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연구원들의 과학계 문화 고발]과학문화의 핵심은 '脫권위'



"황우석 교수팀의 실험실 분위기는 군대와 비슷하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존재의 핵심인물인 김선종 연구원의 말이다.

한국 과학계 연구현장의 연구원들은 김 연구원의 이같은 발언에 가슴 깊이 아파하고 있다.

 

실험실 권위적 문화 심각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진실공방은 실험실의 권위적인 문화가 아니었더라면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현장 연구원들로부터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현장 연구원들은 황 교수팀의 실험실 문화가 탈권위적이었다면, 아무리 황 교수가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논문을 조작하려 해도 동료 연구원이나 연구원 학생들이 고발을 해서라도 막았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학 실험실에 현존하는 문화는 객관적인 비판과 발전적인 의견은 사라지고, 교수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받아들이고 행하는 권위적인 문화가 팽배한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이공계 대학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다니는 L씨.

L씨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KAIST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 실험실 분위기는 황우석 교수팀과 별반 다를게 없다. 권위주의가 전반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말이다.

L씨는 "대학 실험실은 객관적인 원리 원칙보다, 원칙을 팔더라도 학위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한 분위기"라면서 "때문에 교수의 말이라면 차도 닦고, 교수의 잘못이 드러나도 참고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대학에서 교수를 하다가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이직한 30대 나이의 P박사는 "연구팀 개개인이 독립적인 사고가 확립되어 있다면 이번 황 교수 사태와 같은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면서 "과학계의 조폭문화는 건설적인 비판을 막고 질높은 과학을 어렵게 만든다"고 안타까워 했다.

 

"황우석 논문만 검증 말고 품성도 검증해야"

특히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과학계의 연구실 문화를 곱씹어 보고 연구현장에 '권위적인 문화를 확실히 뿌리뽑자'는 의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과학계의 확실한 리더로 통했던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만 검증하지 말고, 그의 품성도 검증해 '과연 연구문화의 핵심은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지'를 따져보며 과학계 문화를 발전시키자는 이유에서다.

정부출연연의 K 박사는 "연구팀의 리더는 카리스마가 있으면 좋지만 그 카리스마가 독재로 흘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바르지 않은 것을 배척하는 것이 과학의 근본"이라며 "옳은 것을 옳다 말하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이번에 황 교수의 내면적인 성품까지 냉정히 들여다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공학연구원의 L 연구원은 "권위적인 문화 개선 없이는 한국 과학계는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 "자연스럽게 탈권위를 보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만약 돌이킬 수 없는 황 교수의 도덕적 결함이 밝혀질 경우, 더이상 황 교수를 국민적 영웅으로 내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연구현장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대덕넷 김요셉 기자 joesmy@hellodd.com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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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5-12-19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문제점들을 문화와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표면만 보고 원인을 지나치게 깊이 들어가는 것은 당장은 쓴소리가 될지 몰라도 전체적인 변화와 그리 큰 관계는 없는 듯합니다.

'군사문화'가 점점 소멸단계에 접어든 것 같지만, 이상할 정도로 계속 재생산되는 것 같습니다. 일터도 급속히 소멸하는 듯한데, 여성 선후배사이 위계관계도 그러하고, 유독 자연스러워야할 우리 학교 선후배,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이공계는 특히)는 되새겨보아야 될 듯합니다.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문화는 내부 자정능력을 너무 많이 떨어뜨리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