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다

 

 맛있는 머루와 으름덩굴을 좇아다니다

산골짜기에 들어가서

길을 잃고 헤맨 적이 있다.

 

날은 어둡고 산짐승들은 울고

어린 나이에 얼마나 울며불며

길 잃은 것을 후회했던가

 

맛있는 것에 눈이 멀어

산을 둘러보지 못한 탓이었다

 

오늘 도심 골짜기에 들어와서

길을 잃었다

 

먹고사는 데만 급급하다

쾌락의 토끼 꼬리만 정신없이 따라다니다

인생을 조감하지 못한 탓이다                                      공광규 시집 <소주병> 65쪽.


기계

 

허겁지겁 출근하는 나를

앞집 개가 짖지도 않고

물끄러미 쳐다본다

 

"저 인간......

망가져서 덜그럭거리는......

감가상각이 끝나가는.....

겨우 굴러가는 기계 아냐?"

 

개는 이렇게 생각을

더듬거리고 있나 보다

 

개도 거들떠보지 않는 나는

이 밀림의 누구인가

생산성과 헐떡이며

성교를 벌이고 있는 나는.                              공광규 시집 <소주병> 43쪽


윤리문제로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아니 시인이야기대로 밀림은 온통 아우성이며 쑥대밭이다. 정글에 살아남으려 감가상각 다되어가고, 방전은 다 되어가지만, 하루하루 쾌락의 토끼꼬리만 찾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여전히 살아있는데 자신에 유리한 정서상 교감만 하려는 것은 아닐까? 성찰의 고리로 내면으로 가져오려는 흔적들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일터를 묵묵히 지키고 연구실을 묵묵히 지키는 것은 투명하고 깨끗하고 남생각 먼저하는 사람들, 성실한 일상의 묵묵한 되새김질 덕일 것이다. 희망하는 것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며, 꿈에 자신의 되지 않았던 모든 것을 퍼붇는 것 역시 광끼일뿐이다. 황우석 문제는 너무나 많은 현실이 섞여있다. 따로따로 분리해내어 사고하게 되지 않으며 그 새로운 광끼는 무서운 파시즘의 유령처럼 떠돌아 다닐 듯하다.

아무래도 우리자본주의는 천민자본주의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성실한-솔직함 등 최소한 자본이 시작할 쯤 그것이 있었다는데, 로또같은 맘만 덕지덕지 붙어있어, 공짜 좋아하는 넘들은 영락없다. 그것을 부채질하는 넘들은 더욱더..공범의 늪에... 그런면에서 최소한 현실과 희망을 분리시킬줄 모르고 몽매하게 만든 조중동을 위시한 언론자본이 최고저질이라고 여긴다. 구조화된 공생관계...

일터로 돌아와, 손익구조에 헉헉댈 엠비시의 일상이나 와이티앤의 일상이나, 기본적인 언론 결과물 산출구조엔 오히려 한건(한탕)주의가 구조화되어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말미를 주는 현실이란...?

연구실 역시 한탕,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보따리장사하는 구조역시 자본의 구조를 고스란히 닮았다. 완충지대란 애초에 꿈을 꾸지 말아야 한다. 밀림에서 살아남으려는 발버둥. 무슨 윤리며, 절반이 비정규직인 현실을 조금이라도 신경써줄 수 있단말인가?

환원된 구조( 나라가 돈벌면 나도 잘 살수 있다는 도식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심연의 강과 현실이 있다.) 우리 모둠(우리 과학계, 우리 영화계, 언론계)이 낫다는 것 역시 희망사항이다.

우리 일상에, 서로의 모둠에 완충지대와 안식을 주지 않으려는 우리의 욕심, 손익구조에 너무나 많은 것을 버리는 현실을 내 속을 들여다보며 냉정해져야 할 것이다. 제발 쉴 수 있도록, 너무 많이 벌려고 하지말고 조금만 벌어도 좋으니(이미 생산성이 우리나라는 놀랄만큼 높아졌다.) 안식년과 안식일을 주고, 더 깨끗해지는 것이 더 많이 버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하지 않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남들이 어떻게 뼈가 빠지게 살고 있는지? 황우석도 좋지만 연구직, 비정규직 연구직의 처량한 신세? 말단 언론기자들의 처량한 신세..보조업무...영화계의 척박한 현실...? 에 국익만큼의 내공이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마음의 안식일을 주는 버릇을 해야되지 않을까?

나라가 일확천금을 번다고 당신 몫이 아니다. 당신은 재벌2세 3세가 아니다. 누구나 다 예쁜연예여와 잘생긴연예남과 연애를 하고 싶어하지만, 그친구들이 무슨 애정의 손길로 당신을 바라보겠는가? 그역시 로또확율일 뿐이다.

소주값도 기름값도 당신의 발걸음이 닿는 족족 현실은 무참히 가파른 달동네 벼랑길처럼 올라가고 있다. 당신의 나의 감가상각값은 애석하게도 더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 성과주의에 급급한 과학계와 다양한 목소리와 지역언론이 살 수 없는 언론계와  과속에 익숙해 주변과 우리를 볼 줄 모르는 청맹과니 산업계와... ...-똑같은 9시뉴스에 부화무뇌동하는 힘없고, 국익의 뽕으로 현실을 안주삼는 우리는 한발자욱도 나서지 못한 채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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