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조팝꽃이 흐드러진 강변에 봄인데도 너무 조용한 걸 보니 문득 벌소리가 없다. 드문드문 나비의 날개짓만 보태며 향기가 은은하다. 고즈넉한 오후 그대들생각이 나 문자를 보낸다. "꽃나무 곁엔 벌이 없고/진보 곁엔 사람이 없고/ 사람들 사이엔 관계가 없어// 꽃향기맡으며 벌을 그리고/사람들 사이에서 님을 그리고/님들 사이에서 벗을 그리워하네" 
#1 한겨레 21 말미 k의 글이 불쑥 다가선다. 쾌락은 무지다.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다. 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끝은 박지성으로 끝난다. 그에 대해 축구선수로 아는 정보는 별반 없다. 그런데도 그를 좋아한다. 쾌락은 무지에 연한다는 사실을 일상으로 가져와 하루를 품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글을 좀더 느린 속도로 읽었다. 애인과 상품. 무지가 쾌락을 더한다는 사실은, 거꾸로 우리는 쾌락만을 탐한다는 사실이며, 그 이면에 붙어있는 것들을 알려고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탐하기만 할뿐 좋아하는 뿌리에 붙어 있는 것을 안다는 것은 과연 쾌락을 감할까? 더할까? (하루실험을 해본다. 임의 실뿌리에 붙어있는 행간을 살핀다. 쾌락은 감하지만 애틋함은 자란다.) 자본주의의 이면으로 침투한다는 것은 어쩌면 더 큰 쾌락으로 향하는지도 모른다. 애인같은 것들과 소비하는 것들말고 어쩌면 앎이 쾌락을 감하며 고통일지 몰라도, 알면서 그 뿌리들이 서로 달라붙어 한통속이라는 것이 연결되는 순간, 자본주의의 화장은 속속 지워질지 모른다. 그리고 자본주의란 세상의 전부하고 살아가는 순진한 이들이 쇼윈도우 밖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속속들이 보일지 모른다. 0)
#2. 만약 그것이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가교가 몸의 흔적과 수고로움으로 이어진 것처럼 몸의 인이 배겨서야 넘어서는 것이라면 알려고 하고 감당해야 하는 문제다. 1)
2.1 이책에서 고흐의 작업을 이야기한다. 그림이란 것이 영감이 아니라 오히려 몸의 작업이란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3. 대학의 기억을 떠올리는 벗에게(단조의 톤으로 반복해서...) 그 삶을 관여해본다. 대학의 그 짧은 관계를 자꾸 우려내는 것은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선배라는 이는 여기저기 그 기억과 상관없이 주변에 있는 것이며, 그런 진지함이나 삶의 선배들의 말을 여기저기에서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벗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이다. 이땅에 수많은 이들이 찰라의 대학기억으로만 죽을때까지 사는 이들이 천지라고 벌건 인두를 들었다. 삶에 관여한다는 것이 위험천만하기는 하지만 달라진다는 것을 감수해야하고 있다면 이런 충고도 좀더 전문가로 가까이 갈 수 있는 몸의 채찍이다. 2)
#4. [나무]가 많은 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노래를 해야한다고 한다. 2-3%부족한 것을 매울 길이 그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3) - 뇌과학에서 한 코멘트를 실험해봤다. 어릴적 징크스나 트라우마될뻔한 사실들을 반추해내어 그것이 갖는 장점을 두가지정도 되뇌이는 것이다. 그렇게 반복해서 되뇌이면 신기하게도 구석기때 감각을 가지고 있는 뇌는 그 징크스를 유쾌함으로 돌려놓는다. -
#5. 내가 쓰거나 좋아하는 단어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조금씩 모아봤다.-마음,생각,숙성,품다, 온도, 농도, 자란다, 만들기, 가슴,손,발,몸,모임,겹침,머리,삶,체념,죽음,민주주의,과정-어쩌면 손가락 발가락으로 셀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여기에 보태어 명사를 많이 쓰기에 말들이 어렵다고 한다. 글도 그러하다고 한다. 의식적으로 부사를 좋아한다고 했다. 명사와 동사를 점령하는 부사가 좋다고 말이다. 와락, 지랄, 젠장...헌데 잘 안쓴다. 몸은 여기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여전히 명사의 벽을 넘지 못하는 내가 있기에 어렵다. 그 선이 2-3%의 고지인지는 모르겠다. 님들에게 그리말했는데 빌미삼아 푸념을 해봤다. 몇단어밖에 안되는 말을 즐겨쓴다고 그 단어만 가슴으로 가져가면 좀더 이해하기는 수월할 것이라고 간간이 술잔 사이사이 흡입의 흔적이 보이면 맘을 날려본다. 4)
#5.1 사람마다 쓰는 말들이나 단어들을 보면 그 사람을 느낄 수 있다. 해야한다와 돈에 밝은 사람들이나 경쟁의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에겐 타인이나 남이 많다. 어린아이처럼 마음의 경계가 넓은 이들은 사물을 명확하게 분간하지 않는다.명사가 난무하고 명사의 결이 유난히 많으면 머리가 묵직해 보인다. 사람들이 잘 쓰는 단어를 보면 그 사람의 냄새가 느껴진다. 내가내가가 아니라 너가 앞서 있고 너-나 사이에 있는 것들은 기계나 상품이 아니라 서로 보듬고 자라게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그 사이를 보듬고 저기 너-나-너-의 뿌리가 차겁게 식지 않도록 온기를 높여 같이 느낄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것이 속맘이라는 것. 차겁고 싸늘하기만 말과 단어가 몸에서 툭툭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이 나라는 것. 욕망이 삐쭉 삐죽 비치는 것을 표시는 하지 않지만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 욕심이 외려 시간에 걸려 그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지만 그들은 속정과 속말에 관심이 없다.
#6. 지름길에 대한 고찰 .- 모임에 지름길이 있는 줄 알았다. 회원들에게 발신 신호를 잘 보내면 다가설 줄 알았다. 그런데 늘 왕도는 없다. 대행이라는 것도 대신이라는 말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가슴이 알아챈다. 회원을 간절히 이리오라고 손짓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의 맘속의 터에 들어가 생각도 고민도 겹쳐,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이 외려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미련한 머리가 마음을 비울 쯤 들어선다. 그런면에서 사기꾼들이 선수이며, 다단계업자가 전문가다. 이쪽은 늘 아마추어다. 그 강을 건너지 못한다. 우리가 가진 무기는 사기꾼과 다단계업자와 달리 시간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또렷해지는 무기가 있다. 마음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겹침을 거래해야 한다. 네가 좋아하는 이들과 모임에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다.
0) 한겨레21 노탱큐 김영민-박지성과 무지로의 욕망 1) 110422 클래식을 듣다 강연과 뒤풀이 2) 110426 장샘과 넷. 3) 110423 나무밴드-삼순이밴드공연뒤풀이 4) 110427 성*,진배샘과 넷