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주 판소리 완창 - 시외버스를 타고 한옥마을을 다녀오다. 판소리, 판의^^소리, 마당.  육성이 들리는 그 안에서 감흥이 일면서 와 닿는다. 관조의 매체가 아니라는 것을 천변을 거닐다 우연히 그 소리를 접하고 매혹적이란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다. 전주 부채박물관, 오밀조밀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합죽선과 난그림을 점찍어두고 오목대를 거쳐 동헌에 이르러 심청가 완창을 접한다. 달콤한 것만 빼내어 한소절 부르던 것에 익숙한 몸은 몇 대목에 금방 풀려버린다. 한 대목, 하나 하나 그리 절절할 수가 없다. 할머니 구연동화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두눈을 말똥말똥 뜨고 곁에 있는 듯싶다.  산을 오를 때 못본 그 꽃, 내려올 때 보았다는 그 마음같다.  심청가 판소리본을 얻었는데 300여쪽이 넘는다. 분량이 아니라 몸말, 구어에 눈길이 가서 한참을 번갈아 들여다 본다. 지금도 마음은 그 안에 가 있다.

 

 

2. 볼트와 너트 집 - 대전 역 앞에는 40년째 볼트와 너트를 파는 가게가 있다. 반들반들 손때에 절은 나무사다리와 수천종의 너트와 볼트를 담아놓은 상자의 디자인과 글씨체는 눈길을 끈다. 이런 손님이 적지 않은 듯 주인장은 무심하다. 손톱만한 것에서 팔뚝만한 것까지 어디든 헐겁고 헤어진 곳, 너덜너덜해진 곳에 네가 필요하다니, 그렇게 너를 원하고 챙길 곳이 많다니 아연해지기도 한다.

 

 

 

 

3. 시극을 한권 건네받다 - 김경주시인이 시극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출간 소식을 받아 안다. 주말 읽고 시극이 몹시 보고 싶어진다.  기담 -  언어이전, 언어에 앞선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간절함의 시로 읽던 기억과 겹친다. 늑대의 울음소리로 형상해 두었다. 작가의 의도와 해석을 읽고 더 온전해진다. 기회가 된다면 꼭 봐야될 듯 싶다. 판소리와 겹친다. 형식과 간절함은 모종의 유사함이 배여있는 것은 아닐까.  저녁 술잔을 건네며 장애우운동을 하는 친구의 애틋함이 전해와 더 뭉클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없는 것으로 쳐야한다고 일침을 둔다. 허나 생각만 달리먹고 근력을 키워오고나 조직의 문화가 조금만 달랐다면 그의 제안을 충분히 받았을 수 있다고 여겼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모임의 쓴소리, 모임의 야당, 조직의 야당, 악마의 변호인 ....우리 모둠의 문화의 근력이나, 민주주의의 근력이 일천하다 못해 그자리에 맴도는 현실이 더 안타까운 밤이었다. 목척교 대전천변의 분수는 분수도 모르고 찍찍 솟았다.

 

 

4. 전주에서 완창을 세시간여 듣다가 약속으로 먼저 나오는데 미안하다. 풍경을 고르고 마음에 둔 합죽선의 란과 편액의 그림을 산다.  돌아오는 길 선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모임에서 푼다. 그림이 눈에 선하다. 파는 이는 작가를 알고싶다하니 점원은 호만 알려주었다. 그분은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말을 전한다.  그림이야 친구들 다시 만나면 보게 되니 그리 섭섭한 일만 아니다.

 

 

 

5. 주말내내 몹시 힘들었다. 마음들도 녹아버린 것처럼 여름내내 한겹 한겹 쌓인 것들이 끓어넘친 듯하다. 친구들에게 푸념을 이틀내내 했다. 이대로는 더 뫔을 안으로만 추수릴 수 없다고 말이다. 한 친구는 묵묵히 듣고 쓰고싶은 것들, 그리고 싶은 것들을 환기겸 간간히 반사시켜준다하고  또 한 친구는 음악샤워를 시켜준다.  투팩의 Life goes on의 힙합과 선곡한 민중가요를 들려준다. 살며시 다른 곳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본 앰프의 라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BAB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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