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서재를 만든지 십년이 훌쩍 지난다. 리뷰보다 친숙한 페이퍼 3000편을 기념하고 싶다는 욕심이었을까? 아무튼 일기장처럼, 마실의 흔적처럼 남기던 일과 오프에서 만남들이 설레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던 일, 아쉬움들이 겹치기도 한다. 고인의 흔적도 그러하다. 사귐이 부재한지라 오히려 닫힌 서재로 불편을 준 기억도 서툴고 미안하기도 하다. 혹 기웃거리는 분들이 계시다면 번거로움이 조금 가시지 않을까 하여 돌이켜보는 김에 지난흔적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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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나누고 싶던 것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나보다는 너에 대해 온전히 느끼고 싶고, 아파하고 싶단 말. 무엇인가 많이 알아야 된다는 강박보다는 참 마음이 통하거나 나누고 싶은 이에 대한 갈증이다. 오로지 짜투리 시간을 당겨 모임에 뫔담은 흔적이 배여있구나 싶다. 참터보다는 어느새 아카데미에 대한 애정이 기우뚱해버린 것이 아닌가 하여 뜨금하다. 목련을 몇번 졸업을 했다 싶었는데 그 마음 역시 변함이 없다. 진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다. 느낌없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가을을 더 좋아했던 것 같은데 태그는 올해의 봄이 만만치 않은가 보다. 러셀, 루쉰, 민주주의는 변함이 없다. 나-너-나도 여전히 그런 건 아닌가 싶다.
속태그를 보니 몇몇 인물이 드러난다. 김수영, 김영민, 김우창, 머레이북친, 가타리, 삶, 가슴, 결...마음, 마음 그리고 몸.....동백. 여전히 마음 흔들리는 언어이기도 하다. 흔적들이 배여있는 일이기도 해서 남 일이 아닌 듯 설렌다. 조금 더 볼까?
앙드레고르, 이반일리히, 프루동, 아나키즘, 활동, 사랑, 삶이 아니라 삶들, 우정... ....실험....나누고 싶은 친구들과 몸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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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흔적] 2,060 편 - 흔적들 가운데 독서흔적이 모임의 흔적보다는 많다. 독서나 모임을 통해 어느 쪽이 더 많은 생각을 자극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서로 비슷한 듯 싶다. 모임의 그림자를 되도록이면 남기도록 노력을 하고자 했는데, 기억력과 열정도 익거나 게으름때문인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될 수 있으면 모임의 후기를 덧셈, 뺄셈을 나눠서 기록해두고, 시간이 지나가며 쇠락할 수 있는 나눗셈이나, 증폭의 가능성이 있는 것을 곱셈으로 남겨려 했다.
[발자욱콕] 723 편 은 마실이나 일터일들, 지지난 모임과 서재를 꾸리기 이전 흔적들이기도 하다. 꽃과 풍경이 많다. 봄과 가을에 대한 기록, 그림꼭지들이 많다. 지인들은 생각흔적이나 독서흔적을 고리타분해하며 사진이나 그림에 관심이 더 많은 듯하다.(후후) 일터는 서투름의 연속이다. 신랄하기도 하고 욕지기에 가까운 감정찌꺼기들이 남아 있어 불편하고 미안한 부분도 있다 싶다.
[여울품기] 209 편 은 나누고 품고 싶던 것들이다. 못내 아쉽기도 하다. 시간은 늘 우리편이니 때가 되면 같이 품고 나눌 수 있다고 느긋하기로 한다. [너-나]가 함께해보고 싶은 일, 살면서 시도해보고 싶은 일, 모임에서 미리 좀더 숙성해보고 싶은 것들. 바램들을 나누고 싶은데 서툴고 친교에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서걱거림으로 더 나아가질 못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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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지 않고 일방으로 투기하다시피한 서재를 다녀가신 분들께 감사한다. 불편하고 완결되지 않고, 비문 덩어리인 글들을 읽어주신 분들께 고맙다. 음으로 양으로 좀더 나은 너-나, 모임, 삶들을 나눌 수 있는 또 다른 10년이 되면 좋겠다. 좀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에서도 너-나의 아우라를 논하고 나눌 수 있다면 또 다른 서재생활의 기쁨이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