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부류의 친구들이 있지만 부드러운 친구처럼, 부드러운 화산이 있다죠. 흐르는 용암을 상상하기도 싫은 것이 아니라 기름진 화산재로 과일을 수확하고 농사를 짓는 장면이 낯설지 않으신가요? 정말 그런 곳이 있을까요?
한번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으로 떠나볼까요. 실비아는 방학을 맞아 에트나산에 있는 할머니댁에 놀러왔어요. 제작년 근처에 화산이 분출한 적이 있다지만, 여전히 이곳 텃밭에는 포도와 채소가 잘 자라고 있어요. 저녁이 밤으로 이슥해질 무렵, 건너마을 가신 할머니가 궁금해서 집앞을 나섭니다. 마당을 나서서 작은 길로 다가서는데 그 부드러운 용암들이 길을 가로막고 서있습니다. 순간 부드러움은 이글거리는 두려움으로 자랍니다. 어떡하죠. 발길을 돌려 집으로 되돌아 오는 길, 낯선 아저씨 아주머니가 다급하게 부릅니다. 다가서자 다짜고짜 산비탈길로 올라가자고 채근합니다. 어떡해. 할머니집은 어떡하란 말이에요. 어느새 화가난 용암은 텃밭의 웅덩이에 고인 물을 수증기로 날려버리네요. 점점 발길을 빨라지고 낯선 아저씨에게 투정도 부릴 수가 없습니다. 뜨거운 기운 속에 얼마나 올라왔을까요?
험상궂은 아저씨, 그리고 아주머니가 과학자라뇨? 점점 산위로 오르다가 고개길에 갈라지는 용암갈래를 내려다보며 멈춰섭니다. 두려움은 수증기처럼 온데간데 없고, 오렌지 불빛를 내며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같은 용암은 아름다움을 모두 삼키며 빛나는 듯 싶습니다. 저기 건너 화구에는 용암이 오렌지, 포도, 잘익은 사과빛을 내며 별빛과 함께 반짝입니다. 2500미터의 고지에서 아저씨 아주머니를 맞는 베이스 캠프에는 낯선 것이 많네요. 알리체아주머니는 할머니와 전신통화를 할 수 있게 해주니 이젠 오히려 이곳이 포근하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안토니오 아저씨가 우주인처럼 방화복을 입고 놀라게 하지 않나? 무섭지 않을까? 방화복을 입은 아저씨들이 작은 기생화산 화구에 다가서는 모습이 용광로의 광경같습니다. 알리체아주머니는 저것이 마그마의 온도와 가스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밤이 깊어도 우리 실비아는 신기하고 궁금한 광경에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어느 덧 알리체 아주머니 곁에 잠든 것 같은데 시칠리아섬에 아침해가 밝았습니다. 용암이 분출하는 반대편으로 가기위해선 아직 3300미터나 되는 에트나화산 정상을 넘어서야 한답니다. 호흡이 가빠지기도 하지만, 커다란 세군데의 화구에는 한쪽은 짙은 재가 날리고, 한쪽은 수증기가 오르고, 또 한쪽엔 용감한 화산학자들이 가까이 다가서는 모습이 멋집니다. 신기하고 놀라운 광경을 뒤로하니 벌써 할머니가 곁에 있습니다. 수증기가 올라오고 많은 걱정을 했다고 하시네요. 차 뒷배경으로 사라지는 화산을 멀리하는데 점점 아름다움은 짙어오기만 합니다. 멋진 아저씨 아주머니 생각도 간절해집니다.
뱀발.
이지유 샘의 책과 대비될 정도의 훌륭한 입문서이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기억에 남을 것이고 화산에 관한 책들을 주섬주섬 곁에 두게 될 수 있도록 하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