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그리고- 과도기고 뭐고 간에 여하튼 지구가 멸망할지 모른다는 1999년이 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인류는 과도기만을 보내다가 멸종한 우주의 유일한 종이 될 것 같았다. 마치 회사 생활만 줄기차게 하다 돌연사로 최후를 마감하는 한명의 인간처럼" 3부 오프닝 멘트다. 어쩌면 인류는 자본주의라는 사생사를 나았는지도 모르겠다. 인류가 그 틀에서 뽕을 맞은 듯 정신없이 황폐화하고 또다시 뽕을 맞는 악순환의 고리로 들어섰는지도 모르겠다.

 2. 242 "요는 말이지. 어쩌다 우리가 프로가 되었나,라는 것이야. 생각해봐, 우리는 원래 프로가 아니었어. 그런데 갑자기 모두 프로가 된 거야. 그 과정을 생각해보란 말이야. 물론 프로야구가 세상을 바꾸었단 얘기가 아냐. 요는, 프로야구를 통해 우리가 분명 속았다는 것이지. 속아? 그럼, 전부가 속았던 거야. '어린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이란 구호는 사실 '어린이에겐 경쟁을! 젊은이에겐 더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면 돼. 우리도 마찬가지였지"

3. 262 "사람들은 그 거대한 바퀴 속에 여전한 삶을 살고 있었다.(중략) 쉬지 않는다/쉬는 법을 모른다/쉴 줄 모른다/그렇게 길러져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른 자식들이 역시나 그들의 뒤를 잇는다/쉬지 않을수록/쉬는 법을 모를수록/쉴 줄 모를수록/ 훌륭히 잘 컸다는 얘기를 들을 것이다."

4 그건 삼미가 완성한 <자신의 야구지. 우승을 목표로 한 다른 팀들로선 절대 완성할 수 없는-끊임없고 부단한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의 결과야.

5. 264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지인의 선물로 받아 노곤한 몸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바로 끝을 보게 만든다. 그 경쾌한 매력이 숨어있었던 듯싶다. 읽으며 저자의 시선처럼 기억을 되짚어올라온다.  한켠에 물러선 기억들이 짜깁기되고, 이윽고 지금의 나까지 물끄러미 쳐다보게 만든다. 우리는 너무 바쁘다. 그렇게 배우고, 길들여진대로 프로란 새로운 뽕을 맞으며 무한질주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스케치처럼 너무도 가혹하고 자학하는 '우리', 의외로 숨구멍은 가까운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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