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짙다. 한차례 여름비가 봄을 흥건히 적시자, 화답을 하듯 녹음은 그늘의 무게를 키운다. 어느새 초록사이를 맹렬히 달리다가, 연두와 진연두를 한웅큼 들이킨 탓인지 일상도 한차례 땀을 흘릴 태세이다. 어느새 스스로 관전할 수 없다는듯이 일터-삶터-모임-일상을 정신없이 몸에 바투 붙여 산다. 저 녹음의 그늘이 짙어지고 단단해져 그 평상에 누워, 시원한 바람결을 불러 오수를 즐길 수 있으려나?
120427 STS
[장기비상시대] 세미나를 듣다. 읽는 것이 아니라 새겨 듣다. 환원을 경계하며 처지와 사태를 잠입시키려 애쓴다. 에코파시즘을 에둘러 주의를 새겨넣는다. 글쓴이는 자본주의의 출발점으로 시선을 이끈다. 화석연료를 몇백년에 이렇게 파먹는 세대의 근원에 눈돌린다. 기업에 법인격을 준 것도 그러하다. 이 시스템을 돌리는 법체계라는 것도 이 풍요를 가정한다. 그래서 근본적인 골격을 모두 손질을 해야 할 각오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120503 [근대사모임] 주비모임, 모임을 준비하려면 생각처럼 쉽게 꾸려지지 않는다.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을 때, 성원의 매력의 끈이 서로 놓치지 않을 무렵, 부담을 조금 멀리한 의도가 도드라질 때, 그 모임은 막 걸음마를 하는지 모른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자꾸 잠잠한 호수를 들여다 본다. 자주 들여다보는 호수는 건망이기도 하지만 여기다. 역사는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사실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다. 지금여기의 삶의 결을 확장하는 일이다. 들여다 볼수록 풍요로운 일상의 간격과 풍부함의 시선을 확보하는 일은 아닐까? 얼마든지 다른 길이 가능할 수 있음을? 또 다시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상상력을 키우는 법을 말해준다. 정당성을 말해주는 근거만이 아니다. - 역사가 인간의 감정과 심성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반 일리치)
120505/0510 김경주 시인을 만나다. 도회풍의 선입견이 있었는데, 시와 언어와, 실험적인 시도 관심분야에 대한 깊이가 느껴진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고생과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액면 나이와 비교되지 않는 숙련의 맛이 보인다. 정갈한 언어와 표현, 그리고 주술처럼 낭독의 힘이 갖는 풍요로움에 대한 지적이 따갑다. 묵독이 갉아먹은 스스로도 돌아본다. 조광제의 몸과말, 맥루한이 생각난다.
http://ddojobb.blog.me/130029512081
120511 팝프로젝트: 몇번의 모임을 정리할 겸, 발제를 자청했고 발제를 챙기다. 밥벌이프로젝트의 일환인데, 다양한 구성원이나 이견, 그리고 의견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조심스럽다. 교육에 있어서는 다들 일가견이 있기도 한 일이고 말이다. 따로 또 같이 여러 곳을 발품을 팔아 잘된 곳들의 앎-체험을 끌어모을 궁리를 해보기로 한다. 뒤풀이 말미 시간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가지고 있는 단어가 정말 뿌리가 있는 것인지 따져본다. 지역-공동체-여기-진보 의 앞뒤 맥락을 잇는 단어들이 안전한가? 이견의 틈을 벌려본다. 시간과 너에 대한 견해나 문화적 생태에 대한 자람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 ...
120512 연구공간 수작 이사를 마쳤다. 유성 오피스텔을 인수인계하고 마무리 뒤풀이 가운데 연락이 온다. 가뜩이 팝도 연구공간 할 이야기도 있어 건너간다. 사람만 달라도 분위기가 묘하다. 공부에 대한 채근과 활동가에 대한 교육에 대한 이야기부터, 아카데미안 인선과정을 또 다시 짚어야 했다. 가감없이 솔직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전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속내를 들어본다. 수작에 대해서 공개집담회를 갖고 또 다시 시작해보기로 한다. 느끼고 있는 이견만도 한손가락으로 꼽는 것을 넘어서는 듯하다.
뱀발. 여러 일들로 심신이 지쳐있는 듯, 바닥을 드러내는 듯도 싶다. 신경쓸 일들이 마치 연결되어 협작이나 한 것처럼 너-나의 틈새로 기웃거린다. 고단한 단내들을 그래도 초록이나 무장무장 크는 녹음그늘로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