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과 -1 사이에 0 이 있다면 나와 거울 안의 나 사이에 경계가 있다 현재라는 한순간 '나'는 일시적으로 시공간을 점유하고 다른 '나'들과 똑같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 서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중략) 세상에는 실재하지 않는 그림자로 세상과 서로 밀고 당기는 것이 있어, 이 허상들과 실재하는 것들은 쌍을 이루고 그 쌍이 서로 소멸해 무가 되거나 무가 한 쌍의 신비한 대칭을 만들어내는 일은 일상이다 일상의 힘이다(하략) -꼬리를 물다 에서 54-55
모든 것은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공간은 우리가 분리되어 있다는 환각을 만드는 구성개념이다. 모두 충전되어 있을 뿐이다.(중략) 특정한 패턴의 흔들림이, 그것이 개성이라는 각각의 성깔이니 아, 너이니, 정처 없는 원자들은 몸에서 한바탕 흐느끼다가 나갈 뿐, 단지 패턴으로, 패턴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흔들림이라는데... - 여자의 지문(指紋) 에서 48-49
자유란 의식이 발자국 찍을 수 있는 공간의 체적을 말한다. 그 부피가 커질수록 의식은 정신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다가가 현실과 환상을 뒤섞어 본질을 추구한다. 자유가 하는 일이 그것이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일. 현실에서 환상의 단면을 읽어주는 일. 그 얽힘의 구조. 자유는 의식이 추구하는 가치이다. (하략) - 기댐 에서 33
우리 세계에 없는 것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의 그림자가 우리에게 드리워져 있다는 증거이다. 모든 추상이 바닥으로 가라앉은 실체의 그림자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채색된 분위기로만 남는 것을 믿는 동안 사건은 일어난다. (하략) - 당신의 차원 에서 29
시간은 의식이 치룬 일련의 사건 꾸러미이다. 그 안에서 의식은 끊임없이 선택하고 붕괴시킨다. 한 줄의 낚시줄에 줄줄이 꿰어 올라오는 오징어처럼 현실은 한 꾸러미로 바닥에 떨어진다. 이제 자유이다.(중략) 우리는 볼 수 있는 것만 본다. 우리는 우리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만 본다.(중략) 그러니까 세계에 대한 모욕이다. ....- 사랑이야기 에서 31
뱀발 1. 단어들을 이어본다. 시간-공간-현실-환상-자유-의식-차원-패턴, 첫시에 공산당선언을 인용한다. 그래서 그 꼬리를 잡으려했는데, 해제가 시집을 넘기는 순간 보인다. 환상선언, 환상선언문...그래서 그 꼭지를 황급히 닫았다. 아직 보면 안된다. 시의 집의 기둥을 물끄러미 본다. 그 뼈대가 궁금하도록 두개의 기둥을 남겨둔다. 라이히(윤수종)의 책 그리스도의 살해라는 책이였다 싶다. 그는 진리의 저편에 반진리를 둔다. 어쩔 수 없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힌다. 현실의 저편이 아니라 거울 저쪽에 있다. 환상을 드러내고 선언?한다. 그리고 자유를 말한다. 현실에서 자유가 환상의 단면을 읽어주리라고 말이다. 자유란 의식이 찍을 수 있는 공간의 체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공간은 우리가 분리되어 있다는 환각을 만드는 구성개념이라 한다. 그렇게 몇순배를 돌다나니 그것들이 한몸이다.
우리의 일상은 어이해야 하나. 일상은 거울 저쪽을 응시하는? 것. 관찰!하는 것. 환상을 자유의 영역에 두는 것. 그래야만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다. 일상의 힘이란 그러한 것이다. 그의 시의 집, 그 문설주에 기대어본다. 좀더 아끼고 어루만지고 또 한번 떨어져서 봐야 제맛이 아닐까? 잘 쓰는 단어들이 겹쳐 반갑다. 하지만 흔들림은 패턴의 차이를 벌려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의 시집 반갑다.
자이니치 오디세이/쓸데없는 딸들, 역사를 쓰다/예쁜 여자, 누가 만드나..../타자와의 만남....
아픈 마음은 지향하는 마음이다. "누군가의 상처"인 나와 너를 위한 위로...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을 보며 이 책을 썼다.
뱀발 2. 그녀의 책을 받아든다. 띠지, 아니 먼저 뒷장의 글에 시선이 먼저 간다. "인간은 존재하는 모든 것과 대치한 고독한 존재다." 하지만 난 고독보다는 존재를 믿는다. 김병호시인의 "모든 것은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를 믿는다. 그래서 그녀의 그물코 이야기를 애써 먼저 보지 않고 참는다. 그리고 시선을 넘겨 빨강 띠지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억압과 차별과 편견과 서러움의 능선을 넘느라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을 보며 이 책을 썼다."라고 말이다. 여우님 독자로 사실 요즘 일상을 핑계삼아 등한시 했다. 혹 만연의 아쉬움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뒷끝이 날을 세우고 있는 듯싶다. 그러다가 서문을 넘기고 목차를 넘겨, 끝꼭지를 뒤졌다. [타자와의 만남], 로봇의 흔적을 따라가다 난, 그만 물만두님을 뵙고 말았다.
담백해진 그녀의 글을 보다가, 질문을 하고 답을 해야하는 그의 직성과 책읽기를 만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는 여우님의 까칠함과 박학의 꼬리를 문다. 노동자, 여자의 몸, 재일 한국인 다루기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그녀의 질문과 답은 시원하다. ...답을 얻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아껴 읽는다. 일상의 저편을 들여다 보는 시선, 자유가 확장되는 의식의 날카로움을 벼릴 시간을 찾는다. 그 그늘에서 조심스레 펼쳐볼 것이다. 아껴서... ...
3. 님들의 시집과 책이 반갑다. 산고와 산통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감사한다. 많이 회자되고 아껴 읽히길 바란다. 진심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