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예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의 시 [그날]의 마지막 행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안녕하지 못했지만,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아프다고 말합니다. 학우 여러분, 우리는 더 많은 아픔이 수면 아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아픔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길 희망합니다. -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문학동아리 진군나팔  203


미 술

 

저는 미술대학생이고 제가 지난 일 년 동안 졸업전시의 주제로 고민했던 것은 '목소리'에 관해서였습니다. 수신인은 실종되고 발신인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목소리'에 대해서요.(중략) 그런데 지금 제가 주목하고 싶은 '목소리'는 다시 반대로 발신인을 잃은 목소리입니다. 사람이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으면 '내 목소리가 어땠더라' 잊게 되고, 내가 만드는 공기의 진동이, 그 음성이 어색해지게 됩니다. 내 목소리인데 말이죠. ....'불편함'에 계속 예민하게 반응하는 겨울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술대학 조소과  216


정 치

 

우리는 그동안 정치적인 것과 순수한 것을 구분 지으며 '정치적인 것'을 너무 쉽게 규정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어느 곳이 되었건, 누군가 의견을 내고 그 흐름을 만드는 것, 그리고 토론을 하고 합의를 만들고 실천하는 것, 저는 이 모든 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정치적이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 또한 정치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정치적인 것'을 거부하는 흐름들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정치적'입니다.  250


사 회

 

저는 사회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사회학은 당연히 '사회'에 대해 배우는 학문이겠죠. 하지만 사회학을 배우면서 저는 오히려 사회에 대해 알 수 없게만 되어갑니다. 지금 이곳에 '사회'가 존재하길 합니까? 우리는 우리의 삶을 '함께' 영위하고, 짐을 '함께' 짊어지고, 서로를 '함께' 위로하고, '함께' 놀고, 정치를 '함께'해나갈 공간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사회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우리는 사회를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사회적인 억압과 훈육과 차별은 존재하되 사회적인 삶은 없습니다. 사회 09 승우  253


과 학

 

과학은 산업역군이 아닙니다 - 많은 수의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 성과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고려하지 못하며, 고려한다 한들 연구비가 나오는 분야를 쫓을 뿐이라는 것. 하지만 저는 기술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그리고 과학이 경제발전과 기술혁신의 도구라는 틀에서 벗어나도록 연구 방향을 틀 수 있으며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각자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고 만들어가는 것, 저는 그것이 연구자와 사회 모두의 '안녕'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기에 이렇게 발걸음을 떼고자 합니다. 생명과 화학을 공부하는 분  209

 

성소수자

 

그렇지만 이렇게나마 글을 써서 조금이라도, 단 한 명이라도 더 사람들이 뭔가 깨달을 수 있게 된다면 저도 조금 더 용기를 내겠습니다. 성적 끌림을 느끼든 말든, 성적 관계를 맺든 말든, 동성을 좋아하든 말든 그 어떤 것도 '당연해지지' 않는 사회에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익명의 바이로맨틱 에이섹슈얼 여성으로부터  404

 

 

볕뉘. 

 

1. 바람결과 하늘 색이 어울리는 어스름, 동네 도서관 일반 열람실을 찾다. 창가로 빈자리를 찾으려해도 안쪽 밖에 없다. 수험 공부에 여념이 없다. 작은 휴게소에서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요기하는 친구들과 늦깎기 수험생으로 보이는 사람들. 평범한 일상들이다. 밀린 책이 손에 잡혀 본다. 졸음도 몇 겹으로 내리고 바람쐬고 다시 본다. 안녕들 하십니까? 전쟁터도 아닌데 이렇게 삶의 안부를 물을 정도로 삶의 비참은 바닥에 떨어졌다. 산업역군의 그림자는 이렇게 깊고도 길게 드리워져 있다니 말이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이 모두 흙에 묻히고 난 뒤  지금여기의 잔흔을 기억할 수 있을까? 그 비참의 바닥을 딛고 무엇인가 다른 사회라는 것, 만남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했다고 말이다. 정치 비슷한 것이 존재하기는 했다고 기억해줄까? '사회' '함께' '민주주의' '정치'의 재발화점이 거기였다고 기억할까? 그래서 약자가 아니라 최약자, 목이없는자가 아니라 목도없는자들이 목소리라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한 점이었다고 말이다.

 

2. 아픔을 너머 좀더 다르게 만날 수 있을까? 다르게 만나 다른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어떻게 어떻게... ...

 

3. 책갈피를 하다보니 전공별로 감수성이 조금 차이가 나 보이더군요. 농도의 차이일까요? 그렇지은 않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각기 좀더 전문적인 길로 가도 좋겠지만 의식하고 다른 시선을 몸에 배이게 했으면 좋겠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전공도 당연한 것이 아니더라는 생각을 미리 가지면 더 낫겠다는 생각이네요. 마지막 장은 페미니즘과 성소수자에 대한 자보가 많았는데 위에 언급한 무성애자는 저도 처음 알게된 사실입니다. 앞에 바이섹슈얼이 있는데 다양하다는 전제가 있는거죠. 당연한 것은 없는거죠. 그 순간부터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것이겠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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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극기 위의 저 달이 걸린다
    from 木筆 2014-05-19 08:52 
    포차 건너편 태극기 위에 달이 걸린다. 바람은 포근하고 애닯다. 304개의 넋대가 흔들린다. 벗들과 밤을 새다시피 나눈다. 세상은 아마 '국가가 책임 못지니 내가 다 감당해내야지' 라는 비관과 '돈과 집과 자식 교육에 팔할'을 부었던 대화주제에 '사회'를 넣는다란 낙관 사이를 갈지자 처럼 걷겠지. 물에 빠진 아이를 보고 발을 동동구르는 '동정'과 구하려다 같이 빠져죽는 '동감'과 구해내는 '공감'이라는 어감의 차이를 새겨듣고 참 아프다. 이 사회를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