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절실히 필요한 기독교인 통치자가 교회의 고리대금 금지령을 회피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유대인에게 은행업을 하도록 하고 이들에게 세금을 물리거나 수익을 몰수하는 것이었다. 사실 은행업은 중세에 유대인이 종사할 수 있던 극소수의 직업 중 하나였으나, 채무자들에게 인기가 없기는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유대인이 끊임없이박해를 받고 1290년에는 잉글랜드에서, 1492년에는 스페인에서 추방당하기까지 한 것은 이런 탓도 있다. 잉글랜드에서는 올리버 크롬웰이 상업적 목적을 버젓이 내세워 일부 유대인의 존재를 용인했으며, 그 뒤로 150년에 걸쳐 잉글랜드보다 관용적인 네덜란드에서 돈을 번 유대인이 상업과 금융의 기회를 찾아 잉글랜드로 흘러 들었다. 65

 

자연은 복잡하다. 자연선택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최선의 설계에 따라 단번에 창조된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길 때마다 땜질한 자리를 덕지덕지 달고서 진화한다. 이 책의 미덕은 노화를 진화의 관점에서 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화는 복잡한 현상이며, 수많은 요소가 맞물려 있기에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죽지 않을까?’라는 물음의 답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서 찾아야 한다. 212 옮긴이의 글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작은 나라는 일본으로, 기대 수명도 가장 높다. 스웨덴은 빈부 격차와 기대 수명 둘 다 일본에 약간 뒤지며, 포르투갈, 미국, 싱가포르는 선진국 중에서 소득 격차가 가장 크고 기대 수명이 가장 낮다. 이 추세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기대 수명이 부 자체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선진국에서 왜 소득 불평등이 이런 식으로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심리적 생물학적 원인이 얽힌 복잡한 문제이다. 이 예상치 못한 발견이 가져다준 희소식은 생물학자가 아니어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여, 이것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다. 211

 

    

볕뉘.

 

1. 진화생물학자인 조나단은 과학이란 사실을 문학과 역사에 담았다. 담기보다는 과학은 변방처럼 느껴진다. 텔로미어와 생쥐의 최신 유전자 조작으로 세포가 젊어지고 재생되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더 이상 과학적인 추궁을 하거나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노화가 유전자나 단 하나의 환원론으로 설명하기 좋아하는 과학에 제동을 건다. 그렇게 믿고싶은 것이지만 환경에 따라 곡절을 달리하는 진화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숱한 건강주의자들은 분명 '어떻게하면 죽지 않을까'를 신주단지 모시듯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소득불평등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일이 오히려 기대수명을 늘리는 활동이라고 이 생물학자는 말한다. 환경을 바꾸려는 어떤 노력도 없이 자신의 목숨만, 식구들의 건강만 염려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을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이렇게 과학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과학의 쓸모보다 사회의 쓸모가 먼저라는 것이, 내 목숨도 중요하지만 우리 목숨과 늘 연동되어 함께 움직이는 것이라는 자각이 필요한 건 아닐까. 

 

2. 씨앗의 자연사도 구미에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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