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루한은 "기술의 영향력은 의견이나 개념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히려 이 영향력은 "인식의 방식을 꾸준히, 아무런 저항 없이" 바꾸어놓는다는 것이다...미디어가 신경 체계 그 자체에 마법을 부리거나 장난을 친다는 것이다. 9


미디어 재벌 데이빗 샤르노프는 "우리는 기기를 만들어낸 자들의 죄를 기기 그 자체에 떠넘겨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대 과학의 산물은 그 자체로는 선하거나 악하지 않습니다. 기기의 가치는 그것들이 사용되는 방식에 따라 결정됩니다"라고 말했다. 맥루한은 이 같은 발상을 비웃으며 "몽유병에 걸린 자의 말"이라고 쏘아붙였다. 맥루한은 모든 새로운 미디어는 인간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미디어에 대한 우리의 습관적인 반응, 즉 그것을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중요하다는 식의 생각은 기계에 대해 무지하고 무감각한 태도"라고 적었다. 미디어 콘텐츠는 "정신의 감시견을 따돌리기 위해 도둑이 미끼로 던지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0-11


인터넷이 부추기는 지속적인 산만함(엘리엇의 '4개의 4중주'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산만함에 의한 산만함으로 산만해진' 상태)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생각을 새롭게 하는 일시적이고 의도적인 주의돌리기와는 그 성질이 크게 다르다. 인터넷이 주는 자극의 불협화음은 의식적, 무의식적 사고 모두에 합선을 일으켜 깊고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한다. 179


장기 기억은 사실, 인상 그리고 사건 등에 대한 거대한 창고 역할밖에 하지 못하며, 이 때문에 이는 "사고와 문제 해결과 같은 복잡한 인지적 처리에 거의 기여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뇌과학자들은 장기 기억이 실상은 이해가 이루어지는 장소임을 발견했다. 장기 기억은 사실뿐만 아니라 복잡한 개념 또는 스키마(계획이나 이론들의 윤곽)들을 저장한다. 흩어진 정보의 조각을 지식의 패턴으로 조직함으로써 스키마는 우리 사고에 깊이와 풍부함을 제공한다. 스웰러는 "지적인 기량의 대부분은 오랜 시간에 걸쳐 획득한 스키마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우리는 개념과 관련된 이 같은 스키마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몸담고 있는 전문 분야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86


뇌가 혹사당할 때 우리는 산만함이 더 산만해짐을 깨닫게 된다. 실험 결과들은 작업 기억이 한계에 도달할수록 불필요한 정보와 필요한 정보, 소음에서 신호를 구분하는 것이 더 힘들어짐을 보여준다. 결국 정보에 대해 분별없는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인지 과부하의 잠재적 요인은 많지만 스웰러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관련없는 문제의 해결'과 '주의력 분산'이다. ...십자말풀이를 하면서 책 읽기를 시도해보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인터넷에서 지적 활동을 할 때의 환경이다. 187-188


우리의 결론은 산만한 상태에서 사실과 개념을 배울 경우 더 나쁜 결과를 낳음을 시사한다. ...전환 비용은 단지 두개가 아닌 여러 개의 정신적인 임무 사이에서 곡예하는 인터넷에서 가장 높다. 199


집중적으로 멀티태스킹을 하는 이들은 "관련 없는 것들을 빨아들이는 이들이며, 모든 것이 그들을 산만하게 한다"고 말한다. ...온라인에서 멀티태스킹을 할 때 우리는 "쓰레기 같은 소리에만 관심을 기울이도록 뇌를 훈련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우리의 지적인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라는 것이 입증될 것이다. 211


가장 바쁘게 활동하는 것이 살아남는 뇌 세포들 사이의 전쟁에서 패해 밀려나는 정신적인 기능들은 조용하고 선형적인 사고를 지원하는 것들로 이들은 긴 이야기를 읽거나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할 때,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반성하거나 내부 또는 외부의 현상에 대해 숙고할 때 필요한 것들이다. 212

 

 

 

볕뉘. 어제밤 내려오는 길 열차 잡지의 백양사 단풍에 이끌려 몇장 넘기는데 뉴욕의 열풍이라는 기사가 끌린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 같은 곳에서 책을 읽고 있다. 묵독 모임이란다. 토론도 없고 서로 묻지도 않는다. 그렇게 모여서 원하는 책을 읽고 헤어지는 모임인 것이다. 일명 슬로리딩이라고 말이다. 이런 열풍은 곧 노래하지 않을까 싶다. 뉴욕스타일이라는 패션으로 말이다. 

 

기차안에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발췌독을 한 뒤의 일이다. 머리말 7장 곡예하는 뇌를 읽다. 여전히 마샬 맥루한은 빠지지 않고 되불러내고 있다. 여러 뇌 단층 촬영등 실험 결과와 관련 전문가의 사례를 빼곡히 적어놓는 설명들이었다. 구석기인들이 숲에서 사냥을 하듯 뇌의 구조도 전전두엽부분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문제해결을 하는 구조로 바뀌다보니 정작 숙고하거나 장기기억에 해당하는 부분의 연결력이 약해진다고 한다. 아는 것은 적고 어디 있는 것만 알게되면서도 약해지는 나의 상태와도 비슷한 것 같다. 사실 의도적으로 알림을 끄고 원할 때만 들어가는 편이긴 하지만 초단위의 트위터, 분단위의 카톡, 시간단위의 페북, 하루단위의 블로그...서서히 끊으면서 자신의 모드로 돌아가는 일도 괜찮은 듯싶다. (노인들에게는 뇌를 활성화시켜 좋은 측면도 있고, 선별적인 정보취득 등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기술에 대한 호, 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점에 다시 밑줄을 그어본다. 기술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가 아닌가 싶다. 주의력결핍 장애와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가정하고 접근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어린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들은 조사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기술이 미치는 파고나 연구는 늘 일들이 벌어지고 난 뒤의 사후약방문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많는 토론이나 논쟁이 있으면 좋을텐데. 이 또한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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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터넷은 기억의 대안물로 활용하지 않으면 우리 마음을 텅비게 한다.
    from 木筆 2014-11-18 10:22 
    모서리. "굳이 책을 찾아볼 이유가 있겠는가? 전자 데이터라는 숲에 사냥감이 널려있는데 말이다. 그렇게 수집하는 맛이 짭짤한데 왜 책을 봐야 하고 토론을 해야하는가? 네모난 유리상자에 쳐박혀 있으면 되지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책을 읽는 경우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를 비교했을 때, 같은 내용에 대해 후자가 오답율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연구사례는 나타낸다. 인터넷의 경우 F 패턴을 따르면서 정보를 습득하는데 첫줄은 길게 아래쪽은 짧게 짧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