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보다 존재가 앞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이 먼저 있어서 세상에 존재하고 세상에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는 그다음에 정의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존주의자가 상상하는 사람이란 정의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처음에는 그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나중에야 비로소 무엇이 되어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것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인간성이란 있을 수가 없다. 그것을 상상할 신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만 그가 스스로를 생각하는 그대로일 뿐 아니라, 또한 그가 원하는 그대로다. 그리고 사람은 존재 이후에 스스로를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아니다. 이것이 실존주의의 제1원칙이다. 이것이 또한 사람들이 주체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17-18

 

그러나 종말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면 사람은 자신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 그래서 실존주의의 첫걸음은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존재의 임자가 되게 하고, 그에게 그의 존재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돌린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고 말할 때 그것은 자신의 엄격한 개성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말이 아니라, 모든 타인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실존주의의 깊은 뜻은 이렇게 제2의 의미를 갖는다. 19

 

만약에 신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정당하게 해주는 가치라든가 질서를 우리 앞에 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앞에서다 뒤에서나 확연한 가치의 영역 속에서 어떤 정당성이나 변명도 설명해낼 수가 없다. 우리는 자유로우며 고독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유 선고를 받은 셈이라는 말로써 표현은 끝난다. 사람은 스스로를 창조한 것이 아닌 까닭에 선고를 받은 것이요, 세상에 한번 내던져지자 그가 행동하는 모든 것에 책임이 있는 까닭에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26

 

진리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파악하는 주체성은 엄밀히 개체적인 주체성은 아니다. 우리는 코키토 속에서 사람은 다만 자기 스스로만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고 타인 역시 거기서 발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나는 생각한다라는 말을 가지고, 우리는 데카르트 철학과는 반대로, 또 칸트 철학과도 반대로 타인과 마주 선 우리를 파악하는 것이며 우리에게는 타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확실한 존재다. 40

 

우리 인간은 각자가 호흡하고 먹고 잠자고 또 어떤 방법으로 행동함으로써 절대적인 행위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자유스럽다는 것, 지향으로 존재한다는 것, 자신의 본질을 선택한 존재라는 것과 절대라는 것 사이에는 하등의 차이도 없다. 또 시간적으로 국한된 절대적 존재, 즉 역사 속에서 국한되어 있는 절대적 존재라는 것과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 사이에는 하등의 차이도 없다. 45

 

예술과 모럴 사이에 공통된 점이 있는데, 그것은 두 가지 경우 우리에게는 창조와 창안이 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바를 선험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나는 나를 찾아온 학생이 모든 모럴, 즉 칸트 철학이나 혹은 다른 철학의 모럴에 비추어보아도 아무런 지시도 없었던 경우를 말함으로써 내가 그것을 독자에게 충분히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율법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감정과 개체적 행동과 구체적 자비심을 모럴의 기본으로 삼아 어머니와 남아 있을 것을 선택했거나, 차라리 희생을 선호하여 영국으로 가기를 선택했거나, 우리는 결코 그 사람이 무상의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간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그의 모럴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것이며, 환경의 압력으로 말미암아 하나의 모럴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47

 

인간에 대한 정의로서의 자유는 타인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앙가주망이 발생하자마자 나는 나의 자유와 동시에 타인의 자유를 원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한 타인의 자유를 목적으로 삼을 때만 나의 자유를 목적으로 삼을 수 있다. 50

 

인간은 부단히 자기 밖에 있는 것이며 자기 밖으로 스스로를 투사하고 스스로를 잃어버림으로써 인간을 존재하게 한다. 한편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더 높은 목적을 추구함으로써다. 그처럼 사람은 자기 이상의 것을 행하는 것이며 그러한 초월에 비추어서만 인간은 사물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초월의 한복판, 즉 중심에 있다. 인간의 우주, 즉 인간의 주체성의 우주 이상의 다른 우주가 있을 수 없다. 56

 

 

볕뉘. 다가선 책들 사이 잠깐 살펴본다. 실존주의에 대한 갖가지 비난들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콕콖 짚어 얘기하는 대목이다. 물론 맑스주의를 품에 안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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