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기도 해서 국가정보원 홈페이지를 들어가본다. 아마 새누리당 지지자를 비롯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중앙정보부와 안기부란 과거의 맥락을 갖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란 원훈 말이다. 그 원훈은 1991.1월부터 '정보는 국력이다.'라고 바뀌었다. 그것이 중국의 천안문 사태나 소련이나 동구의 붕괴를 염두에 두고, 공산당이 더 이상 국가 안위에 판단했기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국제정세를 감안하여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대공업무 보다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에서 '정보는 국력이다'라고 정했고, 모든 직원들이 이에 헌신했다고 판단하고 싶다. 궁금하여 다시 한번 지표를 살펴보았다. 2008. 10부터 현재까지 원훈은 무엇일까...?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 - 이것이 지금까지 국정원이 내거는 모토이다. 자유는 무엇이고 진리는 무엇일까? 또한 무명의 헌신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가 조직이 진리를 향한 헌신을 하기 위해 맹목적인 집행자 역할만 하면 될까? 그 원훈을 염두에 두고 국정원 일반 직원들의 생각이나 신념은 그 시대변화를 따라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인문과 인문학의  열풍이 온갖 일터와 조직을 휩쓸고 있고, 인권의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주장하지 않더라도 최근 돌아봐야할 기본기이다. 국가정보기관은 이런 흐름에 얼마나 예민해있는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선발하는 기본적인 소양으로 이런 인문의 자질을 요하지는 않는가?

홈페이지 조직 관련법을 살펴보았다. 두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다. 제18조 정치관여죄,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하게 되어있다. 제 19조 직권남용죄 - 다른 기관 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사람을 처벌하게 되어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국가의 모든 조직에 관련된 법은 상위 헌법 아래 작용하게 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이런 조직도 시류에 맞춰 변하고, 기본권을 세심하게 배려하는데서 조직의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런면에서 국가정보기관의 역할은 시대에 맞는 조응하여야 하며 더 이상 역사의 낡은 조류를 답습할 필요가 없다. 인권에 민감하고 남용이 아니라 합법적인 테두리안에서, 사생활을 무작정 긁어모아 아무런 제약없이 공표하거나,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지키지 않으려는 기관이라면 그곳에 일하고 신명을 바치려는 선량한 공무원들의 양심을 벗어나게 하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이렇게 보면 국가정보기관이라도 인문,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성찰의 기회를 제대로 갖는 것이 그 조직이 거듭나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좀더 세심히 살펴보고 싶다. 그리고 양심적인 목소리를 듣고 싶다. 조직과 위상에 대한 토론이 기관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국가안보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튼튼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여긴다. 국민들은 그 조직이 하는 행태가 아니라 그 위상과 역할에 대해 따지고 되묻는 것이  시대정신과 국가기관의 재탄생에 더 알맞은 일은 아닌가?

 

 

여러모로 고민이 되는 가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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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조(정치 관여죄)
① 제9조를 위반하여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 제1항에 규정된 죄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제19조(직권남용죄)
① 제11조제1항을 위반하여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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