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낮술을 하기로 하다. 주말 세미나 모임도 있고, 금요일 모임으로 새벽까지 얘기를 나눠 피곤이 잡고 있기도 해 만만치 않을 듯했다. 일행이 늘어 오랜만에 산호여인숙 대동 소식도 듣고 해서, 책꽂이에서 이것저것 고른다.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는 어디가고 그 이전에 있던 책들을 고르고 스피박, 호미바바 등등 탈식민주의 관련하여 입문서부터 따로 챙긴다.
2. 부자가 하는 현대식당에서 닭볶음탕을 먹다. 늘 지나가던 길목이지만 한번도 들르지 않았던 곳엔 외국인도 맛나게 들고 있고, 일요일인데도 손님들이 많다. 옆 건물 스페이스 씨에서 지난 산호여인숙 레지던시를 한 최예리작가의 페이스전이 열리고 있다. '색감이 바뀌었네요.' 하고 돌아와 안내도록에서 이유를 찾아본다. 스스로 괴물-되기란 주제로 dtc 큐레이터가 살폈다. 의도라기 보다는 삶에서 얻은 것들을 잘 우려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3.
이동하는 가운데 커피점에 들렀는데 책들이 있고, 프레다칼리의 일본도록이 있어 살펴본다. 트로츠키가 암살당하기 직전까지 묵었던 프레다칼리의 집과 짧은 교감...그리고 그림들로 얘기를 건네다가 대전근대사박물관까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지나쳤지만 처음 접하는 곳이다. 고샘의 소개를 빠짐없이 듣다보니 이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이력으로, 어느 장소와 인물들에 대해 기압도처럼 풍향계처럼, 온도의 고저처럼 평면처럼 다가서거나 멀리서 보던 것들이 굴곡이 드러난다. 고샘의 애정이나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이력도 고스란히 보인다.
4. 그에서 선물을 받다. 충남도청 출입문을 따서 만든 손가방과 근대 100년사 자료집 2권과 따듯한 배려를 안아든다. 그리고 함께 자리를 한 부*샘의 산호이력을 다시 한번 듣는다. 관 공무원의 시기와 관료들이나 관료에 있는 이들이 흔히하는 수법들, 될 수 있도록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안되게는 할 수 있다는 준협박들 말이다. 학교의 보직선생이 다루는 방법, 당신 자녀가 몇반 몇번이죠. 학생을 담보로 은근히 행동을 조절하려는 낡은 습속들이 같이 비춰진다. 당하는 쪽의 심사가 말이 아니지만 좀더 강하게 하거나, 무시하고 하던 일 묵묵히 해서 더 드러나 말마저 돌지 않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한다. 미술관의 김*샘을 아느냐고 묻는다. 흐름이나 하고자 하는 방향, 관주도의 여러 한계들에 대해서는 깊이 나눌 수는 없지만 그 격차가 다가오기는 한다.
5. 광천식당에서 수육과 두루치기를 시키고 여운들을 이어간다. 다시 산호로 돌아와 합류한 고샘의 이야기를 커피와 함께 듣는다. 마침 신부님이 오셔서 들어주거나 나누는 방식, 교회법과 고샘이 의도하는 바, 설득하는 것이 남다르다 싶다. 부드럽기도 일목요연하기도 또렷한 방식이 새롭다.
6. 또 한차례 자리를 옮긴다. 대전부르스. 찾아가니 낯익은 분들이 테이블에 있고, 맑던 하늘에 천둥소리와 함께 파하는 중이다. 우금치와 핫도그대표와 함께 한자리 창작자 인문학 그리고 앞으로 우금치가 자리하는 시공간의 변형 등등 유*샘도 함께 보다가 주말의 끝을 깊이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