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이상향의 장미향기는-거기서 한 송이의 장미라도 경험하기에는 너무나 말로만 된 행복이라 - 사무실의 담배 냄새를 풍기며, 소도구로 쓰이는 몽환적인 달은 시험 공부에 몰두하는 학생에게 희미한 빛을 비춰주는 등잔불을 본뜨고 있다. 스스로는 힘이라고 생각하는 허약성이 소위 부상하는 시민 계급의 사상을, 폭정에 항거하여 분연히 일어섰다는 그 시기에 이미, 이데올로기에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 휴머니즘의 가장 깊숙한 안방에는 이미 그 안에 갇혀 날뛰는 폭군이 있는데 이제 그 폭군은 파시스트가 되어 감옥을 만든다.

 

반짝 1. 휴머니즘의 깊숙한 안방에는 날뛰는 폭군이 있다. 장미향기는 담배 냄새를 풍긴다. 언어로 지은 집에 몰두하다보면 그 이면을 들여다보지 않는 습속이 있다. 그 모호함과 낭만성이 유래하는 것은 비단 역사의 흔적만이 아니다. 현실 속에 오히려 더 악독하다. 개인적인 관심사가 인문, 철학이라 과도한 추상성에 머문다 싶다. 그런 연유로 실물이나 경제에서 가지 뻗는 철학과 인문의 촉수를 거두어 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다. 그 추상성으로 개인과 철학에 과도하게 기우는 문제가 지식인의 질투를 넘어서 공격으로 다가설 우려가 깊다. 강신주가 좀더 생각이 있다면 형평, 공평과 경제로 촉을 넓고 깊게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까운 시일내에 여기 지식인들의 집중포화를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51. 문필가가 지켜야 할 첫 번째 유의 사항은, 모든 텍스트와 모든 절, 모든 문단에서 중심 모티브가 분명하게 부각되어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표현하려는 사람은 쓰인 것에 대한 별다른 반성없이 붓 가는 대로 내버려두려는 경향이 있다. 누구나 '생각 속에서는' 자신의 의도에 밀착되어 있지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잊어버린다......삭제하는 일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길이는 아무래도 좋다. 분량이 너무 적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유치하다. 일단 존재하게 되고 씌었다는 이유로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몇몇 문장이 동일한 생각을 단지 변주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종종 저자가 아직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그 무엇을 붙잡기 위해 이리저리 시도해보는 것임을 보여줄 뿐이다.

 

반짝 2. '삭제하는 일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몇몇 문장이 동일한 생각을 변주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면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죽비로 제대로 맞는다.

 

48. 넘치는 건강은 그 자체로 이미 항상 병이며, 그 해독제는 병, 즉 삶의 제한성에 대한 자각이다. 이런 치유 효과가 있는 병이 미美이다. 미는 삶에 정지명령을 내리면서 동시에 삶의 파멸에도 똑같은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삶을 위해 병을 부인하려 들 경우 그런 삶은 다른 계기를 보지 못하는 장님 상태가 됨으로써 파괴적이고 사악하고 뻔뻔스럽고 허풍스러워진다. 파괴를 증오하는 사람은 삶도 함께 증오해야 한다. 죽은 자만이 왜곡되지 않은 삶의 비유가 된다.

 

반짝 3. 삶의 제한성에 대한 자각은 병이다. 병은 미다. 삶을 위해 병을 부인하려 들 경우 장님이 된다. 우리 사회는 넘치는 건강만 회자된다. 그러니 정작 삶은 없다. 삶을 건네고 부여잡고 나눌 수 없다. 병이 삶을 바라보는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악착같이 병을 부인한다. 그래서 살아남지 못한다. 아픈 식구가 있다는 건 고통일 수도 있지만 조금 통증이 가라앉는 순간 복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어린아이가 통증에 버거워하는 모습은 부모로서 안타까움 이상을 넘어선다. 하지만 그래서 그 아이의 삶, 과도한 경쟁에 대한 미련을 줄이고 스스로 좋아하는 것에 침잠할 수 있도록 삶에 관여하지 않는 건강함을 맛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몸이 약해지고 예전과 같지 않다는데 머리 숙인다. 좀더 몸의 움직임에 민감해지면서 그 약해짐이 좀더 또렷한 일상을 요구하고, 시간에 대한 지루하지 않을 궁리를 더 하게 된다.

 

21. 왜곡되지 않은 모든 관계, 유기체 내부에 있는 화해적 요소란 아마, 주는 행위, 선사하는 행위이다...진정한 선물 행위는 받는 사람의 기쁨을 상상하는 기쁨이다. 그것은 자신의 길에서 빠져나와 시간을 써가면서 무언가를 고르는 것, 즉 타인을 '주체'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남을 잊어버리려는 것과는 반대의 것이다.

 

반짝 4. 선물은 받는 사람의 기쁨을 상상하는 기쁨이다. 타인을 주체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선물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척이나 피상적이고 의도가 있는 일상으로 읽혀지고 있음을 짚고 있다. 관계란 무엇일까? 너를 주체로 받아들이려는 과정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런 너가 얼마나 있을까? 관계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곡되지 않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20. 소외는 바로 사람들 간의 거리가 소멸되는 데서 드러난다. 왜냐하면 인간은 서로 주고받고, 토론하고 그 결과를 실행하고, 통제하고 그 통제의 틀 안에서 역할을 행하고 하는, 즉 몸과 몸이 부딪치는 관계 속에서만 서로를 함께 묶는 정교한 그물망을 위한 공간이 생겨나는 것이며 한 인간에게 있어 그러한 바깥이 있을 때에만 안도 여무는 것이기 때문이다. - 시간이 돈이라면 시간 - 무엇보다도 자신의 시간 -의 절약은 도덕적으로 보이게 되며 사람들은 그러한 시간 절약을 타인에 대한 배려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사람들은 직선적이 된다.

 

반짝 5. '몸과 몸이 부딪치는 관계 속에서만 서로를 묶는 공간이 생겨난다. 한 인간이 여무는 것도 그 안에서이다.'  모임 속에서 때때로 헛된 욕심을 부린다. 속성 앎, 속성 관계라는 것이 마치 있는 듯 빨리 성장해야 된다는 강박이 그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몸과 몸이 만나 자라는 것이 그나마 온전한 관계를 만들었다는 돌이킴이 있다.

 

 

뱀발. 카페에서 쉽게 읽히지 않는 아도르노의 글에 메모지를 붙인다.  마음을 깊게 찌른다. 천천히 새기며 가고 있다. 지식인들이 얼마나 질투심이 많고 치졸할 수밖에 없는지도... ... 완 펀치!...올 킬?? 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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