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빛만 바라봅니다. 좀더 밝은 빛으로만 향하려 합니다. 욕망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시선은 중독에 가까운 듯 느껴집니다. 빛만 보려해서 어둠을 바라보려는 능력이 퇴화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곁을 보는 힘도. 어둠에도 명암과 채도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 그 어스름을 헤아리려 하지 않습니다.
진실은 늘 시간의 차이를 두고 일상과 삶들이 송두리채 망가진 다음에서야 밝혀집니다. 분석과 연구, 취재, 소설의 힘을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심으로만 향하는 마음과 몸, 그리고 부나비같은 영혼들은 변방과 변두리, 지금이곳에서 벌어지는 '날 것'에 오래 시선을 주지 못합니다. 기껏 중심의 시선으로 우회해야지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방에서 일어나고 만들어지는 일들, 그리고 무수한 삶의 간극들 역시 서울의 시선으로만 서울의 해독력만 빌려 다시 서술됩니다. 그 빛의 낙점에만 수긍합니다.
어둠 속에 깃든 수많은 굴곡들, 수많은 꿈틀거림들. 이름있는 사람들에게 묻는 것보다, 이 우수마발같은 것들에 삶과, 시대정신을 관통해내는 많은 씨앗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무수한 벌레들. 그 사이 애벌레들. 그리고 번데기. 머물지 않고 나비로 변태하는 무수한 날개짓들.
더 많이 포착하고, 기록해내고, '날것' 그대로 안을 힘이 있다면, 아마 당신이 발딛는 곳은 저기 멀리 중심을 거쳐 해석되지 않을 겁니다. 그 순간 벌써 다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둠 속을 더 깊이 응시하고 그 굴곡을 살필 수 있다면, 굳이 빛만 보려했던 아둔함의 그물에서 진작 벗어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빛만 소비하려는 것이 아니라 빚진 응달로 한발 내딛어 시선에 움직이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그 순간들.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싶은 것이 기획하는 이들의 변입니다.
어떻게 묻고, 어떻게 쓰고, 어떻게 알리고...보지 않는, 보여지지 않는 곳, 아픔들에 공명하게 되는 일들에 대해서 나눠보려 합니다. 흔치 않을, 흔하지 않은 작가들과 만남이 될 겁니다. 어쩌면 또 다른 시작이 될지도... ..."
뱀발. 강사 섭외를 어렵게 했습니다. 이선옥선생님은 부상중인데 쾌차를 위해 시간을 뒤로 옮겼구요. 글쓰기만이 아니라 사실과 진실을 보는 관점도 얻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분들 한 강좌마다 들르려도 좋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