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서울행, 잠깐 외박휴가를 나온 차니와 만나 차한잔, 책한권을 건네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연극을 한편 보다. 체홉을 그냥하기는 좀 그렇고란 부제가 붙은 배꽃동산을 본다. 홍상수의 영화느낌이 물씬나는데, 이 작품도 속물근성을 그대로 대면하고 응시하게 한다. 곳곳에 장치를 마련해두는 재주가 대단하다. '예술이란 통찰력과 그것을 이루어내려는 의지, 즉 제시력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라는 대사에 끌려 얘기를 더 나눈다. 그리고 배우와 연출자를 만나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홍상수란 그물에 걸리지 않으면서 나는 법을 배우기란 참 쉽지 않다. 속물의 흡인력은 지고의 윤회같은 것이기에 말이다. 그래도 파닥, 약한 그물을 찢고 난다. 예술이 제시력으로 꽃피듯이 일상도 관통하는 의지로 뚫고 나가야하는 것들이리라.
일상들이란 무엇일까. 일상의 힘은 무엇일까. 좌초되지 않으면서 삶과 꿈을 부단히 잡으려는 노력들도 작품들 곳곳에 숨어있다. 그 흔적들에서 읽어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면하여 있는 의지들과 장치. 보려던 루이스 멤퍼드를 건넨다 - 기술과 예술, 그리고 삶 열정은 본디 하나라는 것이라고 전한다. 어쩌면 통찰은 늘 등잔밑에서 잘보이지 않게 가까이 있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볕뉘. 애석하게도 마지막 공연이었다. 계기가 되면 다른 곳에서 다시 보고 싶다. 희곡집도 살펴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