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제가 생각하는 지식인의 모델은 스스로 추방을 택한 망명자입니다. 지식인에게 망명과 추방의 의미는 관레적인 단계를 거쳐 '성공'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삼는 보통 삶의 경로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망명은 언제나 주류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지식인으로서 수행하는 일은 미리 정해진 행로를 밟아갈 수 없기에 스스로 꾸려나가야만 합니다. 이 운명을 박탈이자 고통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면, 오히려 일종의 자유로서, 그리고 자기 자신의 요구에 따라 설정되는 특수한 목표로서 경험할 수 있다면, 망명과 추방은 독특한 즐거움이 됩니다.
1. 그저 수동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을 향해 거부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존재입니다. 이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자가 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원한 각성의 상태, 절반의 진실이나 널리 퍼진 생각들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상태가 지식인의 소명입니다. 18
[아버지와 아들]에서 바자로프는 다른 인물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합니다. 그의 친구들인 키르사노프 가족과 심지어 그의 애처로운 노부모도 자신들의 삶에 적응해 나가는 반면, 바자로프가 보여주는 단호함과 반항심은 그를 이야기 바깥으로 끄집어냅니다. 29
독립적 예술가와 지식인은 진정 살아 있는 것들을 진부하게 만들어 결국 생명력을 잃게 하는 것에 저항하고 싸울 수 있도록 무장된 얼마 남지 않은 인물이다. 이제 신선한 지각이란 현대의 의사소통 수단들이 판에 박힌 시각과 지식으로 우리를 장악하는 동안 그러한 진부한 시각과 지식을 끊임없이 깨부수는 능력을 포함한다. 35
지식인이란 갈등조정자나 합의도출자가 아닙니다. 지식인은 자신의 온 몸을 비판적 감각에 내거는 존재, 즉 손쉬운 공식이나 미리 만들어진 진부한 생각들 혹은 권력이나 관습이 으레 말하고 행하는 것들을 거부하는 감각에 실존을 거는 존재입니다. 그저 수동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을 향해 거부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존재입니다. 36
지식인의 소명을 끊임없는 노력 속에 있게 하며 본질적으로 미완성이며 필연적으로 불완전할 것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이런 소명의 활력과 복잡성은 한 사람을 특별히 유명하게 만들지는 못해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37
2. 지식인은 제대로 대변되지 못하고 잊혀지거나 무시되는 약자들의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권력을 가진 이들의 편에 설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40
3. 망명자적인 지식인의 역할은 관습의 논리를 따르지 않고 대담무쌍한 행위에, 변화를 표상하는 일에, 멈추지 않고 전진해가는 일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60
4. 지식인은 권위나 권력과 맺는 관계 또한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권위를 지식인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그것을 얻어내기 위해 간청하는 전문가적 태도로 대해야 할까요? 아니면,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는 아마추어적 양심을 가지고 대해야 할까요? 80
아마추어주의란 이윤이나 보상에 의해 움직이는 욕구가 아니라, 전문성에 묶이는 것을 거부하고 직업적 제약을 극복하여 이념과 가치를 살피면서 여러 경계와 장벽을 가로지느는 연결점들을 만들어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일에 대한 애정과 충족될 수 없는 관심에 의해 추동되는 욕구입니다. 91
5. 내 생각에 가장 비난받아 마땅한 지식인의 사고 습관은, 옳은 일인 줄 알지만 선택하기는 어려운 원칙적 입장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습성입니다. 100
글을 쓰고 말함의 목표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옳은가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풍토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데에 있습니다. 침략행위도 같은 관점에서 다루어지며, 사람들이나 개인들에 대한 불공정한 처벌은 방지되거나 기각되고, 인권과 민주주의적 자유에 대한 인식이 차별적으로 선택된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규범으로서 정립됩니다. 114
6. 극좌에서 극우로의 움직임은 하나의 신에서 다른 신으로 옮겨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신들은 언제나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120
진정한 지적 분석은 한쪽은 결백하고 다른 한쪽은 악하다는 식으로 부르는 것을 금합니다. 문화와 관련된 쟁점에서 한쪽 편이라는 생각은 매우 문제가 많은데, 왜냐하면 대부분의 문화는 물샐틈없이 봉해진 작은 꾸러미처럼 모두 동질적이고 선하거나 악하거나 둘 중 하나인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당신의 후원자를 계속 의식한다면 지식인으로서 사고할 수 없으며, 그저 신봉자나 시종으로서 사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의 생각 이면에는 그를 기쁘게 해야 하며 기분 나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136
뱀발.
1. 몇달을 묵혀두다가 최근에 읽다. 국가와 민족에 걸려있는 이상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한다. 토크빌과 존 스튜어트 밀의 사례를 든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해 열광을 했지만 프랑스의 알제리 점령에 대해 같은 잣대를 대지 않았고 밀 역시 영국의 민주주의적 자유에 대해 훌륭한 생각을 제시했지만 인도의 상황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물론 국제적 행위의 보편적인 규범에 대한 편협한 시기에 살았던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 덫에는 너무 쉽게 걸려들지 않는가 싶다. 덧붙여서 '우리'문화의 영광이나 '우리' 역사의 승리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것은 지식인이 열정을 쏟을 가치가 없는 일이다. 인트로의 결론은 날이 선 서슬퍼런 이야기다. 더구나 삶 속에서... ...일상에서... .. 손안에 박힌 가시같다. 깨진 사기그릇 파편처럼 박혀있어 뺄 수 없다.
2. 책속의 책, 인물을 따라가는 맛도 한결 깊은 맛, 멋을 느끼는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