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 사물인터넷, 데이터 마이닝, 빅데이터, 관계, 권력,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사람 한병철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금속 을 만지고 다루는 것을 좋아하던 그가 사고로 독일로 건너가 철학을 한다. 디지털 무리가 왜 좋아요의 현상학에 잠식되어 나르시스트, 우울증, 정보과잉증후군에 시달리는지, 왜 시민이 아니라 소비자에 머물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된다. 빅데이터로 돈? 벌고 싶다면 일괄독서를 추천한다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당신은 나조차 알아보지 못하네/요를 깔고 아주 가벼운 이불을 덮고 있네/한층의 재가 당신의 몸을 덮은 듯하네/눈도 입도 코도 가늘어지고 작아지고 낮아졌네/당신은 아무런 표정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네/서리가 빛에 차차 마르듯이 숨결이 마르고 있네/당신은 평범해지고 희미해지네/나는 이 세상에서 혼자의 몸이 된 당신을 보네/오래 잊지 말자는 말은 못하겠네/당신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네/우리들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네
우리는 가볍게 웃었다
시골길을 가다 차를 멈추었다/백발의 노인이 길을 건너고 있었다/노인은 초조한 기색이 없었다/나무의 뿌리가 뻗어나가는 속도만큼/천천히 건너갈 뿐이었다/그러다 노인은 내 쪽을 한번 보더니/굴러가는 큰 바퀴의 움직임을 본떠/팔을 내두르는 시늉을 했다/노인의 걸음이 빨라지지는 않았다/눈이 다시 마주쳤을 때/우리는 가볍게 웃었다
볕뉘. 창가에 햇살이 곱다 커튼 사이로 비추는 사선, 저자 한병철을 읽다가 스마트폰과 IT에 광분?하는 사람들과 미리 나누고 싶단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자화상이면 좋겠다 싶다. 마지막을 발판 삼아, 디지털의 심연이 깊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 또한 욕심일 것이다. 가볍게 씩 웃는 때가 다시 올까. 말하지 않아도 많은 말을 하는....말끝과 돌아섬의 이유를 헤어지고 난 뒤 곰곰이 삭힐 줄 아는 때가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