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언제였더라. 현대문학 스터디 때 서윤이 "교수님들 세대는 가난이 미담처럼 다뤄지는데 우리한테는 비밀과 수치가 돼버린 것 같아"라고 웅얼대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김애란 비행운 '호텔 니약 따'의 사회준비생 국문학도 서윤과 은지의 베트남 여행대목)
"물건을 아끼고 오래 쓰는 것이 미덕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람에게는 물건을 잘 깨뜨리는 옆집 사람보다 스스로 좀 신중하게 잘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을 겁니다. 자녀들에게도 절약을 가르치며 존경을 받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릇이 깨져도 오히려 새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생각들이 주변에서 밀려듭니다. 그러면 이제 절약이 미덕이 아니라 구차한 것이 됩니다. 프랑스가 그와 같았습니다. 당시에 사람들은 특히 가난했어요....갑자기 그 의미가 사라지고, 절약은 더 이상 규범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제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까? 무엇이 가치 있는 거지?'하며 자신의 가치를 놓쳤어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 대신 어떻게 하면 내가 이 우주와 사회 속에서 한 부분으로 함께할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겁니다. 우리는 그저 이 세상을 소비만 하고 있습니다...각자 스스로 먼저 나서야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국가의 성장은 국민들이 느끼는 감성에서 나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의미 있다고 여기고,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여기면, 자신이 처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합니다."(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와 대담 가운데 한국의 자살율이 높은 것에 대한 답변)
지난 동치미 모임때 유샘이 토론의 말미 낭독한 짧은 대목이다. 가난이 미담이 아니라 비밀과 수치라고, 그것이 젊은이를 이해하는 지름길일지 모른다고 말이다. 그리고 한국의 청소년, 노인의 자살율이 높다는 질문에 사회학자 뒤르켐을 짚으면서 한 답변이다. 갑자기 가치를 놓치게 된 세대의 황망함과 시대분위기가 읽혀지는 듯 싶다. 가난을 이야기하고 주장한다고 돌아서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지금의 가치는 무엇일까? 소비세대의 저의식을 읽고나 있는 것일까? 어떻게 문화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