을 갖고 있고 작은 아파트에 몰려사는 우리에겐 아마 있는 것 같다.  청계천으로도 외화하고 황우석으로도 외화하고, 월드컵으로도 외화하는 적정한 시점, 적정한 때에 현실화하는 우리의 무의식이 있는 듯하다.

 


6.




어떻게 분열하고, 떨어져나갈 수 있을까? 자본의 무의식포위망에 우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잇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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